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봐야 할 일
박 권사님이 3개월 만에 요양병원에서 오셨다.
30년 넘은 집 1층 2층을 수리하고 들어갔다.
그야말로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집 다오’였다.
방, 거실, 부엌에 턱을 없앴다.
묶은 살림을 버려 넓었다.
마당 타일이 예쁘고 뒤 안도 훤했다.
감나무도 자르고 많은 화분도 치웠다.
작은 분만 뒀다.
비록 네 사람이지만 오랜만에 드린 가정 예배였다.
좋은 환경에서 영적 유산 남기길 바라는 심정으로 말씀을 증거했다.
온전치 못한 몸으로 집 밥을 해 내셨다.
만찬을 나눴는데 딸이 보낸 반찬도 챙겨 주셨다.
토요일 아침 지인 부친 소천을 알리는 카톡이 울렸다.
위로의 글을 보냈다.
‘최00 님!
늘 따뜻한 마음 품으신 아버님 별세 기별이 아쉬운 날이네요.
초로인생, 삶의 쉼표 찍은 이별에 마음 아프네요.
하늘 구름에 물고여 있듯 자녀 손들 고인 눈물이 쌓이지요.
상실의 아픔은 5남매와 유족 가슴속 마디 마디에서 나온 슬픔이지요.
긴 그리움, 사랑의 흔적 남기고 아버님께서 하나님 품에 안기셨네요.
귀한 가정에 함께 한 날,
같은 하늘 아래의 삶이 행복이었지요.
보성읍 교회 동산으로 모실 채비에 안타까운 심정 더할 뿐이네요.
떠나신 자리 크게 보여도 기다림이 남아 하늘 본향 품길 소망하네요.
그 날 다시 뵈올 줄 믿어 천상병 시인 귀천 끝 소절 읊어 드릴게요.
나 하늘로 돌아 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나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슬픔의 손잡아 줄 시간 내어 조문하고 싶네요.
장례 일정과 진행이 순적하여 주님께 영광되길 기도할게요.
힘내세요. 이상래 목사’
주일 예배 후 아내와 문상을 갔다.
벚꽃 흐드러지게 피어 아름다운 세상이 맞았다.
분홍, 노랑, 파랑 봄맞이 삼색 황홀한 나들이였다.
꽃 그늘진 한적한 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찬송 소리가 났다.
뒷좌석에 앉아 입관 예배를 드렸다.
더 이상 기타 치며 찬양하는 고인의 모습 볼 수 없음이 안타까웠다.
아흔 살!
잠시 세상에 머물렀지만 자녀 손들이 믿음의 대장부가 되길 바랐다.
꽃길 나들이에 눈이 까칠하고 제치기 연속이라 일찍 잠을 청했다.
다음 날 새벽 강단에 놓인 나뭇잎이 떨어졌다.
바퀴 달린 받침대 없이 혼자 옮기기 무거운 화분이다.
시들어 죽을까? 걱정에 밖으로 꺼냈다.
물을 흠뻑 줬다.
바깥공기 마시며 볕을 보게 두고 어머니 문안을 갔다.
앉아만 계셔도 걱정을 덜었다.
헝클어진 머리에 물을 뿌려 빗질했다.
손발을 닦았다.
밥을 물에 말아 삼키도록 시중들었다.
딱 한 숟가락 양 마시고 약을 드셨다.
구토 증세에 등과 가슴을 두드렸다.
마른 장작 만지는 기분이었다.
기침 끝에 가래가 짙었다.
휑한 눈으로 보시고 ‘이 일을 어째야 쓰꺼나?’ 말꼬리를 내리셨다.
자식으로 어쩔 도리 없어 속눈물을 삼켰다.
남 속도 모르고 청소 아줌마는 어머니처럼 행복한 사람 없단다.
여동생과 날마다 찾은 모습 보고 한 말이다.
어머니의 엄마 역할은 동생이 다 해낸다.
간병의 달인이요 효녀다.
‘세상천지 그런 딸이 없다’는 어머니의 칭찬이다.
‘어서 가서 운동하고 밥 먹어!’라는 손사래에 자리를 떴다.
병상의 한 시간은 순간 흘려가며 기력을 뺏는다.
무거운 맘으로 전대 운동장을 들렸다.
뛰는 청년들 보면 힘이 난다.
동기부여가 되기에 가볍게 스트레칭한다.
초반 서서히 몸을 풀며 달린다.
5킬로 이상 뛰면 속도감이 잡힌다.
누구와 맞짱 뜰 자신감도 붙는다.
6학년 6반 노인의 과욕이다.
어제 마지막 10킬로는 4분 31초로 앞선 청년을 따 돌렸다.
오늘도 4분 29초로 39세 아줌마를 멈추게 만들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엄지 척을 세웠다.
허리를 굽혔다. ‘잘 뛰는 비결이 뭐냐’ 물었다.
딸 같은 그에게 그냥 웃어넘겼다.
지속적인 뜀질 외에는 길이 없기 때문이다.
기분 좋게 교회 앞에 들어서는 순간 화가 났다.
아침에 내놓은 화분을 누가 바싹 깨버렸다.
나무가 아파 누웠다.
잎이 떨어졌다.
이웃 사업장을 오가는 트럭이 밀어버린 것 같았다.
심증은 가지만 물증이 없어 가슴을 쓸었다.
깨진 사기를 마대에 담았다.
스티로폼을 뚫은 뿌리가 상하지 않게 털어냈다.
빈 화분을 찾아 거름 섞은 흙을 채우며 나무를 세웠다.
물을 듬뿍 주어 볕 드는 곳으로 옮겼다.
요즘 그 끝에서 새 움이 돋는다.
다른 화분도 분갈이해 달라 아우성쳤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냈다.
철쭉 화분을 전봇대 옆에 놓았다.
과일 껍질 마른 것 잘게 썰어 군데군데 뿌렸다.
흙으로 덮었다.
조리개로 물을 줬다.
꽃대가 올라왔다.
지난 추위에 군자란 원 줄기가 죽고 새로 움이 돋았다.
분을 엎었다.
진흙 덩어리라 물이 빠지지 않았다.
마사와 거름과 흙을 섞어 두 곳에 옮겼다.
새 환경에 뿌리를 내렸다.
고무나무도 겨울나지 못하고 시들어 갔다.
잘라 심었더니 싹을 틔우지 못했다.
짝을 잃어 찾아 나섰지만 비슷한 크기가 없었다.
장미는 울타리 곁에서 타고 올라가게 뒀다.
줄기 식물도 큰 화분에 옮겨 장미와 친구 맺어 줬다.
둘이 무성하게 담을 넘을 것이다.
허브 향 마른 잎을 털었다.
손에 향기가 묻어났다.
만진 선물치고 컸다.
어머니 집 창가에 웃자란 화초 두 가지 끊었다.
하룻밤 물에 담갔다가 똑같은 화분에 옮겼다.
겨울에도 잘 견뎌 뿌리 바리 해 빨간 꽃을 기대해 보리라.
분갈이 후 하나씩 물로 씻는 마음이 넉넉해졌다.
화분도 한나절 시중들었더니 밝아졌다.
주인 발소리 듣고 잘 자랐다.
가꿔야 꽃이 핀다.
주님과 관계는 평안이요, 화초의 눈길은 애정이다.
영혼의 때를 위하여 부모 형제, 뭇 영혼, 몸.. 돌봐야 할 일이 많다.
2024. 4. 12 서당골 생명샘 발행인 광주신광교회 이상래 목사 010 4793 01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