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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사랑방
 
 
 
카페 게시글
―‥‥세계엔n 스크랩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과 말조개, 그리고 그리움 하나
권종상 추천 0 조회 209 10.05.14 09:36 댓글 4
게시글 본문내용

 

 

 

 

이 조금 징그럽게 생긴 것이 무엇이더냐....?

 

 

미국의 서부 해안지역에서 산다는 것으로 인해 맛볼 수 있는 가장 특별한 별미 하나가 '구이덕'이라고 불리우는 조개입니다. 영어로는 geoduck 이라고 쓰는데, 발음은 '구이덕' 입니다. 이 말은 원래 이곳 원주민(인디언) 말로 '깊게 판다'는 것을 뜻한다고 합니다.

우리말로는 큰 백합조개? 그정도로 해석이 되는군요. 실제로 이 조개는 크기도 크거니와 생긴 것이 음경과 음낭을 연상시키도록 이상하게 생겨서 이걸 다듬어야 하는 여성들의 얼굴을 빨개지도록 만드는 조개이기도 합니다. 이곳의 한인 노인분들은 "그거 생긴게 말X 같이 생겼다"고 표현하셔서 껄껄 웃은 적도 있습니다.

 

아무튼, 이 조개를 잡아 다듬은 후에 살짝 데쳐서 썰어 초고추장에 찍어 먹거나 와사비 간장에 찍어 먹으면 그 신선한 향이 입안을 꽉 채웁니다. 한인들도 좋아하지만, 미국사람들도 이 조개는 무척 좋아합니다. 보통 먹는 방법은 틀린데, 우리가 회를 선호하는 반면 미국인들은 파스타 소스에 쓴다던지, 클램차우더를 만들어 먹던지 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회 비슷하게 해서 '까르파쵸'같은 전채 요리도 만들어 먹기도 합니다.

 

어머니께서 이 귀한 조개를 가져다 주셨습니다. 선물 받으셨다고 했는데, 바닷가에 사시는 어머니 친구분께서 주셨다 합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바닷가 뻘을 깊게 파야만 잡을 수 있는, 수고를 해야만 하는 조개여서 가격도 비쌉니다. 아들이란 게 참 웬수라, 이렇게 아들 가족 먹으라 가져다주신 어머니께 고마울 뿐입니다. 뭐, 모자 관계도 기브 앤 테이크, 저는 며칠 있다가 어머니 좋아하시는 맥주집 가서 한잔 쏴야죠. 하하... 그래도 늘 받기만 해서 부끄러운 아들입니다. 당신은 한참 드셨다 하는데, 얼마나 드시려는지... 죄송스럽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아무튼, 이 구이덕은 살짝 데쳐 회로 썰어놓으면 그 향 때문에 우리네 소주와도 무지 잘 가고, 담백하면서도 씹히는 촉감이 좋아 위스키나 보드카 같은 독주 안주로도 좋습니다. 그러나 저는 와인 애호가로서, 아내가 다듬어 내 놓은 이 구이덕 회를 뭐랑 같이 먹을까 고민해 보았습니다. 일단은 백포도주로 가는 것이 당연하지요. 그렇다면 집안에 있는 건 샤도네, 리즐링, 피노 그리, 소비뇽 블랑 등이 있는데... 이런 저런 고민하는 것보다는 일단 다 따서 맞춰 볼까 하고 아내에게 말했다가 아니나 다를까 야단만 맞고 깨갱 한 후에 소비뇽 블랑을 한 병 꺼내어 땄습니다.

 

노빌로... 저렴한 가격으로 괜찮은 소비뇽 블랑을 내 놓는 뉴질랜드의 와이너리지요. 물론 뉴질랜드 산 소비뇽 블랑이라면 클라우디 베이, 빌라 마리아 등이 먼저 생각나지만, 저는 저렴한 가격으로 충분히 뉴질랜드의 푸른 초원의 기운을 느낄 수 있는 이 와인도 좋아합니다. 가격차도 꽤 나거든요. 클라우디 베이같은 경우 코스트코에서도 20달러 정도를 줘야 하는데, 노빌로는 8-9 달러 선에 가격에 팔리고 있습니다.

 

뉴질랜드 와인은 역시 산도입니다. 회엔 보통 레몬을 뿌려 먹는 것이 우리집의 습관이긴 한데, 굳이 그런 걸 하지 않아도 와인의 산도와 레몬 향이 구이덕의 향기로운 맛과 잘 어울려줍니다. 이것만 먹긴 좀 뭐 해서, 시금치와 해산물이 들어간 라비올리를 사이드로 놓고 함께 했습니다. 이것도 괜찮네요.

 

사실 우리나라에 가면 꼭 해보고 싶은 것이 신선한 멍게 해삼 등을 놓고 좋은 소비뇽 블랑 마셔보는 겁니다. 이곳에 오는 멍게들은 다 냉동이거든요. 바로 깐 멍게의 싱싱한 향을 맡으며, 해삼의 그 특별한 질감을 입으로 느끼며, 짭조름한 여름 바닷바람을 맞으면서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와 선대들이 계신 선산이 있는 경상도 영해 거무역 근처 고래불 해수욕장의 해변가에 앉아 마시는 소비뇽 블랑의 기분은 어떤 걸까 생각해보면 정말 우리나라에 가보고 싶은 마음 간절해지는군요. 아니면 왁자지껄한 수산시장 한 복판에서 이런 걸 먹어보면 어떨까... 기분이 정말 틀릴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아, 갑자기 고향이 더욱 그리워집니다.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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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0.05.14 10:11

    첫댓글 정말로 말이랑 비슷한것같네요....
    입안에서 씹히는 맛이 우리네 갯벌에 나는 개불과 맛이나 모양이 비슷하다고 보여지네요...
    소주와 잘어울릴것 같은 생각이 ....

  • 10.05.14 16:56

    화이트와인과 잘 맞을 것 같습니다....꿀꺽...언제 함 먹어볼테야..꼭.. 아님 키조개라도 데쳐서
    -ㅁ-

  • 10.05.17 15:35

    미국, 캐나다 다닐 때 많이 먹었는데 선원들은 데치지 않고 그냥 먹습니다.
    맛이 참 좋죠. ^^

  • 10.05.19 08:38

    몇 년전 밴쿠버 섬에 휴가 갔다가 한20 여 마리 잡아 왔습니다. 데쳐서 회로 먹어도 좋고 된장'찌개에 넣어 먹어도 좋습니다.
    잡기가 조금은 어려워서.... 일본 사람 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 중에 하나라고 합니다. 마츠다케(자연 송이)와 이 구이 덕
    모두 무엇을 닮았다고.... 정력에 좋다고.....이거 캐나다에서 한마리에 좀 큰 것이 한 50~60 캐나다 달러 합니다.
    다시 한번 이번 여름을 기대 하여 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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