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859) - 현충일에 즈음하여 살핀 영웅들
지난 일요일(6월 6일)은 제66회 현충일, 겨레와 나라 위해 신명을 바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들의 숭고한 희생을 가슴에 새기며 추념식에서 부른 ‘현충의 노래’(조지훈 작사)를 경건한 마음으로 불러본다.
겨레와 나라 위해
목숨을 바치니
그 정성 영원히
조국을 지키네
조국의 산하여
용사를 잠재우소서
충혼은 영원히
겨레 가슴에
님들은 불멸하는
민족혼의 상징
날이 갈수록
아 ~ 아
그 충성 새로워라
현충의노래와 함께 바치는 꽃다발
현충일에 즈음하여 살핀 영웅들의 사연 몇 가지.
1. 방송에 출연한 영웅들
KBS1TV는 지난 토요일(6월 5일) 오전에 방영된 프로그램(황금연못)에서 1950~53년의 한국전쟁에서 산화한 호국영령과 생존용사의 공을 기리며 ‘오늘의 대한민국은 당신들의 청춘을 바쳐 이룩한 공을 영원히 잊지 않겠다.’고 다짐하였다. 이 프로그램에 참가한 생존용사들의 증언을 들어보자.
1) 인천상륙작전에 참가한 91세 노병(해병대)은 가리산전투에서 격전 중 총상을 입고 치료 후 다시 전장으로 나갈 것을 자원, 도솔산 전투에 투입되었다. 치열한 전장에서 목숨을 잃은 동지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이기를 다짐하며.
2)한국전쟁 당시 수많은 부상자를 치료한 간호장교(90세)는 부모의 만류를 뿌리치고 자원입대한 자신의 선택이 올바른 것임을 긍지로 여긴다.
3) 한국전쟁 중 가장 치열한 전장이었던 다부동전투에 소년병으로 참가한 노병(89세)은 그때 꽃다운 나이로 산화한 동료의 기일을 잊지 않고 지금도 매년 그 묘소를 찾아간다.
4) 한국전쟁에서 산화한 호국영령 중 시신무수습자는 13만 여명, 그중 1만 여명의 유골을 찾아냈고 지금도 국방부소속 유해발굴감식단에서 지속적으로 유해발굴에 진력하고 있다.
5) 전쟁영웅 외에도 재난인명구조에 앞장서는 소방관, 거리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 행인을 심폐소생술로 소생시킨 심폐소생녀 등 우리시대의 대표적 영웅들을 기억하고 응원하자.
2.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당신을 기억합니다.
6일 오전 10시, TV로 중계한 제66회 현충일추념식을 숙연하게 지켜보았다. 서울과 대전현충원, 부산유엔기념공원에서 거행되는 추념식실황을 3원화상으로 중계하는 화면이 다채롭고 태극기와 UN기, 24개 참전국가의 국기를 받드는 의장대의 행렬이 눈길을 끈다. 애국의 범위가 세계로 확대되는 느낌이 새롭다.
추념식의 색다른 이벤트, 한국전쟁에 참전하여 원주전투에서 한쪽 발과 다리를 잃은 미군참전용사 윌리엄 빌 웨버 대령(96세, 웨버 대령은 지난 5월 미국 워싱턴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공원에서 열린 추모의 벽 착공식에서 문 대통령과 직접 만나 인사를 나눴다)과 카투사로 3년간 미군과 함께 전투를 했던 김제세(94세) 참전용사의 동맹관계를 넘어선 양국민의 형제우의를 강조한 편지 낭독이 가슴 뭉클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웨버 대령은 이날 영상 메시지를 통해 아리랑의 첫 대목을 부른 뒤 ‘국군 전우 여러분, 한국전 이후 지속된 전우애에 깊이 감사드린다. 함께 복무한 카투사들을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양 국민은 형제자매가 됐다는 점을 꼭 말씀드리고 싶다. 같이 갑시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6·25전쟁 당시 카투사로 참전했던 김재세 하사가 단상에 올라 ‘형제의 자유를 지켜주기 위해 목숨을 걸었던 우정이 있어 살아남을 수 있었다. 대한민국과 전우들을 기억해줘 감사드린다. 영원히 잊지 않겠다.’고 화답했다. 이를 지켜본 문재인 대통령은 김 하사를 안으며 경의를 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추념사를 통해 자유, 평화, 민주, 인류애를 위해 생명을 바친 호국영령과 유엔참전용사를 비롯하여 각 분야의 고귀한 희생과 헌신을 잊지않겠다고 강조하였다. 올해 추념식의 표제는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당신을 기억합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이 제공한 편지낭독의 주인공 윌리엄 웨버 대령과 김제사 하사의 영상
3.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Freedom is not free!)
70년 전, 5월 26일 밤이었다. 경기도 가평군 북면 화악리에서는 생사를 건 전투가 벌어졌다. 미군 포병부대 600명이 중공군 4000명을 상대로 밤을 새우며 싸웠다. 그리고 기적에 가까운 승리를 거두었다. 도무지 믿기지 않는 이 전투를 기념하기 위해 70년 만에 가평에서 벌어진 전투를 기념하기 위해 한국인과 미국인 99명이 지난 달 26일 이곳에 모였다. 양측은 애국가와 미국 국가를 번갈아가며 함께 불렀다. 부인과 함께 이곳을 찾은 브래드 테일러(전 하겐다즈 부사장) 씨도 한국전 참전용사의 후손이다. 미국 유타주 출신인 그는 ‘당시 미국의 젊은이들은 한국을 몰랐다.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다. 그럼에도 다른 나라의 자유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걸고 싸웠다. 그들의 희생이 거름이 되어 오늘날 대한민국이 누리는 자유가 됐다. 대한민국의 발전상을 보면 감격스럽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가평 전투는 오랫동안 ‘잊힌 전투’였다. 적어도 한국에서는 그랬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안 한국전쟁맹방국용사선양사업회 최승성 회장이 사유지 3300㎡(1000평)를 내놓고 참전 기념비도 세웠다. 가평 전투에 참전한 미군 포병대대원들이 모두 유타주 출신의 예수그리스도후기성도교회(몰몬교) 회원이란 사실은 최근에 테일러 씨의 조사로 처음 밝혀졌다. 브래드 테일러 씨는 가평 전투에 참전한 미군 용사의 후손이다. 행사장을 찾은 가평 출신 최춘식 국회의원은 ‘한국전쟁 당시 북한의 주력 공격은 문산-서울, 조력 공격은 횡성-원주-춘천-이천을 통해 서울을 향했다. 가평은 북한의 조력 공격을 막는 중요한 저지선이었다.’고 설명했다.(2021. 6. 3 중앙일보 백성호 기자의 글,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