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월요시편지_727호
메물능쟁이
허림
니 내 좋아했는데
서산 어디 산다는 분산이가 오십 년 만에 와서 한 말이다
혼잣말 같기도 하고
들으라고 한 말 같기도 한데
모라고
못 들었으면 말고
그때 붉은데이 오면 능쟁이 해주려 했는데
한 번을 안 오데 서운하더라 그래서 내면 떠났다
지금이라도 만들어주지
됐다
말로 해줄게
통메물 찰강냉이가루 없으면 멧옥씨기가루 좁쌀을 준비해
그런 다음 노강지에 물을 넉넉히 붓고 메물 넣고 푹 능궈지도록 죽을 쒀
푹 퍼졌다 싶으면 찰강냉이가루와 좁쌀 나물 좀 넣고
눌어붙지 않게 능구면 돼
능구는 게 뭔데
내가 니 속에 들어가도록 속을 푹 늘궈놓는 거지
한번 먹고 싶다
메물능쟁이 같은 저녁을
- 『누구도 모르는 저쪽』(달아실, 2020)
*
허림 시인의 신작 시집 『누구도 모르는 저쪽』에서 한 편 띄웁니다.
메물능쟁이가 도대체 뭘까요?
메밀, 찰옥수수가루 혹은 멧옥수수가루, 좁쌀 요 세 가지로 어찌 어찌 해서 만드는 요리일 텐데요.
한번 따라해볼까요?
냄비에다가 메밀을 넣고 죽이 될 때까지 잘 젓습니다.
죽이 되어 푹 퍼지면 그 다음에 옥수수가루와 좁쌀인지 좁쌀 나물인지를 넣어야겠네요.
그러고는 눌어붙지 않게 능구면 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이것은 그것이 알고 싶다, 김상중 버전입니다)
도대체 능구는 게 뭘까요?
메물능쟁이는 도대체 뭘까요?
그것이 알고 싶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히 알 것 같습니다.
"내가 니 속에 들어가도록 속을 푹 늘궈놓는 거지"
사랑이란 게 별거냐
당신과 나의 속을 푹 넓혀서 그 속에 서로 들어가 살 수 있도록 하는 것.
어떤가요?
밴댕이 소갈딱지 같은 그 속만 좀 넓히면
누구든 그럭저럭 백년해로 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메물능쟁이 같은 사랑이 사람 속을 공연히 꿉꿉하게 만드는 그런 아침입니다.
2020. 9. 21.
달아실출판사
편집장 박제영 올림
첫댓글 허림시인의 시가 많이 능구어졌네요.
그동안 능쟁이를 많이 능구셨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