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과 금호강이 만나는 지역의 넓은 퇴적층이 형성한 수려한 경관도 금호강의 악취를 가리지는 못하였습니다. 대명천의 검은 눈물은 낙동강의 눈물이자 아픔이었습니다.
<검붉고 탁해진 강물을 보며 순례단의 마음도 아프다>
<세상사를 짊어지고 흐르는 낙동강은 아프다>
낙동강을 따라 많은 지역이 나뉘어 있습니다. 나뉘어 진 지역마다 서로 다른 사람들의 문화와 삶이 있고, 낙동강을 만나는 또 다른 생명의 강들이 있습니다. 수많은 강과 하천, 지천이 우리 사회의 모습을 반증하며 오늘도 계속 흘러가며 낙동강의 오늘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순례단의 하루 하루의 짧은 발걸음 역시 그 생명의 강을 따라 흐르다 돌아올 것을 기약하는 여정입니다.
오늘 하루 순례단은 변화무쌍한 길을 걸었고, 그 과정에서 역시 변화무쌍한 낙동강을 만났습니다. 낙동강에서 시작하여 금호강 합류지점을 보았으며, 대명천과 진천천이 만나 몸살을 앓고 있는 낙동강을 보았습니다. 그렇게 순례단의 마픔도 아프기만 한 날이었습니다.
<너무도 아름다워 9번이나 찾았다는 구라리>
“우리 사회의 아픈 세상사를 짊어지고 흐르는 낙동강을 보면서, 그 속에서 강으로 흘러가는 예수를 봅니다. 낙동강의 아픔을 모두 함께 듣고 보면서 평화를 생각하는 순례가 되길 기원”하는 오규섭 목사님의 아침 기도로 중터나룻러를 출발하면서 하루가 시작되었습니다.
순례단은 출발하자마자 상수원 보호구역이라는 간판 인근지역에서는 폐수가 유입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상수원 보호구역이자 취수장이 바로 인근 지역에 있는데, 배수펌프장 공사를 이런 식으로 하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허술한 대책이었습니다. 이곳을 지난지 채 10분도 되지 않아 취수장이라서 뱃놀이도 금지하는 지역에서 모터보트가 떠 다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뱃놀이 금지 간판과 모터보트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매곡취수장과 강정 취수장 뒤편의 산 정상에서 본 낙동강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한때 유장하게 흘렀을 낙동강이 이제는 모두 천변을 배았기고, 홍수시기 물이 흘러야 할 공간은 모두 사라졌습니다. 홍수만 나면 우리 사회는 이를 자연재해라합니다. 하지만 강물은 원래 자신이 가이 가야 할 길을 갈 뿐입니다. 우리 사회가 자연재해를 막기 위해 제방을 높게 쌓지만, 강물은 강물이 가야 할 길을 가고 있을 뿐입니다.

낙공강과 금호강이 합류되는 지점 상류에 설치된 매곡 취수장과 강정 취수장은 대구시민이 이용하는 생활용수의 75% 정도를 공급하는 취수장입니다. 표류수를 이용하여 취수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강정 취수장 하류부분에는 고무보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강정취수장 고무보 하류가 바로 금호강과 낙동강이 합류하는 지점입니다.
상류의 수많은 골재채취와 구미지역 공단의 오염사고에도 일정정도 수질을 확보하던 낙동강은 금호강을 만나면서 몸살을 앓기 시작합니다. 금호강은 경북 영일군에서 발원하여 영천댐을 거쳐 대구의 폐수를 담아 낙동강으로 유입됩니다. 수질 측정의 지표로 사용되는 BOD(생물학적산소요구량) 수치 역시 금호강이 합류하는 지점에서 높은 수치로 상승합니다. 순례단이 지나온 금호강은 검붉은 강물과 기분을 상하게 하는 냄새가 역력하였습니다.
이후 순례단은 성서공단에 있는 한국지역난방공사 인근에 있는 달성습지생태복원사업자 인근에서 점심식사를 하였습니다.
달성습지는 습지보호지역 및 야생동식물 보호구역입니다. 천연기념물 제228호 흑두루미 도래지이며 수달 등 멸종위기동물이 서식하는 지역이라 합니다. 그러나 ‘흑두루미’ 월동지라고 하나, 최근에는 흑두루미는 찾아볼 수 없고 높다랗게 쌓아진 제방과 사람의 손길로 이루어진 조경사업이 한창인 공간으로 변하였습니다. 지금은 공사가 멈추어진 상태로 모니터링을 하고 있습니다.
달성습지를 알리는 안내판에는 ‘토지의 형질변경 및 습지의 수위 또는 수량에 증감을 가져오는 행위’를 제한한다는 안내가 있습니다. 달성 습지 역시 운하가 추진되면 모두 사라질 것이 우려됩니다. 하지만, 운하를 걱정하기 앞서 순례단은 애써 습지복원지로 조송해 놓은 이곳에서 죽음의 그림자만 확인하였을 뿐이었습니다. 자연이 만든 질서를 인간이 다시 개조하여 조경하는 모습. 어쩌면 이 모습처럼 우리는 운하라는 이름의 무모한 도전을 자연의 한계를 극복한 인간의 위대한 도전이라 자랑스러워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성서공단의 제방길을 걷는 제방길에 순례단은 바람길에 실려온 화공약품 냄새를 맡았는데, 바로 대명천과 진천천을 만났습니다. 성서공단 옆을 지나는 대명천은 정말 심각하였습니다. 대명천은 이후 진천천을 만나 금호의 물줄기와 함께 낙동강으로 흘러갑니다. 순례단이 그동안 만났던 하천 중에서 가장 심각한 상황인 하천으로 기억하게 될 대명천은 검붉은 폐수가 하류지역 주민의 식수원인 낙동강으로 그대로 유입되고 있었습니다. 지역분들에 의하면 이나마도 좋아진 것이라 하더군요.
사문진교 화원나루터 자리 인근에 있는 화원유원지 전망대를 오르면 낙동강과 금호강이 만나 이루고 있는 삼각주를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화원유원지 전망대에서 낙동강쪽 절벽에는 용문사(?)라는 사찰이 하나 있고. 인근 지역 마을 명칭이 ‘구라리’입니다.
관련 자료에 의하면 화원이란 지명은 신라 40대 애장왕이 이곳에 아름다운 꽃이 피어 임금이 직접 아홉번이나 왔다고 합니다. 그렇기에 성산동과 구라동의 접경에 있는 산의 상봉을 상화대(賞花臺)라고 지었으며, 아홉번이나 왔다고 해서 ‘구라(九羅)’라는 마을 이름이 생겨나게 되었으며, 화원이란 지명은 신라 때부터이며 지금도 아름다운 동산 ‘화원’이라 불리고 있다고 합니다. 명칭처럼 낙동강과 금호강, 달성습지와 진천천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지역입니다.
전망대에 올라 한때 경북 제일의 수질과 경치를 자랑하던 이 곳이 공단에서 나오는 폐수와 우리 사회의 무관심에 의해 검붉은 눈물로 변해 흘러가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낙동강을 다시 보았습니다. 그리고 탁해진 강물을 따라 순례단의 마음도 아파옵니다.

낙동강 물길을 따라 신석기 시대 이후로 지금까지 수많은 공동체가 자리잡아 삶과 문화를 가꾸어 왔고, 앞으로도 우리의 아이들이 삶의 터전으로 잡아 자라날 것입니다. 그들이 살아가며 만나는 물길은 지금처럼 탁하고 검붉은 물길이 아니라 생명의 온기가 넘치는 강이 되어야 합니다. 낙동강이 그렇게 흘렀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순례단은 그렇게 한때는 절경이었다는 화원유원지 공터에서 낙동강의 평온과 안녕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종료되었습니다.
<변화무쌍한 낙동강>
낙동강은 1991년 페놀오염사건을 계기로 「4대강별 수질보전계획」이 발표되었고, 이어서 1993년 「맑은물 공급 종합대책의 전면 수정」, 94년 유기용제 오염사고를 계기로 「수질관리개선대책 수립」, 96년 「낙동강 조기 수질개선대책」등 수질개선 대책들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2006년에도 퍼클로레이트 검출 사고가 발생하였고, 지난 3월에 또다시 페놀과 포르말린이 유출되면서 낙동강을 의지하여 살아가는 1천만 영남권 주민들은 여전히 물 문제에 대해선 불안하고, 민감하다.
경부운하는 이러한 민감한 낙동강의 물관리 정책을 뒤흔드는 사업이다. 물 관리 대책이 시작된 1993년부터 계산하면 한강과 낙동강 물 관리 대책 투자비용은 무려 20조원에 달한다. 향후 2015년까지 추가로 투입될 한강, 낙동강 물 관리 대책비용만 해도 20조원이나 된다. 모두 종합하면 한강과 낙동강에 국민혈세 40조 원이 투자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먹는 물을 살리기 위해 40조원이 투입되고 있는 절박한 상황에서, 한강과 낙동강에 운하를 만들고 화물선을 뛰우면 수질이 좋아질까? 당연히 하천의 수질은 크게 위협받게 된다. 지금까지 우리사회의 수질개선은 강의 오염원을 차단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 왔고 이에 따라 법과 제도를 마련하여 왔다. 그러나 경부운하는 새로운 오염원을 유입시키거나 인공구조물을 설치함으로서 오염원 근절과 같은 수질관리를 근본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든다.
앞서 수차례 지적하였듯이 경부운하는 553km 구간에 16개의 수중보와 19개의 갑문을 설치할 계획이다. 전체 한강~낙동강 553km는 평균 29km마다 수중보와 갑문이 들어서게 된다는 계획이다. 이럴 경우 흘러야 할 강이 정체된 담수호로 바뀌고, 담수호 수질에 영향을 미치는 비료성분 인(P)은 운하 수질을 급속도로 악화시키는 주 원인이 될 것이다. 총인(T-P) 농도를 기준으로 보면 현재 하천상태에서도 낙동강은 연평균 4~5급수(월 최고치는 등급외)의 수질을 나타내고 있다. 이는 경부운하 건설로 한강과 낙동강이 정체수역으로 바뀔 경우 심각한 부영양화를 예고하는 것이다.
오늘 순례단이 일정을 종료하였던 화원나루는 낙동강에 금호강과 대명천, 진천천이 합류되면서 수질이 급격히 떨어지는 지역으로 2006년 COD 기준 연평균 7.0mg/L로 4급수였으며, 4월과 7월에는 10.24로 등급 외 수질이었다. 총인(T-P)의 경우 역시 06년 연평균 등급외 판정을 받았다.
이러한 낙동강에 수십 개의 수중보와 갑문, 댐이 필요한 경부운하는 낙동강 수질을 더욱 악화시키게 될 것이 자명한 일이다.
이명박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운하를 만들어 새로운 오염물질을 추가로 낙동강에 쏟아붓는 정책을 하면서 수질이 좋아질 것이라 억지를 부리는 것이 아니라, 낙동강과 유입하천에서 오염원의 유입을 차단하기 위한 기초시설 확충과 식수원으로 유입되는 공장지대 폐수에 대한 엄격한 기준 적용 및 관리이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의 순례에는 지역에서 자연생태를 보전하기 위해 노력하는 분들의 참여가 많습니다. 이곳 대구에서는 많은 분들이 참여하고 계시며, 지역 현안에 대한 설명에서부터 운하의 문제점까지 다양한 분야에 대해 순례단과 정보를 나누고 있습니다.
오늘 순례단에 참여하신 분 중에서 이곳 대구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대구라는 특정한 지역의 이야기 일 수도 있으며, 또한 우리 모두의 이야기 일 수도 있다 생각합니다.
대구영남자연생태보존회라는 단체에서 활동하시는 황숙영님은 “(강을 중심으로 한) 자연생태를 보전해야 한다. 그리고 물류는 철도나 도로 등의 이동수단이 더 신속하다.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에서 내륙으로 운하를 하겠다고 하는데 과연 운하가 물류량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운하 계획을 타당성에 대한 의문을 표하였습니다. 그리고 “전문가들이 나서서 운하의 허구성을 만천하에 알려야 한다”고 합니다. 이명박 정부의 운하 추진 계획에 대해서는 “운하는 단번에 추진되지 않을 것이다” 라며, “이명박 정부는 ‘현재와 같이 높은 비율로’ 국민들이 왜 운하를 반대하는가에 대한 의견을 정확히 수렴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셨습니다.
대구에서 목회 활동을 하시면서 현재 순례단에 7일 예정으로 참여중인 오규섭 목사님은 사람은 자연스럽게 살아야 하고 더불어 살아야 함을 강조하시면서, 물길에 도로를 내는 등 성장일변도의 경제정책을 비난하셨습니다. “낙동강 금오강이 많이 황폐해 졌는데 운하로 인해 더욱 황폐화 될 것이며 결국 회복 불가능한 대구로 전락 할 것”을 걱정하셨습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운하 정책팀에서도 단기적 경제효과도 얻기 어렵다는 것을 알 것”이라며, “운하가 건설 되려면 결국 특별법이 통과되어야 할 것인데, 정말 그렇게가지 할 경우 사회 각계 인사들과 국민들이 나서서 막아야 할 것”이라며 운하 건설이 저지 될 것이라고 관망하셨습니다.
대구 마가교회의 서일웅 목사님은 “개인적으로 생명운동을 하고 있고, 운하는 반생명적이기 때문에 한번 체험의 기회로 삼고자 참가”하셨답니다. 목사님은 “환경을 훼손하는 정책은 절대로 반대하신다”며, “자연은 생명의 뿌리인데 인간을 위해 생태계를 왜곡 시켜서는 안 된다”고 거듭 강조하셨습니다. 또 “반역사적인 운하를 위해 더 이상 우리가 욕심을 내서는 안 되며 현재는 오히려 생존하기 위해 우리의 경제 제일주의 가치관에 대해 성찰할 때”라고 하셨습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에서 활동하시는 조정훈씨는 “자연생태계는 온 국민이 누릴 자산이며, 운하가 추진될 경우 땅 투기가 극성하여 소수 특정인에게 이익이 될 것이기 때문에 절대 다수의 국민에게 피해를 주는 운하를 막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씀 하셨습니다.
어쩌면 이 분들의 생각이 우리 모두의 생각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운하라는 낮선 용어가 우리 사회에서 널리 사용되고 현실적인 정책인 것처럼 호도되는 것 또한 현실입니다. 운하를 주장하던 일부 정치세력이 이번 총선에서 운하를 공약으로 포함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도 먼 소식으로 들립니다. 순례길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의 바램과 기도가 현실화되었으면 합니다.
<함께하는 사람들>
오늘 순례단에서는 단장인 이필완 목사님을 비롯하여 전진택 목사, 오규섭 목사, 김규봉 신부, 홍현두 교무, 도법 스님, 연관 스님, 지관 스님, 박남준 시인, 이원규 시인 등이 참석하였습니다.
하루 동참자로는 곽상수(대구공간앞산달빛) / 이상옥(대구 앞산터널반대농성진행자) / 강철완 외 14명(원주 참꽃작은학교) / 천수자 외 1명(서울) / 고경수 목사님 외 1명(대구 목정평) / 오상운 외 6명(포천, 성공회 나눔의 집) / 김상화(운하백지화국민행동 공동대표) / 강금수(대구참여연대) / 황숙영(대구영남자연생태보존회) / 서일웅 외 12명(마가교회) / 한수영 외 2명(민주노총 골재노조) / 김완현 외 1명(민주노총 지하철) / 김대용 외 2명(민주노총 본부) 등이 참석하여 하루를 함께 하였습니다. 민주노동당에서는 위원장임을 비롯하여 많은 분이 참석하였으나 미처 기록하지 못하였습니다.

원주참꽃작은학교의 강철완 선생님과 어린천사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지난 원주 일정에도 참여하시고, 어제부터 오늘은 천막까지 준비하여 순례길에 동참하였습니다. 마음을 내어 먼 길을 마다 않고 달려와 순례단과 함께 하였습니다. 순례단 모두의 감사의 마음 전합니다.
<일정 안내>
* 3월 20일(목) 일정 : 달성군 옥포면 간경리 한밭들 - 논공휴게소 근처 - 약산교 * 3월 21일(금) 일정 : 휴식
* 정확한 출발 장소 및 시간은 도보순례단에게 전화 문의하시기 바랍니다.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 불교사회복지회(대표 지도 스님)에서 마음을 모아 후원해주셨습니다. - 김정림님이 마음을 모아 후원해주셨습니다.
* 도보순례 1일 참가 일정과 수칙은 www.saveriver.org 공지사항을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2008. 3. 19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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