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불완전한 표류 생활
배미애 수녀
춘천역 부근에는 커다란 공용주차장이 있다. 이곳은 6ㆍ25전쟁 이후 미군 부대인 캠프 페이지가 생기면서 자리 잡았던 난초촌이라는 집창촌이 있었던 자리다. 2013년 8월 춘천시에서 이곳 성매매 지역을 철거했다. 이 지역 상가들을 철거하면서, 춘천시에서는 탈성매매 여성 지원조례를 제정해, 이곳에서 일하던 성매매 피해 여성들의 재활을 위한 생계비, 직업 훈련비, 거주 이전비 등을 지원했다고 한다. 지원을 받고 난초촌을 떠난 여성들은 지금 어디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착한목자수녀회는 성매매 피해 여성들의 쉼터를 춘천에서 운영하고 있다. 이곳 쉼터에 머무는 성매매 피해 여성들 대부분은 정신적 육체적인 상처로 약물을 복용하거나 술에 의존하고 있다. 그들은 사회에 건강하게 복귀하는 확률이 아주 낮으며, 반복적으로 다시 성매매 현장으로 돌아간다. 성매매 피해 여성들을 위한 쉼터에서 지내다가 퇴소한 뒤에도 성매매 현장으로 되돌아갔다가 다시 또 다른 쉼터에 입소하는 여성들도 많다.
성매매 피해 여성들의 어깨에는 돈의 액수가 보이지 않는 부표처럼 적혀 있다. 그들은 성매매 현장에서 얼굴, 나이, 몸무게, 학력 등에 따라서 등급이 매겨지고 차별을 받는다. 이들은 키스방, 안마 시술소, 방석집, 단란주점, 티켓다방, 노래방, 불법 마사지방, 인터넷 채팅방, 여관과 호텔 등 다양한 상업의 뒤꼍에서 지독한 차별과 폭력을 받으며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만신창이가 되어 떠돌다가 쉼터로 온다.
개인의 삶이 송두리째 훼손된 아픔은 성매매 피해 여성뿐 아니라 공동체의 아픔이며 상처다. 우리 삶이 모두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부조리한 사회 구조를 만들어 내는 탐욕과 부패와 몰인정이라는 성매매 사업의 뿌리가 근절되지 않는 한, 집창촌 철거는 물리적인 철거일 뿐이다. 성매매로 피해당한 소녀와 여성들이 부메랑처럼 성매매 현장에서 불안전하게 떠돌기 때문이다. 성매매 피해 여성들의 동반, 그들을 위한 옹호와 연대를 하는 이곳이 우리의 사목 현장이다.
배미애 수녀(마리진, 착한목자 대외협력센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