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정산(1,261m)은 지리산국립공원 중북부능선상의 주봉으로 전북 남원시 산내면과 경남 함양군 마천면의 도계를 이루며 뻗어간다. 지리산 남사면 조망터로 압권인 남부능선상의 삼신봉(1284.5m)과 더불어 지리산 북사면 조망터로는 당연 삼정산 능선이다.
능선에 올라 요소요소 조망터에서 바라보는 지리산 주능선과 북사면 전체가 조망이 되는데 「하봉~천왕봉~삼각고지~노고단~만복대~바래봉~덕두봉」까지 하염없이 흘러가는 지리태극문양의 마루금은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삼정산 능선은 대체로 마루금 코스보다 칠암자 순례코스로 많이들 이용하고 있다.
실상사와 약수암을 제외한 영원사와 나머지 암자들은 삼정산 동사면으로 위치하고 있어 산객들은 삼정산을 많이들 찾고 있는 반면, 삼정산보다 높은 영원봉(1,289.5m)과 별바위등(1,400m)은 산객들 발길이 뜸한 편이다.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에는 영원령으로 표기 되어있지만, 지리산 마니아들에게는 영원봉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뱀사골의 동쪽 산록에 해당되며, 만수천과 덕전천의 분수계를 이루는 봉우리이기도 하다. <!--[endif]--> 산세가 부드럽고, 곳곳에 기암과 고사목·노송들이 어우러져 있어 경관이 빼어나다. <함양군지>에는 삼정산(三丁山)이라고 되어 있으나, 국토지리정보원 지도에는 삼정산(三政山)이라고 표기되어 있다.
삼정산이란 이름은 동쪽 산기슭에 자리잡은 하정, 음정, 양정이란 세 마을의 이름과 연관이 있다고 한다. 지리산국립공원 내에는 20여개가 넘는 사찰과 암자가 있는데 그중 삼정산 산기슭에 크고 작은 절집이 일곱 개나 깃들어 있어 사찰순례코스로 각광받아오다가 최근 들어 세인들 관심으로부터 멀어져가고 있다.
삼정산능선 끝자락에 위치한 구산선문의 효시 실상사를 비롯, 약수암, 삼불사, 문수암, 상무주암, 영원사, 도솔암이 깃들어 있는 이 산자락 주능선엔 영원봉까지 밀생하던 산죽이 삼정산 이후론 각종 활엽수림 무성하고 정성재 이후론 침엽수림이 울창해서 산색 변화가 다양하고 전망 좋은 조망바위 자주 나타난다.
그 중에서도 정상 직전 조망바위에서 바라보는 지리주능선 북사면 바라보기는 그야말로 감동 그 자체다. 크고 깊은 계곡이 발아래로 펼쳐지고, 함양 독바위가 있는 상내봉에서부터 하봉~중봉~천왕봉으로 이어지는 장대한 주능선.. 형제봉과 반야봉은 바로 코앞에 다가서 있다.
정령치~세걸산~바래봉으로 이어가는 북부능선이 선명하고, 뱀사골과 백무동 물길 합수되는 마천면, 그 뒤 하늘속으로 사라지는 엄천강.. 지리산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장관이 펼쳐지는 곳이다. 이 모든 조망들이 발길을 옮길 적마다 다가왔다가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때론 강물처럼 멀어져가기도 한다.
♣실상사 및 7암자
산 아래부터 실상사, 약수암, 삼불사, 문수암, 상무주, 영원사, 도솔암이 차례로 모습을 드러낸다.
천년사찰, 호국사찰로 잘 알려진 실상사는 신라 흥덕왕 3년(828년) 증각대사 홍척이 당나라에 유학, 지장의 문하에서 선법을 배운 뒤 귀국했다가 선정처를 찾아 2년 동안 전국의 산을 다닌 끝에 현재의 자리에 발길을 멈추고 창건했다. 구산선종 가운데 최초로 그의 고향인 남원시 산내면 입석리에 절을 세운 것이다.
실상사에는 백장암과 서진암, 약수암 등의 암자가 있으며 이 곳에는 신라시대의 많은 문화유산들이 산재해 있다. 국보 제10호로 지정된 백장암 삼층석탑은 전형에 구애받지 않은 자유로운 설계를 하고 있어 통일신라를 대표하는 공예탑이기도 하다. 실상사의 문화유적은 보물급에는 수철화상능가보월탑(33호),능가보월탑비(34호),석등(35호),부도(36호),삼층쌍탑(37호),증각대사응료탑(38호),증각대사응료탑비 (39호),백장암석등(40호),철제여래좌상(41호),청동은입사향로(420호),약수암목조탱화(421호) 등 11점이 보존되어 있다. 지방유형문화재로는 극락전(45호),위토개량성책(88호),보광전범종(138호),백장암보살좌상(166호),백장암범종(211호) 등 5점이다.
정상으로 오르는 길, 견성골 문수암 옆에는 임진왜란때 1천명의 주민이 난을 피했다고하여 '천인굴'이란 이름이 붙여진 동굴이 볼만하다. 삼정산 등반코스는 일명 '암자순례길'이라고 한다. 도솔암은 사명대사의 사형인 청매조사께서 수행하시고 열반하신 유명한 도량이다. 1982년부터 혜암스님이 천막을 짓고 정진하시다가 1987년 도량을 지었다고 한다.
문수암에서 상무주암까지는 자연미 넘치고 운치가 뛰어난 구간이다. 상무주암은 선종의 중흥주인 보조국사 지눌이 깨달음을 얻었다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