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의 유령'은 프랑스의 추리작가 '가스통 르루(1868-1927)가 1910년 경애 발표한 동명의 소설 Le Fantome de L'Opera를 텍스트로 찰스 하트가 대본을 쓰고 헤럴드 프린스(연출의 대가!!!)가 연출한 뮤지컬이다. 런던에서 86년 10월 9일 초연의 막을 올린 '오페라의 유령'은 88년 1월 9일 브로드웨이로 건너와서 마제스틱 극장에서 시연회를 가진뒤 26일 본공연에 돌입했는데 87년 11월 미국 공연 광고가 나가자마자 사람들이 매표구에서 장사진을 이루면서 1600만 달러라는 브로드웨이 사상 최고의 티켓 예약 판매 기록을 세웠다. 이전의 최고 기록은 역시 영국 작품인 '레 미제라블'의 1200만 달러, 웨버의 전작 '캐츠'는 620만' 달러였다.
'오페라의 유령'은 5년뒤까지 예매표가 매진되었을 뿐 아니라 공연실황을 담은 레코드가 힛퍼레이드로 이어지기도 한다. 사라 브라이트만, 마이클 크로포드 등 무대연출진이 녹음한 영국 공연실황 더블앨범은 영국에서는 86년 10월 9일 뮤지컬 개막과 함께 발매되어 첫 10일 동안만 무려 35만장이 팔리는 믿을 수 없는 기록을 세웠다. 웨버의 음악이 경박하며 창조성이 없고 청중의 정서에 조야하게 영합한다느니 심지어 표절음악이라고 혹독하게 비난하는 사람도 있지만 일반 팬들은 여전히 그를 좋아한다는 것이 분명한 사실로 나타난 것이다.
'오페라의 유령'은 프랑스에서는 1910년에 미국에서는 1911년에 각각 출판된후 문학 비평가들로부터는 탐탁치 않은 평을 받았지만 대신 무성 영화 시대부터 텔레비젼 시대에 이르기까지 영화제작자들에게는 황금같은 소재였다. 1925년 당대 제일의 괴기배우 론 채니 주연의 무성영화로 처음 스크린에 등장한후, 43년에는 클로드 레인즈 주연으로, 62년에는 허버트 룸 주연으로 3번씩이나 영화화되었고 83년에는 맥시밀리언 셀과 제인 세이무어 주연의 텔레비젼 드라마로, 66년에는 맨하탄 페스티벌 발레단의 무용극으로, 그리고 75년과 85년에는 연극으로 꾸며지면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왔다.
앤드류 로이드 웨버도 자신의 뮤지컬이 본격적인 예술작품이라고 자랑해마지 않는다. 우선 '오페라의 유령'은 호화로운 무대설비와 매카니즘의 이용, 대규모의 무용으로 스펙터클을 주요 특색으로 삼던 지금까지의 뮤지컬과는 달리 이야기와 음악을 위주로 한 전통적인 뮤지컬로 회귀시킨 무대로 그 멜로디가 로맨틱하고 매력이 있으면서도 기품과 고전적 격조가 느껴진다. 장엄하면서도 고풍스럽고 마음을 온통 빼앗아가는 멜로디의 흡인력은 앤드류 로이드 웨버가 천재적인 멜로디 메이커 라는 점을 부정하기 힘들 게 한다.
예컨대 제1막 1장 그랜드 오페라 '한니발'의 드레스 리허설에서 크리스틴이 노래하는 '나를 생각해 주세요 Think of me' 를 비롯하여 유령이 크리스틴을 납치하여 오페라 극장 지하 호수에 있는 자신의 마궁으로 노저어 가는 신비스럽고 환상적인 장면에서 불려지는 유령과 크리스틴의 이중창 '오페라의 유령', 유령이 마궁에 설치된 자신의 파이프 오르간을 연주하면서 부르는 '밤의 음악 The music of the night' , 그리고 이 작품의 백미라고 할 크리스틴과 그녀를 사랑하는 청년 라울의 사랑의 이중창 '내가 원하는 것은 그대뿐 All I ask of you' 등의 주옥같은 뮤지컬 넘버는 과연 무엇이 대중을 사로잡을 수 있는가에 대한 작곡자의 본능적인 감각 혹은 탁월한 재능을 입증하는 것이리라.
과거 앤르류 로이드 웨버의 '레퀴엠'과 '변주곡'의 음반 취입을 지휘한 바 있는 로린 마젤은 이 오페라의 유령을 듣고 '브로드웨이식의 뮤지컬과 오페라가 하나로 만날 수 있다는 이정표적인 작품' 이라고 평가했다. 사실 작곡가는 오페라의 유령을 오페라로 선보일 경우 숱한 비평가들의 비난세례를 받을 염려가 있고, 또 팬들에게 접근하기도 힘들 것이라는 전술적 고려 때문에 뮤지컬로 무대에 올렸던 것이다. 그런만큼 이 작품은 음악 못지 않게 시각적 효과를 강조한 측면이 있다. 관객들을 2시간 반동안 로맨틱한 1880년 대의 벨 에포크 시대로 데리고 가는 다양한 클래식 패션과 마리아 보른슨의 환상적인 무대장치이다. 그중에서도 오페라 극장을 밝히는 유에프오 모양의 거대한 샹들리에는 6개월이 걸려서 완성된 것으로 모두 30만개의 유리구슬로 장식 되었고 무게만도 1/4톤이나 나간다니 그 스케일을 짐작할 수 있다. 1943년 클로드 레인즈 주연으로 유니버설 영화사에서 제작한 영화에서는 유령이 오페라 극장 관객의 머리위로 이 육중한 샹들리에를 내려뜨리는 장면은 공포 영화의 압권이었다.
-시놉시스-
오페라의 유령의 이야기는 1861년 파리에서 시작된다. 무대는 화려한 음악과 춤의 전당 오페라 극장, 오페라 극장은 정식으로는 '국립음악 무용아카데미'라 하는데 세계에서 가장 큰 가극장이며, 그 외관은 웅장하고 화려한 그리스식 건물이다. 무대는 한꺼번에 450명이나 등장살 수 있는 넓이이고 천장에는 샤갈의 '꿈의 꽃다발'이 그려져 있다. 뿐만 아니라 많은 그림과 조각으로 장식되어 있는 넓은 홀이나 대계단에는 저마다 멋진 의상으로 치장한 선남선녀가 오가고 있어 화려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오페라의 유령'의 주인공은 바로 언제나 오페라극장의 5번 박스석을 차지하는 괴신사다. 그는 가스통 르루의 원작에 따르면 프랑스 혁명에서 모진 고문을 당한 희생자로 흉칙하게 일그러진 한쪽 얼굴을 감추기 위해 마스크를 쓴다는 것이다.
리허설중 연속적으로 일어나는사고 때문에 주역 여가수가 출연을 거부하고, 합창단원들의 추천으로 무명 크리스틴은 대역으로 나선다. 크리스틴은 ‘나를 생각해줘요’를 완벽하게 불러내고, 공연은 대성공을 거둔다. '오페라의 유령'은 그랜드 오페라 '한니발'의 드레스 리허설을 끝내고 분장실로 돌아온 아름답고 젊은 프리마돈나 크리스틴 다에를 납치하여 분장실의 거울을 통해 자신의 지하마궁으로 사라진다. '미녀와 야수'의 야수처럼 유령은 크리스틴에게 헌신적인 사랑을 바치면서 자기가 작곡한 오페라 '의기양양한 돈환 Don Juan Triumphant'에서 돈환의 연인 아민타역을 노래해 줄 것을 크리스틴에게 간청한다.“꿈 속에서 네 이름을 부르던 목소리, 그가 내 앞에 나타났네. 이건과연 현실일까, 오페라의 유령은 내 마음속에 있었어…”크리스틴와 유령이 '오페라의 유령'을 부르고 수십 개의 촛불이 일렁이는 마궁에서 괴신사는 신비로운 음성으로‘밤의 노래’를 부른다. 흉측하게 일그러진 괴신사의 얼굴을 본 크리스틴은 경악하고, 극장에서는 예기치 못한 사고가 연속적으로 일어난다. 두려움에 사로잡힌 크리스틴에게 연인 라울은 자신을 믿으라며‘그대에게 바라는 바’를 불러주며 사랑을 고백한다.
6개월 후의 공연날 유령은 등장인물로 변신해 크리스틴을 납치하고 미궁에 뒤따라온 라울이 함정에 빠져 죽을 위험에 빠지자 크리스틴은 그를 구하기 위해 유령에게 키스한다. 충격받은 유령은 그들을 놓아준다. 경찰이 미궁을덮쳤을 때 남아 있는 것은 유령의 흰 가면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