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찻집의 고독'은 작가 박정웅 선생의 1969년도의 역작이다. 선생은 본 곡을 작곡한 직후 '유지나'에게 최초로 취입시킨다. 그러나 반응은 신통치 않았고, 선생은 두 번째로 'Doll sisters'에게 취입시킨다. 그러나 이 또한 반응은 별무신통이었다. 선생은 자신의 역작인 작품이 소비자에게 어필하지 못하는 원인을 곡의 작품성 때문이라 보지 않고 가수 선정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2년이 흐른 1971년도 나훈아에게 세 번째로 취입시킨다. 곡의 모던한 분위기와 내용이 '사랑의 기다림'의 경험이 있는 모든 연령대의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선풍적으로 인기를 얻게 된다. 그러나 '찻집의 고독'은 나훈아 개인에 있어 히트여부와 관계없이 '짜깁기사건' - 1972년 6월 현 세종문화회관의 시민회관에서 '찻집의 고독'을 부르고 있던 나훈아에게 괴한이 깨진 사이다병을 휘둘러 나훈아가 얼굴을 72바늘 꿰매는 중상을 입은 사건으로 말미암아 평생 잊을 수 없는 곡이 되었다.
그러나 작가 박정웅 선생에 있어서도 평생 잊을 수 없는 곡이다. 작가 박정웅 선생에 의하면 본 곡의 탄생 배경은 다음과 같은데, 그 배경이 사뭇 극적이다. 지금으로부터 53년 전인 1969년, 광화문네거리 지금의 교보빌딩이 들어서기 전 그 자리에는 ‘금란다방’이라는 찻집이 있었다. 그해 초겨울(12월 1일)의 어느 한가한 오후 시간, ‘한 남자’는 중매인(직업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요즘말로 흔히 ‘마담뚜’라 하는)과 함께 그 찻집에 들어선다. 지금으로 말하면 소위 ‘맞선’ 혹은 ‘소개팅’자리인데, 미지의 상대에 대한 기다림이란 그때나 지금이나 매우 가슴 설레이는 것이다. 더구나 상대에 따라서는 결혼을 전제 할 수도 있는 이성간의 만남이란 여자에게도 남자에게도 꿈결 같은 감미로움 그 자체 일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약속된 시간이 지나도 끝내 상대 여인은 남자 앞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자리를 주선한 중매인은 남자에게 미안해서 안절부절 못하는 사이, 이날의 사연은 사연의 주인공인 그 남자에 의하여 즉석에서 오선지에 옮겨진다. 이것이 한국가요사에 길이 남을 명곡 ‘찻집의 고독’이 탄생하게 되는 순간이다. 본 사연에서의 ‘한 남자’가 바로 작가 박정웅님 자신이라 하니 그날 박정웅님에게 바람을 맞힌 노랫말 속의 '그 사람'은 박정웅님에게 영원한 사랑의 그림자요, 영원한 기다림의 여인이다.
본 곡의 내용을 보면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했을 법한 사연을 담고 있는데, 곡 중에서 한 폭의 그림이 마치 자화상을 보는 듯 사실적이며, 또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과거시절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하다. 작가 박정웅 선생은 작품 ‘찻집의 고독’에서 기다림의 설레임을 꿈결 같은 감미로움으로 표현하고, 약속시간을 정점으로 감미로움이 슬픔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이야기하는데, 노랫말의 내용이 매우 모던하고 인간의 심리를 사실적으로 묘사한 것이 압권이다.
훗날 밝혀진 일이지만, 본 사연의 여주인공인 '그 사람'은 약속 시간 하루가 지난 12월 2일, 그 찻집에서 종일 박정웅 선생을 기다렸다 하니 참으로 안타까운 사랑의 기다림이다. 인연이란 기적같이 만나기도 하지만 이렇게 운명적으로 비껴가는 것인가 보다. 그러나 인간사의 모든 사연은 '우연의 일치'가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필연의 중첩(?)'이 만들어 내는 결과라는 생각이 든다. 만약 그날 만남이 이루어졌다면 선생의 생은 달라졌을 것이며, 작품 '찻집의 고독'은 영원히 한국가요사에 등장하지 않았을 것이다. 선생은 곡에서 ‘루루 루루 루루 루루 루’하는 흐름어(flowing of word)의 삽입으로, 짧은 순간 기다림의 설레임과 슬픔을 영원한 현재진행형의 기다림으로 그려 넣으며 완성한다.
본 곡은 우여곡절 끝에 나훈아가 취입을 하게 되었고, 나훈아의 음악적 성격을 규정하는 대표곡이 된다. 본 곡의 탄생배경을 보면 어떤 한사람의 지극히 일상적인 하나의 사연이 한 가수를 대표하는 곡으로 변모해 가는 과정이 재미있다. 이러한 사례에서 대중가요는 그것이 어떤 장르의 곡이든 그 시대 구성원들의 삶과 의식을 반영하는 세월의, 또 역사의 화석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훈아
심수봉
태진아
춘수
그 다방에 들어 설 때에
내 가슴은 뛰고 있었지
기다리는 그 순간만은
꿈결처럼 감미로왔다
약속시간 흘러 갔어도
그 사람은 보이지 않고
싸늘하게 식은 찻잔에
슬픔처럼 어리는 고독
아~ 사랑이란 이렇게도
애가 타도록 괴로운 것이라서
잊으려 해도 잊을 수 없어
가슴 조이며 기다려봐요
루루루루 루루루루 루
루루루루 루루루루 루
아~ 사랑이란 이렇게도
애가 타도록 괴로운 것이라서
잊으려 해도 잊을 수 없어
가슴 조이며 기다려봐요
루루루루 루루루루 루
루루루루 루루루루 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