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조다슬
반려묘에게 사료를 주는 손톱이 있다. 엄마의 손톱이다. 엄마의 손톱에 종종 드는 멍은 구멍이다. 아니, 비상구다. 비상구를 열고 나갈까 말까 나갈까 말까 자주 멍을 엿보다 말다 엿보다 말다 한다. 비상구를 지나면 부엌이 있다. 청바지를 입고 있는 엄마……. 청바지도 월경을 하는데 엄마는 왜 월경을 안 해요? 나는 설거지를 하려고 씽크대 앞에 선다. 설거지를 하면 꼭 화분에 물을 튀는 거 알아요? 화분에는 아무 것도 없다. 새순이 돋지 않는 것은 엄마 탓이 아니야. 아무 것도 심지 않았는지도 몰라. 손톱이라도 잘라 심어줘야지. 손톱도 싹이 트면 먹을 수 있을까. 딸깍 딸깍 딸깍 싹튼 손톱을 먹으면 엄마가 될 수 있을까. 너는 왜 그런 미신을 좋아하니? 손톱을 기르지 마라. 메니큐어도 칠하지 마라. 네 자연을 볼 수 없잖니? 손톱이 멍든 엄마. 엄마의 비상구는 나갈 수만 있지 돌아올 수는 없다. 멍을 열고 나간 부엌에는 물이 차오르고 손톱은 물 위로 둥둥 떠다닌다. 빠질까 말까 빠질까 말까, 부엌에 쪼그려 앉아 엄마가 키운 손톱을 먹으며 나는 몇 번이고 다시 태어난다.
* 시작 노트 : 희생하는 엄마를 보면 미안한 마음과 죄책감이 들지만 막상 효도를 하려고 하면 망설여지는 자식들의 마음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