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추워진다. 김장철이 왔다는 뜻이다. 해마다 절임배추를 사서 김장을 했는데 올해는 텃밭의 배추로 하기로 했다. 직접 기른 배추여서 그런지 한결 맛도 더하다. 텃밭을 가꾸기 시작한 지 작년부터니 올해 2년 차다. 작년에는 경험이 없어 벌레한테 다 주고 섞박지만 담갔다. 무나 배추의 씨앗을 한 구멍에 세 알씩 심는 것은 한 알은 새에게 한 알은 땅속 벌레에, 한 알은 심은 사람이 먹기 위해서란다. 경험이 없는 작년에는 모두 벌레에게 준 셈이다. 나눔치고는 어색한 나눔이었다.
여름 걷이를 하고 밭을 다시 갈고 무, 총각무, 배추, 파, 갓 등을 골고루 심었다. 농사가 잘되는 것은 농부의 부지런함과 하늘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올가을은 유난히 비가 오지 않아 농사를 짓는 분들이 무척 힘들었다.
다행히 내가 하는 텃밭에는 물 시설이 되어 있어 그런 걱정을 덜었으니 감사한 일이다. 손자들과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가서 메마른 땅에 물을 흠뻑 주었더니 처음에는 벌레가 뽕뽕 구멍을 뚫더니 이내 무, 배추가 싱싱하게 날로 커갔다. 그러나 물만 먹어서인지 배추가 너무 연하다. 눈 감고 고기 한 점 올려 상추와 같이 먹으면 구별을 못 할 정도다.
아파트라 집이 좁아 한 번에 담기가 어려워 두 번으로 나누어 담기로 했다. 이미 담근 총각김치, 갓김치는 김장에 넣지 않고 말이다. 예전에 면목동과 일원동 살 때는 마당이 있어 200포기라도 손쉽게 절이고 담고 했다. 냉장고가 없어 땅에 항아리를 묻고 김치를 넣고 겨우내 먹었다. 그 시절에는 김치를 담그는 날은 동네 잔칫날이었다. 앞집, 옆집 아주머니들이 도와주었고 마당 커다란 솥에는 돼지고기 삶는 냄새가 진동했으며 노란 배추 한 잎에 양념소와 수육 한 점을 올려 먹는 맛은 김장할 때면 최고의 별미였다. 그러나 지금은 집은 좁아도 손자들의 웃음과 재롱을 소 삼아 담그니 이 또한 옛날 못지않은 별미다.
갑자기 싸늘하던 날씨가 풀려 아이들이 텃밭 가기에 무난하다. 큰 손자는 윗옷을 벗어 던지고 제법 배추의 밑동을 잘라내어 다듬는다. 작은 손자는 머리만 한 무를 들고 즐거워한다. 각자 심은 배추, 무가 더 잘되었다고 뽐낸다. 텃밭의 보람을 여기서 느낀다. 아이들 머릿속에는 김치 담그는 순서가 하나하나 입력이 되어 있을 것이다.
이렇게 떠들썩하게 배추를 뽑고 절이고 소를 만들었다. 배추가 물을 많이 먹고 자라서인지 연하여 서너 시간이 지나니 알맞게 절여졌다. 무는 채칼로 하면 너무 가늘어 씹는 맛이 없어 나는 예전에 엄마와 시어머니랑 하던 대로 손으로 썰었다. 배도 좀 굵게 하면 배추와 같이 먹는 맛도 좋기 때문이다. 마늘과 생강은 10:1 정도가 좋다 한다. 배추 소는 파, 갓을 썰고 새우젓, 멸치액젓과 풀을 쑤고 약간의 매실청을 넣고 버무렸다. 보기에도 군침이 날 정도로 빨간색이 좋아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