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
‘홍대 철인 7호 치킨집 사장’
이미 좀 지난 이야기이지만, 요즘 같이 어려울 때 우리에게 잔잔한 감동과 좋은 영향을 미쳤던 한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홍대 철인 7호 치킨집 사장’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부모를 여의고 몸이 아픈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던 두 형제는 치킨이 먹고 싶어 5천 원을 들고 서성이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이미 여러 치킨집에서 퇴짜를 맞은 상태였습니다.
그날 철인 7호 치킨집 사장도 코로나 여파 때문인지 그날 치킨을 한 마리도 팔지 못했고 그래서 월세도 밀려 시름에 잠겨있던 차였습니다. 바람이라도 쐬려고 뒷문을 열고 나가니 골목에서 이 두 형제가 대화하는 것을 듣습니다. 동생은 연신 “치킨, 치킨!”이라고 외쳐댔고 형은 5천 원을 꼭 쥔 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치킨집 사장은 아이들에게 가게에서 가장 잘 팔리는 치킨 요리를 먹도록 해주었고 돈을 받지 않고 오히려 사탕을 주어 돌려보냈습니다. 그리고 배고플 땐 언제라도 찾아오라는 말도 해주었습니다. 동생은 그 이후에도 여러 번 치킨집을 찾아왔고 사장은 동생을 예뻐해 주며 미용실에서 이발도 시켜주었습니다. 이 사정을 안 미용실 사장님도 돈을 받지 않고 아이 머리를 깎아주었습니다.
거의 1년이 흐른 뒤 고등학생인 형이 이 사연을 편지에 빼곡히 적어 가맹점 대표에게 보냈고 그래서 이 사연이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가맹점 대표는 1년간의 월세와 천만 원의 물품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그러자 사람들은 ‘돈쭐’을 내줘야 한다며 먹지도 않으면서 치킨을 시켜 돈을 기부하는 등 엄청난 돈 폭격을 가했습니다.
이에 박재휘 사장은 잠시 가게를 닫는다는 말을 하고 그동안 도와주신 것들에 자신도 더 보태서 더 가난한 아이들을 위해 6백만 원을 기부했습니다. 자신이 한 것에 비해 너무 많이 받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는 “현재 많은 관심으로 인해 주문 폭주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밀려드는 주문을 다 받자니 100% 품질을 보장할 수 없어 영업을 잠시 중단합니다. 이른 시간 안에 다시 돌아오겠습니다.”라고 글을 남겼습니다.
가맹점 대표에게 편지를 보냈던 형은 그 편지에 이렇게 쓰고 있습니다. “저도 사장님처럼 어려운 사람들 도와주며 사는 멋있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형은 아무리 사랑을 하려 해도 세상은 불공평한 곳이란 믿음 때문에 사랑할 수 없는 처지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자아가 강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치킨집 사장님의 사랑을 받고는 그와 같은 사랑을 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그는 자신의 향유 옥합을 깨뜨려 편지로 그 감사를 전했습니다. 이렇게 누구에겐가 나의 향유 옥합을 깨뜨릴 사람이 없다면 그런 상태로는 어떤 진정한 사랑도 나올 수 없습니다.
[전삼용 신부님 강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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