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아물지 않는 일들이 있지 내가 날 온전히 사랑하지 못해서 맘이 가난한 밤이야 거울 속에 마주친 얼굴이 어색해서 습관처럼 조용히 눈을 감아 밤이 되면 서둘러 내일로 가고 싶어 수많은 소원 아래 매일 다른 꿈을 꾸던 아이는 그렇게 오랜 시간 겨우 내가 되려고 아팠던 걸까 쌓이는 하루만큼 더 멀어져 우리는 화해할 수 없을 것 같아 나아지지 않을 것 같아 어린 날 내 맘엔 영원히 가물지 않는 바다가 있었지 이제는 흔적만이 남아 희미한 그곳엔 설렘으로 차오르던 나의 숨소리와 머리 위로 선선히 부는 바람 파도가 되어 어디로든 달려가고 싶어 작은 두려움 아래 천천히 두 눈을 뜨면 세상은 그렇게 모든 순간 내게로 와 눈부신 선물이 되고 숱하게 의심하던 나는 그제야 나에게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아 선 너머에 기억이 나를 부르고 있어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잊고 있던 목소리에 물결을 거슬러 나 돌아가 내 안의 바다가 태어난 곳으로 휩쓸려 길을 잃어도 자유로와 더이상 날 가두는 어둠에 눈 감지 않아 두 번 다시 날 모른 척 하지 않아 그럼에도 여전히 가끔은 삶에게 지는 날들도 있겠지 또다시 헤매일지라도 돌아오는 길을 알아
이 노래는 아이유의 20대를 담은 이야기다.
20대를 초반 중반 후반으로 나눠 담고 있는데, 5분 16초라는 짧은 노래 안에서 10년 동안의 자아가 변해가는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래서인가? 이 노래는 후렴구도, 그리고 그 흔한 반복조차 없다.
'그러나' 이 심상치 않은 접속부사를 던져 놓고
과연 화자가 무슨 이야기를 늘어 놓을 것인지 집중을 하게 만드는 효과로 곡이 시작된다. 그러면서 담아둔 메시지는 바로 이것
"아무리 시간이 약이라고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괜찮아지지 않는 것들이 있더라."는 화자의 경험과 깨달음
그렇게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지난 날의 '아이'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실망하고, 싫어하고, 만족할 수 없는 자아와 화해할 수 없고 그렇다고 관계가 나아질 수 없을 것 같은.. '아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아이에게는 가물지 않는 '바다'가 있다.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하면서도 무엇을 뜻하는지가 가장 모호한.. '바다' 말이다.
어린 날의 '아이'에게서 자아는 부정적이었지만 마르지 않는 '바다'가 있었던 것.
그렇게 시간이 지나 어느새 바다는 흔적만 남았고....
작은 두려움 속에서 맞이한 세상은 '눈부신 선물'이 되어주었다.
두려움과 의심 속에서 성장한 아이는 어느새 지난 날의 아이에게 '대답'을 줄 수 있는 경지가 되어 있었다.
내 안의 '바다'가 탄생한 곳으로 물결을 거슬러 올라가는 중에 휩쓸려도 더이상 두렵거나 불안하지 않는 '나'로 변화한 것이다. 그런 '나'는 자신의 부정적인 모습도 거부하고 싶은 부분들까지도 외면하지 않는... 포용적인 '성인'이 된 것이다.
이렇게 일방적이고도 순탄한 어쩌면 우연적인 전개일지도 모르는 해피엔딩 스토리는..
'그럼에도'로 이어지는 P.S로 개연성을 얻게 된다.
이렇게 핑크빛 인생도 '삶에게 지는 날도 있는' 현실을 산다고..
그렇지만 이전과 다른 건.. '돌아오는 길'을 안다는 것.
원래 인생은 숱한 시련과 고난이 닥쳐오고 '나'는 인생이 그렇다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인식했으니.. '실패하면 어쩌지?', "힘들면 어쩌지?'하며 걱정하고 의심하던 예전과는 다른 '나'로 성숙을 이뤄냈다.
쉽게 무너지는 블럭을 쌓다가 그것이 무너지면 아이는 속상한 나머지 울게 된다. 그런데 이런 경험이 쌓이다보면 '이 블럭은 원래 잘 무너지는 거야. 무너져도 괜찮아. 나는 이걸 다시 잘 쌓는 법을 알아.'하는 경험적 깨달음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러면 쌓다가 블럭이 무너지더라도 더이상 속상해하거나 울거나 하지 않게 된다. 이 노래 속 아이는 흐르는 시간 속에서 이러한 것들을 터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