안녕하세요.
1차 평화비행기를 준비했던 인권운동사랑방 명숙이어요~
제주공항에서 발표한 평화비행기의 입장글과
법환 포구에서 선언한 구럼비 평화선언문이에요.
당일에 다들 들었겠지만 그래도 현장에 못온 사람들도 있으니 늦었지만 공유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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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홧발에 다친 강정과 함께 하고자 평화비행기를 타고 왔습니다.
- 평화비행기 승객들이 전합니다.
평화를 그리는데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평화는 평화적 방법으로만 지켜질 수 있다는 단순한 진리를 우리는 역사 속에서 배웠습니다. 특히 제주 4․3 때 벌어진 국가폭력을 지켜보며 우리는 더 이상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이 군홧발과 몽둥이에 더 이상 피 흘리고 멍들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소박한 마음으로 평화비행기를 탔습니다. 해군기지가 건설되어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를 깨기 전에, 손을 잡고 함께 평화와 사람, 생명을 껴안고자 했습니다. 9월 3일 행사를 보장한다는 경찰의 말을 믿으며 강정의 주민들과 뭍의 사람들이 평화비행기와 평화콘서트를 고대했습니다.
그런데, 서귀포 경찰서장이 행사를 최대한 보장한다는 의사를 보내온 지 불과 하루도 지나지 않은 어제 새벽에 경찰병력 600여명을 동원하여 생명이 숨 쉬는 그곳에, 주민들이 일하던 그 곳 구럼비 근처를 오고 가지도 못하도록 펜스를 쳤습니다. 참으로 야비합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평화적으로 살 권리를 요구하던 주민들과 활동가들을 방패와 군홧발로 밀어붙여 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30여명이 연행되었습니다. 우리는 그저 기둥을 붙잡거나 굴착기 앞에 서서 풀 한 포기 돌멩이하나 건드리지 말라고만 할 수 있을 뿐이었습니다. 또한 강정으로 오가는 버스를 차단하고 강정주민들을 고립시켰습니다. 이것이 어찌 평화 시기 자기국민에게 경찰이 할 짓입니까!
정부는 이번 공권력 투입에 대해 8월 29일 법원에서 공사방해금지 가처분 결정이 나왔기 때문이라고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 야 5당이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며 국회 예결특위가 제주 해군기지(민·군복합형 기항지) 조사소위를 구성, 점검하기로 약속한 것을 무시한 입법 권력조차 무시한, 행정부의 민주주의에 대한 폭거입니다. 많이 알려졌다시피 해군기지 건설계획은 절차적, 환경적 타당성도 없는 일입니다. 해군기지 건설을 위해 절대보전지역을 해제한 이곳 강정은 천혜의 경관을 자랑하는 곳입니다. 더구나 생명이 숨 쉬는 그곳에 콘크리트를 뿌려 묻어버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공사강행을 위해 오히려 주민들에게 민형사상 배상액을 매기고, 주민들과 활동가들을 구속하였습니다. 정부는 평화적 해결을 염원하는 각계각층의 전국적 목소리를 어떻게 외면할 수 있단 말입니까!
우리는 평화와 생명을 지키기 위해 이곳 제주 강정에 계속 올 것입니다. 군홧발로 다친 강정과 함께 할 것입니다. 우리의 맞잡은 손이 바람처럼 평화의 메시지가 되어, 방방곡곡 싹트고 자랄 것입니다.
폭력을 행사한 정부와 경찰은 사과하고 연행자를 풀어줘야 합니다.
경찰은 강정을 완전히 떠나고 국방부는 공사를 강행해서는 안 됩니다.
정부는 평화적 생존에 대한 강정주민들의 권리를 빼앗아서는 안 됩니다.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제주해군기지건설 계획은 전면백지화해야 합니다.
2011년 9월 3일
평화비행기 탑승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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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럼비 평화 순례선언
파도 소리가 들리시나요? 수천수만 년을 살아온 생명들의 자맥질 소리가 들리시나요?
수십 년을 바당에서, 곶에서 살아온 강정주민들의 목소리가 들리시나요?
평화롭게 어우러져 살던 구럼비의 모든 생명과 주민들의 외침이 날마다날마다 들렸습니다. 우리를 이대로 살게 해달라는 절규가 우리를 이곳 제주에, 법환 포구에, 일강정 바당올레에, 구럼비에 불러들였습니다. 무력으로 누군가를, 무언가를 정복하겠다는 탐욕은 전쟁을 불러오고, 평화를 깨는 일임을 우리는 알기에 구럼비 평화순례길에 올랐습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해군기지가 건설되면 강정주민과 생명들이 살아온 일상의 소박한 삶조차 쉽게 깨지는 살얼음판이 될 것임을 알기에, 한반도와 동북아시아가 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될 것을 알기에 그동안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해왔습니다. 해군기지건설은 그곳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제대로 참여하지도 않은 채 날치기로 의견수렴절차를 밟았고, 강정은 제주도절대보전지역에서 정당한 이유도 없이 해제되었고, 환경영향평가도 순 엉터리였습니다. 그리고 마을공동체를 깨뜨렸습니다. 그래서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원점에서 검토하자고 사회 각계각층에서 얘기하고 있지만 국방부는, 해군은, 경찰은, 정부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4년 3개월, 참으로 긴 시간입니다. 이제야 달려와 미안한 마음으로 우리는 연산호와 붉은발 말똥게를 품은 구럼비를 껴안고, 경찰폭력에 다친 주민들의 손을 잡고 이 길을 걸으려 합니다. 파도가 구럼비로 달려와서 부서지고 사라지는 것처럼 보여도 이내 다시 자취를 드러내는 것처럼, 우리들의 평화순례도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구럼비를 지키는 것, 강정을 지키는 것이 평화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입니다.
이번 순례에서 우리는 구럼비를 정말 껴안고 싶었습니다. 햇살에 달구어진 뜨거운 몸이라도, 흐린 날씨에 차가워진 모습이라도 안기도 하고 앉고도 싶었습니다. 그런데 그 소박한 우리의 순례조차도 경찰은 무참히 짓밟았습니다. 9월2일 새벽 육지경찰을 동원해 펜스를 치고 이를 막으려는 주민들을 연행했습니다. 얼마나 아팠을까요? 얼마나 눈물이 났을까요? 말로 할 수는 없지만 우리는 마음으로 느낍니다. 그래서 지금 당장 구럼비를 보며 순례를 하지 못하더라도 꽉 막힌 펜스를 보며 순례를 하려고 합니다. 우리들의 순례가 이어지고 이어져 펜스가 사라지고 구럼비와 쪽빛 바다를 볼 때까지 말입니다.
우리의 발걸음은 자신과 이웃과 평화와 생명에 다가서는 순례이며, 이 순례가 평화를 부를 것을 압니다. 밝은 태양아래서 보이지 않는 낮은 빛깔 생명의 목소리를 지키는 것이 평화이며, 누구도 함부로 평화롭게 살 권리를 빼앗지 않도록 함께 굳건히 어깨를 매는 연대가 평화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폭력과 전쟁과 탐욕이, 이곳 제주에서 나갈 때까지 함께 하겠습니다.
2011년 9월 3일
구럼비 평화 순례단
구럼비 평화 순례선언.hwp
평화비행기의 인사.hwp
첫댓글 고맙습니다...
저도 그 구럼비에 또 가고 싶어요-.-::
우리 함께 지킵시다...
울 강정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