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불
최 명희 저
김원경 씀
늘 읽고 싶었던 최명희 작가의 혼불을 드디어 읽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말을 가장 잘 표현한 작품이라고 알려져 있어서, 늘 궁금하기도 하고, 너무 어렵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도 했었다.
그런데 첫장부터 사투리인데도 어렵거나, 모르는 표현이라는 느낌없이 착착 감기는 찰떡 같은 느낌이어서, 내가 괜한 선입관을 가졌었구나 싶었다.
같은 정서 속에서 느끼는 친밀감이 있었다. 거의 백년 전이 배경인 작품인데, 옛날의 생활모습도 잘 쓰여져 있었고, 종들의 삶, 백성들의 삶, 양반이지만 그들만이 감당해야하는 삶의 무게들이 마치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인 것처럼, 그리고 그 시절엔 그랬겠다 싶게 이해가 되었다.
각 계층들의 다양한 생활과 얽히고 섥힌 이야기들이 이웃집들의 이야기였고, 양반들의 무거운 삶도 백성들의 고단한 삶에 못지 않게 힘들었겠다 여겨졌다. 공동체 전체가 서로의 삶을 공유하고 있었다. 모두가 서로의 이야기를 낱낱이 아는 것의 피로감이 요즘 우리가 사생활 보호를 선택하게 된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개인적으로 제일 흥미로웠던 부분은 사천왕상에 대한 이야기였다. 절 입구에 있는 사천왕상은 보는 것도 무서워서 항상 눈길도 안 주고, 쳐다보지도 않고 지나가곤 했는데, 그 큰 덩치에 괴물같은 모습과는 달리 가엾은 백성들을 지키는 존재였다는 이야기에 놀랐다. 그 큰 이야기를 다 글로 쓰지는 못하겠지만, 앞으로 사천왕상을 볼 기회가 생기면 찬찬히 자세히 그 모습들을 살펴보고 싶어졌다.
고향에 남은 사람들과 각각의 이유로 간도로 넘어간 사림들의 이야기도, 작품 토지와는 좀 다른 결로 쓰여졌다고 느꼈다. '토지'에서건 '혼불'에서건 간도로 넘어가야만 했던 우리 조상님들 이야기는 우리에게 항상 궁금하고 가슴 아픈 이야기이다. 거기에서의 삶이 각자의 형편대로 바로 옆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처럼 쓰여졌다. 하지만 나는 그 이야기를 간추리기도 힘들다. 분명히 옆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읽었는데, 요약하기도 어렵다.
끝까지 독자들이 애태우며 읽었던 강실이 이야기는 계속 진행중인 상태로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