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만나는 여행, 거창생태공원
‘아낌없이 주는 나무’라는 말이 있다. 고사한 나무에도 300여 종의 동식물이 살아간다 하니, 나무는 죽은 뒤에도 모든 것을 아낌없이 주고 있다. 거창군 김용마을에 거창생태공원이 자리한다. 사람이 사용한 생활하수를 자연정화하고 다시 강으로 흘려보내는 역할을 하는 작은 인공 습지다. 규모는 작아도 자연이 주는 놀라운 가르침은 헤아릴 수 없다. 감사하고 또 즐거운 마음으로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거창생태공원과 함께 주변 자연 전시관을 소개한다.
생태복원우수마을로 선정된 김용마을 전경
꼬리명주나비와 사람들의 쉼터, 거창생태공원
거창생태공원 부근은 바로 옆 황강보다 지대가 낮다. 그러다 보니 자연재해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데, 특히 홍수나 태풍이 오면 침수 피해를 입기 일쑤였다. 이에 거창군이 내놓은 방안은 강변을 따라 높은 도로를 설치하고 일대에 생태공원을 조성하는 것이었다. 마침 부근에 생활하수처리시설이 들어섰기에 시설에서 1차 정화한 물을 하천으로 흘려보내는 길이 필요했다. 그렇게 탄생한 인공 호수가 거창생태공원이다.
거창생태공원 입구
[왼쪽/오른쪽]공원 내 연꽃단지 전경 / 생태이야기를 자세히 설명하는 해설사
인공 시설물은 자연에 어울리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지만, 거창생태공원은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며 습지 동식물의 개체수를 늘려가고 있다. 2010년에 공원이 조성된 뒤로 이전에 살지 않았던 곤충류와 동식물이 터전을 잡고 있다. 생태공원을 관리하며 동식물을 관찰하는 이들은 거창군과 마을 주민 그리고 환경단체인 ‘푸른산내들’이다.
특히 푸른산내들에게 이곳은 연구실이자 생태교육장이다. 인공 습지의 자연화 과정을 지켜보며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생태교육을 진행한다. 이들은 생태공원 중앙에서 꼬리명주나비 복원 사업을 진행 중인데, 지금까지는 성공적이다. 꼬리명주나비 애벌레가 살 수 있는 식물인 쥐방울덩굴을 식재해 꼬리명주나비가 살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 쥐방울덩굴 열매는 모양이 재미있다. 열매의 꼬리가 생쥐를 닮았고, 쥐꼬리에 방울이 매달린 듯하여 쥐방울덩굴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꼬리명주나비 복원 사업으로 나비가 많이 날아다니는 시기에는 숲이 보이지 않을 만큼 나비가 장관을 연출한다고. 꼬리명주나비는 양쪽 날개를 펄럭이며 나는 것이 아니라 나뭇잎이 떨어지듯 오르내리는 모습이라고 푸른산내들 사무국장은 설명한다. 이 밖에도 생태공원에는 굴뚝나비, 노랑허리잠자리 등 다양한 곤충이 서식한다.
[왼쪽/오른쪽]꼬리명주나비의 애벌레가 사는 쥐방울 덩굴 / 생태해설사가 직접 보여주는 연꽃 줄기의 공기주머니
개체수가 증가한 곤충은 나비뿐만이 아니다. 이제 호랑거미는 흔하고, 재미난 모양으로 잎사귀 위에서 사는 새똥거미도 간간이 눈에 띈다. 1급수에만 산다는 도롱뇽이 발견되는가 하면 독성 없는 뱀, 두꺼비 등 다양한 파충류의 흔적도 꾸준히 발견된다.
습지에 사는 식물 이야기도 재미있다. 토종 창포의 모양과 향은 흔히 알려진 외래종 노랑꽃창포와는 다르다. 벚나무는 일명 개미꿀을 생성해 개미를 유인하고 해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한다. 부들부들 부드러워 이름 지어진 부들은 옛날에 솜 대신 사용했단다. 푸른산내들의 생태해설사는 체험객들이 직접 보고 만질 수 있도록 인도하며 해설을 진행한다.
푸른산내들은 거창군과 함께 거창생태공원을 중심으로 한 생태학습을 비정기적으로 진행한다. 참여를 원할 경우 군청이나 협회를 통해 예약하면 된다. 참가비는 무료. 단체는 8인 이상, 개별적으로는 4인부터 생태학습이 가능하다.
[왼쪽/오른쪽]여름이면 피어나는 연꽃 / 양항제의 늦반디불이 서식지
소나무 숲을 지나 양항제로 흘러 황강으로
생태공원은 양항제로 이어진다. 양항제는 생태공원에서 2km 지점에 자리한 습지공원으로 정화된 생활하수가 황강으로 흘러가기 전에 거치는 마지막 습지다. 양항제는 전망데크 외에 어떠한 시설물도 설치되지 않은 공원이다. 가로등조차 설치하지 않았을 정도로 인공 시설물을 찾아볼 수 없다. 생태공원보다 조금 더 자연에 가깝다. 원래 양항제 습지 위로 도로를 놓으려 했으나 여러 환경단체와 주민들이 아이디어를 내놓아 습지 형태를 유지하게 되었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습지는 풀숲이다. 그 안에 자생하는 수많은 동식물이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라고. 푸른산내들이 진행하는 생태학습 과정에는 이곳까지의 환경 투어 프로그램도 포함된다. 습지생태계 학습은 물론 가벼운 트레킹도 겸할 수 있어 많은 이들이 거창생태공원을 보러 왔다가 이곳까지 걸음을 한다.
[왼쪽/오른쪽]사람들의 쉼터가 되어주는 심소정 / 심소정 뒤편 공터
생태공원에서 양항제로 향하는 길 중간쯤에 너른 소나무 숲이 있다. 그 숲에 자리한 정자가 심소정(心蘇亭)이다. 조선시대 거창을 찾은 윤자선 선생이 1489년에 지었다는 팔각정이다. 그 후 몇 번의 중수를 거쳐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곳곳에 그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마음을 되살리는 정자’라는 의미처럼, 지금은 주민과 여행자 들의 편안한 쉼터가 되고 있다. 팔각정 뒤편에 서면 거창생태공원과 김용마을의 전경이 보인다. 심소정 솔숲은 주민들의 행사가 열리는 장소이자 양항제로 향하는 길목 휴식처이다.
심소정 공터에서 바라본 거창생태공원
시원한 전시장에서 만나는 자연, 거창사과테마파크 & 천적생태과학관
거창생태공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잠시 태양을 피할 수 있는 자연 전시관이 있다. 전시 관람과 체험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거창사과테마파크와 천적생태과학관이 그것이다. 한여름 열기도 피하고 생태계와 자연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곳이다.
2011년 10월 25일에 개관한 거창사과테마파크는 사과에 관한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장과 사과나무를 직접 심어보고 수확해보는 과원 체험시설로 이루어져 있다. 전시장에서는 세계 사과의 역사, 대한민국과 거창의 사과에 대해 보여준다. 사과를 들고 있는 백설공주 포토존도 설치되어 관람객들이 잊지 않고 기념촬영을 한다. 입구에서 유아용 백설공주 옷과 사냥꾼 복장을 무료로 대여해준다.
거창사과테마파크를 상징한 사과 조형물
전시관 2층은 사과요리 체험장이다. 매주 화․수․목요일에 사과쿠키, 사과피자, 사과파이, 사과잼 등을 만들어보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전화로 체험 시간을 예약하면 된다. 비용은 무료이고, 재료비는 체험자 부담이다.
사과테마파크 옆에는 천적생태과학관이 자리한다. 생태계 천적과 먹이사슬의 관계, 천적의 역할과 농업에서의 활용 등에 대한 내용을 전시한다. 1시간부터 1박 2일 코스에 이르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초등학생 이상부터 성인까지 참여가 가능하며, 체험비는 무료다. 더 재미있고 유익한 관람을 하고 싶다면 과학관에 상주하는 천적해설사에게 해설을 부탁하자.
거창사과테마파크와 천적생태과학관은 이용시간이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
거창사과테마파크 곳곳에 마련된 포토존
[왼쪽/오른쪽]천적생태과학관 전경 / 미세한 곤충도 살펴볼 수 있는 전시장 내 현미경
여행정보
김용마을 거창생태공원
주소 : 경남 거창군 거창읍 김용길 32-3
문의 : 거창군청 055-940-3114 / 푸른산내들 055-945-2157
거창축협 한우팰리스 : 갈비살 / 거창군 거창읍 거함대로 3178 / 055-943-9204
원학고가 : 거창군 위천면 황산1길 109-5 / 055-943-3104 / 한옥스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