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출山을 닮은 월각山(456m), 땅 끝 기맥에 함께 있었네.
(전남 강진군 성전면 월하里)
햇살이 너무 고와 무등산을 쳐다보았더니 온 산이 눈으로 하얗게 쌓여있었다.
한 폭의 설화(雪畵)는 동화처럼 아름답게 보였지만 시내에서는 아예 눈 구경을
할 수가 없었다.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이 시작 될 거라는 주초의 한파 기상예보가 보도되면서
한 주간을 계속 우리를 추위에 떨게 하고 있다.
서울과 중부이북, 강원지역에는 폭설주의보와 경보가 하달되는 지역도 있었고,
한강물이 결빙되어 얼음덩어리를 들어 보이며 기상뉴스를 하는 여성아나운서의
모습도 TV에서 보았다.
햇살은 곱지만 바람결이 매우 차가운 날이다.
오늘은 강진에 있는 월각山을 산행하는 날이었다.
월각山(月角)은,
전남 강진군 성전면 월하里에 있는 산으로 높이는 456m이다.
월출산에서 뻗은 능선의 남쪽 끝에 솟은 해발 456m의 산으로 월출산국립공원
구역의 경계에 있는 산이다.
월출산과 마찬가지로 주로 암봉(巖峰)으로 이루어져 있으나 등산로는 대부분
암봉을 우회할 수 있도록 나 있다.
암릉 구간은 1.5㎞에 지나지 않지만 2시간 이상이 소요된다 했다.
암릉 위에 서면 천황峰을 비롯하여 구정峰, 도갑산, 문필봉, 주지봉 등으로
이어지는 월출산의 빼어난 자태(姿態)를 조망할 수 있단다.
한편 월출산(月出山, 810m)은 전남 영암군 영암읍에 위치하며 강진군 성전면으로
걸쳐 있는 산으로 견고한 석영반암과 분암類(류)로 구성되어 있는 바위산이다.
악산은 아니지만 산행코스가 상당히 험해 어린이를 동반하기는 무리한 산이다.
철사다리가 많고 바위와 돌, 그리고 계단도 많으며 계단 간격이 높은 곳이 많다.
영암아리랑 가사 중,
“달이 뜬다, 달이 뜬다, 월출산 천황峯(봉)에 보름달이 뜬다.”는 노랫말이 말해주듯
월출산은 산봉우리와 달뜨는 광경의 어울림이 빼어난 산이다.
서해에 인접해있어 달을 가장 먼저 맞이하는 곳이라고 해 월출산이라 하며,
“동국여지승람”에 의하면 신라 때에는 월나山(月奈),
고려 때에는 월생山(月生)이라 불렸다.
산의 최고봉은 천황峯(天皇봉)이며 남서쪽에 연이은 구정봉(九井峯, 743m)능선을
경계로 북쪽은 영암군, 남쪽은 강진군이 된다.
구정봉 남쪽으로는 도갑산, “월각山” 등이 있으며,
천황봉의 북쪽으로는 장군봉(將軍峯), 국사봉(國師峯) 등이 연봉을 이루고 있다.
언제나 그러듯이 목요일 밤에는 잠을 자지 못한다,
금요산행 때문에 생긴 오랜 습관인지,
아니면 설렘과 긴장 때문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아침을 먹고 산행준비를 하는데
아내가 오늘 날씨가 몹시 춥다고 했다며 옷 단속을 해준다,
그런 아내가 사랑스럽고 고마웠다.
나의 몸은
사랑의 저녁노을 속에 타오르는
불덩이입니다.
천둥번개
그리고 지진이라도
당신에 대한 나의
열정보다는 뜨겁지 못합니다.
나의 심장은
우리의 사랑을 향한 불덩이입니다
푸른 하늘과 무지개
그리고 꽃들도
당신에 대한 나의 사랑만큼
아름답지 못합니다. (詩人, 수잔 플리스 슈즈의 詩 “사랑의 노래”전문)
날씨가 추워서인지, 아니면 산행地가 가까운 거리여서인지 이유는 알 수 없으나
오늘은 회원들의 참여가 저조했다.
30명이 채 안된 회원들을 태우고 산행버스는 강진을 향해 출발했다.
강진은 광주에서 가까운 거리라 오전 10시도 못 돼서 산행기점인
대월마을(청자 골 달맞이마을)주차장에 도착했다.
산행은 오전 10시 40분에 시작되었으며 하산시간을 오후 3시 30분으로 정했다.
“한벽당 곽 기수 詩문학 체험 장”에 잠시 들렸다.
건물이 있는 것이 아니고 정리된 넓은 공간에 詩를 새긴 큰 바윗돌이 여러 개
세워져 있었다.
월각山 산행코스는 산행1-2팀 모두 대월마을에서 출발했다.
1코스=대월마을(한벽당 곽 기수 詩문학체험장) -삼거리이정표(420봉, 411봉)-
삼거리이정표(383봉) -삼거리 -월각山-묵동 치-묵동里 수암휴게소까지
(6.5km, 4시간 30분)
2코스=대월마을(한벽당 詩문학체험장) -삼거리이정표(420봉, 411봉) -
삼거리이정표 -밤재(땅 끝 기맥)까지,
=대월마을(한벽당詩문학체험장) -삼거리이정표- 420봉 -삼거리이정표-
풍양 조氏 묘(墓)까지이다.
나는 당분간 산을 타지 않고 자유산행이나 도보산행을 할 생각이다.
산행 1팀을 따라 가다 삼거리에서 둘레 길을 만났다.
“무하”, “송 국장”, “보름달”, “양파”와 5명이 한 조가 되어 둘레 길을 걸었다.
우리는 강진 무위寺를 향해 가다 호남의 3대 정원의 하나인 “백운 첩과
백운동 12경“이 있다는 백운동 정원을 구경하고,
대대적으로 조성해 놓은 녹차 밭에서 은은한 녹차 향을 음미해 보기도 했다.
무위寺에 들려 사찰구경을 하고 있었는데 산행버스가 우리를 데리러 왔다.
산행1팀 하산지점인 묵동里 수암휴게소로 이동했다.
오후 3시가 되자 산행 1팀들이 휴게소로 들어오고 있었다.
오후 3시 30분에 산행이 완료 되었다.
산을 다녀온 회원들은 이구동성으로 산이 험하고 위험했다고 말한다.
바위산인데도 안전시설이 하나도 없었고,
산행 길에 이정표가 없어 감(感)으로 산행을 했다는 것이다.
눈이라도 내렸으면 안전문제가 생길 수도 있었다고 했다.
산은 높지 않았지만 관리돼지 않은 산으로 겨울산행에는 무리일 수 있었다고
말하는 회원도 있었다.
하산酒를 산행버스가 주차중인 지금은 폐쇄된 수암휴게소에서 하기로 했다.
오늘 하산酒는 돼지고기 듬뿍 넣은 김치찌개에다 김장김치였다.
이 모든 것을 “보름달”회원이 자비(自費)로 준비했다고 한다.
고맙고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날씨가 춥고 바람이 차거 우니 회원들은 자연히 술이 당긴다.
소주와 막걸 리가 잘 팔린다.
술 때문에 추워도 일어 설 줄을 모른다.
12월 중순에 접어들면 바야흐로 송년회의 계절이 시작된다.
이런저런 이유로 모임을 갖고 모임에는 술이 빠질 수 없다.
“
물이 위험한 것은 사람의 몸을 빠뜨릴 수 있기 때문이고,
술이 위험한 것은 사람의 마음을 빠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신익전의 동강유집(東江遺集)”에서)
동양에서 이상사회로 여기는 때는 아주 옛날인 중국의 요순시대이고,
요순시대와 맞먹는 시대가 순(舜)임금 다음으로 천하를 다스렸다는 우(禹)임금
시대란다.
우(禹)임금의 가장 큰 업적으로는 9년간 지속된 홍수를 다스려 사람들이 제대로
살 수 있게 하였다는 것이다.
물길을 트고 땅을 메우는 등 치수(治水)에 매진하여 홍수를 다스렸다.
그런데 중국 송나라의 학자 양만리(楊萬里)는,
“물에 사람이 빠지는 것은 그 한 사람이지만,
술이 사람을 빠뜨리는 것은 자신을 빠뜨리고서 천하 국가에 까지 이른다.”라고
말하며,
우(禹)임금의 업적 중 맛있는 술을 싫어한 공(功)이 홍수를 다스리는 것 보다
더 크다고 하였다.
물에 사람이 빠지는 것은 보기 쉽기 때문에 조심하기 쉽지만,
술이 사람을 빠뜨리는 것은 보기 어렵기 때문에 절제하기도 어려워서,
그 맛에 취하면 성품이 바뀌어 말을 함부로 하고 예의를 잃게 되며 아무
정신이 없어도 그만 둘 수 없게 된다.
자신 뿐 아니라 가문과 나라의 패망까지도 이르게 할 수 있는 술을 경계하였으니
이러한 점이 홍수를 다스린 것 보다 더 큰 공이 되는 이유라 하였다.
광주에 도착하니 오후 6시 30분경 퇴근시간 때라 버스타기가 힘이 들었다.
추위에 떨면서 간선버스 9번을 기다리는데 감감 무소식이다.
초만원손님 때문에 그냥 지나가려는 버스를 간신히 세워 옛날 여차장처럼
가슴으로 밀고 겨우 올라탔다.
그래도 겨울은
(팡팡, 자작시)
그래도 겨울은 눈이 와야 좋다
하얀 눈이 펑펑 내려서
눈사람 만들고
눈썰매타고 눈싸움 하면서
언 손 호호 불며 웃어야한다
그래서 겨울이 봄 같아서는 안 된다
가을 같은 겨울이어도 안 된다
겨울은 겨울다워야 제 맛이 난다
군고구마 두 손으로 들고
뜨거워 호호 불며 먹어야한다
그래도 겨울은 추워야 한다.
매서운 바람 불어
털모자 쓰고
목도리 두르고 귀마개하고
연줄 잡은 손 호호 불며 달려야한다
그래서 겨울을 사는 사람들은
봄이 기다려지고
가을의 소중함을 알고
봄과 가을 사이에 겨울이 있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어서다
(2017년 12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