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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하는 딸에게
작성자 : 최수경
작성일 : 2019. 11.13
사랑하는 딸에게.
벌써 하반하 35기 출국이 내일이라니.
출국 전 날까지 입이 대빨 나와있는 너를 엄마는 십분 이해해.
우리가 함께 집을 싸는 2주 내내 투절대고 마음이 없어보이는 네가 그래도 엄마 말을 따라 선뜻 결정해주어 고맙다.
결정하기에 많은 고민이 됐었겠지.
한국 사회의 교육과정에서 1년을 쉬는 것도, 친구 좋아하는 네가 친구와 떨어지는 것도, 어린 애들 사이에 낑겨 10개월을 함께 사는 것도 싫었을 거야.
네가 이런 큰 마음 먹고 큰 다짐을 하는 네 모습을 보니 대견하네.
알다시피 엄마도 하반하 졸업생이고, 처음엔 네 모습과 같이 네 할머니를 많이 속상하게 했지.
그래도 이 여행을 제안한 엄마의 마음을 전달하려 펜을 잡았어.
꼼꼼하게 한다고 했는데 빠뜨린게 없는진 모르겠네.
네가 여행가서 부족함 없으라고 바리바리 싸다보니 가방이 좀 무거워지긴 했는데, 우리 딸은 엄마 닮아 등치가 좋으니 들고 다니는데 문제 없을 거야.
그렇다고 너무 고집있게 다 들고 다니지 말고 나라 봐가면서 물건들 좀 버리기도 하고 해.
2주 전부터 너와 짐을 싸며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이 필요하지 않을지를 고르다보니 문득, 네게 필요한 건 옷이나 세면도구 같은 것 뿐이 아니란 생각이 강하게 들었어.
딸아, 인생을 물질적인 것만으로 해결되지 않아.
네게 진짜 필요한 건 삶의 지혜야.
네가 여행을 통해, 그리고 엄마 편지를 통해 네가 살아갈 날이 엄마가 살아온 날들보다 조금이나마 더 낫길 바란다.
-널 진심으로 사랑하는 엄마가 네 여행을 응원하며-
-목차-
1. 세상은 아름다워
2. 네 멋대로 세상을 보면 안돼
3. 여자의 삶이란
4. 혼자도 괜찮아
5. 의미있게 살아가는 법
6. 실수할 수 있어
1. 세상은 아름다워
<강남역 10번 출구 묻지마 살인 사건>, <10대 학교폭력으로 인항 또 다른 자살>, <S사 임원 20억 횡력 후 행방불명>
딸아, 저런 흉흉한 뉴스를 볼 때마다 무슨 생각이 드니?
엄마는 저 사람들이 참 불쌍해.
왜 자기 자신을 통제하지 못 했는지.
대체 어떤 피해의식이 저들을 더런 괴물로 만들었는지, 엄마가나 사람과의 관계에서 상처를 받은 건지, 답답하고 안타까워.
그러나 딸아, 저런 사람들이 다수는 아니니 너무 부정적으로 보지 말고, 그저 불쌍히 여겨라.
이런 뉴스들 그리고 네가 하는 그 인터넷 커뮤니티에 널리고 널린 사기꾼들을 보며 사람들에게 적대심을 품지 마라.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사람 믿지 마라’, 이거 틀린 말이라고 생각해.
엄마 생각에는 사람 믿어야 해.
저런 소수의 사람들 때문에 네 인생을 낭비 하지마.
사람 믿고 먼저 다가가야 해.
갑자기 그 일이 떠오르네.
엄마가 미국 LA 할리우드를 여행할 떄의 일잉.
엄마는 앤드류라는 친구 집에서 머물렀어.
한 번은 그의 안 카리나와 함께 레드우드 숲을 걸었단다.
그 때 엄마가 외국인 친구를 사귀는게 처음이라 엄청 설레하며 서로의 나라 문화에 대해 얘기 나누고 있었지.
얘기하며 숲 숲을 걸을 때 만나는 모든 ᄉᆞᆷ들과 인사한 것 같아.
그 때 엄마가 한 말이야.
“난 너희 나라, 아니 서양 문화가 부러워. 인사 문화 말이야. 이렇게 등산하며 만나는 누구나 나이 불문하고 인사하잖아.“
“어머, 너희 나라는 그러지 않니?”
“응, 전혀. 예전엔 그래도 조금 인사하곤 했었는데 최근엔 못 봤어. 사람들이 참 각박해졌어. 자기 살기 바빠서 주변을 둘러보지 않아.
그러고 스마트폰에 다들 얼굴 발고 살아.
사람들이 차가워졌어.“
“음,, 내 생각엔 그런 사람들이 마음을 열지 않아서 그런 거야. 너무 한 번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어봐. 네가 먼저 인사한다면 그들도 따뜻하게 받아줄 거야. 관건은 네가 먼저 마음을 여는 거지.”
엄마는 이 말을 듣고 아차 싶었어.
내가 또 게으르게 누군가 인사해주기만을 기다렸구나, 하고 반성했어.
생각해보니 엄마가 먼저 인사한 적은 없었던 거지.
딸아, 앞으로 어딜 가던 전부 남일 거야.
그리고 어딜가던 무리를 지어 다니는 단체 생활일 거야.
네가 먼저 다가가 인사하지 않는다면 관계는 호전될 수 없단다.
많은 사람들이 네 마음을 받아줄 거고 널 도운 거야.
사람들이 널 힘들게 하는 건 네가 마음을 열지 않아서란다.
사람들은 다 알거든.
네가 아무리 겉으로 친한 척 한 대도 말이야.
넌 그 사람들이 어떤지 아직 잘 모르잖아.
엄마가 전에 얘기했던 하반하 말이야, 엄마보다 많게는 8살, 대부분이 3,4살 어린 애들이라 엄마는 그게 너무 싫더라고.
함께 하는게 시간 낭비일 것 같고, 대체 이런 애들 사이에서 뭘 배운다고 하는 괜한 마음 때문에 말이야.
여자저차 지내긴 했지만 잘 지내진 못한 것 같아.
걔네들이란 같이 산지 8개월 쯤 돼서야 알았어.
결국 내 잘못이 더라고.
내가 마음을 열지 않아 말과 행동이 좋지 나가지 않은 거더라고.
엄마가 얘기하고 싶은 건 이유 업싱 사람을 미워하지 말라는 소리야.
엄마가 볼 때, 딸은 너무 사람을 경계하는 것 같아.
심지어는 넌 도우려는 사람들까지 .
엄마도 그랬었어.
네 나이 때 사람이 싫고 믿을 수 없었고 특히 아이와 노인이 싫었어.
그러나 딸아, 명심해라.
아이는 네가 걸어온 길이고 노인은 네가 걸어갈 길이라는 것을.
일단 사람과 잘 지내기 위해 딸이 먼저 인사하고 다가가보는 건 어때?
쉽지 않은 거 알아.
그런데 엄마는 암을 은 연 순간 다른 세상이 보이는 것을 느꼈어.
마치 회색 구름이 잔뜩 껴있는 그런 우중충한 날이 구름 한 점 없이 파아란 하늘과 따뜻한 햇살이 내리 쬐는 듯 하게 말이야.
다른 세상이 대체 뭔지 궁금하겠지.
엄마는 어릴 때 엄청 욕심 많은 사람이였어.
뭐 물론 지금도 그렇지만 어릴 땐 더 심했거든
그러니까 엄마는 공부도, 일도, 인간관계도 다 갖고 싶었던 거야.
그런데 저 셋 중 인간관계가 그렇게 어렵더라고.
그래, 이제 문제점은 알았어.
내가 사람들을 도망치게 만들었다는 것을.
이걸 고치는게 쉽지 않더라.
그래서 엄마는 매일매일 일기에 거의 반성문을 썼던 것 같아.
‘아-이 부분은 내가 화ㅕ를 내지 않고 유하게 넘어갈 수 있었는데 또 마음을 꾹 닫고 있었구나’
‘아- 사실은 내가 걔와 대화할 마음이 없어 말을 무시해버린 건 아닐까’하며 반성하고, 내일은 좀 더 유하게, 내일은 좀 더 포용력 있게 살자고, 내일은 더 나음 내가 되자고 다짐 했지.
그럼에도 내 마음이 쉽게 바뀌지 않아 매일 똑같은 걸 새롭게 다지해야 했지만, 그러다보니 어느새 마음을 연 내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지.
그러고 그 때, 사람들이 하나 둘 내 곁에 생기는 걸 알아차릴 수 있었어.
그걸 알았을 때 얼마나 기쁘던지.
드디어 엄마가 원하던 인간관계의 원활함을 얻은 거라 생각했으니까.
딸이 인간관계를 많이 어려워하고 좌절하는데 전혀 그럴 필요 없다.
아마 거의 모든 문제의 원인은 딸이 마음을 닫고 경계하기가 때문이라 생각해.
이제 네가 원하는 인관관계를 시작할하는 데에 첫 단추가 될 거야.
인간관계 필요 없다고 혼자 살 거라며 포기해버리지만.
이 세상은 어쩔 수 없이 사람들과 섞어 살아가야 하니까.
엄마가 먼저 몇 년 더 살아보니, 사람은 정말 필요하더라고.
사람 없이는 할 수 있는 일이 정말 많이 제약돼.
엄만 널 응원한다.
2. 네 멋대로 세상을 보면 안돼
옛날 체로키족 사람들은 그들의 언어로 ‘사랑한다’를 ‘이해한다’라는 뜻으로 얘기했대.
상대를 사랑한 수 있는 건 그 상대를 이해할 수 있을 때야 비로소 되는 거잖아.
딸은 누군가를 사랑한 적이 있니?
엄마는 네 아빠가 첫 사랑이였어.
처음이라 미숙해 엄청나게 싸우고, 이해하려 노력했지.
그렇게 싸우고 몸으로 겪으며 어떻게 관계해야 하는지 알게 됐어.
딸아, 이해의 첫 단계는 ‘멋대로 판단하지 않기야’
딸도 알다시피 엄마는 기독교 신자야. 해 엉뚱한 신을 섬기는게 한심하면서도 하년으론 불쌍했어.
모태신앙이라 쭉 교회를 다녀왔지.
그래서 하나님 마음대로 살려 노력했어.
우린 모두 죄인이라 그러기 쉽진 않지만 말이야.
엄만 네 나이 때 내가 가진 종교, 기독교인으로써 최선을 다하려 노력했지.
특히 10계명을 항상 떠올리며 살려 노력했지.
‘나 아닌 다른 신을 숭배하지 말라’라는 말씀이 엄마에겐 크게 다과와 절대적으로 따르려 했지.
그러다 보니 부처, 시바, 알라와 같은 다른 신들이, 인간이 신 행세를 하는 가짜 사기꾼처럼 느껴졌고, 그들을 믿는 사람들은 더 이해할 수 없었어.
하나님을 알지 못해 엉뚱한 신을 섬기는게 한심하면서도 한편으론 불쌍했어.
심지어는 같은 그리스찬인 천주교도 매도했어.
왜 예수님만이 아닌 인간인 그의 어머니까지 섬기는지 이해할 수 없었거든.
엄마가 앞에 말한 사람에 대한 불신, 경계, 이해할 수 없음이 여기서부터 비롯됐었다는 생각도 들어.
게다가 우리에게 잘 알려진 천주교, 불교 외엔 관심도 없었어.
그냥 아예 이상한 사람들이라며 치부해버리고 말았거든.
근데 엄마가 터피를 한 달 반 동안 여행하며 이 사고방식을 깨게 됐지.
알다시피 터키는 이슬람교야.
터키에 있는 내내 하루 5번 씩 애잔을 들어야 해어.
처음엔 그게 시끄럽고 거슬리게 느껴졌단다.
엄마가 생각했던 이슬람교는 여자들이 검은 히잡을 뒤집어쓰고 남자들에게 억압받고 매질 당하는 모습이였어.
뉴스와 미디어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말이야.
그래서 사실 터키를 여행하는하는 것도 꺼려했는데 한 달 반씩이나 머물러야 한다니 두려움이 컸지.
혹시 지나가다 돌을 맞는 건 아닐지, 내게 ㅍ침 뱉는 건 아닐지, 엄마 눈엔 이슬람교는 완전 미친 사람이였던 거야.
근데 엄마가 터키에 머무르게 된지 딱 이틀 째에 뭔가 틀렸음을 느꼈어.
혼란의 나라일 줄 알았는데 엄청 평화로운 거야.
제일 놀랐던 건 사람들이 자유롭다는 것이지.
사실 엄마는 이슬람교는 잘 모르지만 완전 자유도 없고, 종교 생활을 주로 해야하는 사람이라 생각하며 외계인 취급을 했어.
지금 생각해보면 대체 무슨 논리로 그랬는지 몰라.
아무튼 엄마는 이스탄불에 있는 탁심광장을 걸으며 이 편견을 깨버릴 수 있었지.
거기에 있는 여자들이 형형색색 예쁜 히잡을 쓴다던가, 아니면 요즘은 또 그게 선택이라 쓰지 않는다고 하더라고.
온 몸을 가리고 다닐 줄 알았던 여자들이 멋진 악세사리와 화려한 옷들로 자기를 치장하는 모습을 보며 웃기게도 엄마는 문화충격이였지.
게다가 남자들이 여자들에게 잘해주고 있었거든.
편견이란 시멘트를 겹겹이 쌓아올려 엄청 단단해진 것이, 터키라는 못이 그것을 갈라 와장창 깨진거지.
다른 종교에 대해 무지했던 엄마가 알게 된 건 이슬람교의 코란이 성경의 구약성서는 같다는 거지.
그리고 그들은 정말 철저하게 하루 5번씩 기도를 드려.
우리 기독교인들 중엔 교회도 제대로 안 나가는 사람이 많은데 말이야.
한국에 어떤 유명한 신부님께 물었대.
“신부님, 가장 위대한 종교는 어디라고 생각하십니ᄁᆞ?”
“가장 위대한 종교는 그 신자들이 신의 말씀대로 가장 잘 따르는 종교입니다.”
그렇게 ㄸ지면 이슬람교 신자들이 정말 대단한거지.
이 때부터 엄마는 다른 종교 사람들도 대단한 신자라고 생각하며, 쓸 데 없이 갖고 있던 고정관념이 깨졌어.
다 같은 위대한 신자이며 우린 다 같은 신을 믿고 있는 건 아니까 생각했어.
비록 우리가 칭하는 신의 이름은 다르지만 추구하는 건 다 같단 생각 말이야.
이렇게 다른 종교도 괜찮다는 수용적인 마음을 갖고부터는 되려 다른게 마음에 걸리기 시작했어.
엄마가 남미 여행을 하며 액 4-5개월 정도 매일 아침 운동을 할 때였지.
스페인의 침략을 받았던 남미인지라 동산과 산 꼭대기엔 예수상이 있었지.
브라질에 예수상이 유명하긴 하지만 남미 어디에나 있더라고.
예수님이 마을이 다 보이는 곳에 있으시면서 우리를 지켜준다는 뜻이란다.
근데 엄마는 어느 순간부터 그 예수상들이 무섭게 느껴지기도 하더라고.
그리고 뭔가 억압받는 느낌도 받았어.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좀 불편해하진 않았을까? 하는 걱정도 들고 말이야.
그 예수상이 마치 엄마 모습 같다고 생각해.
종교의 자유를 보장받는 시대에서 기독교가 아닌 사람들은 이상한 사람 취급해버리는 나의 태도가.
딸아, 엄마는 이런 편견을 갖고 오해하고 살며 시간 낭비를 했는데 넌 그러지 않았음 좋겠어.
뭐든 네 편견으로 미리 판단하지 말아라.
엄마가 오늘은 종교에 예를 들었지만 이 뿐만이 아니라, 앞으로의 상황들, 그리고 만나는 사람 속에서 외관이나 소문을 듣고 함부로 판단하지 않길 바란다.
네가 알고 있는게 사실이 아닐 때가 많은 수도 있더라고.
엄마는 기독교인으로써 네가 예수님을 알았으면 하지만 다른 종교를 갖거나 신을 믿지 않겠다 해도 괜찮을 것 같아.
엄마는 네가 어떤 생각을 해도 이해할 거야.
다 너만의 생각이 있는 거겠지.
사람을 의심하지 말고 그저 사랑해라.
그러려면 먼저 다른 사람이 너와 다를지라도 이해해야겠지.
네가 여행을 나가 더 큰 세상을 보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엄마가 얘기한대로 행동했을 때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봐.
그 반응들을 보고 너의 잘못된 생각들이 하나, 둘씩 깨졌으면 한다.
그래서 더 여행을 보내는 것도 있고 말이야.
3. 여자의 삶이란
딸아, 오늘은 네가 여성인권 운동 시위에 갔다 왔더구나.
숏컷을 하고 빨간 옷을 입고 일부러 남자처럼 하려는 네 모습을 보며 엄마 어릴 적이 생각낟다.
엄마도 일부러 남자들과 같은 지위와 자유를 않겠다며, 화장을 하지 않고, 여자의 것이라고 생각되는 걸 전부 거부하고, 심지어는 속옷도 입지 않았었어.
그리고 그게 여성들의 인권을 위해 싸우는 페미니스트, 그런 건 줄만 알았어.
‘미러링’이란 말이 있지?
너네가 해준 걸 거울에 비친 듯 똑같이 해준다, 라는 말, 그것 때문에 엄마와 같이 운동하던 친구는 마치 남자들이 여자 얘기를 하듯, 입만 열면 남자 성희롱도 할 지경까지 갔어.
엄마는 차별 받는게 싫었어.
여자가 신체적으로 남자들보다 한계가 있는 것은 맞지만, 사회적 자유가 낮다는 게 싫었던 거야.
남자는 일하는 사람, 여자는 애 낳고 살림하는 사람.
그래서 여자가 일을 하면 항상 듣는 소리가 이거잖아.
“애는 어쩌고 일을 하세요?”
아빠들은 안 듣는 소리지.
여자와 남자가 힘이 다르고 하는 일의 능력치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평등’을 외치고 다녔단다.
그것도 잘못된 방향으로.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엄마는 이제 차별을 인정해.
아예 힘이 다른 걸?
우리는 그걸 인정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또 다른 길을 찾아야지.
남자들이 힘을 쓰는 일을 한다면, 우린 머리를 쓰는 지혜를 발휘하자.
엄마는 도움을 받으면 항상 그 은혜를 갚아야 한다고 생각해.
세상에 공짜는 없잖아.
뭐 예를 들어 남자들이 우리의 짐을 들어준다 하면 우리는 그들의 찢어진 옷을 바느질 해줄 수 있겠지.
엄마는 여행할 때 그랬거든.
근데 딸이 바느질이 싫을 수도 있지.
엄마 말은 남자들을 이길 수 없는 것에서 평등을 요구 말고, 다른 곳에서 자기 능력을 찾으면 된다는 얘기야.
엄마는 사람마다 역할이 있어야 한다ᅟᅩᆨ 생각해.
그리고 만약 딸 네가 그 어떤 역할이라도 갖고 있다면 그것에 감사해라.
설령 그게 네가 하기 싫은 일이라고 할지라도 말이야.
엄마가 옇ㅇ할 때에 ㅁ든 바느질을 담당했었어.
그래서 운이 나쁜 날은 바느질거리가 20개씩 쌓곤 했어.
그 때의 엄마는 바느질이 왜 엄마의 몫이 돼야 하는지 너무 억울했어.
여자의 것을 일부러 더 피하던 시기기도 했고 말이양.
근데 또 한 편으로 자존심이 상했던 건 바느질을 할 줄 모른다는 사실이었고 그게 엄마를 더 괴롭게 했지.
바느질거리가 엄마에게 주어질 때마다 기분 나빠하면서 했었어.
그렇게 한 3-4개월이 지났나?
당연히 바느질 실력이 늘었지.
그러고 나선 남자애들이 엄마를 찾을 때 기분이 좋았어.
아-내 여할이 뚜렷하니 사람들이 내게 다가오는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었지.
엄마가 여행할 때는 대부분 남자들과 살았어.
다수가 남자다 보니 평균화가 남에게로 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였지.
운동, 그리고 같이 사는 26명이 먹을 식사를 장 봐오는 일 같은 데에서 신체적인 한계를 많이 느꼈어.
엄만 비록 물리적인 능력치는 부족하더라고 열등하진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딸아, 네가 남자애들만큼 빨리 뛰지 못한다면 더 오래 뛸 순 있을 정도의 노력을 해야 하고, 장에 가 무거운 짐을 들고 올 수 없으면 그 재료를 받아 기가 막히게 요리하면 되는 거야.
딸아, 남자들만큼 못 한다고 해서 너무 자존심 상해하지마.
‘차별’과 ‘차이’는 한 글자 차이인데 의미는 천지 차이지.
엄마는 1년간 17개국을 돌았어.
나라 안에서도 도시를 돌며 기 이동을 해야했지.
우리나라만큼 나라가 작지 않으니까.
나라 이동을 할 때마다 항상 짐이 문제지.
딸도 이제 곧 알게 되겠지만 1년치 살림을 가방 안에 넣고 다니려니 엄청난 무게야.
가방을 메고 걸을 때, 짐을 트렁크에 실을 때 남자애들의 도움을 안 받을 수가 없었지.
도저히 들 수가 없는 걸 어쩌니.
엄마는 딸이 ‘차이’를 인정하고 그 안에서 최선책을 찾으면 해.
네가 가는 이번 여행에서도 사회에서도 말이야.
물론 사회에 아주 깊이 박힌 가부장제나 회사 봉급의 차별은 있지.
억울하지만 어쩔 수 없어.
네가 그렇게 힘들게 싸우지 않아도 곧 바뀔 거라 생각해.
딸이 원하는 이상적인 상 하나 잡아보는 건 어때?
그걸 목표로 두고 하나하나 이뤄가는 거야.
쉽지 않겠지.
그러나 딸이 먼저 이상적인 여자가 돼 행동해야 세상도 그렇게 흘러갈 거야.
시작은 언제나 나부터 라는 걸 기억해라.
엄마는 그 이상적인 상을 ‘현명함’으로 잡았단다.
힘 쓰는 남자들에게 일의 길을 알려줄 수 있는 여자, 멋있지 않겠니?
엄마는 원래 비혼주의자였어.
그러나 차이를 인정하고부터는 남자와 함께 세상을 살아가고 싶더라고.
남자에게 도움 받을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나도 도울 수 있는 부분을 찾는 거지.
그렇게 서로의 부족한 점을 매꿔주어 조화롭게 살 수 있다는 걸 엄마는 여행 중 써니쌤, 대장님을 통해 배웠단다.
딸아, 우리 가족 말고도 다른 사람들을 너의 또 다른 가족으로 만들 수 있는 건 힘이란다.
엄마는 청소년기에 알게 모르게 가족에 대한 결핍이 있었어.
그래서 더 남자를 미워하고 또 모순되게 의지했지.
매우 불안정하던 21살의 엄마에게 또 다른 가족이 돼주신 분들이 써니쌤, 대장님이지.
엄마가 비혼주의자였던 이유는, 요즘은 너무 흔한 일이 돼 버린 간음, 가부장제 그리고 고부 갈등을 마주하기 두려웠거든.
이제 뭔가 문제였는지 알겠어?
엄만 계속 사람을 못 믿었던 거야.
엄마 주변에는 화목하지 못 한 가정들 뿐이였거든.
엄마 주변 뿐만 아니라 네 할머니 주변도.
그래서 그게 세상의 전부인 줄 알아던 엄마는 여행을 하며 편협한 시야를 넓히게 됐어.
그런데 딸아, 미래에 부부관계가 좋으려면 일단은 네 역할이 중요해.
네가 어떤 사람을 만날지 고를 수 있는 것도 정말 필요하지.
꼭 남자친구가 아니더라도 사람을 볼 때, 네 사람을 알아볼 수 있어야 해.
엄마가 생각하는 사람은 우선 가족관계가 좋아야 하고, 예의가 바라야 하고, 자기 능력을 갖춰야 하며, 우유부단하지 않아 자기 생각이 뚜렷해야 한다고 생각해.
네가 갖기 않은 것을 갖고 있는 사람 역시 매력적이지..
딸은 어떤 사람이 네 사람 같아?
그러고 보니 딸이랑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없었네.
인간 관계 다 똑같아 딸아.
널 도울 수 있는 사람을 찾고, 도움을 방으면 네가 또 도울 수 있는 걸 찾아.
그렇게 해서 남자들과 조화롭게 살아가고, 남녀를 떠나 모든 사람들 속에 네가 잘 녹아나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이 여행을 다녀온 후에도 네 생각이 같다면 엄만 응원한다.
조화롭게 살아가면 편하겠지만, 세상에 너 같은 사람도 있어야 사회가 변화하지 않겠니.
어떤 선택을 하던 그저 뚜렷한 가치관으로 네가 생각하는 바에 최선을 다 하면 좋겠다 생각할 뿐이다.
4. 혼자도 괜찮아
휴.. 이제 저알 여행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준비는 못 할망정, 밤새 친구랑 술 마시고 온 너를 보며 속이 터진다.
그래도 어젠 너무 크게 화내서 미안했어.
그렇게까지 얘기할 것도 아니였는데.
다음 번엔 우리 둘 다 좀 더 차분히 대화 나누자.
엄마는 널 이해 못 하는게 아니야.
엄마도 네 나이 때 친구 엄청 좋아했어.
친구따라 강남 간다는 말이 있지?
엄마가 딱 그 케이스였어.
친구 따라서라면 뭐든지 했지,
줏대도 없이 말이야.
혼자서 무언갈 하면 남들이 날 친구 없는 사람이라며 이상하게 생각할까봐 다른 사람 시선을 엄청 신경 썼어.
근데 엄마가 살아보니 그렇지 않더라고.
친구를 따라다닌다해서 네 곁에 사람이 모이지 않아.
중요한 건 네가 네 능력을 갖추는 거지.
딸은 어려서부터 취미가 많았으면 하는 바람에 엄마가 이것저것 시켰었지.
너 꼬마일 때 피아노나 검도 같은 예체능 같은 학원 가기 싫다고 어찌나 울던지..
그래도 엄마 바람대로 네가 즐길 수 있는게 많아졌고, 그것에 감사하는 네가 대견하다.
어때 딸?
할 수 있는게 많으니 즐겁지 않아?
그거 할 땐 어때, 굳이 누군가와 함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니? 아니지?
그래 딸아, 이거 엄청 중요한 거야.
그래서 뭐든지 시작할 땐 꼭 혼자 시작해야 한단다.
친구와 함께 시작하면 시간 맞추기도 힘들뿐더러, 친구가 빠지거나 그만 뒀을 때, 확- 의욕을 잃을 거야.
엄마는 네가 혼자 있어도 심심하게 지내지 않는 사람이였으면 해.
게중에 엄마가 가장 추천하는 건 취미 만들기.
특히 스포츠 같은 것들 말이야.
엄마가 슬로바키아를 여행할 때의 일이야.
우리나라와는 차원이 다른 설산 야스나의 타트라 산에 가서 3주간 매일 스키를 탔지.
같이 여행했던 전직 스키선수 그 당시 18살 동군이가 엄마의 스키 선생님이 돼줬지.
딸아, 어린데도 불구하고 엄마는 배웠어.
서로 공유할 수 있다면 좋겠지.
가르침 받는 것에 보답하기 위해 딸이 할 수 있는 재능 하나 살리는게 중요하지.
아무튼 3주를 매일 타니 실력이 늘 수 밖에.
취미도 잘 해야 즐길 수 있는 법이란다.
스키 못 타면, 그건 스키를 취미라고 말 할 수 없는 거지.
탈 때마다 넘어지느라 고생하고 근육통 때문에 힘들텐데 그건 취미가 아니지.
어느 정도 시력이 붙어 웬만한 것들은 쉽게 할 수 있어야 비로소 취미가 된단다.
이제 취미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란 것도 잘 알겠지?
뭐든 노력이 필요한 법이잖아.
취미가 있다는 건 참 감사한 일이란다.
많으면 더더욱 좋겠지.
우린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끊임 없이 일을 하고 살아.
적어도 정년 퇴직 할 때까진 말이야.
요즘은 기간이 좀 늘어서 70살까지 일을 할 수 있지만 엄마 때까지만 해도 65살이 최대였어.
그렇담 120살 시대에서 나머지 시간 동안은 뭘 하고 지내야 할까.
세상엔 일만 하느라 일 외엔 아무 것도 못 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아.
심지어 놀 줄도 모르는 사람들까지 말이야.
딸아 어제 네가 한 행동은 노는 것이 아니다.
그건 그냥 널 망친 것 뿐이야.
젊을 때 반짝 즐길 수 있는 걸 노는 거라고 하지 않는단다.
적어도 30년간 네가 즐길 수 있는 것, 그것도 혼자 할 수 있는 걸 찾아봐.
엄마는 세계 여행하면서 배운 종목들, 스키, 윈드서핑, 서핑 이 3가지를 배웠어.
봐라 딸, 엄마는 그래도 매년 즐기지?
슬로바키아에서 스키를, 터키에서 윈드서핑을, 인도네시아에서 서핑을 탔던 낭만적인 기억들을 절대 잊지 못하고 항상 더 잘하려 노력해.
엄마 꿈은 8년 뒤인 55살이 됐을 떄, 아마추어 대회 한 번 나가 보는 거야.
딸아, 인생을 길게 봐.
뭔가를 할 때 이번 한 번 잠깐 즐기지 말아라.
누군가는 그걸 자기 걸로 만들고 목표를 잡고 꿈을 만들어.
네가 노력해서 재밌는 경지까지 올라가 또 하나의 자격을 갖추면 나머지는 당연히 따라오단다.
엄마가 슬로바키아에서 시작해 쉰 다섯에 대회를 꿈꾸고, 여행을 마치고 그게 너무 좋아 여행과 관련된 직업을 갖게 된 것처럼 말이야.
이렇듯 해본게 있어야 목표가 생기고, 목표가 생겨야 네가 그걸 이루기 위해 움직일 거야.
딸아, 네 인생의 기준점이 남이 되지 말아라.
남을 보고 너와 비교하는 삶은 엄청 불행할 거야.
남이 너보다 잘하면 넌 우울해할테고, 남이 너보다 못 하는 것에 통쾌해하는 너를 발견할 거야.
엄마가 그랬거든.
엄마는 엄마 자신에게 만족하지 못 하고 상대를 하나 잡고 속으로 경쟁하곤 했어.
더군다가 엄만 엄마보다 훨씬 어린 애들이랑 여행했기 때문에 더 마음이 불안했지.
그 기준점이 상대적이잖아.
어제의 너와만 비교하고 어제보다 더 나았다면 스스로 칭찬해라.
엄마는 어제의 나와 비교하기 위해 만든 장치 ‘다리 찢기’, 별게 아닐 수 있어도 어제의 나와 비교하고 목표를 세우기에 딱이지.
남을 쫒아가지 않고, 딸 혼자 목표를 갖어 그걸 이루기 위해 노력하길 바란다.
취미던, 공부던, 일이던 간에 모든 것에 이 태도를 적용시키면 남을 쫒아갈 일 없이 네가 즐거울 거야.
목표를 갖기 위해 모든지 도전해봐.
가만히 고민한다고 해서 마우런 목표가 생기지 않더라.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진부한 말을 엄만 서핑을 타며 확실히 알았어.
백 번을 물에 고꾸라지고 파도에 휩쓸려 보드에 맞아도 절대 빠져죽지 않더라고.
물을 하도 먹어 코가 맵고 배가 부를 지경이여도, 겨우 그걸로 물을 두려워하지 않고 다시 보드에 오르니 꽤 괜찮은 서퍼가 될 수 있었어.
모든지 시작하고, 그것의 실패를 좌절말고 되려 기회 삼아 더 크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끊임 없이 연구하는, 그래서 항상 바쁜 사람이 되길 바란다.
5. 의미있게 살아가는 법
딸도 아다시피 엄만 여전히 매일 일기를 써.
귀찮은 일 같아 보이지만 절대 아니야.
일기를 쓰며 산다는 것은 네 삶을 완전히 바꿔놓을 거야.
이제 곧 여행간다고 하루하루를 의미 없이 보내는 너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야.
그렇게 생활하는 건 정말 시간 낭비야.
딸아, 네가 어제 하루를 살며 인상 깊었던 사람 혹은 사건을 말해볼래?
그치, 한참을 생각하게 되지.
네 하루를 전반적으로 다시 한 번 훑었고 고마운 일이나 미안했던 사람, 네가 한 실수, 그리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온통 선생 삼아 배우려는 태도로 삶을 살길 바란다.
처음엔 의무였던 일기를 쓰며 하루를 의미부여하며 사는 법을 배웠어.
한 번은 일기가 사흘치가 밀려 한 번에 쓰게 된 날이 있었지.
도무지 쓸 내용이 없는 거야.
딱히 특별한 일을 한 것도 아니고 평범하고 같은 일상의 하루를 살아서 말이야.
고민하고 고민하다 루이스 할아버지의 얘기를 쓰기로 했지.
루이스 할아버지는 엄마가 호주에서 머물던 숙소의 조식으로 팬케익을 구워주시는 분이야.
그리고 머문 첫 날 팬케익을 받으러 카페테리아에 갔다가 당황을 금치 못했어.
너무 화나보였기 때문이야.
엄만 저 사람이 팬케익을 하도 구워서, 자기 일에 질려버린 바람에 저렇게 인상을 찌푸리고 있나보다- 하며 생각했지.
그리곤 눈도 안 마주치려 얼른 팬케익을 받고 자리에 앉아 먹고 있었지.
그리고 얼마 안 있어 반성하게 됐어.
사실 그는 팬케익을 더 건내며 남은 하나까지 우리에게 줄 수 있는 베품을 가진 가진 사람이였던 거지.
엄마가 먼저 그를 힐끔 보고 오해한거지.
엄마는 마음을 열지 않았는데 엄마 아닌 다른 사람들이 마음을 열었던 거야.
그에 그가 밝게 화답한 거지.
아마 엄마는 일기를 무슨 내용을 써야할지 고민하며 하루를 되집지 않았으면 계속 모르고 있었을 거야.
그렇다 보니 평소 생활할 때 좀 더 특별하게 받아드리고 더 많이 느끼는 엄마를 발견할 수 있었지.
매일 쓰는 항목 ‘반성할 점’과 ‘인상깊은 일’이 엄마가 항상 생각하고 의식이 깨어있는 생활을 할 수 있게 습관을 만들어 줬어.
또 다른 항목 ‘오늘 일어나는 감사한 일’이야.
오늘 하루 동아 일어났으면, 이뤄졌으면 하는 일을 적는거야.
딸, 엄마는 정말 신기하게도 엄마가 소원하는 건 다 이뤄지는 가적을 봤어.
딸도 원하는게 전부 이뤄지면서 살고 싶지 않아?
그렇게 살면 생복해지지 않겠어?
엄마가 팁을 알려줄게.
기도를 할 땐 그것이 정말 타당하고 의미있는 기도가 돼야 해.
왜냐하면 기도는 정말 반드시 이뤄지거든.
속설 중에 이런 얘기가 있어.
범죄자, 그러니까 수감된 아들을 둔 엄마가 있었대.
흉악범이라 징역도 길었대.
범죄자임에도 엄마는 자기 아들이 감옥에 있는 것이 싫어 매일 기도했어.
감옥에서 나오게 해달라고.
정말 간절히.
그 기도는 결국 이뤄졌어.
그 아들이 정신병 판정을 받고 일찍 석방을 받았거든
그러고는 3일 뒤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떴대.
나오면 안 될 사람이 나왔던 거지.
딸아, 기도는 간절히 하면 이뤄져.
그게 어떤 형태로던 말이야.
그래서 네가 기도할 땐 항상 그게 옳은가를 생각하고 그리고 이유가 타당해야 한단다.
엄마가 여행하며 소원했던 건 ‘관계’였어.
그리고 ‘나 자신 가다듬기’였지.
매일 일기에 오늘 하루도 봉상하는 마음으로 선항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되게 해주세요.
일을 할 때 끈기있게 인내하고 꾸준히 하게 해주세요.
아이들에게 크게 화가 나지 않되 틀린 건 바로 잡는 사람 되게 해주세요, 등등을 썼지.
그 중 몇은 이뤄지고 몇은 이뤄지고 몇은 이뤄지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해.
안 이뤄진 건 없어.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건 신께서 공짜로 소원을 들어주신게 아니더라고.
매일 같이 일기장에 기록하며 엄마가 낮에 생활할 떄 의식하고 살았던 거지.
무론 이것도 신께서 도우신 거니 감사해야 하는 일이지.
또한 소원이 이뤄지려면 내 소원을 정리해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생일 날 초를 불기 전 항상 소원을 빌라 하지?
엄마는 그 소원도 항상 입 밖으로 꺼내야 한다 생각해.
혹시 알아?
내겐 소원인 일이 상대에겐 쉬운 일이라 내 소원을 들어줄 수 있을 지도 모르잖아.
세상엔 너무나 좋은 사람들이 많이 기꺼이 녜 부탁을 들어줄 거야.
엄마가 여행을 시작하기 전 소원 세 가지를 정하고 갔어.
여행 중 이걸 꼭 이루겠다고 생각하며 말이야.
그리고 부끄럽지만 엄마의 소원을 알렸었지.
그 중 하나가 ‘독립심 기르기’였어.
그 이야기를 하니 주변 사람들이 엄마에게 끊임 없이 조언해줬어.
엄마가 더 괜찮은 사람이 되기 위해 목표를 말하고 소원하니 주변 사람들이 길이 열어줬던 거지.
주변 사람이 널 돕게 만들려면 일단 네 스스로 떳떳하고 좋은 사람이여야 한다.
그러니 항상 봉사하는 마음으로 살길 바라.
삶이 항상 즐겁단 걸 깨닫고 오거라.
6. 실수할 수 있어
네가 약 반 년간 열심히 다녔던 첫 알바를 퇴사했다는 얘기를 듣곤 내내 마음이 안 좋네.
딸이 실수한 건 맞지만 겨우 이런 거로 잘려야 하나 하는 생각이 막 들지?
참 세상 무서워.
자기들도 실수하면서 내 실수만 더 크게 보는 것 같고, 이 정도 일로 날 자르려 하고, 억울하단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 같다.
근데 딸, 이래서 실수가 무섭고 그에 대한 책임이 버거운 거지.
나이로는 이미 어른이 됐지만 아직도 어린 아이 같은 너를 보며 어떤 말을 해줘야 할 지 많이 고민했어.
성인이 된 너는 이제 책임지는 법을 배워야 해.
그게 힘들고 부담스러운 일이란 걸 잘 알아.
그치만 엄마 얘기를 듣고, 지금 드는 그 억울하고 화나는 감정을 이겨내길 바란다.
엄마는 어릴 적부터 조금 ‘느린 사람’이였어.
무슨 말이냐면 남들보다 한발짝 느리게 행동하고, 한 순간 느리게 깨닫고, 느린 판단으로 항상 실수를 하곤 했지.
실수하지 않으려 수도 없이 다시 다짐하곤 했는데, 엄만 그럼에도 후회할 일들을 만들더라고.
정말 많이 실수하고 살았다 엄마는.
뭐가 부족했나 생각해보면 단호함이 없었던 것 같아
다시 말해 단호하게 그만두는게 안 됐던 거지.
잘 안 되는 내 자신을 알면서도 어떤 장치 없이 계속 그대로 두고, 끝 없이 내 자신과 타협하고 합리화하며 방치했어.
그게 엄마를 꾸준히 망치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말이야.
실수하면 ‘내가 항상 이렇지 뭐-, 난 원래 이런 사람인 걸 어쩌라고-’ 하는 태도로 더 무대포로 뻔뻔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지.
사실은 너무 후회되고, 혹은 미안했지만 표현할 줄을 몰라 일종의 자기 방어였을지도 몰라.
그러나 딸아, 엄마는 실수해서 물은 엎질러졌을지 모르지만 주워담을 수는 있다고 생각해.
엄마가 하반하 여행을 할 때 절대 하면 안 되는 것 하나를 했어.
교칙을 깨는 일이였지.
그 일로 엄만 수많은 사람들의 신뢰를 깨고 눈총을 받아야 했어.
나 자신을 정말 사랑했다면 거기서 그쳤어야 했는데, 엄마는 계속 같은 ㅅㄹ수를 반복했지.
그래서 엄만 꾸준히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어.
하반하 뿐만 아니라 어느 곳에 가던 똑같이 실수로 인해 꾸준히 힘들어야 했어.
그래서 엄마의 젊은 시절을 사실 썩 유쾌하지 않았지.
그 중 엄마가 가장 크게 했던 실수는 한 사람과 단짝을 이루느라 다른 관계ㄹ는 하나도 하지 못한 거야.
누가 내게 다가오고, 또 어떤 기회가 내 안에 놓인 줄도 모르고 그 단짝만을 보는 데에 집중한 거지.
그것에 눈이 멀어 내 주변에 아무 것도 남지 않았단 사실을 너무 늦게 깨달았어.
늦은 깨달음에 대한 대가는 컸지.
정말 엄마에겐 아무 것도 남지 않았던 그저 완벽한 그룹 속에 세균 같은 존재가 됐던 거야.
크게 잘못됐음을 깨닫고 8개월 만에 그만두게 됐어.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했던 거지.
책임을 진다는게 찬 어려운 일이야.
그치?
딸이 퇴사함으로써 책임을 진 듯 말이야.
엄마는 실수함으로써 온갖 불이익을 당해야 했으면 동시에 사람들의 원망을 들어야 했지.
사람들의 인정이 최우선인 엄마에겐 최악이였지.
또한 누구보다 잘나고 싶음은 엄마의 앞길에 항상 장애물처럼 꼬릿말로 따라다녔어.
처음엔 힘들었지만 감수하기로 했지.
엄마가 선택한 일이였고 누구의 탁도 아닌 내 잘못이였으니까.
딸, 이제 넌 엄마가 보호할 수 있는 나이가 지났어.
실수를 했다면 그에 따른 무서운 책임이란 것이 널 쫒아다닐 거야.
그러니 되도록 실수를 하지 않는 편이 좋아.
인간은 사람을 짓밟고 그 위를 올라타 더 잘나보이고 싶어하는 본능이 있어.
사람들은 네 실수를 절대 잊지 않아.
그것도 두 번 세 번 반복한다면 말이지.
그래서 그 실수 이외엔 네가 하는 모든 일에 제약이 걸릴 거야.
그러나 딸아, 절망하지 마라.
백 번 실수해도 백 한 번 실수하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해.
이미 엎질러진 물을 다시 주워담는다 하더라도 다시 마실 순 없겠지만, 방법은 많다.
식물들에게 물을 줘 양분을 제공할 수도 있는 거고, 아님 다시 정화해서 마실 수도 있는 거지.
설령 그게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말이야.
만약 딸이 엄마처럼 느린 사람이라, 같은 실수를 여러 번 하더라도 다른 깨달음을 얻었다면 엄만 그걸로 됐어.
실수는 누구나 해.
그러나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그에 따른 책임을 지고 앞으로 더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 그 뿐이라 생각해.
엄만 하반하 여행 때 10개월 간 25명의 남과 함꼐 24시간을 함께 하며 수백 번의 실수를 했지만, 노력한다면 모두가 따뜻하게 다시 받아준다는 경험을 했어.
그래서 널 이 여행에 보낸다.
여행의 장점 중 하나인 나라 이동, 나라가 바뀔 때마다 새롭게 다짐할 수 있잖아.
꼭 그게 아니더라도 D-Day를 세며 한 달마다, 일주일마다, 매일 아침마다 새롭게 다짐하며 더 나은 나를 보일 기회가 있으니 말이야.
이번 엔 너의 실수로 열심히 하던 알바에서 퇴사해야 했지만, 그게 네게 또 하나의 자극이 되어 다음 번엔 이런 일이 없으면 되는 거다.
그걸 네가 이번 여행에서 배웠음 하고, 앞으로의 살 날에도 항상 기억하고 살았음 한다.
편지를 쓰다보니 길어졌네.
너무 잔소리 같이 들렸다면 미안하다.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널 키움 어떤 말들을 해줘야 할지 항상 고민이였어.
청소년기 방황하던 네게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별로 없었지만, 지금의 너라면 분명 엄마의 말을 알아들을 거라 믿어.
시간이 점점 더 빨리 흐를 거야.
같은 길도 초행길이면 먼 듯 느껴지고, 익숙한 길이면 가깝게 느껴지는 것처럼 마, 네 인생의 시간도 점점 가속될 거야.
네가 정말 큰 맘 먹고 ‘지금’ 변하려 하지 않고 미룬다면, 넌 네가 엄마가 돼서도, 할머니가 돼서도 같은 사람일 거야.
지금의 네가 나쁘단 얘기가 아냐.
그러나 한 번 사는 인생 좀 더 근사한 사람이 돼볼 필요는 있지 않겠니?
근사한 사람이 되어 모두가 널 동경하고, 또 돕고 싶은 사람이 되면 어떨까.
정말 인생 행복하지 않겠니?
주변에 사람들이 저절로 모이게 만드는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만약 그게 된다면 딸이 하고 싶은 것 그 무엇이던 할 수 있을 거야.
변화가 더딜 수 있어.
넌 노력하는데 아무 것도 바뀌지 않고 실수한 더할 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거야
그래서 더 이상 앞으로 가기 두려운 때가 있을 거야.
엄마가 페루의 이까 사막을 걸을 때, 정말 그러더라고.
뙤양볕 밑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아무리 열심히 걸어도 발이 푹푹 빠져 제자리 걸음이더라고.
근데 다른 사람들은 점점 날 앞질러 가고, 그것에 또 불안하고,.
포기해버릴까 하다 끝까지 걸었을 때, 엄마가 살면서 봤던 태양 중 가장 아름다운 태양이 저무는 걸 볼 수 있었지.
엄만 딸이 무얼해도 뒤에서 응원할게.
그저 포기만 하지마.
세상과 싸워보겠단 전투적인 마음을 갖고 씩씩하게 살길 바란다.
여행 잘 갔다 와라.
10개월 만에 만나는 엄마는 더 멋진 엄마가 돼있을테니 놀라지 마.
어떻게 하면 네게 더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지 계속해 고민할테니까.
사랑해 우리 딸, 힘들면 어제든 찾아와.
오아시스는 못되더라도 조금만 휴식처가 돼줄테니.
잘 갔다와-
- 언제나 든든한 지원군이 돼줄 너의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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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사한 글 잘 읽었어
이 아침 기쁨이 가득하다ㆍ
하반하의 여정속에서
삶은 이미 아름답다는 것을 많이
알게됐다는 느낌‥
무척 감사하고
너를 응원한다^^
엄마 감사해요!
엄마 덕에 세상을 아름답게 보는 새로운 눈을 얻었어요.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와 수경아 정말 기발한 아이디어가 빛나는 글이네 정말 재미있게 읽었어 사실 글이 올라오면 수경이꺼부터 본단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글을 써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애 많이 배운 것 같아 안아주고 싶구나♡
우와, 가장 먼저 보신다니
좋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꼭 안아주세요
자신에 대해 너그러워진 모습이네. 항상 단단한 갑옷을 입은 모습이었는데, 조금은 편안하게 일상을 살아갈 것 같아. 종교, 결혼, 인간관계, 자신에 대해서 많은 변화를 겪었구나. 고민하고 고통스러웠던 만큼 한 단계 성장한 모습이다. 이제 여기에서 다시 시작이겠지. 멋지다. 자신을 사랑하고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수경이 응원할게.
새로운 시작을 향해 나아갈게요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수경이의 여행 경험담이 참 아름답구나.
9개월동안 자기자신과 많은 대화를 나누고 스스로 길을 찾아가는 과정을 지켜보았지만 문집은 또 다른 차원인걸..
품이 넉넉한 원래의 수경이의 본래 모습을 찾아낸 걸 정말 축하해... 짝짝짝!!!
맞아요 이게 저였어요
많은 대화 끝에 찾았어요
감사합니다!
전지적 엄마작가시점 새로운 시도 재미나네요
딸도 저고 엄마도 저에요
감사합니다!
수경이의 과거.현재.미래가 멋지게 담겨있네~~~
수경이가 진짜 이글을 미래의 딸에게 들려줄 그때가 왔을때 더 성숙해져 조금은 수정하고 싶은 부분도 생겨날지 몰라~ 하지만 지금 내가 수경이 딸이라고 해도 이글을 읽으며 울엄마가 자랑스러울것 같다~~ 우리 하반하 9기 맏언니!!! 멋지다!!!!
많이 성장해서 수정하고 싶은 부분 생겼으면 좋겠어요
감사합니다!
세계여행을 통한, 엄마의 교훈을,
잔잔하게 편지로 풀어냈구나.
문집의 형식도 독특하지만,
엄마들의 마음을 어쩜이리 잘 표현했을까...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엄마들이, 아들딸에게 들려주고픈
^인생 지침서^ 잘 읽었어요.
여행이 끝나더라도, 아이들과 함께,
소통하면서, 서로를 응원해주고,
격려해주고, 이끌어주길바래요.
수경이 화이팅!
좋은 엄마가 되고싶어요
아이들과 잘 지내겠습니다
제가 더 감사합니다!
역시 수경이 글은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끄덕 하면서 읽게 만든다. 이번 문집은 시점도 참신하고..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가치들을 틀을 깨면서 배웠구나.
마음을 열고 다가가는 인간관계, 차별과 차이, 인생의 기준점 등 많은 부분에서 느꼈던 생생함이 그대로 전해진다.
출국 때 공항에서 봤던 수경이와 지금의 수경이는 정말 하늘과 땅 차이구나. 사진에서도 편안하고 너그러워지는 변화가 보였는데 글로 읽으니 완전 이해가 되네. 율이 엄마도 수경이처럼 앞으로 일기를 다시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하반하 여행을 하며 많이 너그러웢졌어요
일기 내일부터 쓰기로 약속해요
수경이 문집 너무 재밋게 잘읽었어~글중 괜찮은 문장이있어 나도 나의 딸에게 써줄려고 메모 해 뒀단다~나도 오늘 너에게 배우고 깨달은게많어~고맙다^^늘 어디서나 행복한사람으로 거듭나길 기도할께~
우와 좋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늘 어디서나 행복한사람이 되게 노력할게요
어느새 훌륭한 엄마가 된듯 하구나
수경인 벌써 자격이 있는것 같은데 ㅎㅎ
엄마의 시각으로 잘 쓰여진 문집 재미있게 또 감동까지 잘 읽었단다 끝까지 읽어 내려가면서 마지막엔 나도 모르게 정말 엄지척 올리게 되는구나
칭찬합니다 ~👍👍
우와 자격이 있다니
좋은 엄마가 되고 싶었는데..
칭찬 감사합니다!
목차제목처럼 수경이의 생각이 긍정적으로 변하고 많이 성숙해진거같아 보기좋구나..많은 경험을 통해 편견에서 부터 자유로워지고 미래의 딸에게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준다는 수경이 든든하고 멋지다~
하반하 여행을 하며 많이 긍정적이게 됐어요
멋지다니..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