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병법에 보면 “猛將(맹장) 勇將(용장)을 이길 수 없고 용장은 知將(지장)을 이길 수 없으며 지장은 德將(덕장)을 이길 수 없다.”라는 유명한 구절이 나온다. 전체적으론 머리와 가슴으로 대표되는 지적인 능력이 힘과 패기의 물리적 힘을 누르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진정으로 훌륭한 장수,싸움터에서 연전연승 하는 장수가 되기 위해 위의 능력을 모두 갖추고 있거나 적어도 골고루 갖추고 있다면 그것만큼 좋은 것이 또 있을까?
즉,지혜니 힘이니를 떠나 ‘적절한 조화’를 모색하는 것이 모범답안에 쉽게 근접할 수 있다는 얘기.
최근 4년간 겨울마다 최소 ‘현대캐피탈:삼성화재’의 국내 프로배구 빅게임 만큼은 꾸준히 시청했던...그리고 그들의 결과를 각종 미디어를 통해 접했던 사람이라면 아마 대부분 삼성화재의 신치용 감독을 知將 혹은 德將에 그리고 현대캐피탈의 김호철 감독을 猛將 혹은 勇將에 빗댈것이다. 실제 언론에서 양 감독의 비교를 할 때 저런 문구를 자주 사용하기도 하거니와 양팀 선수들이 벌이는 치열한 승부 속에서 카메라를 통해 비치는 두 감독들의 극히 대조적인 모습은 그러한 비교가 실제 타당할지도 모른다는 섣부른 예측까지도 시청자들로 하여금 하게 만들 수 있다.
신치용 감독...
장장 9년여 동안 배구인들과 배구팬들에겐 말 그대로 ‘애증의 이름’이었지만 순수한 능력만을 놓고 평가할 때 신감독은 한국 최고의 배구지도자라는 것엔 이의를 제기할 순 없다.
삼성화재의 국내리그 9연패의 업적은 두 말 할 나위 없고 그가 대표팀 감독직에 있을 당시 한국의 남자배구는 아시아선수권,아시안게임,아시아 올림픽최종예선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하는 동시에 일본,중국의 세계무대行을 꾸준히 좌절시키면서 명실상부 아시아 최강자의 위치를 굳건히 했다.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그는 국제무대에서 미국,러시아 등 세계배구의 열강과 당당히 승패를 주고받거나 피튀기는 접전을 벌일 정도까지 한국 남자배구팀을 성장시켰다.
철저한 기본기 습득을 최우선으로 이를 바탕으로 안정된 서브리시브와 수비, 톱니바퀴 같은 공격전술을 펼쳐보인 일명 ‘신치용式 배구’는 아시아의 세밀한 조직배구가 어디까지 화려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하나의 작품이라 칭할만 했다.
여기에 상대방에 대한 빈틈없는 전력분석과 치밀한 맞춤형 전술에선 知將으로서의 풍모가, 그리고 경기 중간중간의 위기상황에 빠질 때 마다 자신이 혹독히 조련해 온 선수들의 역량을 끝까지 믿어주고 호통과 질책보단 격려와 용기를 불어넣어주는 모습에선 德將으로서의 풍모가 느껴진다.
게다가 04년 차주현 감독이 이끌던 남자배구가 참담한 최종예선 성적으로 아테네올림픽 출전이 좌절된 후 맞이한 위기상황에서 소신을 갖고 팀을 수습해 다시금 아시아 최강전에서 일본과 중국을 쉽게 누르고 우승을 차지하게 만드는 등 勇將으로서의 풍모까지 과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신감독 자신이 잘 나가게 만들었던 한국배구...그 한국배구가 한 걸음 더 나아가 꿈에 그리던 세계배구의 열강 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기회를 무산시킨 책임 역시 신감독에게도 어느정도 있다는 이 부분이 상당히 아이러니컬 하다.
창단년도에 ‘한국배구 10년史에 한 번 날까말까 한다는 거포’ 신진식과 김세진을 싹 쓸어간것도 모자라 몇 년 후엔 ‘한국배구 1백년史에 한 번 날까말까 한다는 트리오’라는 최태웅-장병철-석진욱 마저 모조리 쓸어가 아예 삼성화재 팀 자체를 ‘국가대표 베스트6化’ 해버렸다. 전통의 인기구단인 고려증권의 해체를 비롯한 절대적인 팀 수의 부족으로 신음하던 차에 한 팀의 독주가 계속되다 보니 배구의 열기는 급격히 식어버렸고, 관중없는 체육관에서 펼쳐지는 경기에 선수들의 경기력이 꾸준히 향상될리는 없었다.
물론,언제나 ‘1위’를 지향하는 모기업의 특성상...그리고 한 팀을 지휘하는 감독의 위치에서 정상을 향해 최고의 선수들로 최고의 팀을 꾸리는 것이 당연하지만, 당시 급격히 기울어가던 국내 배구판을 보다 넓고 깊게 봤다면 무리한 스카우트는 하지 말았어야 했으며 대신 그 비용으로 한국 남자배구가 꾸준히 월드리그 출전을 통해 세계수준의 배구에 대한 내성을 길러나갈 수 있게끔 대회 참가비용으로 충당했어야 함이 옳았다.
결국 이러한 난맥상은 남자 대표팀의 지난 2004년 아테네올림픽 본선진출 실패 2007년 월드리그에서의 참패와 더불어 최근 1~2년간 아시아 선수권대회에서 조차 정상을 내주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최고의 자리에 있을때 신감독이 오로지 타이틀을 또 차지하기 위해 저돌적으로 달려드는 勇將의 모습이 아닌 전체를 위해 자신이 약간의 손해를 감수할 수 있는 용기를 보여주었다면 최근 몇 년간의 한국 남자배구는 이토록 비참하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위기는 그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용하느냐에 따라 새로운 도약의 발판이 될 수 있다고 했는데...이러한 발판 역할을 자임하고 나선 지도자가 있었으니 바로 현대캐피탈의 05~06프로배구 통합챔피언을 일구어냈던 김호철 감독이 그 주인공이다.
많은 사람들은 단순히 화면에 비치는 모습만을 보고 그를 猛將이나 勇將의 범주에만 한정시킨다. 하지만 그는 엄연히 세계 최고수준의 무대에서 선수와 감독으로 맹활약하며 세계 배구의 흐름을 확실히 이해하고 있었으며, 마지막 순간 통합챔피언이 되기 위해 전술과 체력적으로 장기레이스를 치밀하게 대비하는 知將으로서의 모습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그럼 과연 김호철 감독은 그 자신이 열렬히 주창하는 세계배구의 흐름을 한국 남자배구에 심어줄 수 있는 자격 혹은 역량을 갖췄을까?
다행히도 김감독은 그럴 능력이 있다. 세계 최고의 배구리그라는 이탈리아 무대에서 선수로서 MVP를 차지했고 프로팀 감독으로서 팀을 1부리그와 2부리그의 정상으로 이끌어봤으며, 심지어는 이탈리아 국가대표 2진팀의 감독으로 지중해 국가들간의 국가대항전에 출전해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단다. 정말 더 할 나위없는 커리어다. 게다가 작년 V리그 종료 후 각 언론에 공개된 현대캐피탈의 과학적인 컴퓨터 데이터 분석시스템 및 이탈리아식 선수단 체력관리 등은 이제 한국 남자배구도 최첨단화의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장밋빛 전망까지 가능하게 만든다.
여기서 우리 축구팬들이 눈여겨 봐야 할 것은 바로 이것...
향후 한국축구의 국가대표팀 감독은 물론 각 프로팀의 지휘봉을 잡아 선진축구를 구사할 꿈에 부풀어 있는 지도자 지망생들은 비록 종목은 다르지만 김호철 감독이 선수와 감독으로서 걸었던 저러한 길과 유사한 길을 걸으면서 자기수련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날고 긴다는 유럽의 빅리그나 심지어 마이너리그에서조차 감독직을 수행할 역량도 갖추지 못했으면서 한국대표팀의 감독이나 코치가 돼 월드컵에서 세계축구의 열강들과 당당히 겨뤄보겠다는 소리가 얼마나 한심한 소리인지는 최근 각종 케이블방송을 통해 봇물 쏟아지들 밀려드는 유럽축구 중계를 보는 축구팬들은 누구나 느끼고 있다.
금전적,시간적 이유로 김호철 감독과 같은 길을 걷는다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하겠다? 물론 똑같이 따라하라 강요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각기 처해있는 상황이 다르다 하더라도 최소한 마음을 비우고 가장 낮은곳에서 가장 겸손한 자세로 충분한 시간을 두고 배움을 시작하라는 얘기다.
황선홍을 시작으로 김도훈,유상철 등 가장 최근의 은퇴한 세대들에서 부터는 정말 제대로 된 국내파 지도자들을 보고싶다.
우리 축구팬들은 우스갯 소리로 “아마 박지성이나 이영표 같은 선수들이 지도자가 될 때 정말 제대로 된 지도력이 나올꺼야.”라는 말들을 내뱉는다.
비록 이들이 세계최고 수준의 선수들이라는 얘기는 지금 할 수는 없어도 어쨌든 세계 최고수준의 무대에서 당당히 주전급으로 뛰면서 그 수준에 한 걸음씩 도달하고 있고, 결국 훗날 그러한 무대에서의 경험은 그들이 지도자로 변신할 때 과거 한국축구 지도자들에게선 볼 수 없었던 패러다임을 심어줄 가능성이 가장 크기 때문일것이다.
하지만 왜 꼭 박지성과 이영표만 가능하다고 할 수 있는가? 그에 앞서 황선홍을 시작으로 김도훈이나 유상철도 충분히 세계적인 지도자가 될 소질을 가지고 있다. 비록 저들처럼 유럽에서 화려하게 선수생활을 하진 못했지만 히딩크라는 명장과 함께 하면서 세계적 코칭기법을 터득했고 수 차례 월드컵을 밟으면서 최고수준의 경기력을 경험했으며, 일본과 같은 축구환경 만큼은 한국보다 앞서있는 곳에서 선수생활을 하며 여러 가지 느낀점을 향후 어린 선수들에게 접목시킬 여지가 충분히 있는것이다.
날고 긴다는 유럽의 빅리그나 심지어 마이너리그에서조차 감독직을 수행할 역량도 갖추지 못했으면서 한국대표팀의 감독이나 코치가 돼 월드컵에서 세계축구의 열강들과 당당히 겨뤄보겠다는 소리가 얼마나 한심한 소리인지는 최근 각종 케이블방송을 통해 봇물 쏟아지들 밀려드는 유럽축구 중계를 보는 축구팬들은 누구나 느끼고 있다.
첫댓글 이 글과 글쓴이가 하고자 하는 말을 100% 이해하지는 못했으나 갠적으로 김호감독님이 지장이자 덕장이 아니신가 생각되네요
날고 긴다는 유럽의 빅리그나 심지어 마이너리그에서조차 감독직을 수행할 역량도 갖추지 못했으면서 한국대표팀의 감독이나 코치가 돼 월드컵에서 세계축구의 열강들과 당당히 겨뤄보겠다는 소리가 얼마나 한심한 소리인지는 최근 각종 케이블방송을 통해 봇물 쏟아지들 밀려드는 유럽축구 중계를 보는 축구팬들은 누구나 느끼고 있다.
유럽축구의 중계가 오히려 지나친 우리 축구계 인사들과 국내축구에 대한 편견과 인식을 심어놨음은 가히 어찌 돌이킬수없는 재난수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