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트라우마… 무역업계 ‘지카 바이러스’ 공포
중남미 경제에 악영향 불가피
세계경제에 도미노 파장 우려
비즈니스 출장 각별히 신경을
선박-컨테이너 감염경로 주의
▲리우 올림픽을 앞두고 지카 바이러스 비상이 걸린 브라질에서 보건당국 직원들이 최근 소두증을 유발하는 지카 바이러스를 퍼트리는 모기를 박멸하기 위한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1일(현지시간) 세계보건기구(WHO)는 국제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마거릿 챈(Margaret Chan) WHO 사무총장은 스위스 제네바 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장에서 “지카 바이러스가 신생아 출산에 소두증 등을 유발하는지의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면서도 “사태의 위협 수준이 심각한 상황이어서 국제적인 공동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카 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퍼지고 있다. WHO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올해 5일(현지시간)까지 미국, 콜럼비아, 태국 등 33개국에서 지카 바이러스 환자가 발생했다. 최근 중국 장시성에서 지카 바이러스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고 6개 국가에서도 비간접적으로 전파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전 세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중국에서 지카 바이러스 환자가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카 바이러스는 1952년 우간다와 탄자니아에서 인체감염사례가 처음으로 보고됐다. 주로 이집트숲모기에 의해 전염되며 감염 시 감염반점구신성을 동반한 발열과 근육통 등이 수반된다고 알려졌다. 현재 지카 바이러스가 신생아 출산에 소두증을 유발한다는 의심이 제기되고 있으나 아직 마땅한 백신조차 없어 현재까지 예방만이 최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지카 바이러스가 혈액 내에 머무는 기간은 평균 7일”이라며 “모든 모기가 지카 바이러스를 옮기는 것은 아니지만, 이론상으로는 숲 모기 계열의 모기가 지카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흰줄숲모기가 서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까지 지카 바이러스 감염자 수에 대한 정확한 수치 파악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며 “지카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는 모기한테 물린다고 해도 80% 이상이 별다른 증상을 보이지 않기에 모기기피제를 뿌리는 등 예방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무역업계 영향 ‘제한적’이라지만
무역업계에서는 지카 바이러스의 영향을 두고 아직 지켜보자는 쪽이다. 에볼라 바이러스처럼 치사율이 높지 않고 메르스와 같이 사람 간의 전염성이 강하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카 바이러스는 이번에 새롭게 발생한 바이러스가 아니고 오히려 최근 소두증과의 연관성이 의심되면서 주목을 받는다는 것이 KOTRA의 분석이다.
KOTRA 상파울루 무역관에 따르면 현지 브라질 사람들은 지카 바이러스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건강한 일반인은 이집트숲모기에 물려도 특별한 반응 없이 자연 치유되거나 고열 감기 증세를 보인 것이다. 또 현재 정부가 브라질을 ‘여행유의국가’로 지정한 이유는 ‘치안불안’ 때문이며 지카 바이러스로 인해 위험 단계가 상향조정될 가능성이 없다고 했다.
현지 브라질 내 무역업체들도 지카 바이러스를 두고 예민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모습이다. KOTRA 리우데자네이루 무역관에 따르면 브라질 내 외국투자기업의 홈페이지 등에 특별한 경고조항은 없으며 지인을 통해 문의해보아도 회사 차원의 주의 메일 등은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리우에 있는 포스코, 포스코 건설 등을 포함한 국내업체도 지카 바이러스를 두고 민감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지 무역관은 국내 무역에 미치는 영향을 두고 제한적이라고 봤다. 초기에는 브라질 출장을 꺼리는 국내 업체가 있을 수 있고 브라질 내 전시회에서도 방문을 취소하는 등의 사례도 나올 수 있지만, 임산부에 민감한 바이러스이므로 국내무역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보는 것이다.
최정석 KOTRA 리우데자네이루 무역관 관장은 “현지 브라질 내에서의 지카 바이러스는 미혼 여성이나 남성들은 말라리아와 유사한 댕게 정도로 여기고 있다”며 “초기 단계라 현상을 진단할 만큼의 자료가 없어 속단하기 어렵겠지만, 지카 바이러스로 인한 국내 무역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지카 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가뜩이나 경기 부진에 시달리는 세계 경제에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특히 저유가로 인해 재정난을 겪고 있는 중남미 국가들은 이번 지카 바이러스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브라질은 바이러스 확산으로 올림픽 특수는 고사하고, 관광객 급감마저 막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브라질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저유가와 미국 금리 인상으로 지난해 4월 247.88bp에서 9월에는 462.5bp까지 상승한데 이어 지카 바이러스 발생 이후 지난달 29일 기준, 479.34bp까지 상승했다.
콜롬비아, 에콰도르, 자메이카 등 지카 바이러스가 유행하는 중남미 국가들도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경기침체를 우려하고 있다. 관광·여행업계의 타격은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세계 주요 항공사들은 중남미 등 지카 바이러스 유행지역으로 가는 항공편을 예약한 승객들에게 적극적인 환불정책을 펴고 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BI)는 세계보건기구(WHO)가 공식 경보를 낸다면 지카바이러스의 영향권에 있는 지역은 단기적으로 관광객이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 침체가 지속될 경우, 자본 유출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제는 브라질 등 남미 국가들이 자본유출에 대한 별다른 대응책이 없다는 점이다.
◇정부 예방활동 강화에 나서
이와 달리 정부는 지카 바이러스 확산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해 메르스로 인해 국내 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봤기 때문이다. 한국광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찾은 관광객은 1323만명으로 2014년보다 6.8% 줄었다. 이는 12년 만에 줄어든 수치다.
당시 무역업계도 메르스의 영향을 비껴가지 못했다. 중국의 보세가공지역에 물품을 납품하는 A사는 메르스를 이유로 방문 일정을 무기한 연기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국내외 판로를 개척하는 전시회에서도 메르스로 인해 취소되거나 하반기로 연기됐다. 정부도 이번 지카 바이러스를 두고 바짝 긴장하는 이유다.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질병관리본부장에 호흡기 질환 전문가인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장을 임명했다. 지카 바이러스가 빠르게 확산되자 1달간 공석이었던 자리를 서둘러 메운 것이다. 이어 질병관리본부는 ‘모기팀’을 구성하는 등 올해 연구대상을 진드기에서 모기로 바꾼다는 계획이다. 흰줄숲모기를 줄이는 방향으로 연구해 국내에서의 지카 바이러스 확산 가능성을 애초에 막겠다는 행보다.
정부는 지카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질병관리본부 긴급 상황실을 통해 모니터링하는 한편, WHO 및 감염 발생국가와도 정보 공유를 하는 등 국제사회와 공조한다는 입장이다. 또 지카 바이러스 노출 위험이 있는 임산부를 위해 ‘진료가이드라인’을 제작해 배포했다.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도 행동에 나섰다. 대전시는 9일 지카 바이러스 발생에 대한 관리대응 체계를 구성하고 질병관리 홍보를 한층 강화한다고 밝혔다. 인천시, 순천시, 군포시 등도 지카 바이러스 예방 활동 강화에 나섰다. 지방자치단체는 정부와 협력해 모기서식지에 대한 방역을 강화하고 숲 지역에 대한 소독한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국적 항공사는 남미, 태국 등 발병지역을 대상으로 임산부나 동반가족이 항공권을 변경 및 취소하면 수수료를 면제하고 있다.
국립인천공항검역소 관계자는 “현재 브라질에서 직접 오는 직항기에는 현지에서도 방역하는 상황”이라며 “지카 바이러스 발생국가 방문객을 대상으로 입국자 검역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선박컨테이너 유입 경로 주의해야
감염경로에 대해서 항공기 이외에도 지카 바이러스가 국내에 들어올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메르스도 방역 체계에 구멍이 뚫리면서 대규모 감염사태로 확산됐던 만큼 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대한감염학회에 따르면 중남미, 동남아를 오가는 선박, 컨테이너 등을 통해 이집트숲모기가 유입 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현지에서 선박 등이 출발하기 전에 적절한 방역 활동이 필요하다고 봤다.
실제 1983년 미국 텍사스 멤피스에서 아시아에서만 서식하는 흰줄숲모기가 발견됐다. 당시 미국에서는 아시아 지역에서 폐타이어를 수입해 재생해서 되팔았는데 물이 고여 있는 폐타이어 내에서 흰줄숲모기의 유충과 성충들이 실려 왔던 것이다. 국립보건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흰줄숲모기는 물이 고인 돌 절구통이나 물 고인 폐타이어 등에서 주로 발생했다.
김기환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지카 바이러스가 유행하거나 보고된 지역에서 감염된 사람의 유입을 주의해야 할 것”이라며 “드물겠지만, 선박컨테이너를 통해 감염된 모기의 유입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지카 바이러스 보고지역에 드나드는 무역 관계자들에 대해 주의와 교육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는 목재나 묘목을 통한 모기 유충 유입을 막기 위해 방역에 나선다. 정부는 국내에 도착한 수입 원목을 두고 유독 기체를 사용해 소독하고 묘목 등은 현장에서 검역한 뒤 규제병해충 검출 시 소독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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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관리본부 “지카 바이러스, 2주 이후 안심”
최근 인터넷과 사회연결망 서비스(SNS) 등에서 지카 바이러스에 대한 궁금증이 올라오고 있다. 지카 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주목받는 것이다. 이를 두고 질병관리본부에서 발표한 지카 바이러스 관련 질문과 답변을 정리했다.
-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된 모기에 물리면 발열 등의 증상이 최대 2년 뒤에도 나타날 수 있나.
▲ 사실이 아니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모기에 물린 뒤 통상 2~7일 지나면 증상이 시작되고, 최대 2주 안에 증상이 나타나므로 2주 이후에는 안심해도 된다.
- 모기에 물리지 않아도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는지.
▲ 지카 바이러스는 감염된 모기에 물려 사람에게 전파되며 사람 간의 일상적인 접촉으로는 감염되지 않는다. 다만 감염된 사람의 혈액을 수혈 받은 경우나 성적 접촉을 통해서도 감염될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성적접촉을 통한 전염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더욱 많은 근거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이밖에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된 모든 임신부가 소두증이 있는 아이를 출산하는 것도 아니다.
- 지카 바이러스 발생 국가로 여행을 계획 중이었는데.
▲ 임신부의 경우 최근 2개월 이내 환자가 발생한 국가로의 여행을 연기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불가피하게 발생국가로 여행해야 하는 경우라면 여행 전 의사와의 상담을 권유한다.
- 지카 바이러스 유행지역을 여행하고 돌아왔다면.
▲ 전문가들은 증상이 없는 경우 진단검사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다. 여행 후 2주 이내에 의심증상이 나타나는 경우에는 가까운 의료기관에 방문하여 진료를 받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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