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입감(先入感)
멀리 희말라야 자락의 설산들이 보이는 파키스탄의 산악지대, 커다란 배낭을 메고 걸어가며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는 젊은이의 모습이 보인다. 오늘 가야하는 목적지는 정하였지만, 마련된 교통수단이 없으니 목표달성 여부를 가늠하기 어렵단다.
여행지 파키스탄은 인도와 아프카니스탄의 중간인 남아시아에 위치한 나라로서 국토면적은 남한의 9배 정도, 인구는 2억 5천만명의 이슬람 국가이다.
우리에겐 국가 이름은 많이 알려졌어도 그들의 역사 문화나 국민들의 생활상은 가까이 다가오지 않았다. 그 나라에 대한 선입관은 희말라야에 가까우니 지형이 험악하고, 이슬람 국가로서 사람들 마져 거칠 것이란 생각이 든다.
이슬람은 기독교, 불교와 더불어 세계 3대종교에 속하며, 다른 종교와는 달리 그 교세가 가장 빠르게 확장중이다. 그러나 테러 단체로 소문난 알카에다, 탈레반, 이슬람 국가(IS), 보코 하람, 알샤바브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무슬림들은 온순하다고 하였다.
이전에도 파키스탄 현지 트래킹을 하는 젊은이들의 여러 동영상을 보았다. 젊음으로 돌아갈수 있다면, 모든 것 제쳐두고 나도 해보고 싶다는 충동이 일어났다.
지형이야 대부분이 산지이고, 도로 사정도 비포장이 많아 걸어서 여행하기엔 험난해 보인다. 그러나 그들나라 국민들은 하나 같이 낯선 사람에 관심을 갖고 친절하게 대하는 모습이 감동적으로 비춰졌다.
히치하이킹(Hitchhiking : 여행 중이나 급할 때, 길가에 서서 지나가는 모르는 사람에게 차를 태워달라고 요청하여 얻어 타는 행위)을 하는 외국 사람들을 차나 오토바이로 태워주고, 심지어 집에까지 초대해서 숙식을 무료로 제공하기도 했다. 그것도 자신이 가야할 곳을 지나친 곳까지 태워주는 사람도 있었다.
과일이나 다른 먹을 것을 나누어 주고, 자신은 먹지도 않으면서 식당으로 데려가 밥을 사주는 사람도 있었다. 사례로 돈을 내밀어도 '자신에게 손님'이라며 극구 사양을 했다.
어쩌면 저럴수 있을까 하는 정도로 지나치게 친절했다. 더욱 재미있는 장면은 경찰들이 걸어가는 외국 여행자들을 보면 히치하이킹을 하게 적극적으로 도로에 서서 차를 잡아 준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티비방송처럼 커다란 카메라에 의한 촬영이 아니라, 개인이 찍는 쎌카이니 사전 연출이나 전혀 가식은 없어 보인다.
이땅의 사람들이라면 그게 가능할까? 꿈같은 이야기고, 천만의 말씀이다. 아마도 외지인이 말을 물어와도 귀찮다는듯 기피할 것이다.
그들이 믿는 종교는 이슬람교이다. 이슬람에 관한 선입감은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사람들이 거칠다는 것이었다. 비록 히잡을 쓰진 않았지만, 이슬람 교도인 그곳 여성들마져 낯선 외국 남성들에게도 친절하게 다가선다. 사람들은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눈에 보이기만 하면 손을 흔들며 인사를 건네는 모습이 정겹다.
시골의 풍습은 적어도 내가 살아온 우리네 70년대 보다도 정이란 첨가제가 더 진하게 뿌려진 진일보한 풍경이란 느낌이 들었다. 인접국가인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인 등도 국민성향이 비슷한 것 같았다.
나의 지론은 이슬람을 믿기에 선한 것이 아니라, 외부의 험악한 문화에 덜 교란되었기에 사람들이 순수하다는 말이다.
예전 내가 며칠동안 병원에 입원을 한적이 있었다. 당시 병실에는 나외에 50대 한국인, 40대 중국인, 그리고 20대 파키스탄인 그렇게 네명이 있었다.
나외의 그 한국인은 일체 대화가 없었고, 나는 중국인과 파키스탄인에게 손짓 발짓하며 소통을 시도했다.
그때의 일을 하다 다쳤다던 그 파키스탄 청년, 중국인은 소통을 하면서도 뭔가 숨기는듯 하여 말붙이기가 찜찜했고, 청년은 나를 아저씨 대하듯 다가오며 소통에 적극적이었다.
그때 나의 선입감은 파키스탄이란 낯선 나라 사람이고, 무슬림이란 거칠다는 생각으로 처음엔 머뭇거렸으나 나중엔 오히려 중국인보다 대하기가 훨씬 편하다는걸 실감했다.
사람들에겐 선입감이란 것이 있다. 선입감이란 '어떤 대상에 대해 경험이나 충분한 정보없이 미리 가지게 되는 주관적이고, 고정된 느낌이나 생각'을 말한다.
사람과 사람과의 사이엔 신뢰가 중요하다. 우리의 습성은 천성에서도 기인하지만, 교육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들의 부모, 학교의 선생, 그리고 종교인의 경우 지도자로부터 교육되어진다.
다른 종교의 측면에서 생각하면, 무슬림은 IS 등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들의 테러행위를 떠올리며, 거친 사람들이라고 치부해 버리기 쉽다.
지식도 없고 신앙심 엹은 내가 그 어떤 종교관을 거론하고자함이 아니다. 그러나 직접 경험하지 아니한 사실을 어느 한편의 주장이나 선입감으로 불신하는 것은 평상심을 잃어 위험하다는 느끼기 때문이다.
선입감에 고착되지 않으려면 많은 사람과 폭넓게 교류하고, 배우며, 나의 생각을 내려 놓는 마음의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 어차피 옳은 것은 옳은 것, 일순간의 자리 바뀜은 결코 오래가지 못하니 걱정스레할 것도 못된다.
기독교의 '사랑(Agape)', 불교의 '자비(慈悲)', 이슬람의 '자비로움(Rahmah)'은 각 종교의 핵심 가치로, 인간과 신, 그리고 이웃 간의 관계를 설명한다.
결국 크게보면 어느 종교이든 그 교리는 비슷하다. 신을 믿고, 죄짓지말며, 베풀며 살아 가라는 것...
종교란 연약한 인간에게는 꼭 필요한 요소인 것이다. 그러나 그 종교로 인하여 특정 인간에 예속되거나, 재물을 강요당하는 등 그것으로 신앙인에게 불행이 초래된다면 그것은 잘못된 믿음이다.
믿음이 없는 사람들은 복을 받는다는 대목에서 회의를 가질 것이다. 세상은 악인(사탄)의 지배하는데 언제 어떻게 복을 받을수 있을까?하는 회의감, 더구나 사후세계란 성급한 사람들에겐 너무 멀리 있다는 선입감을 가지게 될것 같다.
그러한 시험은 인내와 연단을 요구한다. 아무튼 종교인이란 그러한 선입감에 현혹되지말고, 자신의 종교에 몰입되어 다른 요소들을 뛰어넘는 사람이 진정한 신앙인이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