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좋아요’는 어떻게 지구를 파괴하는가.
기욤 피트롱 저/ 양영란 옮김/ 갈라파고스/ 2023.
정은환(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
거의 모든 것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일상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스마트폰’. 온 세상을 실시간 연결해주는 ‘인터넷’. 종이서류들이 없어지고, 직접 방문해 신분확인을 하지 않아도 손쉽게 처리할 수 있는 디지털 행정, 금융 시스템. 온도, 전기, 물, 이동수단, 먹거리 생산, 제조와 유통 등 도시의 구성요소들을 최적화해주는 ‘스마트시티’까지. 지식과 돈과 인재가 집중되어 빠르게 발전해가는 디지털 기술 산업은 우리 세계를 이전과 전혀 다른 세상으로 바꾸어가고 있다.
흔히 생각하기에 디지털 세계는 가상세계로 물성이 없으므로 자원 고갈이나 오염, 훼손 같은 환경 이슈와는 거리가 먼 것만 같다. 오히려 디지털 기술은 자원을 최적화해 최소한 소비하고, 오염을 줄이는 식으로 지구 환경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거라는 이미지가 있다. 그러나 이 책은 ‘디지털 기술의 홍보에 ‘녹색’, ‘지속 가능’, ‘친환경’ 같은 어휘들이 동원되는 것은 자칫 위험한 환상을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디지털 산업 자체가 녹색(Green IT)이 아닌데 어떻게 녹색 환경 구현에 도움이 되는 디지털 기술(IT for Green)이 가능한지 묻는’ 주장도 소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SNS에서 ‘좋아요’를 누르는 행위는 가상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상적이고 단순한 행위처럼 보이지만 이는 케이블, 데이터센터, 수력발전용 댐, 화력발전소, 전략 금속 광산 등 엄청난 규모의 물적 하부구조, ‘인프라 월드’가 있어서 가능한 것이다. 수많은 디지털 데이터들을 축적하고 처리하고 유통하기 위한 인프라는 자원 소비와 오염, 훼손을 야기한다, 데이터센터를 대규모로 세우느라 환경을 훼손하고, 부품의 열기를 식히기 위해 냉방시스템을 ‘에너지 먹는 하마‘처럼 가동하듯 말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사물인터넷(IOT)을 구현하는 데 필요한 자재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부적절한 방식으로 생산되는 문제, 첨단제품 개발을 위한 경쟁적 자원투입, 짧은 제품 교체 주기와 기술의 폐기로 인한 낭비 등 미처 생각하지 못한 디지털 기술의 이면을 일깨워준다. 또 디지털기술산업에서 경쟁과 이익, 소비자의 선택이 최우선 고려 사항이지(비록 기업의 윤리성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있다 해도 말이다) 환경에 기여하기 위한 목적이 우선이 아님도 꼬집는다.
저자는 말한다. ‘우리는 디지털을 인간들을 구하기 위해 세상에 온 메시아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는데, 현실은 이보다 훨씬 세속적임을, 디지털이 실제로는 우리를 본떠 만들어진 도구에 불과하다는 점을 합의에 의해서 인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이 기술은 더도 덜도 아니고 딱 우리가 하는 만큼만 친환경적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우리가 식량 자원과 에너지 자원을 낭비하기 좋아한다면 디지털 기술은 우리의 이러한 경향을 한층 심화시킬 것이다. 반대로, 우리가 한계를 넘어 지속 가능한 지구를 생각하고자 한다면 우리는 눈 깜짝할 사이에 지원자 군단을 모을 수 있을 것이다. 그때 그 도구는 우리의 일상적 솔선수범(그것이 고귀한 것이든 명예롭지 못한 것이든)에 불을 붙이는 촉매제가 될 것이다. 그것은 우리가 미래 세대에 물려줄 유산을 증대시킬 것이다.’
한마디로 디지털기술에 있어서도 우리는 깨어있어야 하고, 우리의 태도와 실천은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