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 한도 결정 이후 미국 주식은 하락할 우려가 있다 / 5/28(일) / 동양경제 온라인
우선 미국 경제의 앞날을 보는 데 필수적인 물가 움직임을 조금 전부터 따라가자.
이 나라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 5월 10일 발표)는 시장이 우려했던 것만큼 강한 숫자가 되지 않았다. 종합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5.0% 상승해 3월과 비슷한 수준으로 성장했다. 또 변동성이 심한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핵심지수도 5.5% 상승해 이 역시 3월 5.6% 상승에서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
사전 시장 예상 평균과 거의 일치하고 있어 특별히 서프라이즈라는 인상은 없었다. 하지만 발표 후에는 장기금리가 떨어지고 주가지수 선물에는 매수세가 몰리는 등 시장 반응은 상당히 컸다.
나스닥 종합지수는 이날 은행 파탄 쇼크 후의 복귀가를 종가로 제치고 1만 2300선을 회복했다. 최근(5월26일)에는 화상반도체 대기업 엔비디아의 호결산 등도 있어 종합지수는 1만 2975포인트로 2021~2022년 하락분의 거의 절반을 회복했다.
■ 미국 인플레이션 진정됐나?
지난 10일 CPI 발표 이후 시장이 강세를 보인 것은 최근 인플레이션을 주도해 온 서비스 가격과 월세 등 주거비가 전년 동월 대비로는 전달보다 낮은 증가세에 그친 점이 꼽힌다. 실제로 서비스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6.8% 상승해 3월의 7.2%에서 증가세가 둔화됐다. 주거비도 7.4% 상승으로 역시 3월 7.8% 상승에서 둔화됐다.
이들 지표에 대해서는 강한 성장세가 이어져 왔기 때문에 그동안 제롬 파월 연준의장이 여러 차례 우려를 표명해 온 바 있다.
지난 5월 26일 발표된 4월 PCE(개인소비지출) 물가지수가 시장 예상을 웃도는 등 발밑에서 여러 지표가 나와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2020년 10월부터 꾸준히 전월을 웃도는 증가세를 보여온 서비스가 2개월 연속, 2021년 1월부터 강한 증가세를 이어가던 주거비도 3개월 연속 전월보다 낮은 증가세를 보였다. 이런 점에서 이제야 인플레이션이 진정될 조짐이 보인다고 판단해도 무방할 것 같다.
물론 6월 2일로 예정된 5월 고용통계를 비롯해 향후 경제지표 내용에 따른다. 하지만 6월 13~14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인상이 일단 미뤄질 가능성은 나름대로 높아 보인다.
만약 실리콘밸리뱅크 등 일련의 지방은행 파산을 초래한 금리인상이 끝내 미뤄진다면 시장에는 좋은 소식이 아닐 것으로 보인다.하지만 실제로 금리인상 중단으로 단순히 증시가 상승세를 완전히 되찾을지는 미지수다.
■ 향후 미국 경기는 더욱 둔화, 악화로
이미 FOMC에서 10회 연속 금리인상이 나오면서 현재 정책금리인 FF금리 유도 목표는 5.00~5.25%다. 이것은 경기 억제적인 수준으로, 이 수준이 유지되고 있는 동안에는 미국의 경기는 내버려 두어도 자연스럽게 감속, 악화될 것 같다.
하지만 한때 연준이 조기에 금리인하로 돌아설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지만 현재 파월 의장을 비롯한 연준 고위관계자들은 누구도 연내 금리인하 전환을 예상하지 않고 있다. 만약 연말까지 반년 이상 지금의 고금리가 이어진다면 경기와 고용이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심각한 리세션(경기침체)에 빠질 것인지에 대해서는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르면 4~6월 중 경제성장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가능성은 높다고 본다. 현재는 반도체 등 일부 기업실적이 성장하고 있지만 소비재 관련 기업실적 등은 앞으로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고 시장도 이를 결국 끼워 넣을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FRB가 조기에 금리인하로 돌아설 가능성은 전혀 없는 것일까. 그 열쇠는 역시 향후 인플레이션 동향이 쥐고 있다.
앞선 4월 CPI만 해도 여전히 높은 수준이며 서비스나 주거비는 이들을 웃도는 강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6월 FOMC에서 다시 금리인상 가능성도 남아 있는 지금, 연준이 금리인하를 검토할 수 있는 수준까지 인플레이션 압력이 떨어지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이전부터 지적했듯이, 여름에 걸쳐 상품 시장이 재차 오름세를 강하게 하는 리스크도 사라지지 않았다. 역시 앞으로는 인플레이션이 생각보다 장기간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시나리오에 대한 경계감을 강화하는 것이 좋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적어도 CPI가 전년 동월 대비 3%대까지 내려오지 않으면 금리인하 전환이 현실화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현재로선 별다른 변화가 없는 한 연내 CPI 3%대는 거의 불가능하다.
향후 리스크 시나리오는 다음 두 가지일 것이다.
첫 번째는 전진 우려가 가시화되고 미국 경제가 악화되면서 심각한 경기침체에 빠진다는 시나리오다. 실제 연준은 경기억제적 정책금리를 유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병행해 현재도 양적축소(QT)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두 번째 리스크는 여야 간 협의가 막바지에 이른 것으로 알려진 연방채무상한 문제다.정부의 자금사정이 어려워지는 X데이에 대해 당초 6월 1일로 알려졌으나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연방의회 의원들을 위한 서한에서 6월 5일이라고 밝혔다.
만일 연방정부가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빠질 경우의 영향은 헤아릴 수 없는 만큼 채무불이행이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야당 공화당과의 협상에 대해서는) 매우 낙관적이라고 거듭 밝힌 것에 비춰볼 때 여야는 아슬아슬한 단계에서 타협에 응해 최악의 사태를 피할 것으로 본다.
■ 'X데이' 회피에도 연준의 통화긴축은 계속된다
최신 상황에서는 여야가 시한 조치를 설정하고 그 기간에는 정부 채무가 상한선에 도달하는 것을 회피하는 등의 방안이 유력하다. 하지만 일부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을 삭감하고 싶은 공화당과 유지하려는 민주당의 간극은 완전히 좁혀지지 않아 최악의 사태를 피할 수 있다고 해도 아슬아슬한 시기일 것으로 보인다.
필자가 사는 미국은 29일이 메모리얼데이(전몰장병 추모기념일, 남북전쟁뿐 아니라 그동안의 전쟁으로 숨진 모든 병사들을 추모하는 날)로 3일 연휴다.3일 연휴 동안 여야가 합의에 도달하든 그렇지 않든 결국 협의는 마무리될 것이다.
하지만 당장의 채무상한 문제가 회피되고 주가가 상승한다고 해서 연준의 통화긴축 리스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주가가 오를수록 주식시장에는 그만큼 큰 매도 압력이 가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