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올 때마다 만나는 아줌마들이 있다.
청소 아줌마, 과일 행상 아줌마, 채소 아줌마, 그리고 내 코디 아줌마. 항상 그 자리에 서 있는 아줌마들..
채소 아줌마는 '의식화 아줌마'라는 별명을 가진 분. 꼭 데모 주동학생 같이 씩씩하고 똑똑해보이신다. 목소리도 굵고, 웃음도 든든하다. 아들 둘을 키우시면서 열심히 사는데, 마을 버스가 다니는 좁은 길에 채소를 깔아놓고 파신다.
근 10년 잘 알고 지내왔다. 어떻게 지내냐니까
'사는게 다 그렇지요 뭐.'
하면서 사람 좋은 웃음 웃는다.
과일 아줌마는 과일 만으로는 돈이 안 되어 이제 생선도 파신다. 남편과 사별한 뒤 딸 하나를 키워오신 분. 교회를 열심히 다니시는데, 그게 큰 위안이 되는 거 같다.
청소 아줌마가 나 보고 반갑다고 길을 건너 뛰어오시는데.. 어, 발을 절으시네.
"청소 오래하니까 '디스코'가 걸렸어요. '디스코' 걸리니까 발까지 아프네. 이제 점점 더 고장나는 데가 많아지겠지요."
청소 아줌마의 전문대 나온 아들, 직장을 다니는데 이제 결혼이 걱정이라신다. 우리 애들, 남편까지 기억하셔서 안부를 물어주신다. 남편 없이 고생하면서 살아오셨는데...
수퍼 마켓 앞에 옷 행상 아줌마가 있었다. 내 '코디 아줌마'. 그런데 그 가게에 가니 아줌마가 없다. 근 6년간 그 집에서만 옷을 샀는데. 만원, 2 만원에 두고 두고 입을 수 있는 옷들을 파셨는데..화장품 가게를 내셨단다. 그 아줌마는 그래도 좋아지셨네.
한국..
물건이 넘쳐 나는 거 같다. 나는 휘둥그레져서 다닌다. 사람들이 옷을 다 너무너무 잘 입고, 피부들도 다 곱다.
쇼핑 하루 나갔다가 아무 것도 살 수가 없었다. 너무 비싸서이기도 하고, 너무 예쁜 것들이 많아서 뭘 사던 간에 다른 것들이 더 예뻐보일 거 같아서이다. (5 불이면 대강 기본적으로 필요한 거 살 수 있는 구세군이 있따~~~)
남대문에서 토산품들을 좀 샀다. 참 좋다. 으쓱으쓱 자랑스러운 디자인들에 색상..
서울은 살아 있는 거 같다. 차와 사람이 넘실거리고, 소란하고, 활기차다. 사람 구경하는 게 참 재미있다.
경계가 무너진 듯한 길들...사람과 차, 사람들과 사람들, 차들과 차들, 사람들과 차들, 차들과 사람들....서로 눈치껏 양보하고, 밀어붙이면서 어떻게든 교통이 잘 돌아가고, 막히기고 하고, 잘 뽑기도 돌리기도 세우기도 한다. 나는 입이 떠억 벌어져서 구경하느라 정신 없다.
친구들을 직접 만나지는 못하고, 전화로 이야기를 나누는데, 주로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열심히 듣고 있다. 아이들...어떻게 키우는가가 궁금하다. 좋은 엄마들이 참 많다. 그리고 다들 좀 힘들어하면서 사는 거 같다.
사는 거 다 마찬가지인가보다.
엄마 아버지랑 많은 시간을 보낸다. 몸으로 때우는 거다. 같이 존재하는 시간, 숨쉬는 시간을 누리고 있다. 김치전이 맛있다. 육계장도...나물들도...
엄마아빠가 내가 와서 좋은 게 아니라, 내가 엄마아빠한테 와서 좋은 거 같다.
에밀엄마가 아니라, 막내딸 신주로서 하루하루를 사는 게 이상하다. 참..좋다.
엄마의 컴퓨터 앞에 '브레첸 만드는 법' 이 적혀있다. 하나 언니 칼럼에서 베낀 것이렸다. 옆에 놓인 종이에는 동배 언니의 글들도 적혀있다. 프린터가 작동이 안 되나...손으로 베껴 쓰셨네.
미국에 간 동네처자랑 통화했다. 인숙이도 한국 냄새가 나는 짐 풀면서 느껴지는 야릇한 기분을 느꼈을까..
구세계이지만 신세계가 되어버린 한국. 너무도 익숙하지만 항상 외국 같은 미국.
이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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