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짝 쿵짝 쿵짜자 쿵짝 네박자 속에
사랑도 있고 이별도 있고 눈물도 있네
송대관의 '네 박자' 가사다.
온천장에는 ‘카페느루’가 있다. ‘느루’는 ‘한 번에 몰아치지 않고 느리게 길게 잡아서’란 우리말이다. 카페느루에는 부산에서 유일하게
참숯으로 생두를 로스팅하는 기계가 있다.
참치 회를 먹던 재벌사 사장단 모임에서 참치 회 맛을 좌우하는 요소에 대해 말이 오갔다. 육질, 신선도 등등. 재벌회장이 “크기”라고 했는데
반신반의 하던 일행이 조리사에게 물었더니 “맞다”고 했다. 설마 재벌 사장단이 조리대에 앉아 먹진 않았겠지. 조리사가 재벌 회장 체면
세워 주느라 편들지 않았다는 얘기다. 음식에 재료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인류 문명은 화식으로 바뀌며 삶이 엄청나게 달라졌다. 불에 구우면 소화도 잘 되고 맛도 좋아 굽고 지지고 끓이고 삶는 방법과 도구와 그릇이 개발되면서 새로운 역사가 시작됐다.
도자기를 구울 때 도자 명장들은 한시도 불 곁을 떠나지 않는데 불 조절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세면 타고 약하
면 설익는다. 음식이나 도자기 등에는 불 조절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동경제과제빵학교를 나와 윈제과를 운영하고 있는 김혜덕 여사장의 말이다. 실습 시간에 같은 재료의 밀가루, 설탕, 우유, 버터 등을 가지고
같은 시간 동안 같은 장소에서 빵을 구워도 모양과 맛이 다른 빵이 나온단다. 허기사 똑 같은 조리법으로 조리해 똑 같은 맛이 나온다면 전국의 맛 집
은 하나 밖에 없겠지. 조리하는 사람의 손맛이 중요하다는 말씀.
송대관은 네 박자에 인생이 있다고 했는데 음식에서 네 번째 박자라면 음식을 먹는 사람이겠지.
국내 커피 계에는 1서 3박의 4대 커피 명인이 있는데 그 중 한 분이 홍대 입구에서 칼디커피를 운영하는 서덕식 선생이다.
카페느루의 박상우 사장은 커피숖이나 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커피업계에 발을 디뎠다가 유명한 김기덕 감독의 지인으로부터
서덕식 선생을 소개받고 정식으로 커피를 배우게 됐다. 서덕식 선생으로부터 커피를 배워 보니 ‘커피숖이나 해 볼까’하는 마음이
엄청 잘 못된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스승으로 인해 교과서 적인 커피 세계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어느 분야든지 명인이 되려면 본인의 재능과 열정 외에 좋은 스승을 만나야 된다. ‘홀로 서기’를 하면 아집이 생길 수 있고 가르침에만
충실하면 주관이 없어진다. 그런 의미에서 서덕식 선생은 좋은 스승이었다. ‘너만의 커피를 만들어라’는 가르침을 주었으니까.
나만의 길을 가는 것은 가시밭 길이었다. 스승의 가르침에만 충실하면 쉬운 일이지만 그 가르침에 내 혼을 불어넣어야만 했다.
욕을 많이도 들었다. 제대로 못한다고.
스승은 국내 커피 발아기에 입문하여 고난의 여정을 겪었기 때문에 제자가 힘들어 할 것을 안타까워 한 마음에서 그랬을 것이다.
이른 바 맷집을 단련시킨 것이다. 이 분야에는 말이 많다. 심지어 국내 다섯 대 밖에 없는 참숯 로스팅기를 두고도 이런 저런 악담을 쏟아내지만
박상우 사장이 묵묵히 자기의 길을 가고 있는 것은 그 스승의 혹독한 가르침 덕이다.
커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로스팅이라 한다. 커피맛의 80%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로스팅의 기본은 불 조절이다. 로스팅의 불은 전기,
가스와 참숯이 있는데 국내에는 참숯 로스팅기가 5대 밖에 없다. 가격이 비싸 그런 것도 있지만 드는 수고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일반 로스팅에 드는 시간이 14~16분이면 참숯 로스팅에는 18~28분이 든다. 전기와 가스는 불 조절이 쉽지만 참숯은 벌겋게 단 숯으로
더하고 덜해 불 조절이 어려울 뿐 아니라 비용도 훨씬 많이 든다. 그럼에도 그렇게 하는 것은 견줄 수 없는 맛을 얻을 수 있어서다.
참숯 로스팅이 좋은 이유는 원적외선으로 긴 시간 동안 타지 않게 생두를 볶으며 생기는 가스를 없애면서 로스팅하기 때문이란다. 바쁘지 않게 하는 것이
‘느루’의 여유를 닮았다. 숯불쇠고기구이가 맛있는 이유와 마찬가지다. 원적외선은 속까지 골고루 익혀주는데 단점이라면 숯 로스팅을 하면서
원두에 밴 숯 냄새를 없애는 것이다. 이것 또한 시간을 가지고 숙성시키면 가능한 일인데 시간과 공이 더 들어가면서도 가격을 남달리 받지 못하니
장차 명인 될 수업료를 치르고 있다고 해야 할 까.
조금 한가하면 서덕식 선생은 제자에게 잔소리처럼 말을 건넸다. “너만의 커피를 만들어라” 스승은 초창기 커피를 볶을 생두가 없어 당신만의
로스팅을 손에 익히기 위해 머릿속으로 숱한 연습을 했단다. 물질이 부족해도 정신이 살아 있으면 부족함을 메꿀 수 있어 서덕식 선생은 그 어려움
속에서도 한국 커피계의 거목으로 우뚝 섰다. 풍족함에도 열정이 없으면 오히려 부족함만 못하니 끊임없이 연습하라는 채찍질이었다.
박상우 사장이 로스팅하고 핸드드립하는 모습을 보면 장인의 모습에 뒤지지 않는다. 정말로 진지하고 혼을 불어 넣는 것 같은 표정이다.
젊은 나이에 저런 표정을 짓기 쉽지 않다. 훌륭한 스승 밑에서 혹독한 수련을 받은 덕택일 것이다. 제대로 된 담금질에서 좋은 쇠가 나온 것이다.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쉼 없이 공을 쌓았던 박상우 사장은 나만의 참숯 로스팅 노하우를 얻었다. 불과 공기의 조화. 박 사장은 도자기를 구웠어도
명인이 될 자질이 있다.
박사장은 좋은 후지 로얄 참숯 로스팅 기계를 들여 놓고 일본에서 교육을 받아 수리자격까지 얻었다. 그렇지만 융으로 핸드 드립을 한다.
좋은 기계에만 의지하지 않고 몸으로 익히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니 고객들이 감탄하는 좋은 맛을 내지 않을 수 없다.
카페느루의 박상우 사장은 참 진지하다. 말로 때우거나 대충 얼버무리는 것이 없다. 한 잔의 커피를 고객에게 내기까지 땀을 뻘뻘 흘리는 모습이다.
한여름 무더위라지만 에이컨도 시원하게 돌아가는데도 온 몸이 불덩어리 같다. 열정이 사람을 진중하게 만든 것이다. 카페느루의 테이블과 의자는
크고 편안하다. 느루처럼 여유를 가지고 쉬다 가라고 그렇게 만든 것이라고 한다. 카페느루에 가면 온 가족이 쉴 수 있는 공간이 있고 좋은 커피를 맛
볼 수 있다. 그리고 여유가 있다.
팁 : 카페느루에는 원두도 팔고 가족 단위의 고객들이 많다. 주변에는 허심청을 비롯, 갈치찌개 전문 ‘가인정’ 등 먹고 보고 쉴 거리가 많다.
카페느루에는 미녀 바리스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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