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진원지 중국이 전세계 마스크 쥐락펴락
코로나 초기 마스크 수출 막고
각국 돌며 물량 싹쓸이
유통망 흔들리며 가격 천정부지
한국 대만 프랑스 등
공급부족에 국가가 생산 통제
중국, 코로나 꺾이자 재수출 채비
글로벌 기업 정부보다 먼저 움직였다.
작년 12월 31일, 우한의 원인 불명 폐렴환자 27명이 격리 치료 중이라는 사실이 보고됐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케냐다 방역용품 생산업체 메디콤은 모트리얼 본사에 즉각 상황실을 차렸다.
사스.애볼라 같은 감염병과 전쟁을 치러본 베터랑의 판단이었다.
메디콤의 본사 상황실에서 해외 생산라인에 신속하게 증산 지시가 내려갔다.
중국은 전 ㅅ게ㅖ 마스크의 절반가량을 만드는 1위 생산국이다.
미국 병원 의사도, 꽃가루에 민감한 일본인도 저렴한 중국산 마스크를ㄹ 대량으로 사다 썼다.
이런 나라가 해외 수출을 멈추고 올 1,2월 진공청솟기처럼 각국 마스크를 빨아들었다.
3M, 허니웰 같은 유명 마스크 생산업체는 물론이고, 체코, 우크라이나, 아르헨티나 등
세계 곳곳의 작은 마스크 공장까지 아시아 바이어들의 주문이 쇄도했다.
1년 통틀어 마스크 70만장 판 회사에 며칠 새 700만장 주문이 쏟아졌다.
2년치 주문이 일주일 만에 몰렸다는 곳도 있다.
위생용품과 마스크를 생산하는 일본 사와모토사 주식은 1월 한 달 새 5배 가까이 올랐다.
인도에서 마스크를 생산하는 3M의 현지법인 3M인디아는 3월 초 사흘 만에 주가가 20% 급등했다.
바이러스보다 빨리 퍼진 공포와 탐욕
바이러스보다 불안감이 먼저 확산했다.
중국을 둘러싼 아시아 국가에서 마스크 구매 심리가 급등했다.
한국 소비자들도 마스크 구매 행렬에 합류했다.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돼 있지 않아 불안한 심리에, 마스크는 '코로나 전쟁'을 뜷고 갈 유일한 방어 무기라는 생각이 불을 붙였다.
치솟는 자국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중국, 홍콩 바이어들이 해외 각지로 마스크 쇼핑에 나섰다.
1월 한 달간 대중 마스크 수출이 7.5배 늘어 작년 한해 수출에 육박했다.
숯툴 금지령이 내려진 대만 대신, 2월에는 중국 보따리상들이 문 열린 한국서 마스크를 더 사갔다.
탐욕과 공포가 맞물리니 마스크 값이 치솟았다.
우리 정부도 손 놓고 있진 않았다.
부지런히 사재기를 단속했다.
마스크 점검회의(1.30), 합동점검반(1.31) 부총리의 마스크 판매업체 방문*2.3) 또 점검회의(2.7),
긴급수급조정조치(2.12)..., 글로벌 공급망이 요동치니 '문 열어 놓고 모기 잡기 대응이 되고 말았다.
'마스크 국경'이 세워졌다.
중국의 마스크 수출이 끊겼다.
판단 빠른 정부는 '마스크 국경' 부터 세웠다.
대만은 빨랐다.
1월 24일 마스크 수출 금지령을 내렸다.
우한 봉쇄령 다음 날이었다.
급기야 정부가 마스크를 전량 사들여 배급제를 실시하고 나랏돈으로 설비를 增産해 국가 주도 증산에 나섰다.
1월 말 중국인 입국을 전면 차단한 베트남 정부도 곧바로 마스크 증산 계획을 발표했다.
최대 국영 의류업체인 비나택스를 미롯해 베트남 의류 업체들이 옷 대신 마스크 생산에 나섰다.
'국경 업는 EC(유럽연합)'의 통합도 손바닥만 한 마스크에서 먼저 무너졌다.
3월 3일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이 '프랑스 내 모든 마스크의 재고와 생산을 국가가 징벌한다'는 방안에 서명했다.
독일, 프랑스, 체코가 줄줄이 마스크 수출 제한령을 발동했다.
다른 EU 국가들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한 달 늦은 한국, 더 굼뜬 아베
한국도 2월 26일 마스크 수출 금지 조치를 취했다.
대만보다 한 달 늦었다.
'마스크 공급이 충분하다'고 정부가 오만한건 요동치는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눈덩이처럼 커진 국민 심리는 못 읽고 국내 수급만 따져본 탓도 있다.
코로나 이전에는 마스크가 남아돌아 걱정이었다.
미세 먼지로 마스크 인구도 늘고, 생산업체도 늘었지만 공급이 수요를 앞질렀다.
홍남기 부총리가 뒤늦게 '마스크 수출 금지가 더 일찍 됐으면 좋았을 걸'이라고 했다.
일본은 한국보다 더 굼떴다.
3월 10일 관방장관이 '마스크림'을 만들겠다고 했다.
정부가 보조금 준다고 당근책도 제시했지만 신중한 일본 기업들은 쉽사리 설비 증설에는 나서질 않는다.
'코로나 특수' 후의 공급과잉을 감당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마스크 超우월자' 된 중국
중국 정부의 채근에 중국 내 기업들은 본업을 제쳐두고 마스크 생산에 나섰다.
석유화학기업 시노팩이 마스크 생산 설비를 설치하고,
애플 아이폰을 생산하는 대만 기업 폭스콘이 중국 공장에서 직원용 마스크제작에 들어갔다.
반도체 기업인 칭화유니그룹은 마스크 고속 생산을 가능케 하는 제어 시스템을 개발했다.
중소.영세 업체들이 너도나도 생산에 뛰어들었다.
중국 국가개발개혁위원회에 따르면, 하루 2000만장이 안 되던 중국의 마스크 생산이 1억1700만장까지 늘렸다.
중국 내 코로나가 한풀 꺾이자 중국 마스크업체들이 수출 채비를 한다는 보도가 나온다.
숨가쁘게 진행된 '80일간의 마스크 세계대전'은 중국산 마스크가 풀리면 양상이 달라질 것이다.
극심한 수급난에 숨통은 트이겠지만 중국발 코로나로 대처하는 셈이 된다.
코로나가 진정된 후엔 전보다 넘쳐나는 중국산 마스크가 쓰나미처럼 세계 공급망을 흔들 것이다.
강경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