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진보적 보수주의자’라는 반기문 전 총장의 궤변
2. 박근혜, 할 말 있으면 헌재와 특검에서 해라
궤변(詭辯)은 얼핏 들으면 그럴듯하지만, 따져 보면 이치에 맞지 않는 억지스러운 말이다. 역설과 궤변의 차이는 역설은 어떤 주장에 반대되는 주장을 말하고, 궤변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은 말을, 마치 그런 것처럼 잘 포장해서 하는 말이다.
어떤 사람이 남의 소를 훔쳐 갔다. 관가에서 그를 잡아다가 왜 남의 소를 훔쳐 갔느냐고 신문(訊問)하였다. 그 사람이 대답하였다. "제가 길을 가는데, 길에 웬 쓸 만한 노끈이 떨어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노끈을 주워 가지고 집으로 간 것뿐입니다. 소는 잘 모릅니다."
길에 떨어진 노끈을 주웠는데, 노끈에 소가 매어져 있는 줄은 몰랐다. 그러니까 소를 훔치려 한 것이 아니고, 소를 못 본 것뿐이니 죄가 없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억지 주장이 궤변이다.
궤(詭)는 말을 나타내는 언(言)과 위험하다는 뜻의 위(危)를 합한 글자다.
궤(詭)에는 '속이다', '기만하다'는 뜻이 있고, '어그러지다'나 '헐뜯는다'는 뜻도 있다. 속임수가 있는 말은 위태롭고 위험하다. 그럴듯하게 들린다고 무조건 믿어서는 안 된다.
변(辯)은 두 명의 죄수(辛)가 자신이 죄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이리저리 따져 말하는(言) 모습을 담은 글자다. 말로 일의 옳고 그름을 따져서 가리는 것을 말한다. 변(辯)에는 '말 잘한다' 또는 '바로 잡는다'는 뜻이 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자신의 정치적 지향에 대해 “나는 진보적 보수주의자”라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1월 12일 귀국편 기내 인터뷰에서 ‘진보주의자인가 보수주의자인가’라는 질문에 “사람들은 저를 보수주의자로 본다. 하지만 대한민국 지도자 중에서 저처럼 진보적인 사고를 하는 이도 별로 없다. 스스로 진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빼놓고. 저는 진보적 보수주의자다”라고 답했다.
국가지도자를 꿈꾸는 인사가 정치 노선과 이념 지향에 관해 형용 모순의 말을 이렇게 버젓이 하다니 놀랍다. 정치란 표를 얻기 위해서라면 악마와도 손을 잡는 영역이란 말이 있긴 하다.
아무리 그래도 최소한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이라면, 분명하게 자신의 노선과 색깔을 드러내고 국민의 평가를 받는 게 옳다. 좋은 단어로 치장된 모호한 언사로 정치적 성공을 하려 해선, 지도자의 자격이 없을 뿐 아니라 국민 지지를 얻을 수도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1일 기자간담회에 이어 설 연휴 전에 또 기자회견이나 기자간담회를 열려 한다고 한다. 쏟아져 나오는 혐의와 의혹들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설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가당찮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박 대통령은 그동안 세 차례의 대국민 담화와 한 차례의 기자간담회를 열었지만, 해명이라고 내놓은 일방적 주장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모두 거짓으로 드러났다.
뻔한 사실도 모르쇠로 부인하거나 억지 논리로 죄 아니라고 우기기만 했다. 말 바꾸기도 예사였다. 대통령의 그런 행동에 국민은 크게 실망했고, 그나마 남은 신뢰도 거둬들였다. 지금의 탄핵 상황은 박 대통령이 자초한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이 또다시 일방적인 해명 자리를 만들겠다고 나서는 이유는 짐작할 만하다. 자신을 향해 조여 오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와 탄핵심판을 어떻게든 모면하려는 것이겠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16일 뇌물공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국회에서의 증언·감정에 관한 법률 위반(위증) 등 혐의를 적용해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됐고, 뇌물공여 액수는 430억 원으로 산정됐다고 밝혔다.
블랙리스트 의혹도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곧 불려오면 대통령이 바로 다음 조사 대상이다. 특검팀 대변인 이규철 특검보는 16일 오후 정례 브리핑을 통해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 명단과 관련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의 피의자 신분으로 17일 오전 10시 김기춘 전 비서실장을 소환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옛날의 궤변론자들은 논리에 바탕을 둔 궤변을 펼쳤다. 예전엔 궤변이 삶을 돌아보는 지혜를 일깨워 주기도 하는가 하면, 궤변의 논리적 모순을 깨뜨리기 위해 논리학이 발달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요즘의 궤변은 논리가 없다. 큰 소리로 제 주장을 우기기만 한다. 그럴듯하게 꾸며서 멀쩡한 사람들을 나쁜 길로 이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