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롯데 콘서트홀에서 있었던 김은선 지휘 서울 시향과 스티븐 허프 협연 후기입니다
한마디로 " 정석과 정석이 만나면 극강의 하모니를 만든다 " 로 정리하고 싶습니다
오늘 레퍼투아는 1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
2부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3번 이었는데요
두 곡 다 난이도 면에서 높다고 여겨지는 라흐마니노프의 작품이고 오늘 협연하는 스티븐 허프 경은 이번 주에 리사이틀도 예정되어있는데 과연 그가 라흐마니노프 3번을 어떻게 연주할까 무척 궁금함을 가지고 공연에 들어갔습니다 더욱이 김은선이라는 지휘자가 서울 시향과 함께 그려내는 라흐마니노프도 무척 기대가 되었죠
오늘의 기대는 전혀 배신없이 아니 그 이상으로 만족스러웠는데요
일단 김은선 지휘자는 그 어떤 지휘자보다도 협연자를 배려하는 마음이 등장에서부터 보여졌습니다
스티븐 허프가 손짓으로 김은선 지휘자보고 먼저 인사하라는 제스처를 한 것 같은데 김은선 지휘자는 스티븐 허프를 먼저 주목되게 인사시키고 본인은 악장과 악수만 나눈 채 바로 포디엄으로 올라갑니다
오늘 내내 느낀 것이 어떤 사람의 제스처, 눈짓 이런 것으로도 그의 많은 것이 보여진다는 걸 다시금 느꼈습니다 김은선 지휘자는 협연자를 배려할 뿐 아니라 본인의 음악을 이끌어내기 위해 오케의 모든 파트를 완전히 장악할 뿐 아니라 눈으로 몸짓으로 소통하면서 그들과 완전히 합체되어 템포 조절과 음량조절을 드라마틱하게 자유자재로 이끌어내어서 듣는 청중은 그저 자석에 끌리듯 개울물에 발도 적셨다가 잔잔한 호수도 보았고 망망대해 바다에 던져져서 쓰나미에 휘쓸리기도 하는 듯 했습니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이 고난도라는 것은 익히 알려진 터이고 임윤찬군이 반 클라이번 대회에서 연주해서 더 유명해진 것도 사실이지만 저는 오늘 서울시향과 스티븐 허프가 연주한 라흐마니노프 피협 3번이 무척 좋게 들렸습니다. 템포가 조금 빠른 듯한 전개였는데 그것이 전혀 싫지 않았던 것은 오케와 완전히 맞아 떨어진 합을 보여주어서 오히려 더 임팩트있게 들렸습니다
스티븐 허프나 김은선이나 무척 정석을 추구하는 아티스트들이라는 느낌이 들었는데요
현란한 제스처나 감동에 찬 자기 몰입없이 청중 모두를 정해진 로드로 끌고 가서 마지막에 같이 감동을 나누고자 하는 그런 느낌이랄까요
2부의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3번은 1악장 주제선율부터 좋았는데 특히 오늘 서울 시향의 현악파트가 너무 잘합니다 관악파트는 일당 백을 하는 주자라는 것을 지난 번 페트렌코 지휘 연주 때 익히 알고 있었는데 오늘은 현악파트가 김은선 지휘자를 만나니 날개가 달린 듯 날아갈 것 같은 부드러움, 저음부의 당당함이 제대로 느껴지는 현악부의 압승이었습니다
2악장에서 호른이 한마디 하고 하프가 아름답게 화답하고나니 바이올린 솔로가 그 위에서 예쁘게 그려내는 선율이 너무 좋았고 뒤이어 현악파트가 함께 힘을 합쳐서 아름다움을 배가시킵니다 김은선 지휘자는 그 모든 솔로 주자의 등장과 오케의 협업을 음량을 다운시키고 업시키는 그 절묘한 리드로 드라마를 절정에 이르게 했습니다.
생각해보면 라흐마니노프가 너무 했다는 생각도 듭니다 피협도 교향곡도 모두가 잘하지 않고서는 여간해서 감동이 일기 어려울만큼 어려운 작품인 것 같은데 서울 시향과 김은선, 그리고 스티븐 허프가 그걸 해냅니다
1부 라흐마니노프 피협이 끝나고 스티븐 허프가 짧은 앵콜곡으로 안톤 루빈스타인의 F장조 멜로디(Melody in F)를 직접 소개합니다. 잘 알려진 선율의 적당히 짧고 담백한 곡을 아름답게 마무리해서 토요일에 있을 리사이틀에 대한 기대가 더 높아졌습니다.
마지막에 김은선 지휘자가 솔로파트 단원들 하나하나 소개하는 부분도, 그리고 연주회 내내 보여진 그녀의 인품이 음악적 카리스마의 원동력이었겠다는 추측으로 후기를 마무리합니다
첫댓글 덕분에 음악을 더 깊이 이해하고 즐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평론 기대 하겠습니다.
서울시향의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공연이었습니다 김은선 지휘자의 미래 또한 밝아 보였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