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道典 3:4) 전주 최상문의 집에서 정숙을 처음 만나심
상제님께서 전주 남문 안에 살고 있는 최상문(崔祥文)의 집에 자주 왕래하실 때, 한동네에 사는 김택룡(金澤龍), 신봉기, 박이동 등 여러 사람이 찾아와 상제님을 뵈니라. 택룡은 남문 밖으로 흐르는 전주천(全州川) 건너 반석리(半石里)에 살았는데 본시 상문과 절친한 친구로 상제님을 여러 번 뵙고 친면으로 지내니라.
기해(己亥 : 道紀 29, 1899)년에 하루는 상제님께서 택룡과 함께 상문의 집에 계실 때 택룡의 세 살 된 딸이 남천교(南川橋)를 건너 “아부지! 아부지!” 하며 상문의 집으로 들어오거늘, 그 모습을 보니 오악이 뚜렷하고 실로 영악하게 생겼더라. 이 아이의 이름은 정숙(貞淑)이요, 외할머니의 바느질 솜씨가 좋아 항상 아래위 구색을 맞춰 옷을 기가 막히게 잘 입혀 놓으니 동네에서는 이 아이를 ‘꽃순이’라 부르더라. 또 택룡의 집안은 전라감사를 지냈으며 딸이 귀한지라 정숙은 어려서부터 곱게 자라니라.
상제님께서 아장아장 걸어 들어오는 정숙을 보시고 “이리 오나, 이리 오나.” 하여 무릎에 앉히시고는 도리질을 가르쳐 주시고 노래도 가르쳐 주시니 이로부터 정숙이 상제님께 노래 배우는 것을 좋아하여 상문의 집에 자주 드나들며 “아자씨! 아자씨!” 하고 쫓아와 상제님의 무릎에만 앉거늘, 정숙이 오지 않는 날은 상제님께서 친히 택룡의 집을 찾으시어 재롱을 받으시니라.
빨리 커라, 어서 커라
하루는 상제님께서 정숙을 무릎에 앉히시고 “어디, 도리질해 보아라. 도리도리!” 하시며 정숙의 머리를 흔들며 노래를 부르시니 정숙이 상제님의 두 귀를 잡거늘, 상제님께서도 정숙의 귀를 마주 잡으시고 함께 도리질을 하며 노래 부르시니라. 정숙이 상제님께서 춤을 추라 하시면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라 하시면 노래를 하며 갖은 재롱을 부리니 딸이 없던 상문은 정숙이 오면 “친구 딸이 내 딸이다.” 하며 정숙을 먼저 차지하려고 야단이더라. 상제님께서도 “빨리 커라. 어서 커라. 엿 같으면 늘이자.” 하시며 정숙을 유달리 예뻐하시고 귀히 여기시니라.
최상문(崔祥文, 1866∼1941): 본관 탐진(耽津). 최 참봉이라 불렸다. 부인 최씨와의 사이에 2남 4녀를 두었다.
김택룡(金澤龍, 1864∼1903): 본관 김해(金海). 부인 전주 최씨와의 사이에 2남 2녀를 두었다.
김정숙(金貞淑, 1897∼1992): 정유(丁酉)년 11월 14일 전주부 반석리(半石里, 현 전주시 완산구 동서학동 전주교대 일대)에서 부 택룡과 모 최씨 사이에 장녀로 태어났다. 반석리는 마을에 바위가 반절, 흙이 반절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전라감사: “우리 할아버지가 전에 전라감사로 와 있었어. 충청도 연산서. 긍게 전주서 퍼졌지.”(김호연 성도 증언)
道典 3:5) 호연이라 부르시니라
차차 낯이 익어가매 상제님께서 정숙을 부르실 때에 ‘예쁜이’, ‘양림이’, ‘양덕이’, ‘큰애기’, ‘애기씨’, ‘호연이’ 등 여러 이름으로 부르시니라. 이에 정숙이 “이름을 한 가지로 하지, 왜 그래요?” 하고 여쭈니 말씀하시기를 “잡으러 오니 그려.” 하시거늘, 정숙이 “누가 잡어? 내가 탁 때려 주지.” 하니 “네가 때리기는….” 하시고 더 이상 말씀을 아니하시니라. 정숙이 점차 자람에 따라 주로 ‘호연’이라 부르시니라.
상제님의 일을 매듭짓는 제3변 도운(道運)의 인사대권자에게 상제님의 말씀과 행적을 증언하도록, 상제님께서 근 백 년의 역사 속에 숨겨 놓으신 증언자가 김호연 성도다.
道典 3:6) 그대의 딸을 천지사업에 바치라
신축년에 도통문을 여신 후에 상제님께서 다시 상문의 집을 찾으시니 택룡이 품에 다섯 살 된 호연을 안고 있는지라 상제님께서 택룡에게 말씀하시기를 “내가 하늘과 땅을 뜯어고쳐 무궁한 선경을 열려 하나니 그대의 딸을 천지사업에 바치라. 이 아이가 이제 천하의 선녀가 되어 할아버지 같은 사람들도 와서 무릎을 꿇게 되리라. 참으로 크게 될 아이니 나에게 맡기라.” 하시거늘,
택룡이 ‘좋은 세상을 본다.’는 말씀에 흔쾌히 승낙하니라. 상제님께서 이로부터 순진무구한 소녀 호연을 새 생명을 개벽하는 선매숭자 도수에 붙여 9년 천지공사에 천지의 제물로 삼으시고, 태운 김형렬과 함께 공사의 증언자로 세우시니라.
상제님을 알면 반도통은 한 것
하루는 성도들에게 물으시기를 “너희들 내가 누구인 줄 아느냐?” 하시니 아무도 감히 대답하는 사람이 없거늘, 말씀하시기를 “너희들이 내가 누구인지를 알기만 하여도 반도통은 되었느니라.” 하시니라. 또 말씀하시기를 “나는 동정어묵(動靜語黙) 하나라도 천지공사가 아님이 없고 잠시도 한가한 겨를이 없이 바쁜 줄을 세상 사람들은 모르느니라.” 하시니라.
道典 3:30) 상제님 옷자락에 똥 싼 호연
상제님께서 호연을 데리고 다니실 때는 보듬어 안거나 업고 가시는데, 호연이 간혹 상제님의 옷자락에 오줌을 싸기도 하니라.
하루는 호연이 상제님 품에서 오줌을 싸매 상제님께서 “너 내 골마리에다 오줌 쌌구나, 잉?” 하시거늘, 호연이 “오줌 마렵다면 얼른 내려놓지 누가 그냥 안고 있으래요?” 하고 대꾸하니라. 이에 상제님께서 “오줌 쌀 줄 알았냐?” 하시니
부끄러워 상제님을 마구 때리거늘, 상제님께서 ‘재미있다.’고 크게 웃으시니라. 또 어느 겨울날 상제님께서 “우리 호연이가 추워한다.” 하시며 저고리로 호연을 보듬어 싸안고 다리를 골마리 안에 넣고 가시는데 호연이 그만 똥을 싸거늘, 상제님께서 “아이고, 이놈의 것이 똥 쌌네.” 하시며 나뭇가지로 똥을 긁어내신 뒤에 앞자락을 걷어잡고 도랑에 가시어 옷을 빠시니라.
道典 3:38) 호연을 데리러 전주로 오실 때
호연이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는 전주 집에 머물며 상제님을 따라다니니 상제님께서 호연을 데리러 자주 오시거늘, 상제님께서 오실 때면 벌써 동네 어귀에서부터 “호연아~! 호연아~!” 하고 부르며 오시니라. 이 때 호연이 대답하는 대신에 한 손을 높이 쳐들면 “네가 일본놈 종자냐? 일본놈이나 그러는 것이다.” 하며 나무라시니라.
道典 3:46) 저것을 어떻게 할꼬
하루는 상제님께서 호연에게 먹을 것을 주시며 “이놈 가지고 가서 할머니 갖다 드려라.” 하시니 호연이 “나 먹을라는데요.” 하거늘
상제님께서 “이놈! 할매가 주거든 먹어야 옳지!” 하고 꾸중하시며 형렬에게 “저것을 우리가 데리고만 댕겨놔서 저러니, 저것을 어떻게 하면 좋을꼬.” 하고 걱정하시니라.
道典 3:48) 호연에게 떡을 사 주심
한번은 상제님께서 활을 쏘고 돌아오시니 호연이 배가 고프다고 하는지라 “너 밥 안 먹었냐? 밥 안 주대?” 하고 물으시거늘 호연이 “밥 안 줘.” 하고 대답하니라. 이에 “누가 안 줘?” 하고 재차 물으시매 호연이 “찬문이 각시가 안 줘.” 하니, 말씀하시기를 “고약한 놈 같으니라고, 그럼 가자! 너 무엇 먹을래? 밥 먹을래, 죽 먹을래, 무엇 먹을래?” 하시며
구릿골에서 5리가 넘는 원평장에 가서 떡을 사 주시니라. 어린 호연이 먹기에는 떡이 너무 크거늘 상제님께서 먹기 좋게 뜯어 놓아 주시고 “옷에 떡고물이 묻는다.” 하시며 가지고 계신 수건을 호연의 목에 둘러매어 주시고는 호연이 다 먹도록 옆에 앉아 지켜보시다가 데리고 오시니라.
道典 3:50) 호연을 미워한 형렬의 큰며느리
호연이 상제님을 따라 형렬의 집을 자주 오가며 오랫동안 머물기도 수차례이니 형렬의 큰며느리가 ‘집안 형편도 어려운데 어디서 선생님이라고 불러들여 수발들게 하더니 그것도 모자라 어린 아이의 수발까지 들게 한다.’며 몹시 못마땅해하니라. 하루는 호연이 형렬의 집 한쪽 구석에 우두커니 앉아 있거늘, 상제님께서 다가오시어 “심심하냐, 심심해? 재미지게 놀게 뭐 불러들일까?” 하시니
호연이 “그래도 싫고, 저래도 싫어. 저 태운장 큰며느리가 나보고 욕 해.” 하니라. 이에 상제님께서 짐짓 놀라신 듯 “뭐라고 욕을 해?” 하고 물으시니 호연이 “너는 뭣이라고 따라 댕기면서 돈 없애고 그러냐고 하대. 내가 돈 없애?” 하거늘, 상제님께서 “고거 암기 있는가 보다, 잉? 너는 그런 것들하고 맨날 말해 봐야 소용없어. 너는 천지 ○○○를 물고나서 천지조화로 이제 좋게 돼.” 하시며 호연을 달래 주시니라.
道典 3:145) 호연에게 선매숭자 수도를 시키심
을사년 9월 9일에 상제님께서 “무명 두 필을 끊어 오라.” 하시어 흑석골 호연의 집 앞마당에 두어 사람 들어갈 수 있는 크기로 움막을 짓게 하시고 “이제 너 내외한다.” 하시니라. 호연이 내외한다는 뜻을 몰라 불속에다 넣는 줄로 알고 “아이고, 뜨거우면 어찌해야 옳을까?” 하고 울거늘, 상제님께서 어깨를 감싸안으시며 “아녀, 뜨겁지는 안 혀. 나오지를 못해서 그려.” 하고 달래 주시매, 호연이 “안 나오고 어떻게 살아?” 하니 “그래도 살 수가 있어.” 하시니라.
천지를 받는 청수
상제님께서 “잘못 파면 사람이 죽는다.” 하시며 움막 안 동쪽으로 샘을 둥그스름히 파게 하신 후에 몸소 들어가 보시고 “이것이 석 자인가 넉 자인가 재어 보라!” 하시므로 형렬이 왕골을 끊어다가 찔러보니 왕골의 꽃이 샘 입구에 와 닿거늘 재어 보매 넉 자가 조금 못 되더라. 상제님께서 “물이 많다.” 하시고 샘의 둘레를 돌로 쌓아 그 위에 덮개를 만들게 하신 뒤에 샘 안에 대접을 띄우고 호연에게 “샘을 들여다봐라.” 하시니
호연이 샘 안을 보고는 “아무 것도 없구만, 대접만 동동동동….” 하고 볼멘소리를 하거늘, 상제님께서 막대기로 물을 동서남북 사방으로 한 번씩 저으시더니 그릇에 물을 떠서 그 위에 막대기를 열십자로 올려놓으신 다음 그 가운데를 눌러 잡으시고 한쪽을 가리키시며 호연에게 말씀하시기를 “마셔라. 이놈은 네 차지다. 천지를 받는 청수니, 네가 처음으로 먹어야 내가 먹느니라.” 하시고 이어 형렬에게 “형렬은 이쪽으로 마셔라.” 하시니라.
이에 상제님께서 명하신 대로 각기 그릇 위에 걸친 막대기를 양손으로 잡고 호연이 한쪽으로 세 모금을 마시고 형렬이 다른 쪽으로 세 모금을 마시니 상제님께서 “내가 마지막 먹는다.” 하시며 또 다른 쪽으로 나머지를 다 드시니라.
흑석골: 전주시 서서학동과 평화동에 걸쳐 있는 골짜기로 바위가 검은빛을 띠고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내외: 외간 남녀 사이에 얼굴을 마주 대하지 아니하는 일. 여기서는 수도에 들어가서 사람들과의 접촉을 일절 끊는다는 말씀.
샘: 현재 오두막집 자리에 아파트가 들어서서 집의 형태는 찾아볼 수 없지만, 이 샘물은 수질이 워낙 좋아 그 소문이 널리 퍼져 지금도 메우지 않고 아파트 한쪽으로 관을 대어 끌어쓰고 있다. “앞마당에 샴(샘) 있는 집은 우리 집 뿐이었어.
아무리 가물어도 그 물은 나와요. 원청 가물면 학봉리서도 그 물을 갖다 먹었어요. (중략) 그 물 약수로 쓰는 통에, 그건 아주 그냥 최고 좋다고, 와서 수질 검사 해갖고 그랬으니까. 오전 한 때, 오후 한 때, 두 차례밖에는 물 안 줘요.”(아파트를 짓기 전까지 오두막집에 살았던 이건용 증언)
道典 3:146) 공부 움막을 방처럼 만들어 주심
상제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너는 인제 오늘 저녁부터 여기서 잔다.” 하시니 호연이 “무서워, 나 혼자 못 자.” 하거늘, “이 샘이 너를 이렇게 안아 줄 테니 여기 가만히 있어.” 하시고 움막 안에 함박같이 동그랗게 짚을 깔아 주시니라.
상제님께서 그 위에 앉아 보시고 호연에게 “들어가 앉아 봐라.” 하시거늘 호연이 앉으니 따뜻하더라.
또 그 앞에 이불을 가져다 놓게 하시어 호연이 고개를 기대고 앉아 쉴 수 있도록 하시고, 호연에게 이르시기를 “인제 여기서 자고, 똥오줌도 이 안에서 누어라.” 하시며 다른 곳에 일절 가지 못하게 하시니 송은주가 끼니때마다 밥을 해서 가져다 주고, 호연이 앉은 채로 앞쪽에 놓인 이불에 엎드려 자다가 인시(寅時)가 되어 일어나면 세숫대야를 가지고 공부막으로 가서 호연을 목욕시키고 닦아 주며 호연이 움막 안에 종이를 깔고 대변을 보면 그 때마다 치우고 물로 씻어 주니라.
道典 3:147) 공부하는 내내 무릎을 꿇게 하심
상제님께서 호연에게 칠성경(七星經)과 개벽주(開闢呪)를 읽게 하시고 종이에 닭, 뱀, 말을 그리게 하시는데, ‘오늘은 무엇을 하라.’고 공부 시간을 따로 정해 주지 않으시니, 호연이 하고 싶은 대로 주문도 읽고 그림도 그리고 하니라. 또 공부하는 동안 내내 무릎을 꿇게 하시니 호연이 다리가 저리고 아파 투정을 하면 오히려 더 오그려 놓으시고, 낮에 어디에 가고 안 계실 때에도 “내가 천리에 가 있어도 뒤꼭지에 눈이 있어 다 안다.” 하시므로 다리를 펴지 못하니라.
자고 싶으냐
상제님께서 한밤중에도 종종 호연이 공부하는 움막에 오시어 작은 소리로 “호연아, 호연아.” 하고 부르시거늘, 호연이 “응.” 하고 대답하면 “안 자냐? 먹을 것 갖다 주랴?” 하시고, 호연이 “싫어.” 하고 대답하면 “자고 싶으냐?” 하고 물으시니라. 하루는 상제님께서 오시어 물으시는데 호연이 대답지 않으니 “너 말 안 하면 내가 벙어리 만들어 놓는다.” 하고 도로 가시니라. 때로는 상제님께서 콩나물국에 막걸리를 타서 밥을 말아다 주시므로 그것을 먹으니라.
道典 3:148) 호연이 공부하는 것을 지켜 주심
호연이 주문 공부를 할 때 개벽주를 읽으면 간혹 몸이 들썩들썩하며 허령(虛靈)이 드는 경우가 있으므로 상제님께서 항상 성도들로 하여금 호연이 공부하는 움막을 지키게 하시니라.
마차, 마차, 마차
또 상제님께서 호연이 공부하는 것을 지켜보시다가 몸을 들썩거리며 요동하면 “마차, 마차!” 하고 크게 부르시는데, 호연이 “어디 말 나왔간디, 마차 마차 혀?” 하니 “어허!” 하고 호령하시니라. 하루는 호연의 주문 소리가 들리지 않아 상제님께서 안으로 들어가 보시니 호연이 쓰러져 있는지라 상제님께서 호연의 등을 대나무로 두드리시며 “마차, 마차, 마차!” 하시니, 호연이 깨어나며 “내가 말이간디?” 하고 일어나거늘, 상제님께서 “이것이 이런당게. 하하! 요거 죽었다고 내가 그 걱정을 했다.” 하시며 대나무로 한 대를 더 때리시니라.
마차, 마차: 이 말씀에서 우주 변화의 중심축인 무극, 태극, 황극의 삼극 원리가 인사로 현실화되는 상제님 도운 공사의 틀을 볼 수 있다. 상제님은 무극제이시고, 김형렬 성도는 임술생으로 태극제(대두목)를 상징한다. 황극은 중보로서 그 역할을 김호연 성도가 하는 것이다. 마차는 말과 음양으로 일체가 되어야 조화를 일으킨다. 바로 황극의 인사대권자와 김호연 성도가 만나 후천의 선(仙) 문명을 실현하는 것이다.
道典 5:108) 말이 들어야 성사되느니라
호연이 수도 공부를 시작하매 상제님께서 손바닥 두 개 너비의 하얀 종이를 책처럼 묶어다 주시며 닭과 말, 그리고 뱀 모양의 것을 그리게 하시는데, 종이 하나에 한 마리씩 그리게 하시고, 그림을 다 그리고 나서 그것에 점을 찍게 하시니라.
호연이 명하신 대로 밤낮으로 먹을 갈아 그림을 그려 두면 상제님께서 그것을 모아 불사르시는데 호연은 특히 말을 많이 그리니라.
하루는 호연이 지루하고 싫증이 나서 “아이고, 하기 싫어!” 하고 투정을 부리니, 타일러 말씀하시기를 “닭이 울어야 날이 샌다. 암탉이 울면 죽기가 쉽고, 장닭이 울어야 날이 새느니라.” 하시니라. 이에 호연이 “말은 어째서 그려요?” 하고 여쭈니 말씀하시기를 “난리 치나 안 치나 말이 들어야 성사하느니라. 말에게 이기고 지는 것이 있다.” 하시거늘, 다시 “그럼 뱀은 뭐예요?” 하니 “그것은 뱀이 아니라 용마(龍馬)니라. 큰 자로 들어간다.” 하시니라.
닭이 울어야 날이 샌다: 정유(丁酉)생 호연이 상제님께서 천지공사 보신 행적을 낱낱이 증언함으로써 명실상부한 상제님의 통일 경전인 『도전道典』 성편이 가능하였다. 이로써 상제님 도道 세계의 전체 틀을 볼 수 있는 기틀이 열려 도통판이 나오고 진법 도운의 매듭 단계로 들어가게 되었다. 붉은 닭이 소리침으로써 난법의 어두운 밤이 걷히고 진법의 새벽이 열리는 것이다.
뱀이 아니라 용마(龍馬): 태호 복희 때 황하에서 팔괘를 등에 싣고 나왔다는 준마. 매우 준수하고 훌륭한 말.
道典 5:109) 호연을 뒷바라지한 은주
이 때 송은주가 수도 공부하는 호연의 뒷바라지를 도맡아 하니, 매일 새벽이면 와서 씻겨 주고 움막을 청소하고 빨래도 해 주며, 매 끼니마다 밥을 해다 주고, 간혹 호연과 함께 밥을 먹기도 하니라. 하루는 호연을 씻겨 주다 말고 “아이고, 어린것이…, 무슨 꼴을 본다고 이러냐.” 하며 눈물을 보이더라.
또 하루는 상제님께서 출타하고 안 계실 때 누룽지를 몰래 움막 안에 넣어 주거늘 상제님께서 돌아오시어 “다시는 그러지 말라.” 하고 엄하게 꾸짖으시니라.
道典 5:110 ) 겉눈은 감고 속눈은 떠라
상제님께서 호연에게 칠성경(七星經)과 개벽주(開闢呪)를 읽히며 수도 공부를 시키실 때 “겉눈은 감고, 속눈은 뜨고 보라.” 하시거늘, 호연이 “어떤 게 속눈이고, 어떤 게 겉눈인지 알 수가 있어야지. 아, 어떻게? 난 속눈 몰라, 어떡하면 속눈인지.” 하고 투덜대니 “아이고, 이것 데리고 뭔 일을 할 거라고. 실금이 떠!” 하고 면박을 주시니라. 이에 “실금이 떠!” 하고 본떠 말하며 장난을 치니 상제님께서 “흉내내지 말아라, 눈구녕을 잡아 뺄란다. 실직이 감아 봐, 실직이!” 하시거늘
호연이 눈을 살며시 감으며 실눈을 뜨니 “그게 속눈을 뜬 것이다.” 하시고, 다시 “꽉 감아 봐!” 하시므로 눈을 꼭 감으니 “그게 겉눈을 감은 것이다.” 하고 자세히 일러 주시니라. 호연이 공부하다가 눈을 조금 떠 보니 자배기에 잉어며 메기며 가물치가 떠서 벌떡벌떡 물을 마시는 것이 보이는데 공부가 깊어짐에 따라 눈을 조금씩 더 떠도 보이고 나중에는 눈을 완전히 떠도 보이더라.
마차, 마차, 마차
이 때 자배기에 잉어가 뜨면 하늘에서 선녀들이 내려오고, 가물치가 뜨면 투명한 선관(仙冠)을 쓴 일곱칠성이 내려오는데 호연의 눈에는 선녀처럼 보이나 남자이더라. 하루는 메기가 뜨매 기치창검으로 무장한 말 탄 장수신장들이 마치 어느 골짜기에서 몰려나오는 듯 마당으로 달려들어와 하나 가득 모이더니 모두 두 줄로 서서 호연이 공부하는 움막을 쳐다보며 호위하거늘
호연이 놀라 까무러치니라. 이에 상제님께서 “호연이 깨어나지 못하면 죽으리니 살려야 된다.” 하시고, 대나무로 호연의 등을 두드리시며 “마차, 마차, 마차!” 하시니 호연이 깨어나며 “마차는 무슨 마차? 내가 말이간디?” 하거늘, 상제님께서 “그러는 것이라 그런다.” 하시며 청수를 마시게 하시니라.
호연이 공부하다가 눈을 조금 떠 보니 자배기에 잉어며 메기며 가물치가 떠서 벌떡벌떡 물을 마시는 것이 보이는데: 김호연 성도는 공부할 때 본 것을 이렇게 이야기한다. “거기 그렇게 기도할 적에 쳐다보면 이런 너럭지에 가물치가 그냥 주둥이 뻘건 놈이 물을 먹느라고 벌떡벌떡혀. 그놈이 꼬리를 치면 물이 사방으로 흩어지는디…. 잉어가 그냥 꼭 이런 놈이 자배기 바깥으로 절반이나 벌떡벌떡 물을 먹는디. 처음에 공부하는 사람들이 그 재미에 미쳐.”
가물치가 떠서 벌떡벌떡 물을 마시는 것이 보이는데: 양 볼 뒤의 7개의 반점이 북두(北斗) 형상을 나타내며, 밤이면 머리를 들어 북극성을 향하므로 ‘禮’자를 따라 ‘예어(鱧魚)’라고 한다. <『난호어목지 (蘭湖漁牧志)』, 『본초강목(本草綱目)』>
말은 용마(龍馬)이며 천리마로 일꾼 말이고, 마차는 김호연 성도다. 마차와 말이 결합하여 상제님의 후천문명을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
道典 5:111) 너의 증언이 온 천하에 퍼진다
호연이 청수를 마시고 이내 정신을 차리니 상제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한다. 이 천하신명 속에서 살려면 맘을 독하게 송죽같이 먹어라. 굳은 맘 송죽 같아야 혀.” 하시고,
또 말씀하시기를 “네가 조선에서 한 사람에게 말을 하면 그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말을 하고, 그 사람이 또 다른 사람에게 말을 하고 해서 온 천하에 퍼지느니라.” 하시니라.
총기가 있어야 한다
하루는 상제님께서 호연에게 말씀하시기를 “어려도 총기(聰氣)가 있어야 한다. 총기가 없으면 못쓴다.” 하시고, 또 이르시기를 “너, 총기가 있어야 다 듣고 옮긴다.” 하시니라.
상제님의 제3변 도운을 매듭짓는 인사人事대권자에게 전하는 말씀의 중보(仲保) 사명을 말씀하신 것이다.
道典 3:150) 호연이 신안이 열리어
호연이 수도 공부를 하매 신안(神眼)이 열려서 보니 다른 집의 방 안 광경이 빠르게 지나가는데, 제사 지내는 모습, 청소하는 모습, 내외가 서로 이야기하는 모습 등이 마치 곁에서 보는 듯 세세하게 보이더라. 또 구릿골에 사람이 오면 주머니에 돈이 얼마 든 것, ‘내놓을까 말까.’ 하며 아까워서 벌벌 떠는 것이 다 보이고, 까치, 까마귀 등 새가 날아와 ‘내일 어디서 누가 오는데 이러저러하다.’고 일러 주는 것을 다 알아들으니 모르는 것이 없더라.
하루는 아침나절에 상제님께서 물으시기를 “아까 까치가 오더니 뭐라고 하고 가더냐?” 하시니 호연이 “오늘 저기 여수에서 뭐 가지고 온다네.” 하거늘 다시 “무엇을 갖고 온다냐?” 하시매, 호연이 “해물 갖고 온대요. 그리고 돈은 조금 갖고 오는데 내놓으려니 여비가 없고 해서 줄까말까 한대. 그런 돈은 받지 마요. 또 내일 아무개가 새를 잡으면 그 어미 새가 애타니까 못 잡게 해요.” 하니라. 이에 상제님께서 “어디 네가 맞추는가 보자.” 하시며 엉덩이를 두드려 주고 나가시더니 낮이 되매 영락없이 여수에서 아무개가 미역 한 동을 가지고 오더라.
포장 끌러라
또 이튿날 새울음 소리에 밖이 소란하거늘 상제님께서 호연에게 “저 새가 뭐라고 하냐?” 하시니, 호연이 “어미새가 새끼를 내달라고 그러는구만.” 하고 대답하니라. 이 때 동네 아이가 움막 앞을 지나는데 보니 주머니에 새끼 새가 들어 있거늘, 호연이 “왜 새끼는 잡아서 주머니에다 넣었대요? 어미는 새끼를 내달라고 울고, 새끼는 죽을까 싶어 깔딱숨을 쉬는구만!” 하니라.
이에 상제님께서 새를 날려 주게 하시고 밖에 나가셨다가 저녁때가 되어 술을 드시고 돌아오시어 호연에게 “냄새나는가 봐라!” 하시거늘, 호연이 “왜막실에서 누룩을 사다가 술을 해서 냄새나는 줄도 모르겠네.” 하니, 상제님께서 무릎을 치시며 “포장 끌러라!” 하시고 호연에게 “야아! 이제 내가 너를 보고 선생이라고 할 테니 그리해라!” 하시니라. 호연이 공부를 마친 이후로 총명하기 그지없어 ‘동네 아무개가 죽는다.’ 하면 죽고, ‘누가 들어온다.’ 하면 역시 그러하더라.
왜막실: 현재 전주시 우아동(牛牙洞) 아중 마을. 임진왜란 때 왜군들이 주둔했던 곳으로 통칭 ‘왜막실’로 불렸다. 종전 후에도 왜군들이 이곳에 남아 스스로를 왜막실 김씨 또는 전주 김씨라 자처하며 살았다
道典 4:64) 말을 못 하게 해야 하리라
상제님께서 을사년 9월 9일부터 호연에게 수도 공부를 시키시더니 병오(丙午 : 道紀 36, 1906)년 정월 보름에 이르러 공부를 마치게 하시니라. 호연이 이로부터 신명의 소리와 짐승의 말소리까지 다 알아듣고 누구에게나 보고 들은 대로 말을 옮기니
상제님께서 성도들과 무슨 말씀을 나누시다가도 호연이만 들어오면 “요것 듣는 데서는 말을 마라.” 하시니라. 하루는 형렬의 며느리가 상제님의 자리끼로 숭늉을 자배기에 담아 뒷문 밖에 두었는데, 난데없이 숭늉이 엎질러지니 사람들이 그걸 닦는다고 소란하거늘 호연이 이를 보며 웃음을 터뜨리는지라
상제님께서 “왜 웃냐?” 하시니 호연이 연신 웃어 대며 “쥐란 놈들이 와서 새끼가 ‘물이 많아서 못 먹겠다.’고 하니 어미쥐가 ‘발로 그릇을 눌러라. 엎질러서 땅으로 내려지거든 주워 먹어라.’ 하잖아요. 그런데 새끼라서 못 엎지르니 어미가 대신 해 주었는데 갑자기 물이 엎질러지니 쥐들은 들킬까 봐 도망가 버리고 밖에 있는 사람들은 그걸 닦아 낸다고 저 야단인데 안 우스워요?” 하니라.
상제님께서 이야기를 들으시고 나서 걱정하시며 형렬에게 말씀하시기를 “그냥 두면 크게 일을 낼 것이니 벙어리를 만들까, 저걸 어쩔까? 우리가 죽고 없을 때에도 저렇게 쏙쏙 나서고 하면은 저것을 죽이지 살릴 것이냐? 제 어미, 아비에게는 복을 주겠다고 해서 딸을 데려왔는데, 저것을 가만 두면은 나발나발해서 제 생명도 없어질 것이니 못쓰고, 말을 못 하게 하자!” 하시니, 이후로는 호연이 듣고 본 것을 말하려고 하면 가슴이 답답하고 입이 안 벌어져 말을 못 하게 되니라.
짐승의 말소리까지 다 알아듣고: 짐승의 소리를 알아듣는 것을 ‘지음(知音)’이라 하는데, 지음으로 가장 유명한 사람은 바로 용호대사 정북창이다.
자리끼: 밤에 잠자리에서 마시려고 머리맡에 준비해 두는 물.
道典 3:151) 수도 공부를 마치게 하심
상제님께서 호연에게 을사년 9월 9일에 수도 공부를 시작하여 병오(丙午 : 道紀 36, 1906)년 정월 보름에 공부를 마치게 하시니 움막에 들어간 지 꼭 125일 만이더라.
널 돌보는 사람이 생긴다
호연이 공부 기간 내내 무릎을 꿇은 자세로 있었으므로 종아리살과 허벅지살이 하나로 붙고 발가락이 얼어서 오그라져 버린지라
상제님께서 다리를 펴 주시고 주물러 주시니 괜찮아지거늘 “욕봤다.” 하시며 깨끗이 씻겨서 앉혀 놓으시고 “비록 내가 죽어서 너를 내버려도 네가 한탄 말고 살면은 개미가 살려도 살리느니라. 네가 죽어서 실래끼가 되어 내버려져도 개미라도 달라들어서 일으켜 세운다.” 하시니라.
이에 호연이 “어느 개미가 나를 살려?” 하니 “이제 봐라. 내 말이 씨가 되는가 안 되는가. 왕개미, 흰개미가 달라들어서라도 역사(役事)를 해서 너를 살린다. 천지에 이치가 있으니 자연히 널 돌보는 사람이 생겨. 내가 죽으면 영 죽는 것이 아니니 널 돌보마.” 하시니라.
돌보는 사람: 증산 상제님의 대도 경계를 있는 그대로 전하는 사명을 김호연 성도에게 붙이시어, 후에 큰 일꾼을 만나면 그것을 참되게 드러내어 전 인류가 그 공덕을 받들어 주게 할 것임을 말씀하신 것이다.
道典 3:54) 가다 보면 어느새 공중에
상제님께서 호연을 데리고 자주 산제를 지내러 다니시니 어느 때는 호연을 옆구리에 끼고 넓은 강을 훌쩍 날아 건너기도 하시고, 번쩍 하고 산 하나를 순식간에 넘기도 하시니라. 하루는 호연이 상제님 품에 안겨서 길을 가는데 문득 “내려다봐라.” 하시므로 보니 어느새 공중을 날고 있거늘, 산과 들이 다 내려다보이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모두 개미만 하게 보이더라.
상제님께서 때로는 호연을 거미나 메뚜기, 매미 등으로 만들어 목과 어깨에 붙이고 다니시는데, 한번은 호연을 매미로 만들어 붙이고 가시니 아이들이 ‘매미가 붙었다.’며 잡거늘, 상제님께서 “이리 내라. 그 매미는 너희들이 가질 매미가 아니니라.” 하시고 옷자락 속에 넣고 가시다가 호연에게 “누구 오니 얼른 나와서 옷 입어라.” 하시므로 호연이 옷자락에서 빠져 나오니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오니라. 또 거미로 만드신 때에는 거미줄을 치게도 하시고, 여러 마리의 누런 벌레로 만드시어 사람들의 눈을 가려 공사의 내용을 못 보게도 하시니라.
거미나 메뚜기, 매미: “큰일 치르는 데 가면은 나를 진둥개(진드기) 같이로, 방에 누런 뭣이라고 하지? 방에 강구라고 있지? 누런 강구로 만들어 가지고는 사람 눈에다가 막 더덕이를 만들어, 못 보게. 아이고, 어쩌면 그렇게 하는지….”(김호연 성도 증언)
道典 3:62) 산과 신명과 인간
상제님께서 무주에서 공사를 마치시고 용담(龍潭)으로 가시어 용담 신명과 계룡산 신명, 무공산 신명을 불러 술을 권하시며 “술 한잔 마시고 놀아 봐라.” 하시거늘, 신명들이 “어떻게 놀아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하니 “○○을 해라.” 하고 일러 주시니라. 호연이 옆에서 지켜보다가 “어째 사람이 저렇게 생겼대요? 빨간하니 사람도 안 같아요.” 하거늘, 상제님께서 “이 다음의 장수라 그런다.” 하시니
호연이 “그런데 절반은 사람이고 절반은 짐승 같아요.” 하며 미간을 찌푸리니라. 이에 상제님께서 “죽은 사람이 깨어나기가 그렇게 쉽냐? 몇 번을 둔갑해서 다시 생기는 것이니 그러지, 한번 떨어져서 썩은 사람이 그냥 일어나는 것인 줄 아냐, 이 소견아!” 하며 나무라시고, 신명들에게 “너희 가운데 누가 제일 힘이 딸리냐? 기운을 돋워야 하지 않겠느냐?” 하시거늘,
한 신명이 나서며 “차차 돋우지요.” 하니 말씀하시기를 “그렇지가 않느니라. 먹어서 금방 기운이 나는 것이 아니라 자꾸 활동을 하고 내가 개발을 해야 나는 것이니 어찌 가만히 먹고 앉아서 기운이 돋기를 바라리오! 어디 너희들끼리 들어 보아라.” 하시니라. 이에 신명들이 서로를 한 번씩 들어 보는데 용담 신명이 가장 기운이 세거늘, 말씀하시기를 “높은 데서 뚝 떨어지더라도 우뚝 서야지 자빠지면 못쓰고, 전쟁을 하다가 말에서 떨어져도 못쓰나니 어쩌든지 기운을 돋우어야 한다.” 하시니라.
용담(龍潭): 전북 진안군 용담면. 경주 용담과 구별하여 전라권에서는 ‘무주용담’이라 한다.
무공산: 김호연 성도의 증언을 그대로 채록한 것이지만 어느 산인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상제님께서 공사 보시며 의도적으로 이름을 바꾸어 부르셨을 가능성도 있다.
道典 3:64) 공주에서 하루를 머무심
상제님께서 공주로 가실 때 호연을 보듬어 안고 가시다가 도중에 호연이 잠이 드니 허리띠를 끌러 업고 가시니라. 밤이 늦어서야 공주에 이르러 저녁진지도 드시지 못한 채 어느 집으로 들어가시니 마침 그 집에 쌀이 떨어져 밥을 짓지 못하거늘, 집주인이 수수를 끊어다가 방에서 다듬잇돌에 떨어 수수망세기를 만들어 올리니라.
호연이 이를 먹다 말고 나중에 먹으려고 수건으로 싸 두니 형렬이 “다 먹었으면 그냥 거기다 놓지, 뭘 그렇게 싸느냐?” 하고 핀잔을 주거늘, 상제님께서는 아무 말씀도 없이 오히려 더 놓아주시니라.
어디라고 내 몸에 손을 대느냐
다음날 아침에 호연이 “쌀이 없어서 밥 못 하는가 봐요. 다른 데로 가요.” 하니 상제님께서 세수를 하시고 마당 한가운데 서서 허공을 향해 무어라 말씀하시거늘 잠시 후에 어떤 사람이 쌀 한 가마니를 지고 들어오니라. 상제님께서 주인에게 이르시기를 “어젯밤에 네가 밭에 가서 수수를 끊어다가 수수망세기 해 준 정성으로 내가 그냥 갈 수 없어 쌀 한 가마니를 주는 것이니 그런 줄 알아라.” 하시니
주인이 “그러면 진지를 드시고 가셔야지 이른 아침에 그냥 가십니까?” 하고 상제님을 붙들거늘, “네가 어디라고 내 몸에 손을 대느냐!” 하고 호통치시매 그 사람이 깜짝 놀라 손을 떼니라. 상제님께서 집을 나서시며 빙그레 웃으시니 형렬도 따라 웃으니라.
道典 3:77) 어린 호연을 귀애하심
상제님께서는 어린 호연을 무척 귀애하시니 매양 “입에서 냄새날까 무섭다.” 하시며 소금으로 호연의 이를 닦아 주시고, 소금이 없으면 가는 모래로 닦아 주시며 손톱과 발톱을 친히 이빨로 끊어 주시고, 개울에 데리고 가시어 씻겨 주시고 머리도 빗겨 주시니라. 또 출타하실 때는 제일 먼저 호연이부터 대소변을 누이고 씻기신 뒤에 옷을 입혀 채비를 마치시고, 나가시면 주로 호연을 안거나 업고 다니시는데
호연이 업혀 갈 때면 등에서 종종 잠이 드니 항상 수건을 두세 장씩 가지고 다니시며 잠든 호연을 씻겨서 깨우시니라. 호연이 똥을 누러 뒷간으로 가면 상제님께서 짚을 돌멩이로 찧고 손으로 비벼서 보드랍게 만들어 밑을 닦아 주시고 물로도 씻어 주시며 호연을 두고 출타하실 때는 “똥 마렵거든 빼어서 써라.” 하시고 보드랍게 만든 짚을 뒷간 문틈 사이에 끼워 두시니라. 간혹 호연이 ‘눈이 아프다.’고 투정을 하면 상제님께서 혀로 핥아 주시는데 그러면 금세 시원해지며 아픈 것이 나으니라.
道典 3:104) 먹을 것 싸 들고 다니는 호연이
상제님께서는 먹을 것이 생기면 무엇이든 늘 호연에게 맡겨 놓으시니 호연이 보자기에 싸서 들고 다니다가 함께 나누어 먹곤 하니라. 호연이 음식 꾸러미를 들고 가다가 “나 다리 아퍼 못 가!” 하고 상제님께 기대면 상제님께서 ‘이것 먹어라, 저것 먹어라. 저만치 가면 내가 업고 가지. 저만치 가면 보듬고 가지.’ 하며 달래어 데리고 가시는데, 호연이 그만큼 가서 다시 업어 달라고 하면 또 앞서시며 “이만치 오면 업고 가지.” 하시어 그제야 업어 주시니라.
호연이 업혀 갈 때 보자기 든 손을 앞으로 하니 꾸러미가 흔들려 상제님의 눈앞을 가리거늘, 상제님께서 “아, 그놈의 것 내버려라.” 하시니 “안 내버려. 가서 먹어야지.” 하며 더욱 꼭 쥐고 가니라.
道典 3:114) 미움 받은 호연이
상제님께서 호연을 형렬의 배필로 정해 주신 뒤로 형렬의 큰며느리가 ‘늙어빠진 시아버지가 어린 첩을 얻었다.’며 호연을 더욱 미워하고 시기하거늘, 상제님께서 형렬의 집에 호연을 두고 출타하실 때면 큰며느리가 호연을 굶기기도 하고 심사를 부리는 일이 많더라. 갑진년 섣달에 상제님께서 왕골로 호연의 신을 삼아 오색물을 들여 주셨는데, 큰며느리가 그 신을 몰래 가져다가 호연의 이름을 쓰고 바늘을 열십자로 찔러서 시궁창에 버리거늘
상제님께서 이를 아시고 한 성도에게 “저기 정자나무 밑 또랑에 가서 신을 빼 오너라.” 하시니 그 성도가 의아해하며 “거기에 무슨 신이 있어서 빼 와요?” 하고 여쭈는지라 상제님께서 “호연의 신이 거기에 있으니 어서 빼 오너라.” 하고 명하시니라.
한바탕 소동이 일어나니라
그 성도가 상제님께서 이르신 곳에 가서 호연의 신을 찾아오니 호연이 울먹이며 “내가 부모가 없어, 우리 집에 먹고살 것이 없어? 어째 날 데려다 놓고 이 모양으로 해요?” 하며 상제님께 따져 묻거늘, 형렬이 이를 보고 크게 노하여 절굿공이를 들고 닥치는 대로 살림살이를 때려 부수고 장독까지 모두 깨니 한바탕 소동이 일어나니라.
“시애비가 나를 첩으로 얻은 줄 알어: 나를 제칠라고 심사를 부려싸코.”, “(선생님이)‘고런 암기는 들었고만.’ 그러면서 참원이(찬문이) 각시를 미워했어.”(김호연 성도 증언)
道典 3:142) 어린 호연에게 열매를 따다 주심
상제님께서 호연을 데리고 산에 가시면 “이것이 아그배다.”, “이것이 다래다.” 하시며 열매들을 일러 주시고 밖에 다녀오실 때는 종종 대추며 감이며 아그배 등 별의별 것을 다 가져오시어 호연에게 주시니라. 한번은 산에 가시어 다래를 덜 익은 것, 익은 것 가리지 않고 훑어서 저고리 소매를 묶어 그 안에 넣어 오시거늘, 호연이 “그거 뭐하려고 그래요?” 하니 “아, 시나브로 익어 몰랑몰랑하면 너 먹으라고.” 하시는지라
호연이 “나 이가 이렇게 있는데 이 없을까 봐?” 하니 말씀하시기를 “너나 되니까 내가 생각해 주지.” 하시니라. 또 한번은 맹감 익은 것을 싹싹 비벼서 가져오시어 “이건 시고도 떫어. 빨가니 앵두같이 좋아서, 너 같아서 내가 가지고 왔어.” 하시니 호연이 “참, 별것을 다 가지고 왔네.” 하거늘 상제님께서 “아이구, 우습다! 이런 것 다 따먹고 다니니 좋다, 잉?” 하고 웃으시니라.
상제님께서 말씀하시기를 “호연아, 이게 내 선배다.” 하시니 호연이 “아, 더 알면 아는 것 조금 가르쳐 주세요.” 하거늘, 상제님께서 그저 빙긋이 웃고 마시니라.
매실을 따 오심
하루는 상제님께서 산에 가셨다가 매실 세 개를 따 오시어 물에 씻으시며 “요놈 두었다 익으면 호연이 너 줄게.” 하시니 호연이 “시어서 안 먹어.” 하거늘, 상제님께서 “너 신 것이 무엇인 줄 알어?” 하시매 “초가 시지 뭐.” 하니라. 이에 상제님께서 “이게 골이여, 골!” 하시고 “신 것은 무엇이고, 떫은 것은 무엇이다.” 하시며 맛의 이치에 대해 조목조목 알려 주시니라. 상제님께서는 신 것을 좋아하시어 평소 석류나 매실, 모과 등을 잘 드시니라.
道典 3:143) 내가 저것이라야 말벗이라도 한다
상제님께서는 나이 어린 호연에게 항상 임의롭게 대하시니라. 하루는 호연이 빨간 바리때에 밥을 비벼서 “아이고, 맛나라. 이것 잡숴 볼래요?” 하니, “네가 비볐으니 한번 먹어 볼까? 한 술 떠 넣어라.” 하시거늘, 호연이 “손 뒀다 뭐 하려고 떠 넣으래?” 하는지라 “저 녀석, 내가 저것이라야 말벗이나 한다니까.” 하며 웃으시니라.
상제님께서는 좀처럼 웃지 않으시나 형렬, 호연과 함께 계실 때는 항상 정겹게 말씀을 나누시며 스스럼없이 잘 웃으시니라. 그러나 성도들 앞에서는 웃으실 때도 수건으로 입을 가리시니 성도들이 서로 이르기를 “조그만 아이를 데리고는 저렇게 재밌게 말씀하시며 웃음으로 날을 보내시는데, 우리들하고는 아무 말씀도 안 하시고 왜 호랑이가 되시냐?” 하며 불평을 하니라.
호연이 함부로 말하는 것을 경계하심
상제님께서 형렬과 호연을 자주 데리고 다니며 공사를 행하시니 구릿골에 돌아오면 성도들이 살며시 호연을 불러내어 “선생님께서 나가서 뭐라 하시더냐? 어찌하셨냐?” 하고 자꾸 물어대거늘, 호연이 밖에 나가려 하면 “나가지 말고 여기 앉아 있거라.” 하시며 도로 앉히시니라.
道典 3:25) 호연에게 붙이신 후천선경 진법맥 도수
하루는 상제님께서 형렬에게 말씀하시기를 “선매숭자가 있어야 사느니라. 호연에게 선맥을 전하리라.” 하시고, 호연을 천지에 제(祭) 지내시며 “천지 천황에 천제(天祭) 지낸다. 맥을 전해 주자! 선맥을 전해 주자!” 하시고 여러 가지 글을 쓰시니라. 다시 ‘혈맥관통(血脈貫通)’이라 써서 불사르시고, 큰 음성으로 “혈맥관통이다!” 하고 소리치시거늘, 그 소리에 응하듯 사방에서 천둥과 우레가 일더니 이내 폭우가 쏟아지니라.
상제님께서 제를 마치시고 호연에게 이르시기를 “너에게 선맥을 전해 줬으니 너를 찾을 사람이 있다. 죽어도 증인이 있어야 한다.” 하시고, “천지에서 너를 부르는 날이 있다. 죽지 말고 살아라.” 하시니라.
선맥(仙脈)을 전하리라: 가을개벽을 맞이하여 인류가 새 생명으로 거듭 태어나도록 김호연 성도에게 붙이신 공사가 선매숭자(仙媒崇子)도수다. 호연으로 하여금 선천문명에서 후천 선(仙) 문명으로 매개하여 인류가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도록 진법 도맥을 열어 주신다는 말씀이다.
“천지에서 부르는 날이 있다고 한게 몰라, 어디서 그럴랑고. 나 시방 부르기만 기다려.”(김호연 성도 증언)
道典 3:152) 나를 보면 그렇게 좋으냐
성도들이 모이면 서로 상제님 곁에 가까이 앉고자 하니 상제님께서 “패 사냐, 이놈들아? 무슨 나래비 서냐?” 하고 웃으시니라.
또 상제님께서 진지를 드시다가 밥을 남기시면 서로 먹으려 하고, 간혹 의관을 정제하실 때는 서로 옷을 입혀 드리고 싶어 야단이더라. 성도들은 상제님께 꾸중을 들으나 안 들으나 그저 상제님만 계시면 좋아하는데, 하루는 한 성도가 막대기로 콩단을 두드리니 성도들이 기분이 좋아서 춤을 추거늘 상제님께서 “저놈들 왜 저러냐?” 하고 물으시매
호연이 “선생님이 계시니 좋아서 그러지요.” 하니라. 이에 상제님께서 “허어! 나를 보면 그렇게 좋으냐?” 하시니, 호연이 말하기를 “아, 그렇지 않겠어요? 동구 밖이 훤한데 날이 새지 않겠어요?” 하거늘, 상제님께서 “네가 해석을 해 줘라.” 하시니 “선생님이 시켰다고 하니 안 해 줘.” 하는지라 상제님께서 웃으시며 “저것이 여시인가 무엇인가 모르겠다!” 하시니라.
道典 3:160) 지게를 대신 져 주심
가을 추수기가 되어 한창 곡식을 거둬들이는데, 하루는 어떤 사람이 지게에 나락을 한가득 싣고 힘겨워하며 오는지라 상제님께서 손가락을 한번 튕기시니 그 사람이 지게를 진 채로 벌러덩 넘어지거늘, 상제님께서 나락을 대신 져다가 그 사람의 집에 쌓아 주시니라.
너는 내 속 몰라
하루는 밤에 어디를 가셨다가 아침이 되어서야 돌아오시니 호연이 그 이유를 여쭈거늘, 말씀하시기를 “밤새 나락을 싹 베어서 깔아 놓고 왔다.” 하시니라. 이에 호연이 “왜 남의 일을 그렇게 해 줘요?” 하니 “머슴이 안타깝고 불쌍해서.” 하시거늘, 호연이 대수롭지 않게 “그런 쓸데없는 것은 뭣하러 해요?” 하니 말씀하시기를 “너는 나 몰라. 내 속 몰라. 내가 천지를 주름잡고 다니는 사람인데….” 하시니라.
너는 내 속 몰라: 이 대우주 지존의 하늘 보좌에서 인간으로 내려오시어 추위와 굶주림을 견디며 머슴과 산판꾼 생활까지 하신 상제님! 온갖 고난을 겪으신 상제님의 창생에 대한 지극한 사랑을 절감하게 하는 말씀이다. 깊은 고난 속에 진리의 별은 반짝인다.
道典 3:172) 천한 노릇 대속 공사를 보심
정미(丁未 : 道紀 37, 1907)년에 하루는 상제님께서 어디를 가셨다가 얼굴에 검정물과 빨강물을 잔뜩 바르고 방으로 들어오시니 마치 광대처럼 보이거늘, 호연이 “아이구, 왜 저런대? 왜 그리 광대질을 했어요?” 하니 “광대는 무슨….” 하고 별 말씀을 않으시니라. 호연이 다시 “왜 그렇게 시꺼머니, 삘그러니 해 가지고 그래요?” 하니, 말씀하시기를 “누가 시집을 가길래 내가 대신해서 ‘우리 누님 시집간다.’고 소리치며 천한 노릇 하고 왔다.” 하시거늘,
호연이 “어쩌면 천한 노릇을 한다고 얼굴에다가 꺼멍을 바르고 빨강물을 친대요?” 하니, 상제님께서 말씀하시기를 “호강스런 큰애기가 시집을 가면 제 오라비가 그렇게 장난꾸러기로 그런단다. 그래서 내가 대신 오라비 노릇 하려고 그러고 갔다.” 하시니라. 이에 호연이 “누구네 집이에요?” 하니 “뉘 집인지 몰라.” 하시거늘,
다시 “그러면 시집가는 데 가서 광대 치르고 왔으면서, 나 먹을 것도 안 갖다 줘?” 하는지라 상제님께서 “그럼 지금 갈거나?” 하시니 호연이 “그려, 가!” 하니라. 이에 상제님께서 “그럼 내 골마리 속으로 들어가라.” 하시니 “내가 골마리 속으로 들어가면 걷지도 못할 텐데?” 하거늘, 상제님께서 “들어가라 하면 들어갈래?” 하시니 호연이 “그럼!” 하는지라
상제님께서 먼 데를 보고 웃으시며 “요것이 나를 잘 놀려먹으려 한다니까. 들어가라고 하니 들어간다고 하는 것 봐! 들어가서 또 누구를 죽이려고, 네가?” 하시니라. 이에 호연이 “어쩌긴 뭘 어째, 잘못하면 고추를 배배 틀지.” 하니 상제님께서 “뭔 고추가 거기에 가 달렸간디?” 하시거늘 “그 속에 고추 있다니까 그러네.” 하는지라 상제님께서 크게 웃으시며 “언제는 강아지라고 하더니 이젠 고추라고 하네.” 하시고, “호연아, 야야! 너하고 태운장하고 앉았으면 웃음이 절로 난다.” 하시니라.
道典 3:240) 나도 어려서 배고팠느니라
하루는 호연과 함께 길을 가시다가 끼니때가 되어 상제님께서 “호연아! 오늘은 또 어떻게 해야 배때기를 채울거나.” 하시니, 호연이 상제님의 용안만 빤히 쳐다보며 “나는 선생님만 바라고 가요.” 하거늘 “나도 너만 바라고 간다.” 하며 웃으시니라.
상제님께서 잠시 아무 말씀도 없으시더니 말씀하시기를 “나도 어려서 무척 배고팠느니라. 그렇게 고생을 하고 애를 써야 제가 잘되는 것이지, 호의호식으로 잘먹고 그냥 잘되는 놈이 어디 있다더냐? 그러니 너도 배고프다 마라.” 하시니라.
배때기를 채울거나: 상제님께서 쓰신 육두문자 그대로다. 이 한 말씀으로 인간으로서의 상제님 생애를 그릴 수 있다. “굶기도 퍽 굶었네. 집도 절도 없는 데에 가면, 참으로 한데에서도 많이 자고.”(김호연 성도 증언)
道典 3:270) 호연아! 할애비 같은 놈도 네게 무릎 꿇는다
무신년 가을에 형렬이 집 마름이던 김덕찬, 백일남 등과 함께 나락을 거두러 논으로 나가며 무어라 쑤군거리거늘, 호연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사뭇 궁금하여 상제님께 다가가 “태운장 어른이 덕찬이 아저씨하고 뭐라고 얘기를 한대요? 어디, 우리 선생님은 그리 안 할 테지요?” 하고 여쭈니 상제님께서 “야야, 너보고 그러는데, 내가 너를 속였단다.” 하시니라.
이에 호연이 “뭣을 속여요?” 하니 상제님께서 호연의 두 손을 꼭 잡으시며 “그것은 상관 말아라. 우리 공부속으로 너를 그렇게 했지, 그이 벗하라고 가는 것이 아니여. 형렬은 나이가 많고 너는 어린데, 무슨 마누라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도속으로 하는 일이여. 그 사람은 그 사람이고 우리는 우리니까 걱정 말아라.
네가 어리다고 해도 앞으로 할애비 같은 놈들도 다 너에게 무릎 꿇고 그려.” 하시니라. 하루는 형렬이 아뢰기를 “지금 제 아내가 병이 많고 살림살이를 감당하기가 어려우니 허락하여 주신다면 다시 한 사람을 얻어 처로 삼고자 합니다.” 하니 상제님께서 허락하시니라.
형렬의 아내: 장수 황씨(長水黃氏, 1858∼1927). 용진면 용암리에서 시집을 와 용진댁이라 불렸으며 형렬과의 사이에 3남 3녀를 두었다. 무오생으로 김형렬 성도보다 네 살이 많다.
道典 3:298) 충청도 연산에서 보신 도성덕립 공사
봄에 충청도 연산(連山)에 가시어 머무르실 때 하루는 상제님께서 도복을 입으시고 홍포선(紅布扇)을 드신 채 일산을 받치게 하시어 백마를 타고 나서시니 그 모양이 마치 새신랑 같더라. 호연이 반짝반짝 윤이 나는 상제님의 눈썹을 보고
“선생님 눈썹에 엿 발랐어요?” 하니 상제님께서 “엿 발랐으면 너 핥아먹어라.” 하시니라. 호연이 “왜 그러고 나선대? 어디로 장가가요?” 하니
상제님께서 “저어리!” 하시며 일러 주지 않으시니라. 이에 호연이 “저리 어디로 가요? 가서 떡도 얻어먹고, 국수도 얻어먹게 가르쳐 줘야지.” 하니 말씀하시기를 “너 따라오면 내가 망신을 당하니 오지 말아야 혀.” 하시는지라 호연이 다시 “어디로 가길래 망신을 당해요?” 하고 묻는데 대답지 않고 떠나시거늘, 형렬에게 “어디로 간대요?” 하니
이르기를 “네 눈으로만 그러지 지금 여기에 앉아 계신다.” 하니라. 호연이 “아까 말 타고 요리 갔는데?” 하니 “네가 잠깐 봉사되었어. 네 뒤에 계신다.” 하거늘, 호연이 빙글빙글 돌며 “어디에 있어요? 어디에 있어요?” 하고 찾으매 형렬이 “저쪽.” 하고 가리키니 그쪽에서 “하하하!” 하며 웃으시는 소리가 나더라. 호연이 “아까 말 타고 갔는데, 떡 얻어먹으러 갈까 봐 그냥 왔네!” 하니 “어린 저것 데리고 무엇을 할 것이냐?” 하시는 상제님의 음성만 들릴 뿐 모습은 여전히 보이지 아니하거늘,
호연이 더욱 애가 타서 “어디에 가 있어요? 선생님! 나 쪼께 뵈 줘요.” 하고 애원하니라. 이에 상제님께서 “너 숨바꼭질하냐? 내가 네게 뵈 줘? 안 보여 주지!” 하시니 호연이 “그럼 어쩔라구? 나 여기다 내버리고 가려고?” 하거늘, 상제님께서 “네 쌈자리 왔어.” 하시니라. 호연이 “내 쌈자리는 전주고, 여기는 우리 부모님 고향이지.” 하니, 상제님께서 “저것이 제법 영리하다니까!” 하시며 그제야 모습을 드러내시니라.
道典 4:24) 호연을 데리고 어느 섬에 가시어 공사 보심
이 해 어느 날 상제님께서 호연을 데리고 형렬과 함께 어느 섬에 가시어 공사를 보시니 산에 오르시어 먼저 손으로 땅을 깊이 파신 뒤에 바닥에 종이 한 장을 까시고 조그만 단지를 올려놓으시니라. 또 그 옆에 세 군데를 실로 동여맨 명태를 놓으시고 이어 단지 안에 두부 세 조각과 손바닥 반만 한 크기로 썬 돼지고기와 쇠고기를 각 석 점씩 넣으신 다음, 술을 한 되 조금 못 되게 부으시고 ‘月(달 월)’ 자와 또 한 글자를 쓴 종이로 덮으시어 다시 그 위를 흙으로 덮으시니라.
상제님께서 단지 묻은 옆에 앉아 동쪽을 바라보시며 한참을 무어라 말씀하시는데 호연이 이를 알아듣기 어려워 “나 좀 듣게 하지.” 하거늘, 상제님께서 “아직 너는 가르쳐 줘도 몰라. 커야 알지.” 하시며 가르쳐 주지 않으시니라. 또 호연을 무릎에 앉히시고 “동쪽 하늘을 쳐다보라.” 하시매, 호연이 보니, 고래 같기도 하고 염소 같기도 한 여러 모양의 구름이 떠 있거늘
상제님께서 구름을 가리키시며 “저 흰 구름은 나다. 붉은 구름은 형렬이고, 청구름은 ○○다. 동으로 청구름, 백구름, 홍구름이 서로 다투거든 쳐다봐라.” 하시니라. 이에 호연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계속 하늘을 쳐다보고 있는데 상제님께서 느닷없이 “아, 우리가 그쪽에서 안 했냐?” 하시므로 주위를 둘러보니 어느새 다른 산으로 와 있는지라 호연이 놀라 “요것이 아까 그 산 아니여?” 하고 여쭈니
상제님께서 “어디 거기에 있냐? 저기를 쳐다봐라, 저기!” 하시므로 보매 분명 다른 산이더라. 상제님께서 저쪽 산에서 하신 것과 같이 땅에 단지를 묻으신 후 “그냥 두면 짐승이 빼먹는다.” 하시며 넓적한 돌로 단지를 눌러놓으시고 그 위에 작은 돌멩이로 글씨 모양을 취해 놓으시거늘 호연이 보니 한 자는 달 월 자요 한 자는 잘 모르겠더라. 이에 호연이 “이게 무슨 자여?” 하니 말씀하시기를 “너는 가르쳐 줘도 몰라. 그리고 지금 너한테 가르쳐 주면 입에 익어서 나중에 못 알어. 그러니 내가 나중에 가르쳐 줄게, 암말도 말고 따라댕겨라.” 하시니라.
道典 4:25) 이제 이런 데서 사람이 나온다
상제님께서 명산을 두루 돌아다니시며 이 같은 공사를 행하실 때 항상 고기 썬 것과 단지 등을 가지고 다니시거늘 호연이 이를 보며 “이런 걸 뭐 하려고 귀찮게 들고 다니는가 몰라.” 하니, 상제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우리가 이런 것 하려고 다니지 뭣 하러 댕기냐.” 하시니라. 이에 호연이 “여기다 이런 걸 묻으면 뭣 한다요?” 하고 여쭈니 말씀하시기를 “이제 이런 데서 다 사람이 나온다. 이것이 그 표적이다.” 하시니라.
道典 4:26) 너를 천하에서 부를 때가 있다
하루는 호연이 “뭣 하러 나를 데리고 다녀요?” 하고 여쭈니 상제님께서 “조그마한 동자인 너를 앞세워 다니는 것은 쓸데가 있어서 그려.” 하시거늘, 다시 “어디다가 써?” 하니 “너는 몰라도 나는 쓸데가 있어서 너를 데리고 댕겨. 귀찮은데 내가 뭣 하러 너를 데리고 다니겠냐?” 하시니라. 이에 호연이 “어디다가 써, 어디다가 써? 헝겊이라서 무엇을 써? 어디다가 무엇을 하려고 그래?” 하고 보채니 상제님께서 “아, 그것 몹시 성가시게 하네. 인제 너를 천하에서 부르도록 내가 가르쳐 줄게.” 하시니라.
용이 중간에서 비를 주듯이 네가 그런다
호연이 “무엇을 가르쳐 줘? 가르쳐 줄 것을 말해야지!” 하니 “인제 너를 천하에서 부를 때가 있어.” 하시거늘, 다시 “천하에서 나를 뭐 하려고 불러? 어떻게 불러? 아, 어떻게 불러~?” 하며 매달리니 “요녀석아! 저 하늘이면 하늘에서 비 오는 줄 아냐? 중간에서 오는 것이다.” 하시니라. 이에 호연이 “중간에서 또 어떻게 와?” 하며 계속 조르니 말씀하시기를 “뱀이 용이 되어 하늘 중간에서 바닷물을 써 올려서 비를 내리지, 어디 하늘에서 내리는 줄 아냐? 그처럼 앞으로 네가 그런다는 것이다, 이 멍청아!” 하시거늘, 호연이 뾰로통해져서는 “내가 어떻게 알아?” 하고 퉁명스럽게 답하니라.
상제님께서 “네가 그렇게 멍청해서 어쩔거나?” 하시며 호연을 한 대 쥐어박으시고는 “아프냐, 안 아프냐?” 하고 물으시니 호연이 “그러면 때리는데 안 아퍼? 내가 한번 때릴게 아픈가 안 아픈가 봐!” 하고 대들거늘, 상제님께서 웃으시며 “나는 때려도 너는 때리지 못혀.” 하시니라. 호연이 약이 올라 커다란 막대기를 주워 와서는 “나도 때릴 테여!” 하고 씩씩거리거늘 상제님께서 “내가 그걸로 때렸냐, 너를?” 하고 웃으시니 호연이 “안 아픈게 날 때린 것 아녀?” 하며 달려드는지라 상제님께서 호연을 보듬으시며 “아프라고 때리지, 그럼 안 아프라고 때리간디? 아퍼야 다시는 그리 안 하고 말을 듣지.” 하며 달래 주시니라.
상제님께서 어린 호연을 5세 때부터 무릎에 앉혀 천지공사에 참여시키시고, 공사보시는 곳마다 안고 업고 다니시며 공사 현장을 직접 목격하게 하심에는 새 하늘 새 땅을 여는 진실로 중요한 여러 섭리가 깃들어 있다. 그 가운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당돌하고 순진무구한 소녀 호연으로 하여금 상제님 대도의 진법을 여는 제3변 추수도운의 지도자에게 어린이의 순수의식에서 보고들은 대로 일체의 조작없이 9년 천지 공사를 증언토록 함으로써, 전 인류에게 상제님의 체취와 조화옹 하느님의 참면모를 선포하는 진리의 증언자 사명을 붙이신 것이다.
道典 5:145) 호연을 데리고 다니실 때
상제님께서는 아침나절에 서울에 계시다가도 잠시 후 대구에 계시고, 또 저녁에는 다른 나라에 가 계시니 그 행보를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더라. 상제님께서 호연을 데려가기 곤란한 곳이나 사람이 많은 곳에 가실 때는 호연을 거미로 만들어 “꽉 붙어 있어라.” 하시며 겨드랑이 밑이나, 턱밑, 귓속, 옷 속 등에 딱 붙이고 다니시는데,
이 때 상제님께서 공사 보시며 하시는 말씀과 다른 사람들의 말소리는 들리지 않고, 다만 상제님께서 호연에게 하시는 말씀과 곁에서 성도들이 “거미야, 거미야, 왕거미야!” 하고 부르는 소리만 들리더라. 상제님께서 거미가 된 호연에게 붓으로 눈과 입을 그려 주시면 눈이 떠지고 입이 벌어져서 말도 하고 음식도 먹을 수 있는데, 호연이 길을 가다가 뒤가 마렵다고 하면 옆구리로 똥이 나오게 하시고 나온 똥과 오줌은 저절로 없어지게 하시니라.
또 때에 따라 호연을 강아지로 만들어 안고 다니시고, 방아깨비로도 만들어 붙이고 다니시며 이 외에도 여러 가지 동물로 만들어 온갖 동물 나라에 데려가시니라. 하루는 호연이 “재주가 이렇게 많은데 무엇 때문에 자주 굶고 다녀요?” 하고 여쭈거늘, “열두 가지 재주 있는 놈이 하루아침에 굶는단다.” 하며 웃으시니라.
또 때에 따라 호연을 강아지로 만들어 안고 다니시고: “나를 강아지마냥으로 만들어. 저 강아지 새끼마냥으로 뽈뽈 기어가면 (중략) 다른 사람 눈으로는 내가 거미로도 뵈고, 강아지로도 보이고, 다른 짐승을 만들었으니 길로 다녀도 누가 시비도 안 하고.”(김호연 성도 증언)
道典 5:152) 선매숭자 도운의 개척 정신
상제님께서는 종종 호연을 거미로 만들어 거미줄을 치게 하시는데 그 때마다 거미줄의 모양과 크기가 다 다르니 호연이 거미가 되어 줄을 칠 때면 상제님께서 계속 지켜보시며 줄 치는 방향과 줄의 수를 일러 주시니라. 하루는 호연이 나뭇가지 위에서 분주하게 거미줄을 치는데 상제님께서 연신 손가락으로 가리키시며 “덜 쳤다, 덜 쳤어. 요리 쳐라. 저리 쳐라. 욜~!” 하고 명하시거늘,
호연이 가슴이 너무 답답하고 힘이 드는지라 옆 가지로 옮겨 가서 꼼짝도 하지 않으니 상제님께서 “너 팽졌냐?” 하시며 밑으로 내려오게 하시니라. 이에 호연이 나무 밑쪽으로 내려오자 순식간에 다시 사람으로 변하더라.
호연을 거미로 만들어 공사 보심
평소 상제님께서 호연을 여러 가지 동물로 만들어 공사 보시는 것을 형렬만 알 뿐 다른 사람들은 전혀 알지 못하니
혹 주변에 다른 사람들이 있으면 상제님께서 호연만 알아들을 수 있는 소리로 말씀하시니라. 하루는 거미로 변한 호연에게 상제님께서 나뭇잎 피리를 불어 말씀하시거늘, 사람들에게는 그저 ‘삑, 삐이익, 삑~!’ 하는 피리 소리로 들리나
호연에게는 “남서쪽, 북쪽, 어느쪽.” 하고 명하시는 말씀으로 들리더라. 호연이 거미줄을 다 치고 나니 상제님께서 “얼른 내려와라.” 하시며 손바닥을 펼치시거늘, 호연의 몸이 순식간에 상제님 손바닥 위에 올려져 있더라.
이 때 호연의 심정.
문) “사람도 엄청 커 보이고 그래요?”
답) “그럼. 참말로 무섭게 보여. 그래갖고는 대체나 시키는 대로 했어. 아이고, 답답한 건 이루 말할 수가 없지.”(김호연 성도 증언)
道典 4:27) 조화대권을 쥐고 계신 상제님
하루는 상제님께서 밖에 나가고 안 계실 때 죽어 가는 병자가 찾아오니 호연이 공주(公州)에서 상제님의 명에 따라 손가락에 경면주사(鏡面朱砂)를 묻혀 인당과 명치를 찍어 사람 살린 일이 생각나서 그대로 행하매 병자가 다시 살아나거늘, 돌아오신 상제님께 자랑을 하니 말씀하시기를 “이것이 벌써 기적을 받는다.” 하시며 크게 웃으시니라.
이후로 사람들이 ‘누가 아프다.’고 하여 여러 번 호연을 찾거늘, 상제님께서 이를 아시고 그 때마다 기운을 거두시니 말을 잘 하다가도 갑자기 벙어리가 되어 하지 못하게 되니라.이와 같이 무슨 조화라도 상제님께서 허락하셔야 하지, 못 하게 하시면 아니 되더라.
“딱 거두어 버리고 안 돼, 말을. 벙어리가 돼 버려. 내둥 말하다가도 벙어리가 돼 버려 못 해. 참말로 요상해.”(김호연 성도 증언)
道典 4:36) 태백산에서 형렬을 살려 주심
상제님께서 여러 산을 다니시며 많은 공사를 행하시니, 크고 높은 산일수록 더 찾으시고 그 산의 폭포 밑을 가기도 하시니라.
갑진(甲辰 : 道紀 34, 1904)년 초봄에 상제님께서 형렬과 호연을 데리고 각처를 돌아다니시다가 하루는 태백산에 오르시니 산에 눈이 살짝 덮여 있더라.
상제님께서 공사를 보시던 중에 갑자기 형렬을 향하여 이쪽으로 오라는 듯 손짓을 하시는데 형렬이 어리둥절하여 그대로 서 있거늘, 호연이 “바로 서래요!” 하고 소리치매 그제야 알아듣고 상제님 쪽으로 한 발을 옮겨 놓으니 그 순간 큰 바위가 형렬의 뒤로 벼락같이 굴러 떨어지니라.
道典 4:37) 나무 위에서 보신 공사
상제님께서는 나무를 잘 타시니, 하루는 큰 나무 꼭대기에 오르시어 금방 까마귀로 변하시고 다시 까치로 변하시니라. 또 나무 사이를 자유롭게 날아다니시며 새소리를 내시거늘 호연이 “떨어지면 어쩌려고 그래요?” 하니 “너는 떨어져도 나는 안 떨어진다.” 하시며 계속 날아다니시니라. 이에 호연이 “그러면 나 보듬고 다녀요!” 하고 조르니 “데리고 다니다가 너 빠지면 죽어.” 하고 타이르신 뒤에
더 높은 가지로 올라가시어 “너 거기 있냐? 거기 있냐?” 하고 부르시거늘 호연이 골이 나서 대답을 하지 않는지라 상제님께서 “대답 안 하면 못쓰지. 그러면 너 맛난 것 안 사 준다.” 하시니 호연이 마지못해 대답하니라. 또 상제님께서 나뭇잎을 뜯어 피리를 부시니 형렬이 나무 아래에서 그 소리를 받아 상제님의 옥단소를 부니라.
道典 4:38) 산마다 두드리시면 큰 악기 소리가 나더라
하루는 상제님께서 대공사를 보시며 “칠보산에서는 봉황새가 나오고, 백두산에서는 학이 나오고, 또 ○○산에서는 ○○새가 나온다.” 하시니라. 또 오르시는 산마다 손으로 ‘똑똑똑’ 하고 두드려 보시는데, 그러면 산 속에서 ‘팽팽’ 소리가 나기도 하고, 장구소리, 양금소리, 북소리 등 악기 소리가 나기도 하더라.
상제님께서 호연에게 말씀하시기를 “이제 천지개벽을 당하였을 때 장수들이 나오는가, 그 귀추(歸趨)를 보느라고 그런다.” 하시며 그 뜻을 일러 주시고 이 밖에도 종종 “내가 무엇 하러 왔다, 무엇을 하러 왔다.” 하시며 공사 내용을 말씀해 주시니라.
너는 이 다음에 뜰 사람
호연이 조금 전 소리가 났던 자리에 가서 뚜드려 보며 흉내를 내니 상제님께서 “너, 거문고는 잘 뜯것다.” 하시거늘, 호연이 “나 거문고 하나 사 줘!” 하며 떼를 쓰는지라 상제님께서 “못쓰지, 내가 생각이 있으니 너를 안 사 주는 것이다.” 하고 타이르시니라. 이에 호연이 “그건 또 무슨 소리예요?” 하고 여쭈니 대답하시기를 “그것을 잘해서 명창이 되면, 네가 양반의 노리개가 되어서 불려 댕겨.
네가 천하의 ○○으로 앉을 판인데 그래서야 쓰겠냐? 지금은 천해서 이러지, 천지에 제(祭)를 지냈으니 너는 이 다음에 뜰 사람이여. 네가 아는 체하는 통에 어느 귀신이 잡아갈지 모르니, 그런 것 가르쳐서는 안 되게 생겨서 네 글도 싹 씻어 가지고 간다.” 하시니라.
산마다 손으로. “산이 높을수록 그이가 거기서 산에 한번 요렇게 ‘똑똑똑’ 뚜드려 봐. 아 이런 사람은 손이 깨지지 소리가 나?” (김호연 성도 증언)
道典 4:39) 천지신명들이 다 손을 잡느니라
상제님께서 말씀하시기를 “개벽이 될 때에는 온 천지에 있는 신명들이 한꺼번에 손을 잡고 나의 명을 따르게 되느니라.” 하시고
또 말씀하시기를 “병겁이 밀려오면 온 천하에서 너희들에게 ‘살려 달라’고 울부짖는 소리가 진동하고 송장 썩는 냄새가 천지에 진동하여 아무리 비위(脾胃)가 강한 사람이라도 밥 한 술 뜨기가 어려우리라.” 하시니라.
道典 4:42) 산운(山運)을 옮기심
하루는 공사를 행하실 때 “백두산의 기운을 뽑아 제주 한라산(漢拏山)에 옮기고, 덕유산에 뭉쳐 있는 기운을 뽑아서 광주 무등산(無等山)으로 옮기고, 금강산의 기운을 뽑아 영암 월출산(月出山)으로 옮긴다.” 하시니 한 성도가 그 이유를 여쭈거늘 상제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백두산에 천지(天池)가 있고 한라산에도 못이 있으며, 금강산이 일만 이천 봉이요 월출산도 일만 이천의 기운이 있음이로다.” 하시니라.
백두산의 수기를 돌리심
하루는 상제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조선이 동과(冬瓜)의 형체인데 뿌리에 수기(水氣)가 고갈되어 이제 죽을 지경에 이르렀다.” 하시고 또 말씀하시기를 “백두산이 근본처이므로 그곳에 가서 수기를 돌리고 오리라.” 하시니라.
영암 월출산: 전남 영암군 영암읍과 강진군 성전면의 경계에 있는 산. 기암괴봉이 많아 남국의 소금강(小金剛)이라 불린다. 창해역사(蒼海力士), 왕인(王仁)박사, 도선대사(道詵大師) 등 많은 귀재가 이곳에서 배출되었다.
동과(冬瓜): 일명 동아. 박과의 한해살이 덩굴성 식물로 호박과 비슷한 열매를 맺는다.
道典 4:43) 백두산에 가시어 공사 보심
상제님께서 형렬과 호연을 데리고 어느 산에 이르시어 “여기가 백두산이다.” 하시거늘, 호연이 보니 산은 높은데 꼭대기 부분이 벗겨져 있어 마치 머리가 허옇게 센 것 같더라. 상제님께서 호연을 업고 산에 오르실 때 호연이 보기에는 흥얼흥얼하며 그냥 걸어가시는 것 같은데 어느새 커다란 호수가 있는 꼭대기에 다다르거늘, 봉우리에 서서 내려다보니 천지만물이 훤하게 다 보이더라.
상제님께서 천지(天池)를 둘러싼 여러 봉우리 가운데 한 봉우리에 앉으시고 형렬과 호연을 각기 다른 봉우리에 앉도록 하시니, 멀리 떨어져 있는데도 바로 곁에 계신 것처럼 보이더라. 상제님께서 차례로 세 봉우리를 향하여 이름을 부르시니 첫 봉우리에서는 눈처럼 희고 커다란 학이 나오고 두 번째 봉우리에서는 알롱달롱 황금빛이 감도는 붉은 새가 나오고,
세 번째 봉우리에서는 파란색의 새가 나와 각 봉우리에 앉거늘, 상제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이제 세상이 뒤집어지면 이 산, 저 산이 자던 사람처럼 다 만난다. 어디서는 옷을 가져오고, 어디서는 기치창검을 가져오고, 장수들이 다 가지고 오느니라.” 하시며 장수들의 이름을 모두 부르시니라.
머리가 허옇게 센 것 같더라: 김호연 성도의 표현을 그대로 기록하였다. 백두는 광명을 뜻하며 본래 이름은 흰머리산, 삼신산, 증산(甑山)이다. 동방의 종주산으로 신교 삼신문화의 근원이 되는 성산(聖山)이다. 김호연 성도가 상제님의 기운에 동화되어 신안이 열려서 성령의 차원에서 본 것이다.
道典 4:44) 백두산의 모든 나무와 풀이 너울너울 춤을 추고
상제님께서 새들을 향하여 “너희들 만나서 춤을 한번 춰 봐라.” 하시고 노래를 부르시거늘 학이 먼저 오른쪽 날개를 쭉 펴니 다른 새들도 따라서 날개를 펼치고 상제님의 노래 장단에 맞춰 날개를 접었다 폈다 하며 날개춤을 추더라.
호연이 이를 보고 “이런 데서 동무도 없이 노래를 부르네.” 하니 상제님께서 “그러면 네가 한번 받아 봐라.” 하시거늘, 호연이 “아이고, 내가 노래 부를 줄 알면 뭐 하러 따라댕겨?” 하니라. 이에 상제님께서 형렬에게 “받아 불러라.” 하시니 형렬이 부르지 아니하거늘, 말씀하시기를 “노는 데서는 상하가 없이 하자.” 하시니라.
상제님께서 형렬과 노래를 주고받으시며 한바탕 흐드러지게 노시는 중에 춤을 추듯 손장단을 하며 흥을 돋우시니 새들이 천지의 수면 위로 날아 올라 날개를 펄럭이며 춤을 추다가 수면으로 내려가 날갯짓으로 점벙점벙 물을 치며 다시 공중으로 솟구쳐 오르더니 양 날개를 쭉 펼친 채 서로 빙빙 돌거늘 온 산의 나무들도 손을 흔들 듯 너울너울 춤을 추고, 풀잎도 바르르 떨며 춤을 추는지라
상제님께서 “나를 따라서 모두가 춤을 추는구나.” 하시며 흥겹게 웃으시니라. 이 뒤에 백두산에서 돌아오시어 말씀하시기를 “이제 수기를 돌려 회생케 하였노라.” 하시니라.
“(선생님이) 처음에 백두산이라고 부르면서 노래를 불러: 노래를 부르니 학이 날개를 이렇게 쭉, 한 쪽을 쭉 뻗치니 또 저짝 놈이 쭉 뻗치지. 또 저짝 치가 쭉 뻗쳐. 날개들을 갖고 이렇게 이렇게 춤을 춰.”(김호연 성도 증언)
“나무도 너울너울 추고, 풀잎도 떨고 그냥… 나무도 춤을 춰. 문) 이렇게 큰 나무가요? 답) 암. 그냥 손 흔들듯 이러고, 선생님은 좋아서 막 이러고 참말로 재미스럽제.”(김호연 성도 증언)
道典 4:45) 천지공사를 행하실 때 온갖 조화권능을 보이심
상제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선가(仙家)의 도술이 산(算)가지 하나로 백만 대군을 물리치나니 내 평천하의 도는 방안에 앉아 지필(紙筆)로써 천하를 다스리느니라.” 하시니라. 상제님께서 공사를 보실 때는 붓으로 글이나 부(符)를 쓰시고 점을 찍으시어 천 가지 만 가지 조화를 부리시니 때로는 멀쩡한 사람을 광대 모양으로 만드시고, 곁에 있는 사람의 혼을 빼시어 허수아비처럼 멍하니 앉아 있게 하시고, 난데없이 먹을 것을 나오게 하시어 성도들과 함께 드시기도 하니라. 또 붓에 먹물을 묻혀 상모를 돌리듯이 한번 내두르시면 순식간에 무지개가 생기더라.
道典 4:48) 천지개벽도 신명이 들어야
천지개벽을 해도 신명 없이는 안 되나니 신명이 들어야 무슨 일이든지 되느니라. 그때 그때 신명이 나와야 새로운 기운이 나오느니라.
경위는 천하가 같다
경위(經緯)는 천하가 같으니라. 파리 죽은 귀신이라도 원망이 붙으면 천지공사가 아니니라.
신명을 박대하는 서교의 운명
서교(西敎)는 신명을 박대하므로 성공치 못하리라. 이는 서양에서 신이 떠난 연고니라. 구천에 사무치는 ‘시~’ 소리에 서양이 덜덜 떠느니라.
신명 없이는 안 되나니: 선천은 우주법도가 삼양이음(三陽二陰)이므로 사람이 일의 주체가 되지만, 후천은 삼음이양(三陰二陽)인 음 세상이 되므로 신명이 주체가 된다.
서교는 신명을 박대하므로: 서교, 즉 가톨릭과 개신교 교리의 핵심은 ‘유일신 신앙’이기 때문에 그들의 신 이외의 모든 신을 부정한다. 여기서 선천의 전쟁 역사가 시작되었고 아직도 그 갈등은 풀리지 않고 있다.
서양에서 신이 떠난 연고: 서양은 근대에 이르러 합리적 이성을 너무 강조한 나머지 자연을 단순한 물질로 보는 기계론적 유물론이 가치관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이는 결과적으로 인간과 자연 속에 내재되어 있는 신성(神性)을 부정하여, 자연과 동양 문명을 일방적으로 착취하고 정복하게 되었다.
구천: 천상계의 신도문명(神道文明)은 종적(차별계)으로는 9천, 횡적(평등계)으로는 33천이 벌여진 입체적 구조이다.
道典 4:50) 비구름의 운행도 신명의 명을 따르는 것
한 성도가 여쭈기를 “선생님께서 길을 가실 때면 혹 비구름이 몰려오다가도 계신 곳 가까이 와서는 갑자기 좌우로 갈라져서 한 방울의 비도 뿌리지 아니하다가 가시고자 하는 곳에 도착하시면 다시 모여 장대비가 내리니 어떠한 까닭입니까?” 하니
상제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비구름의 운행도 또한 그것을 맡은 신명의 명(命)을 따르는 것이니라.” 하시고, “단비에 우산을 들지 말라. 하늘을 공경하고 백성을 사랑하는 정이 이에 있느니라.” 하시니라.
道典 4:55) 대세몰이 도운의 산운 발음 대공사
을사(乙巳 : 道紀 35, 1905)년에 하루는 형렬과 호연을 데리고 전주 두리봉(斗里峯)에 가시니라. 호연이 묻기를 “놀려면 평지도 많은데 어찌 산으로만 댕겨요?” 하니, 상제님께서 “응, 이 속에 좌우로 장수 신명이 들어 있어서 ‘들으라.’고 그런다. 너는 안 들리지만 나는 들으니 이렇게 둘러보는 것이여.” 하시니라.
상제님께서 정상에 오르시어 두리봉, 오봉, 칠봉, 육봉을 부르시니 각 신명들이 나와 무릎을 꿇거늘, 말씀하시기를 “기(旗)를 만들어라. 앞으로 천상에서 부를 적에는 오봉이부터 불러서 ‘기를 들라.’고 이를 것이다. 오봉이가 기를 갖고 나서면 두리봉에서도 나서고, 칠봉, 육봉에서도 나서라. 그러면 오봉이가 기를 갖고 춤을 추어라. 그런 후에 모든 산들이 기를 갖고 쑥쑥 나서서 춤을 추면 이제 우리가 손을 잡는다.” 하시고, 각기 만들 깃발의 색을 정해 주시니 신명들이 “누가 먼저 기를 만드나 내기해 보자!” 하며 물러가니라.
기가 발동을 해야 한다
상제님께서 종이에 붉은 달과 검은 달을 그리시며 계속 기를 만드시니 호연이 “무엇이라고 그것을 만들어대요?” 하고 여쭈거늘 말씀하시기를 “기(氣)가 발동을 해야 한다.” 하시니라. 호연이 어린 마음에 “그것이 발이 달려서 날아가요?” 하니 말씀하시기를 “이것이 종이라 널려 댕겨도 다 쓰는 기품이니라. 앞으로 쓰일 날이 있다.” 하시니라. 상제님께서 종이가 들어오는 대로 붉은 기, 푸른 기, 검은 기 등을 수없이 만들어 책처럼 쌓아 두시니라.
두리봉: 전주시 덕진구 우아동과 완주군 소양면에 걸쳐 있는 산. 지명의 유래는 산의 형세가 두리두리해서 붙여진 것이라 하며, 북두칠성의 두(斗) 자를 딴 것이라고도 한다. 또 산 정상에는 항상 붉은 깃발이 꽂혀 있었으므로 ‘깃대봉’이라 부르며, 산의 형세가 연꽃 봉우리 같다 하여 홍련봉(紅蓮峯), 소양면에서 바라보면 매봉은 남자, 두리봉은 여자 같다 하여 선녀봉이라고도 부른다. 왜막실에 사는 사람들은 “예로부터 두리봉은 상제가 춤추는 형국이라 한다.”라고 증언해 주었다.
오봉이: 운동의 본체인 5황극 수의 정신이다.
붉은 달과 검은 달: 수(水)·화(火) 기운, 곧 태극을 말한다.
道典 4:57) 기지신에게 치성을 올려야
하루는 성도들에게 말씀하시기를 “대인이나 소인을 막론하고 공사간(公私間)에 일을 이루려면 터를 정하여야 하나니 그러므로 기지신(基址神)에게 치성을 올리는 것이 옳으니라.” 하시니라.
산도 신명이 들어 있어서
하루는 호연에게 말씀하시기를 “산도 신명이 들어 있어서 비가 억수같이 많이 오면 산사태 날 것을 두려워한 신명들이 자기 앉을 자리를 찾아 산을 옮기는데, 그 모습이 마치 구름이 둥둥 떠서 걸어가는 것 같으니라. 아낙들이 이를 보고 ‘아이, 산도 걸어가네. 바위도 걸어가네.’ 하며 입방정을 떨면 산이 ‘요망스럽다.’ 하여 주저앉고 가지 못하느니라.” 하시니라.
기지신(基址神)에게 치성: 도장의 성전에는 우주의 주재자이신 상제님을 중심으로 그 지역의 지방신(地方神)과 주산(主山)의 신(神)까지 모시라는 것이 상제님의 가르침이다.
道典 4:59) 정음정양의 남녀동권 세계를 개벽하심
상제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이 때는 해원시대라. 몇천 년 동안 깊이깊이 갇혀 남자의 완롱(玩弄)거리와 사역(使役)거리에 지나지 못하던 여자의 원(寃)을 풀어 정음정양(正陰正陽)으로 건곤(乾坤)을 짓게 하려니와 이 뒤로는 예법을 다시 꾸며 여자의 말을 듣지 않고는 함부로 남자의 권리를 행치 못하게 하리라.” 하시니라.
하루는 상제님께서 공사를 보신 후에 ‘대장부(大丈夫) 대장부(大丈婦)’라 써서 불사르시니라. 또 하루는 성도들에게 말씀하시기를 “부인들이 천하사를 하려고 공을 들이니, 그로 인하여 후천이 부녀자의 세상이 되려 하네.” 하시고, 한참 계시다가 무릎을 탁 치시며 “그러면 그렇지, 큰일이야 남자가 해야지.” 하시니라. 또 말씀하시기를 “판대까지야 여자에게 주겠느냐. 판대야 남자가 쥐지.” 하시니라.
道典 4:60) 주무실 때 성령은 천상으로 올라가심
하루는 한 성도가 여쭈기를 “선생님께서 주무실 때는 아무리 급한 일이라도 고하지 못하도록 하시니 무슨 까닭입니까?” 하니
상제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내가 비록 잠들어 있을 때라도 신도(神道)에 어명을 내리고 있으니 나는 인간세계에 있지 아니하노라.” 하시니라. 하루는 상제님께서 말씀하시기를 “하늘이 큰 눈을 내리거든 천상에 대공사(大公事)가 있는 줄로 알라.” 하시니라.
道典 4:62) 우주의 실상을 보는 도통의 관건
상제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천지간에 가득 찬 것이 신(神)이니 풀잎 하나라도 신이 떠나면 마르고 흙 바른 벽이라도 신이 떠나면 무너지고, 손톱 밑에 가시 하나 드는 것도 신이 들어서 되느니라. 신이 없는 곳이 없고, 신이 하지 않는 일이 없느니라.” 하시니라.
道典 4:63) 재생의 은혜를 내려 주옵소서
하루는 상제님께서 구릿골에 계실 때, 전주 용머리고개에 사는 앉은뱅이 김 모가 들것에 실려 와서 상제님께 애원하기를 “제가 전생에 죄가 많아 나면서부터 앉은뱅이가 되었사오나 이렇게 구차한 몸으로 더 살자니 세월은 슬픔뿐이요, 죽자니 인생이 너무 비참하옵니다. 이와 같이 폐인(廢人)의 지경이 된 형편을 하늘만이 아시고 사람들은 알지 못하오니 저에게 새 생명을 열어 주시어 재생의 은혜를 내려 주옵소서.” 하고 비 오듯이 눈물을 흘리며 슬픈 사연을 아뢰더라.
하느님이 강림하지 않고서야
상제님께서 그 하소연을 들으시고 불쌍히 여기시어 그 사람을 앞에 앉히시고 담뱃대를 들어 올리며 말씀하시기를 “이 담뱃대를 따라서 차차 일어서라.” 하시니 그 사람이 담뱃대를 따라 무릎과 다리를 조금씩 펴며 천천히 일어서거늘, 형렬에게 명하시어
曳鼓神 曳彭神 石蘭神 東西南北 中央神將 造化造化云 吾命令 拜 吽이라 큰 소리로 외우게 하신 뒤에
그 사람으로 하여금 마당에서 걸어 보게 하시고 잠시 후에는 광찬에게 명하시어 회초리로 다리를 때려 빨리 걷게 하시니 마치 성한 사람 같은지라 그 사람이 기뻐 미친 듯이 뛰고 마당을 돌아다니며 외치기를 “하느님께서 이 세상에 강림하지 아니하셨다면 어찌 이럴 수 있으리오!” 하고 눈물을 삼키며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모르더라.
상제님께서 그 사람에게 이르시기를 “들것을 버리고 걸어서 돌아가라.” 하시고, 사례금으로 받으신 서른 냥으로 큰길가 주막에 나가시어 오가는 행인들을 불러 술을 사 주시며 말씀하시기를 “다리를 펴 주니 고맙도다.” 하시니라.
道典 4:66) 내가 참하늘이니라
상제님께서 하루는 하늘을 가리키시며 말씀하시기를 “사람들은 여기서 보이는 하늘이 전부인 줄 알아도 그것은 중간하늘일 뿐이니라. 내가 참하늘이니라. 사람들이 허리띠를 가운데에 띠고 위에 목도리를 하고 밑에 꽃대님을 하듯이, 천상사람이 있고 땅속에도 사는 사람이 또 있느니라.” 하시니라.
이 천지에 명관 따로, 큰 선관 따로 있다
하루는 상제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명관 따로 있고, 선관이 따로 있느니라. 그런 명관들과 함께 입을 섞어서 말하는 사람이 좀체로 없구나.” 하시니라.
道典 4:67) 천지공사를 신명과 더불어 판단하심
5월에 하루는 성도들에게 일러 말씀하시기를 “귀신(鬼神)은 천리(天理)의 지극함이니, 공사를 행할 때에는 반드시 귀신과 더불어 판단하노라.” 하시고, 글을 써서 형렬의 집 방 벽에 붙이시니 이러하니라. 知 事 萬 忘 不 世 永 定 化 造 主 天 侍
지 至
기 氣
금 今
사 師 지 至 법 法
원 願
위 爲
대 大
강 降
전 全 경 慶
주 州 주 州
동 銅 용 龍
곡 谷 담 潭
해 解 보 報
원 寃 은 恩
신 神 신 神
日 月 年
일 월 년
부(符)는 귀신의 길
상제님께서 밤에 혼자 계실 때도 자주 문명을 써서 불사르시며 공사를 행하시는데 아침이 되면 그 재를 형렬에게 치우도록 하시니라. 하루는 한 성도가 여쭈기를 “글이나 부적을 쓰시어 공사를 행하신 후에는 모두 불살라 버리시니 그 까닭이 무엇입니까?” 하니 상제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사람은 나타남(現)으로 알고 귀신은 불사름(燒)으로 아느니라. 내가 옥황상제로서 천지공사를 행하는 고로 반드시 불살라야 하느니라. 부(符)는 귀신의 길이니라.” 하시니라.
대신명들이 들어설 때
상제님께서 부를 그리실 때 형렬이 신안(神眼)이 열리어 보니 천신(天神)들이 정연하게 자리 잡고 봉명(奉命)을 준비하고 있더라.
상제님께서 대신명(大神明)이 들어설 때마다 손을 들어 머리 위로 올려 예(禮)를 표하시니라. 또 점을 찍으시며 칙령을 내리실 때는 “아무개 이 점 찍는 대로 살려 줘라.” 하시며 항상 ‘~해라’ 하고 명하시지 ‘~해 주시오’, ‘~허소’ 하시는 경우는 없으시니라.
호연이 보니 상제님께서 점을 찍으시는 것도 다 요령이 있어서 고축하시는 내용에 따라 점의 수(數)가 다 다르더라. 공사를 행하실 때에는 반드시 술과 고기를 장만하여 여러 사람들과 함께 잡수시며, 때로는 식혜(食醯)를 만들어 성도들과 더불어 잡수시니라.
道典 4:68) 종도들을 ‘후’ 하고 한번 부시면
상제님께서 간혹 먼 길로 심부름을 시키실 때 심부름하는 사람을 앞에 세우시고, 등 뒤에서 ‘후’ 하고 한번 부시면 그 사람이 원앙새, 학, 기러기, 황새 등이 되어 날아가니 이렇게 새가 되어 심부름을 많이 한 사람은 진수, 성수, 남수 세 사람과 임○○ 라는 사람이더라. 한번은 전주 송광사(松廣寺)에 가 머무르실 때 이와 같이 세 사람에게 심부름을 시키시니
상제님께서 이들을 보내시면서 “너희는 각기 어느 나라, 어디어디에 가서 누구누구를 만나고 아무 날 돌아오라.” 하시니라. 세 사람이 명을 받고 날아서 갔다가 올 때도 역시 날아서 오는데, 닷새 후에 한 사람은 아침에 오고, 한 사람은 조금 후에, 또 한 사람은 한낮이 되어서 돌아와 각기 상황을 아뢰니라. 송광사에서 이 공사를 보시고 돌아오실 때 논에 가서 왕골을 뽑아 말을 만드시고, 삼대를 뽑아 교군(轎軍)을 만들어 타고 오시니라.
한번 부시면: 상제님은 조화주 하느님이심을 늘 명심해야 한다. 지금도 상상을 초월하는 새우주 창조의 대공사 내용이 생생하게 증언되고 있다.
송광사에 가 머무르실 때: 상제님께서 성도하시기 이전부터 전주 종남산 송광사에 가끔 가셨는데 상제님께서 가시면 송광사 중들이 대접이고 뭐고 하기에 앞서 벌벌 떨었다고 한다.
심부름 갔다 와서 아뢴 내용: 이 부분에 대해서는 김호연 성도의 기억이 분명하지 못하다. 이 때 한 종도가 “○나라에 갔더니 주인이 자기 딸이 아파 안에 들어가서 지체되었다.”고 아뢰었다는 증언이 비교적 분명하다.
道典 4:69) 신흥사에서 보신 신명 공사
상제님께서 송광사에서 여러 날을 지내시고 임실(任實) 사자산(獅子山) 신흥사(新興寺)에 가시어 머무르실 때, 밤낮으로 신명들을 불러들여 공사를 보시니 어떤 때는 호랑이며 말, 소 등 짐승이 되어 오고, 잘 차린 사람 모습으로 오기도 하고, 농사꾼 차림으로 오기도 하더라.
상제님께서 방이나 마루에 앉아 계시면 신명들이 채 마루나 토방까지도 오지 못하고 양옆으로 서 있는데, 하루는 호연이 “저 사람은 뭔 사람이고, 저 사람은 뭔 사람이에요?” 하고 여쭈니
말씀하시기를 “그것도 죽은 사람, 그것도 죽은 사람.” 하시니라. 이에 호연이 “죽은 사람이 어찌 저렇게 눈을 멀뚱거리며 들어와요?” 하니, “눈을 떠야 짐승이라도 들어오지, 눈 안 뜨고 어떻게 들어오냐? 말시키지 말고 가만 앉았거라.” 하시고 신명들에게 “저만치 물러나라!” 하고 명하시거늘, 한 신명이 나서며 바닥에 선을 그으니 모두 선 밖으로 물러나 정렬하더라.
상제님께서 박 크기만 한 쇳덩이를 주시며 “들어 보라.” 하시거늘 어떤 신명은 들고 어떤 신명은 힘이 부쳐서 들지 못하니 말씀하시기를 “산해박 뿌리를 캐서 칡뿌리와 ○○ 뿌리와 함께 먹어라. 칡뿌리는 기운을 돋우는 것이니라. 그리고 ○○에 가서 동삼(童蔘)을 먹고, 칡뿌리와 산해박 뿌리와 ○○ 뿌리를 함께 넣어 술을 해 놓아라. 그래야 장수들이 목을 축이느니라.” 하시니라. 또 쇳덩이 몇 개를 주시며 “이놈을 들어 보면서 먹어라. 기운을 돋우라는 것이다.” 하시고, 이어 “행여 네가 뒤떨어져서 죽더라도 한을 말아라.” 하시며 돌려보내시니라.
신흥사(新興寺): 전북 임실군 관촌면 상월리(上月里) 사자산(獅子山) 남쪽 기슭에 있는 절. 백제 성왕 7년(529)에 신라의 진감국사(眞鑑國師)가 창건했는데, 창건 당시에는 400여 평의 가람에 승려 300여 명이 머무르는 대찰(大刹)이었다. 김호연 성도의 오빠가 오랫동안 주지로 있었다.
道典 4:70) 계룡산 정씨 왕국 기운을 거두심
성도들이 계룡산(鷄龍山) 정씨 왕국에 대해 여쭈니 말씀하시기를 “일본 사람이 모든 섬과 산을 샅샅이 뒤지고 물밑까지 더듬어 보았나니 정씨가 몸 붙여 일 벌일 곳이 어디 있으리오. 그런 생각은 다 버릴지어다.” 하시고, “속담에 ‘정가를 방문하면 방정(訪鄭)맞다.’ 하고, 또 사리가 밝으면 ‘내정(來鄭)이 있다.’ 하나니
내가 그 기운을 뽑아 내정(內鄭)으로 정하여 하동 정씨(河東鄭氏) 가문에 취객(娶客)이 되었노라.” 하시니라. 또 말씀하시기를 “계룡산은 수계룡이요 모악산은 암계룡이라. 나는 암계룡을 택하였노라.” 하시니라.
道典 4:73) 하늘이 손을 다 잡았다 할 때는
상제님께서 명산마다 다니시며 단지에 술과 명태, 두부와 돼지고기, 쇠고기를 넣어 땅에 묻으시니 하루는 호연이 이를 보고 “그게 뭐예요? 이렇게 해 놓으면 누가 먹어요?” 하고 여쭈거늘 말씀하시기를 “누가 먹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가면 각 신명들이 먹느니라. 우리가 일을 해도 신명이 안 들고는 못 하고, 일을 하다가도 갑옷 얻고 투구 얻고 칼을 얻는 것은 천상에서 다 하는 것이니라.” 하시니라.
이에 호연이 “어디로 싸움하러 가요?” 하니 “그런 것이 아니라 그들이 죽어서 우리를 보살펴 주는 법이 있나니, 오다가 중도에서 만나기도 하고, 선몽(現夢)을 대기도 하느니라. 그러니 귀신도 스스로는 발복을 하지 못하느니라.” 하시니라. 또 말씀하시기를 “우리 조선에서 하나가 되어서 일을 하면 천지신명이 일어나느니라.
전쟁에서 싸우다 죽은 장수 신명들의 원을 풀어 주려고 내가 제를 지내는 것이니 일이 되고 보면 모든 대장수 신명들이 일어나느니라. 일이 되어서 하늘이 손을 다 잡았다 할 때에는 만방에서 나와 나를 따르느니라. 신명이 같이 해야지, 천상에서도 신명이 없으면 일을 하지 못하느니라.” 하시니라.
道典 4:77) 모과 신명을 불러내심
상제님께서 종종 섭다리골에 있는 모과나무에서 모과를 따 오시니라. 하루는 모과를 품에 한아름 안고 오시는데 호연이 “모과는 뭐 하러 따 와요?” 하거늘, 상제님께서 “거 시고도 개미가 있다잉. 그런데 모과가 망신을 시킨단다.” 하시는지라 호연이 “망신시킬 것을 따 갖고 와요?” 하니 “이런 것도 있어야 잘난 놈이 있지, 다 잘나 놓으면 못난 놈은 어떻게 되겠냐?” 하시며 모과를 한 줄로 쌓으시니라.
이에 호연이 “사람 키만큼 뭐 하러 그렇게 세워요? 자빠지라고.” 하니, 상제님께서 “여기 가까이 오지만 마라.” 하시고 모과 앞으로 가까이 다가서시어 작은 소리로 “모과야! 모과야! 왜 아무 말도 않느냐? 배고파서 대답 못 하겠느냐?” 하시거늘 성도들이 모두 궁금히 여겨 상제님 등 뒤에 바짝 붙어 귀를 기울이니라. 상제님께서 “모과야! 아, 모과라고 하니 삐졌냐? 목 첨지라고 할꺼나?” 하시니 역시 아무 기척이 없거늘
다시 “그러면 뭐라고 할거나…, 모 생원?” 하시매 그제야 모과가 끄덕이며 “예.” 하고 대답하더라. 이에 상제님께서 웃으시며 “그려. 모 생원!” 하고 부르시니 가장 위에 놓여 있던 모과 하나가 앞으로 툭 떨어지며 “증산!” 하고 그 밑에 있던 모과가 뒤따라 떨어지며 또 무어라 말하거늘 상제님께서 그 모과에게 “너는 뭐라고 했냐?” 하시매 “앞에서 ‘증산’ 하길래 저는 ‘강가’ 그랬어요.” 하는지라
상제님께서 “내가 강증산이냐, 이놈아?” 하시며 서 있는 모과의 밑동을 발로 툭 차시니 모과 하나가 뒤로 튕겨 나가니라. 호연이 이를 보고 “아이들마냥 그것 갖고 장난을 하네. 모과가 말을 다 해요?” 하며 다가서니 상제님께서 “네가 한번 말 시켜 봐라!” 하시거늘 호연이 “모과야! 모과야!” 하고 말을 거니 모과들이 춤을 추듯 달랑달랑 움직이더라.
상제님께서 “네가 말하니 대답도 안 하고 막 까불기만 한다. 아이라고 장난하느라고 그러니 너도 한번 때려 봐라.” 하시거늘
호연이 “이까짓 것 그럼 못 때려요?” 하며 발로 툭 차니, 순간 한 줄로 서 있던 모과가 휘청거리며 호연의 목을 탁 때리는지라 호연이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상제님을 쳐다보며 “맥없이 이런 것 주워 와서 사람을….” 하며 울먹이니
상제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모과라고 헤프게 알고 때리니까 그런다.” 하시며 호연을 달래어 방으로 데려가시니라. 성도들이 하도 신기하여 떨어진 모과를 주워 들고 “요것이 때려? 어디 나도 한번 때려 봐라.” 하며 모과를 툭툭 치니 모과들이 사방으로 날아다니며 성도들을 사정없이 때리거늘 상제님께서 뒤에서 이를 바라보시며 “저놈들 봐라. 모과한테 맞고 우는 꼴들 좀 봐라!” 하시고 크게 웃으시니라.
道典 4:78) 도깨비를 불러 공사 보심
상제님께서 메밀죽을 자배기에 퍼서 담 밑에 놓으시고 “죽을 끓여다 담 밑에 놓았으니 와서 먹으라.” 하고 도깨비를 부르시면
잠시 후 죽을 먹는 소리가 ‘쭉쭉쭉’ 나는데 호연이 보니 그 생김새와 옷차림이 보통 사람과 꼭 같더라. 하루는 도깨비들이 줄을 서서 죽을 먹고 있거늘 상제님께서 오른발을 들어 왼쪽으로 원을 그리며 한 바퀴 빙 돌리시니 도깨비들이 모두 사라지고 부지깽이와 빗자루만 남았더라.
조화주 하느님의 상징 : 증가(甑哥)
또 하루는 몇몇 도깨비들을 잡아 “내일 이놈들을 단단히 봐야겠다.” 하시며 허리띠를 끌러 나무에 묶어 두셨는데 아침에 보니 막대기와 빗자루만 묶여 있거늘, 호연이 놀랍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여 “이것이 어떻게 된 일이에요?” 하고 여쭈니 말씀하시기를 “거기에 신이 붙어서 그러지, 이런 막대기가 뭔 일을 하겠느냐!” 하시니라. 이에 호연이 “빗자루로 쓸고 다니죠.” 하니
상제님께서 “증가(甑哥)가 도깨비 성(姓)이니 내가 증가다.” 하시거늘, 호연이 “증산은 무슨, 도깨비지.” 하매 “그래. 도깨비다, 도깨비.” 하며 맞장구를 치시니라. 이 때 호연이 평소 상제님께서 도깨비를 친구라고 하신 말씀이 생각나 “도깨비보고 ‘막대기가 무슨 일을 하겠냐.’면서 그게 친구예요?” 하니 그저 웃기만 하시니라.
도깨비: 깨비신은 천상깨비와 땅깨비가 있는데 도깨비는 땅깨비를 말한다. 허주(虛主), 독각귀(獨脚鬼), 망량, 이매라고도 한다. 도깨비는 사람들이 일상 생활의 용구로 쓰다가 버린 물체를 통해 생성된다고 한다. 성질이 음(陰)하기 때문에 동굴, 고가, 고목, 계곡 등에 모여 살다가 밤에 나와서 활동한다. 메밀죽, 메밀묵, 돼지고기, 시루떡, 막걸리 등을 좋아한다고 한다.
내가 증가다: 상제님은 조화 방망이를 휘두르는 진망량이시다. 상제님의 존호인 시루 ‘증(甑)’ 자는 모든 미완성된 것을 익혀서 성숙·완성시키는 조화정신의 표상이다. 이 말씀은 증산 상제님께서 우주 삼계를 현묘불측한 신도(神道)의 조화로 다스리시는 우주의 조화옹이심을 의미한다.
道典 4:79) 제사 음식을 가져다 잡수시는 공사
날이 궂을 때에는 상제님께서 종종 도깨비를 부르시어 없는 물건을 가져오라 명하시는데, 이 때 도깨비라 부르지 아니하시고 다른 여러 이름으로 부르시더라. 병오년 동짓달 초이튿날에 상제님께서 바닥에 막대기로 금을 그으시니 호연이 “무엇 하려고 금을 긋고 보세요?” 하거늘 “잔나비 오라고 그런다.” 하시니라.
호연이 다시 “잔나비는 무엇 하게요?” 하고 여쭈니 “심심하니 여기 없는 것 가지고 오라고 해 보련다.” 하시거늘, 김덕찬이 옆에서 듣고 있다가 신이 나서 말하기를 “선생님 덕분에 목 좀 축여야겠습니다.” 하니라. 이에 상제님께서 “그래라. 실컷 먹고 나중에 배가 터지거든 저 말총으로 꿰매라.” 하시는데, 그 찰나에 도깨비들이 나타나며 “바로 왔습니다.” 하고 절을 하는지라 상제님께서 도깨비들에게 “왔느냐. 너희들 대장이 어디 있는고?” 하시니 그중 몸집이 큰 도깨비가 앞으로 나서거늘
상제님께서 “네가 장수냐?” 하시니 “예.” 하고 대답하니라. 상제님께서 다시 “대루(對壘)장수가 누구냐?” 하고 물으시니 여기저기서 몇몇이 나서거늘, 상제님께서 그들을 향하여 “너희들 내가 시키는 대로 하겠느냐?” 하시니 모두 “예!” 하고 큰 소리로 다짐하니라. 상제님께서 명하시기를 “좁은목 오목대가 너희들 구역이지?
오늘 그 밑에 있는 생교골에서 제를 지내니 음식을 다 가져오너라. 내가 먹어야겠다.” 하시니 대장 도깨비가 나서며 “드신다면 그렇게 하지요. 보자기 하나만 주십시오.” 하니라. 이에 큰 이불보를 하나 주시니 과연 차려 놓은 음식을 모두 싸 오거늘 음식을 나누어 드신 후에 오른발을 들어 왼쪽으로 원을 그리며 한 바퀴 빙 돌리시니 도깨비들이 모두 사라지더라.
대루(對壘)장수: 보루(保壘)를 구축하고 적군과 상대하는 장수.
오목대(梧木臺): 전북 전주시 교동 소재. 조선 시대의 왕족인 전주 이씨의 발상지로서 고려 우왕 6년에 이성계가 남원 운봉에서 왜구 아지발도(阿只拔都)의 무리를 무찌르고 개선 잔치를 열었던 곳이다.
생교골: ‘향교가 있는 골’이라는 뜻으로 전주시 교동의 옛 이름이다.
道典 4:81) 일월의 정음정양 대개벽 공사
하루는 호연이 “해가 물에 빠지면 물이 부글부글 끓는다던데, 나 그것 좀 구경시켜 줘요.” 하니, 상제님께서 “네 눈에는 그렇다 해도 산 기구가 있어서 그놈이 돌아가면 밤이고 낮이고 한다.” 하시니라. 한번은 호연과 동네 아이를 앉혀 놓으시고 “달이 너희 눈으로는 얼마나 크냐?” 하고 물으시니 먼저 동네 아이가 “아이구, 우리 엽전 크기만 하지요, 뭐. 좀 더 클까, 이 맷방석만 할까요?” 하거늘
상제님께서 호연을 바라보시며 “너는?” 하고 물으시니 답하기를 “달이 정녕 조선만 하니까 비출 테지, 쪼그마하면 이 천하를 다 비추간디? 그러니 맷방석보다는 더 크지.” 하니라. 상제님께서 웃으시며 “역시 호연이는 호연이다! 호연아, 네 마음에는 어째 달이 그렇게 커 보이냐?” 하시니 호연이 “크니까 천하에 다 보이지, 쪼그마하면 보이겠냐구요.” 하고 대답하니라.
상제님께서 말씀하시기를 “그려, 이를테면 해는 머슴애고 달은 계집애인데 내가 바꿔 놨다. 그러니 달이 남자고 해가 여자란다.” 하시니 호연이 “어째서 계집애인데요?” 하고 여쭈거늘 “달이 계집애라서 밤이면 혼자 무섭다고 해서 바꿨단다. 해를 보면 계집애라 하도 이뻐서 눈이 안 시리냐, 달을 보면 맹랑하고 밝기만 하지! 그게 서로 바뀌어서 그런 것이다.” 하시니라. 이에 호연이 “그렇게 바꾸는 수도 있어요? 고추를 떼다가 바꿨겠네?” 하니
상제님께서 “그런 것까지? 아이구, 난 저것하고 같이 말 못 한다니까, 멍청해서.” 하며 웃으시니라.
이는 상제님과 소녀 호연’의 단순한 대화 내용이 아니다. 상제님께서 선천 문왕팔괘(八卦)의 남북에 자리한 이남감북(離南坎北)을 바로잡아 정역팔괘의 곤남건북(坤南乾北)이 되도록, 천지일월이 가을의 시간 도수인 1년 360일 정원궤도를 달리도록 신도(神道) 차원의 일월개벽 공사를 행하신 것이다.
道典 4:83) 그 기운이 빠르다
대흥리에서 몇 달 동안 머무르실 때 하루는 차문경(車文敬)이 가물치를 낚아 회를 쳐서 상제님께 올리매 잡수신 뒤에 문밖을 거니시다가 하늘을 바라보고 웃으시며 “그 기운이 빠르다.” 하시거늘, 성도들이 하늘을 올려다보니 구름과 같은 이상한 기운이 가물치 모양을 이루어 동쪽을 향하여 떠가더라.
나는 모든 일을 함부로 하기 어려우니라
하루는 성도들이 금사(琴師)를 불러 가야금을 타게 하고 유쾌히 놀거늘, 상제님께서 이를 금하시며 말씀하시기를 “저 허공을 보라. 나는 모든 일을 함부로 하기 어려우니라. 가야금 소리를 듣는 것조차 하늘이 그 모습을 드러내는도다.” 하시니라. 이에 성도들이 모두 올려다보니 구름과 같은 이상한 기운이 가야금 타는 형상과 대여섯 사람이 벌여 앉은 모양을 이루어 허공에 떠 있더라.
하루는 상제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내가 하늘의 보좌(寶座)에 있을 때에는 담배 연기를 천지 분향(焚香)으로 삼느니라.” 하시니라.
차문경(車文敬, 1878~1944): 부 치화(致華)와 모 밀양 박씨(密陽朴氏)의 장남. 차경석 성도의 종형으로 그 옆집에 거주했다.
道典 4:84) 천지만사가 이치 없이는 못 하는 것
정미년에 하루는 호연이 “사진이나 박을 줄 알면 내 사진이라도 박을 텐데, 왜 그런 재주는 없어요?” 하고 투덜거리니 말씀하시기를 “앞으로 세상에 그런 일이 흔하게 퍼져. 그렇지만 나는 그런 기구가 없어.” 하시니라. 호연이 다시 “왜 다른 것은 다 하면서 그런 것은 못 해요?” 하니, 말씀하시기를 “그것도 다 이치가 있어야 하지, 모든 일이 이치 없이는 못 하는 것이다.” 하시니라.
하느님이 있응게 하느님이지
평소 호연이 아는 체하며 쏙쏙 나서기를 잘하니 상제님께서 그 때마다 쥐어박으시며 ‘똑똑한 체한다.’고 꾸중하시고 늘 염려하시니라. 하루는 상제님께서 호연을 걱정하시며 형렬에게 말씀하시기를 “저것을 어찌하면 좋겠냐?” 하시니, 형렬도 한숨을 지으며 “우리가 일을 그르치면 저것으로 인해 죄가 되지 않을까요?” 하며 호연을 바라보거늘 이를 듣고 있던 호연이 “맥없이 남의 어린애 데려다 놓고는 이것, 저것….” 하고 퉁명스럽게 말하니라.
이에 상제님께서 “이것, 저것이 무엇이여?” 하시니 호연이 “내가 이 세상에 나와 고생하는데 그런 걸 선생님한테 돌리는가 젖 먹던 어린 내가 왜 여기에 와서 이런 공폐를 당한대?” 하거늘, 상제님께서 빙긋이 웃으시며 “전생에 네가 그랬으니 하느님이 알고 너를 데리고 가.” 하시니라. 호연이 “하느님이 어디 있어요?” 하니 “하느님이 있응게 하느님이지, 저 하늘 없냐?” 하시거늘, 호연이 하늘을 보니 막대기로 찌르면 닿을 것만 같아 “간짓대로 푹 쑤셔 볼까요?” 하매 상제님께서 크게 웃으시며 “만날 쑤셔 봐라. 가까운 성싶어도 몇천 리여.” 하시니라.
道典 4:85) 이 해 6월 중복날 상제님께서 대흥리 부근의 접지리(接芝里) 주점에 가시어
경석을 비롯한 여러 성도들에게 이르시기를 “오늘 번개가 일어나지 않으면 충재(蟲災)가 생겨서 농작물이 큰 해를 입으리니 잘 살피라.” 하시거늘, 모두 주의하여 날이 저물도록 살피되 번개가 나지 아니하는지라 상제님께서 하늘을 향하여 꾸짖으시기를 “천지가 어찌 생민의 재앙을 이렇듯 돌아보지 아니하느냐! 내가 이제 민록(民祿)을 내리리라.” 하시고, 마른 짚 한 낱을 무명지 길이로 끊어서 화로에 꽂아 불사르시니 별안간 북방에서 번개가 일어나니라.
상제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북방 사람만 살고 다른 지방 사람은 다 죽어야 옳겠느냐!” 하시며 다시 하늘을 향하여 꾸짖으시니 사방에서 번개가 번쩍이거늘, 한 식경(食頃)쯤 지나 “그치라!” 명하시니 사방의 번개가 곧 그치니라. 이에 말씀하시기를 “이제 충해는 없이하였으니 금년 농사는 풍년이 들어 만백성이 즐겁게 살리라.” 하시니라.
접지리(接芝里) 주점: 전북 정읍시 입암면(笠岩面) 접지리
道典 4:86) 보리씨에 생기를 붙여 주심
상제님께서 손바래기나 와룡리로 가실 때는 대개 수금면 월성리(水金面 月城里) 김중범의 집 앞을 지나다니시니라.
상제님께서 가끔 중범의 집에 들르시는데 이 때 중범의 집이 가난하여 어쩔 수 없이 보리밥으로 공양하거늘, 말씀하시기를 “내 밥은 수북이 담아야 한다.” 하시니라.
한번은 보리갈이 하는 철에 상제님께서 중범의 집에 들르시어 “보리 가냐?” 하고 물으시매 “예, 보리 갑니다.” 하고 대답하니
말씀하시기를 “못 먹을 텐데, 저 보리.” 하시며 “좋은 수가 있다. 그 보리씨 이리 가져오너라.” 하시고는 밭둑에 앉아 지필묵을 꺼내 부(符)를 그려 불사르시고, 보리씨에다 그 재를 섞어 중범과 함께 밭에다 뿌리시며 “먹을 때나 좋은 줄 알지 어느 미친놈이 했는지 누가 알어!” 하시니라.
이듬해 3월에 큰비가 내려 다른 사람들의 보리는 다 썩었으나 중범의 보리만은 아무런 해를 입지 않고 잘 자라 풍작을 이루니
중범이 그 보리를 수확하여 상제님께서 들르실 때면 정성스레 밥을 지어 대접하니라.
수금면 월성리(水金面 月城里): 현재 정읍시 정우면 수금리 월성 마을. 지형이 반달처럼 생겼다.
道典 4:87) 깊은 산속에 들어가시면
상제님께서 깊은 골짜기에 들어가시어 “산이 높으면 골도 깊더라고, 다독아!” 하고 부르시니 말소리만 “예~.” 하고 들리거늘
다시 상제님께서 “다독이 나오니라.” 하시니, 또 “예~.” 하는 소리가 들리며 산이 떨리면서 막히고 우거지고 엉클어졌던 것이 벌어져 보지도 못하던 한길이 나더라.
길을 떠나며 호연이 “다독이가 누구예요?” 하고 여쭈니 말씀하시기를 “다독거리고 댕긴다고 다독이라고 있어.” 하시니라. 한참을 가시다가 상제님께서 “어빅이 나오너라. 이리 나와 인도를 해야지.” 하시니 “예~.” 하며 주걱같이 생긴 막대기가 우뚝 나서거늘
상제님께서 “요놈의 자식이 누구를 놀리려고.” 하시면서 왼쪽 뺨을 탁 때리시매 사람의 모습이 되어 눈을 멀뚱거리며 무릎을 꿇고 절을 올리더라. 이에 상제님께서 “너 다독이 못 봤냐?” 하고 물으시니 “봤습니다.” 하고 대답하거늘
다시 “그래, 몇이라고 하더냐?” 하시니 “예. 네 분이라고 하던데 어찌 두 분뿐이신가요?” 하는지라 말씀하시기를 “네 눈이 둘이지, 한번 세어 봐라. 죽으나 사나 사람을 똑똑하게 잘 보고 심부름 혀! 어찌 그래 가지고 사람을 하늘로 인도할꼬!” 하시니라.
산신을 불러 하명하심
또 어느 산에 오르시어 상제님께서 왼쪽 발을 구르시니 산이 뭉개져 내리며 산사태가 나거늘, 상제님께서 “뭉실 뭉실 뭉실아! 내 품안으로 들어라.” 하시니 “두리뭉실 두리뭉실 둥글이, 여기 있습니다.” 하며 신명이 나타나거늘 상제님께서 그 신명에게 하명하시니라.
다독이, 어빅이, 뭉실이: 증산 상제님께서 신명을 애칭으로 불러 주신 것인데, 이 때 김호연 성도가 들은 대로 기록한 것이다. 상제님의 실제 발음과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
道典 4:90) 호연에게 천상 구경을 시켜 주심
하루는 상제님께서 호연을 데리고 하늘로 오르시어 천상 구경을 시켜 주시니라. 호연이 비 내리는 것을 보니 하늘에서 내리는 것이 아니라, 용이 하루에 두 번씩 바닷물과 강물을 써 올려서 내려 주는 것이더라. 상제님께서 말씀하시기를 “하늘 어디에 물이 있어서 천지에 뿌리겠느냐?
중간하늘에서 용이 물을 주는 것이니 용도 한 마리라야 제때에 물을 주지 두 마리가 되면 서로 미뤄서 가물게 되느니라.” 하시고
또 말씀하시기를 “구름이 중간하늘에 있듯이 천지신명들도 중간에서 오고 가는 것을 세상 사람들은 모르느니라. 그러니 사람은 마땅히 신도(神道)에 따라 신명을 공경하며 살아야 하느니라.” 하시니라.
道典 4:92) 순식간에 부고를 전해 주심
하루는 상제님께서 고부(古阜)를 지나시다 어떤 집 앞에 이르시니 사람들이 눈보라치는 동지 날씨에 방문을 열어 놓고 밖을 내다보며 걱정하는 말들을 하고 있는지라 상제님께서 그 연유를 물으시니 한 사람이 대답하기를 “이 집 작은아들이 장성 북일(長城 北一)에 살아 거기에 모친의 부고를 보내야 하는데, 이런 눈바람 속에 갈재 너머로 사람을 보낼 수가 없어 걱정만 하고 있습니다.” 하거늘, 상제님께서 “그럼 내가 기별해 주마.” 하시고 방문을 닫으시니라.
장성은 초상집에서 30리 길인 데다가 이런 눈보라 속에서는 도저히 그 날로 기별할 수 없는 상황인지라 가족들 모두 상제님의 말씀을 믿지 않더니 저녁이 되어 장성 사는 작은아들이 눈물을 흘리며 집으로 들어서거늘, 모두 놀랍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하여 “어떻게 해서 네가 왔냐?” 하고 물으니 “기별이 왔더이다.” 하고 대답하므로 기별 받은 시각을 물어본즉 그 때가 상제님께서 방문을 닫으신 바로 그 시각이더라.
첫댓글 전주 흑석골이 성지군요. 저도 장군봉에서 그 곳을 본 적이 있는데, 깊은 뜻이 있는 곳임을 알게 됩니다.
역사와 인물에 대한 공부가 됩니다. 평안하소서^^*
네, 장군봉을 올라가 보셨군요.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