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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춘(왼쪽) 청와대 비서실장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현 정부 실세와 여당 수장으로서 공존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더팩트 DB, 서울신문 제공 |
[더팩트 ㅣ 고수정 기자]
"형님, 앞으로 제가 직접 통화를 하려면 누구한테 전화하면 됩니까."(김무성)
"앞으론 나에게 직접 전화를 해라."(김기춘)
한때 극한 대치 양상을 보이던 김기춘(75) 청와대 비서실장과 새누리당 김무성(63) 대표. 두 사람은 지난달 15일 김 대표가 '여당 수장'으로 선출되고 난 다음날 박근혜 대통령과의 오찬 회동 직전, 짧은 만남을 가지면서 앙금을 풀었다. 김 대표가 먼저 "형님"이라고 운을 떼자, 김 실장이 개인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줬다.
김 대표는 새누리당 전당대회 경선 과정에서 김 실장을 독하게 비판했고, 이 때문에 김 실장은 김 대표를 부담스러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 대표가 당 대표가 된 이후 김 실장이 나름대로 예우를 갖추기 위해 노력하는 흔적들이 보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앙숙' 관계에서 '형님 동생' 사이로 발전할지 주목되는 두 사람. 박근혜 정부의 실세와 여당의 수장으로서 공존할 수 있을까.
◆ '형님 동생', 김기춘 비서실장 등극 계기 '앙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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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춘(왼쪽) 청와대 비서실장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경남중·고 동문으로, 호형호제 하는 사이였다. 그러나 김 대표가 2010년 2월 박근혜 대통령과 세종시 수정안 문제로 대립각을 세우면서 '비주류 좌장'으로 밀려났고, 김 실장이 2013년 청와대에 입성하면서 사이가 멀어졌다. /더팩트 DB, 서울신문 제공 |
김 실장과 김 대표는 한때 '친한 사이'였다. 경남중·고 동문으로, 경남 거제가 고향인 김 실장은 마산중학교와 경남고등학교를 나왔고 김 대표는 경남중학교와 중동고등학교를 졸업했다. 현재 경남중·고는 동창회를 같이하기 때문에 두 사람은 '동문'으로 묶인다. 김 대표가 김 실장을 '형님'이라고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두 사람은 정치적으로도 인연이 있다. 김 실장은 공안검사를 지낸 후 노태우 정권 시절인 1991 법무부 장관 발탁을 계기로 정치에 입문했다. 1996년 4월 총선거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되면서 내리 3선을 지냈다. 김 대표는 민주화운동을 하던 김영삼 전 대통령 밑에서 정치를 배운 일명 '상도동계' 소속이다. 정치적 뿌리는 다르지만, 둘은 'PK(부산·경남)'라는 울타리 속에 친분을 쌓았다.
멀어지게 된 계기는 김 대표가 2010년 2월 세종시 수정안을 놓고 박근혜 대통령과 대립하다 '친박(친박근혜) 좌장'에서 '비주류 좌장'으로 밀려났고, 이후 김 실장이 청와대 2인자로 등극하면서다. 청와대 핵심 세력이 김 대표가 2013년 4·24 재보궐선거로 여의도에 재입성했을 때부터 견제했고, 김 실장도 김 대표의 전화 받기를 꺼릴 정도로 거리를 뒀다는 말이 나온다.
김 대표도 이러한 김 실장에 대해 날을 세워왔다. 지난 6월 9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김 실장은 굉장히 훌륭한 분이다. 제가 존경하는 분인데, 다소 좀 불만이 있다. 그래서 그 부분을 바꾸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당과 청와대 관계를 너무 수직적 관계로 만든 것은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또 같은 달 18일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김 실장과 몇몇 핵심 친박들이 나를 모함해서 내가 당 대표가 되면 대통령에게 각을 세울 것이라는 식으로 말하는데 나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 정권이 시작된 후 김 실장과 손에 꼽히는 몇몇 친박 핵심 의원들이 박 대통령과 내 사이를 갈라놨다"고 꼬집었다.
호형호제하던 사이에서 앙숙으로 관계가 바뀐 두 사람. 역학적 관계로는 '상대에게 베푼 만큼 상대도 내게 베푸는, 주는 대로 받는다는 궁합, 즉 '한처득안'(閑處得安)으로 표현할 수 있다. 두 사람은 쇠(金)의 기운을 가지고 있어 서로 필요에 의해서 만나는 인연이므로 아주 친한 관계를 유지하지만, 가끔은 배신의 여지가 있는 경계가 '애매모호'한 관계로 분석된다.
◆ 朴 대통령 보호막 vs 여당 속의 야당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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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오찬 자리에서 김기춘(왼쪽) 청와대 비서실장과 새누리당 김무성(가운데) 대표가 조우했다. 두 사람은 박근혜 대통령과의 만남 전 휴대전화 번호를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제공 |
김 대표가 여당 수장이 되면서 다시 호형호제 사이로 돌아갈지 관심이 쏠린다. 두 사람은 앙금을 풀 듯 지난달 15일 청와대 오찬 자리에서 휴대전화 번호를 교환했고, 김 대표는 다음 날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대통령의 안정감도 중요하고 대통령께서 김 실장과 같이 일하시기를 원하는 것으로 결정 난 상황에서 김 실장이 지금까지와 다른 스타일로 변하고 잘 해주길 기대한다. 김 실장도 억울한 점이 많았을 것"이라고 말하며 김 실장에 화해의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나 정치권 안팎에서는 '정부 실세'인 김 실장과 '여당 수장'인 김 대표가 크게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하고 있다. 평소 '할 말은 하는' 직설적인 성격에 '수평적 당·청 관계' 지향하는 김 대표가 '여당 속의 야당' 역할을 할 경우 김 실장이 적극적으로 방어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 실장은 올해 초 아들이 불의의 사고로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지만 청와대에 머물면서 대통령 곁을 지켰다고 알려졌다. 당시 사의설까지 돌았지만 김 실장은 사석에서 '비서실장을 맡은 지 1년도 안 된 상황에서 나갈 수 없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그만큼 김 실장이 김 대표의 공세에 맞서 박 대통령을 보호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방증한다.
반면 김 대표가 '원조 친박'이었다는 점에서 반대의 시각도 있다. 이상휘 세명대 석좌교수는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박근혜 정부 성공에 대한 일정 부분 책임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날카로운 대립이나 불협화음은 이뤄지지 않을 거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당·청 관계의 바로비터로 평가되는 두 사람의 관계는 이제 '풍우동주'(風雨同舟·폭풍우 속에 한 배를 타다)가 된 만큼 어떤 모습을 보일지 주목된다.
정치팀 ptoda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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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이건 무슨 개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