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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베이비박스가 고향인 아이들이 넘쳐난다 | ||||||||||||||||||||||||||||||
국내 입양 정책 문제점과 베이비박스 찬반논쟁 도마 위 두번째 베이비박스 설치되는 비애 속 영아유기 증가 입양특례법 개정 이후 국내 입양아동 숫자 '반토막'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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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9년, 서울에 위치한 주사랑공동체교회에서 버려진 아기들을 거두기 위해 설치됐던 베이비박스에 이어 두 번째 베이비박스가 경기도 군포의 한 교회에 설치됐다. 그리고 만 하루 만에 가냘픈 아이의 울음소리가 골목을 에워쌌다. 올해 5월 8일 박스가 설치된 이 교회의 차디찬 상자에 놓인 아이는 2~3일간 응급 처치와 보호를 받은 뒤 관찰 구청의 확인을 받고, 건강진단 등을 거친 이후 임시 보호 시설에 보내지게 된다. 이처럼 태어나자마자 부모의 얼굴을 재차 확인도 하지 못하고 사지에 내몰리는 아이들이 점점 증가하면서 전국에 베이비박스가 2곳이나 설치됐다. 특히, 해마다 추운 겨울에 화장실이나 쓰레기통 등에 대책 없이 아이를 버렸다 사망하는 사건까지 발생하면서 미혼모와 아이를 위한 구제대책이 시급하다는 시민단체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물론 아동 유기는 명백한 범죄 행위다. 그러나 아동 유기를 조장하는 뼈대조차 엉성한 우리 사회 복지의 현 주소 역시, 명백한 유죄에 가깝다는 지적이 쏟아져 나온다. 베이비박스가 세워진 이유는 사실상 여기서 비롯됐다. 주사랑공동체교회의 이종락 목사가 베이비박스를 설치한 것은 교회 앞에 유기된 영아들이 저체온증으로 세상을 등질 뻔 했던 일들을 겪으면서부터 출발했다. 이후 이 목사는 체코 가톨릭병원의 '베이비박스'를 참고해 2009년에 건물 벽면에 난방 시설과 알림 벨 기능이 갖춰 있어 아기가 놓여지면, 바로 벨이 울리는 구조의 박스를 착안해냈다. 베이비박스는 체코 뿐 아니라 일본 지케이병원의 '신생아포스트', 독일 '사랑의 바구니' 등 수많은 나라에서 유사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이 목사는 5년째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이들을 돌보면서 아이의 생사를 지키는 데 주력했다. 보육센터로 아기를 보내기 전, 사나흘 간 눈물을 글썽이는 아이들을 달래며 끼니도 챙기는 등 지난 2009년 겨울부터 찬 바닥에 버려지는 아이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현장에서 고군분투해 온 셈이다. 이 목사에 따르면, 베이비박스를 찾는 부모는 대개 두 종류로 나뉜다고 한다. 다시금 아기를 찾으러 오는 부모와 그렇지 못한 부모. 다시 찾으러 부모가 방문했을 시에는 이 목사가 이들을 우선적으로 설득하는 작업을 시도한다. 혹 약속된 기한까지 아이를 데려갈 의사가 있을 시에는 각서를 받고, 해당 기한까지만 아이를 돌봐주기도 한다. 베이비박스 문간을 넘어 이 목사의 품에 안긴 아기만 하더라도 현재 300명을 넘어섰다. 베이비박스 둘러싼 찬반 논쟁 '가열' 그러나 두 번째 베이비박스가 올해 5월 8일 경기도 군포시에 위치한 한 교회에 설치되자, 영아의 유기를 부추긴다는 목소리가 더욱 거세게 일고 있다. 이들의 주장은 베이비박스가 항간에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아기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무책임한 부모들이 베이비박스에 아이들을 버리고 있다는 것. 즉, 베이비박스가 아이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법적으로 처벌 대상에 속하는 영아 유기자들을 위한 방어막을 애써 쳐주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재작년 보건복지부 자료를 살펴보면, 작년 한해 유기 영아의 절반가량이 베이비 박스에서 발견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는 “죄책감을 덜어줌으로써 영아 유기를 조장할 가능성이 있으니, 곧바로 철거하라”며 입장을 내세웠다. 하지만 이 목사는 “유기 영아에 대한 최소한의 보호수단으로, 대안도 없는 철거 주장은 직무유기”라며 맞서왔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관할구청이 별다른 대안 제시도 하지 않은 채, 해당 공동체가 인가를 받지 않은 불법시설이라는 이유만을 내세운다는 점이다. 관할구청은 베이비박스가 설치됐던 지난 2009년 12월 이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박스 철거 명령만을 내리고 있다. 2011년 3월 15일 이후, 베이비박스에 유기된 영아들은 경찰청에 영아발견에 따른 신고를 하고 관악구청에서 영아 건강검사를 실시하게 한다. 이후, 장애여부 판정에 따라 적합한 시설로 입소를 보낸다. 하지만, 기초생활수급자에 관한 수급비용 외 장애아동 지원금 등 다른 지원은 전혀 없는 형편인데다 아이들의 치료비와 생활 등은 대부분 성금과 후원금으로 충당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정부의 규제 지침만 내려지는 가운데, 민간지원 속에서만 아이들의 불투명한 생사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찬반 논쟁이 가열되는 가운데, 2009년부터 2013년 7월에 이르기까지 영아 유기 건수가 전년대비, 43건이나 많은 171건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이에 수많은 아동복지 전문가들은 영아 유기가 늘어난 원인으로 지난 2012년 도입된 입양특례법을 지목했다. 입양특례법은 아기를 입양 보내기 전에 출생신고를 의무적으로 해야 하고, 입양 아동이 성장했을 시에는 본인의 뿌리를 찾을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을 골자로 담고 있다. 이에 의거해 첫 번째, 친부모가 의무적으로 출생신고·가족관계등록을 하도록 하고 두 번째, 입양에 대한 충분히 생각할 수 있도록 출생 이후 7일이 지나야 입양 동의 효력을 인정하며 세 번째, 관할 시군구 입양신고제를 가정법원의 허가제로 바꾸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출생신고 기록이 남는 것에 관련해 미혼모들이 입양절차를 기피하고 오히려 아기를 버리는 사태로 이어졌다는 것이 아동복지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홀트아동복지회 이사장 말리 홀트에 따르면 “2012년 개정된 입양특례법으로 인해 생모가 직접 출생신고를 한 뒤 일주일 간 숙려 기간을 거쳐야 하는 등 갑자기 복잡해진 절차로 인해 입양을 중도 포기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며 지적했다. 특히, 말리 홀트는 “생모가 아기를 자기 호적에 올려야 하는데 나중에 결혼하고 싶어도 출생 기록이 남는다”며 문제점을 토로했다. 이어 “몇 명을 버리고 있는지 정부에서 발표하지 않는다. 베이비박스에 버리는 숫자가 입양특례법 개정 이전에는 한 달에 2명꼴이었는데 지금은 20명으로 늘었다”면서 국제적으로 턱 없이 낮은 한국의 육아 복지 수준을 여실 없이 내보였다. 이 목사를 포함해 각종 시민단체에서도 입양기관에 맡길 시, 출생신고를 하라는 것은 현실에 맞지 않다고 지적한다. 이는 미혼모에게 아기를 몰래 버리라는 것과 마찬가지인 만큼 현실적인 정책으로 내용을 갈음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미혼부 출생신고, 유전자검사 등 절차 까다로워 또한, 미혼모의 경우 병원 측의 출산 증명서만 가지고 있으면 되지만 아버지인 미혼부의 경우, 출생신고를 하기 위해선 유전자 검사 등을 거쳐 자신의 혈육임을 입증해야 하는 등 복잡다난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도 영아 유기를 조장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이에 입양특례법을 전면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한편으로는 국내 입양 제도에 따른 악용 사례 역시 수차례 예고된 바 있다. 입양부모의 친자녀인 것처럼 허위로 출생신고를 접수하는 방식으로 입양이 이뤄지면서, 탈법적인 입양 관행이 수십년간 반복됐기 때문이다. 장애 아동의 지원금을 수탈하거나 앵벌이를 시키기 위해 입양제도가 악용되는 건수가 해마다 꾸준히 발생해왔다. 사실상, 입양특례법이 도입된 이유는 여기에서 비롯됐지만, 실질적으로 탈법적인 갖가지 행각들을 막을 수 있을지에 관한 실효성은 의문이 드는 시점이다.
실제로 나라 바깥에서는 국외 입양으로 아이들이 '수출품'처럼 취급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유럽 등에서 열악한 상황에 놓인 여성들을 착취해 입양을 강요하는 일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었다. 아동 중개상을 통해 상품이 돼 버린 아이들은 고아로 둔갑돼 선진국으로 입양되면서, 중개상은 막대한 이윤을 취하며 호황을 누리는 구조가 반복됐다. 이 같은 사건이 불거지는 이유는 아동 인권에 관한 인식이 부족하거나, 관계당국의 안이한 대처에서 비롯된다. 국내 역시 마찬가지인 셈이다. 정부는 아동의 복지에 최선이 되는 길을 최대한 모색해야 할 책임이 있다. 낙태를 금지하거나 베이비박스 설치에 딴지를 걸 것이 아니라, 출생한 아동을 미혼모가 직접 양육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할 마땅한 책임이 있는 것이다. 올바른 미혼모 대책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한국 미혼모들의 딜레마를 손꼽으며 올바른 미혼모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인권오름에 따르면, 임신한 비혼 여성들은 부모의 거듭된 낙태 강요를 끝내 거부하게 될 시, 내쫒기거나 부모로부터 지원을 받지 못하는 사태에 맞닥뜨리게 된다. 반면, 낙태를 하는 여성에게는‘생명을 경시하는 나쁜 여자’라는 꼬리표가 평생 붙게 된다. 비혼 여성과 아이가 친부의 도움 없이 절대 빈곤에 빠지는 경우 역시 허다하다. 이 때문에 아이의 친부에 대한 배반감과 미래와 대한 불안과 절망감 등으로 싱글맘의 삶의 역량은 저절로 떨어지게 된다. 이 딜레마가 연속적으로 발생하면서, 대한민국 미혼모들은 여느 여성들처럼 아이를 낳아 사랑으로 양육하고 싶어도, 극복하기 쉽지 않은 여건 속에 극심한 고통을 겪게 되는 현실을 마주해야 한다. 현재 여가부는 아동이 만 12살이 될 때까지 월 7만원과 최저생계비 150% 이하인 청소년 미혼모에게 월 15만원에 지나지 않는 양육비를 지원하고 있다. 아기의 기저귀와 물품을 구매하기에는 상당히 부족한 금액이다. 시설 역시 마찬가지다. 좁은 미혼모자 시설 문간에 서서 대기를 기다리는 아기들이 매일같이 넘쳐나고 있다. 미혼모자 시설과 일반 모자 시설 정원을 모두 합산해도 2000가구 안팎인데다, 까다로워진 입양특례법 탓에 입양을 망설이는 사람들이 점차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자녀양육을 원하는 미혼모들이 가정을 꾸려나갈 수 있도록 적절하게 보조해야 하는 정부의 책임이 가장 크게 공론화되는 시점이다. 베이비박스의 문이 열리기 전에, 아이와 엄마가 함께 살 수 있는 익명성이 보장되는 쉼터를 마련하는 등 공적 기관이 나서 미혼모가 양육을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울타리를 쳐야 한다. 베이비박스가 고향이 돼버린 아이들의 요람인 미혼모들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실질적인 국가 정책이 가히 시급하다. 찬반논쟁에 앞서 여성과 아이를 사지로 내보는 도덕적 질책에만 우리 사회가 집중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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