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6. 8. 11;00
며칠 전인 6월 5일.
떡밥을 좋아하는 붕어처럼 나는 미끼를 확실하게 물었다.
그것도 165,000원씩이나 문 거다.
나이가 들면서 피부의 노화는 급속하게 진행이 된다.
매일 칼면도를 하는 습관이 있어 면도 후에는 로션
크림을 발라야 피부가 땅기지 않기에 스킨로션을 꼭
바른다.
언제부터인가 내가 쓰는 로션이 매우 세다는 느낌이
들었고, 얼굴 여기저기에 저승반점과 새까만 잡티가
수없이 생기는 바람에 로션을 예전에 쓰던 '아모레'로
바꿨지만 잡티는 점점 커지고 많아진다.
잡티와 점(點)을 빼야 하는데,
지난봄부터 여름에 뺄까 겨울이 오면 뺄까 차일피일
미뤘다.
그날 단골 미용실에 들렀고,
미사역 근처 피부 성형외과에서 점(點) 하나 빼는데
300원 정도로 행사를 한다는 정보를 받았다.
미용실 원장은 300원이 미끼상품으로 보이니 300원에
해당하는 미끼만 살짝 따먹고 다른 거는 덥석 물면
안된다고 주의를 준다.
옛말에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말이 떠올라 전화예약을
하고 상담을 받는다.
대기석은 20~30대 젊은이들로 꽉 찼고 나이 먹은
사람은 우리 부부가 유일하다.
미인계를 쓰려는지 상담 여직원들은 하나같이 피부가
뽀얀 미인이고 늘씬하다.
문득 '트리거 수지증후군'을 치료받으려 들렸던 천호동
모 통증의학병원이 생각난다.
그 병원도 그랬다.
병원에 들어서자마자 시쳇말(時體)로 쭉쭉빵빵한 미인들이
미니 스커트를 입고 안내와 상담을 하는데,
보험 비급여 주사 13만 원짜리 15회를 맞아야 '방아쇠 수지
증후군'을 고칠 수 있다며 유혹을 한다.
물론 그 통증의학과의 유혹을 뿌리치고 다른 통증병원에
가서 5만 원짜리 주사 2회로 해결했다.
< 화담숲 수선화 >
그 생각을 하던 중,
상담직원은 내 얼굴에 300원짜리에 해당되는 점은 없고,
개당 사이즈가 2mm가 넘어 11,000원짜리만 있다며
25만 원 정도 견적이 나왔다는 거다.
상담 후 그냥 가자니 모양도 안 좋고,
병원에 또 언제 올지도 모르고,
점(點) 숫자는 점점 늘어나 보기 싫으니 그냥 뺄까
망설인다.
병원에 오기 전 마음속으로는 미끼를 물더라도 20만 원
정도면 쓰려했는데,
때마침 동행한 아내가 10만 원 정도면 하겠다고 말을
툭 던진다.
상담직원은 그렇다면 15만 원 시술비와 부가세 등
16만 5천 원에 해주겠다고 해 시술 동의서에 사인을
한다.
사람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동기적 편향(motivational
bias)이 심하다.
즉 개인의 욕구, 희망, 목표들이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말하는데, 나 또한 순간적으로 동기적 편향이
작동해서인지 300원짜리 미끼만 물려다가 더 큰 미끼를
물고야 만 거다.
세월은 흐르고 점점 더 빨리 흘러간다.
물론 이 나이가 되면 내가 원하고 좋아하고 믿고 싶은
대로만 정보를 취사 선택하는 소망편향도 많다.
코로나가 극성을 부려 중단했지만 해마다 1월이 되면
한라산이 그리워 제주도 여행을 했다.
어느 해였던가 "인천공항으로 가지 말고, 김포공항으로
집합"이라고 공지를 했는데 한 친구는 뒤의 김포공항을
읽지 않았는지,
인천공항으로 갔다가 급히 택시를 타고 비행기 출발 직전
김포공항에서 합류를 하는 해프닝(happening)이 벌어
지기도 했다.
은행에서 펀드상품을 소개할 때 '원금보장 추구형'으로
상담을 해도 고객은 '원금보장'으로 알아듣고,
이번같이 홍콩 ELS 상품에 가입해 원금 손실을 보기도
한다.
나는 300원이라는 병원 입구 광고 배너(banner)를 보며
미끼를 물지 않으려 했지만 결국은 더 큰 미끼를 덥석
물었고,
30분 후 얼굴 여기저기에 덕지덕지 패치(patch)를
붙인 모습으로 변해 마스크를 써야만 했다.
그날따라 동기적 편향과 소망편향이 심했던 모양이다.
여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린다.
창밖에서 솔부엉이가 능청맞은 소리로 나를 유혹한다.
근처 뉘 집 처마밑에서 비를 피하는가 보다.
2024. 6. 8.
석천 흥만 졸필
첫댓글 나이 들면 미끼에 잘 걸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