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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폭한 로맨스] 10 - 요기베라의 침묵
1. 프롤로그
-박무열의 집 거실
박무열이 나온다. 아줌마가 목도리 건넨다.
아줌마 : 추워. 단단히 입어.
박무열 : (대충 두른다) 차타고 가는데 뭐....
아줌마 : 사회봉사 언제부터지?
박무열 : 내일....
아줌마 : 내일은 더 춥다는데...
초인종이 울린다.
박무열 : (나가며) 갔다 올게.
문을 열다가 주춤한다. 문 앞에 케빈장이 서있다.
박무열 : 꼴통은요?
케빈장 : 오늘부터 제가 경호하겠습니다. (깍듯하게 목례한다)
2. 타이틀
제 10회 ‘요기베라의 침묵’
‘뉴욕 양키즈의 요기베라는 경기도중에 상대팀 선수는 물론, 관중들과도 잡담을 할 정도로 수다스러웠다.
요기베라가 침묵할 때가 있었는데 히트앤드런 사인이 나왔을 때!!. 요기베라의 침묵 때문에 사인이 들통나곤 했다.’
3. 구단 홍보실 (낮)
박무열이 김태한에게 따지는 중이다. 케빈장은 그 뒤에 서 있다.
박무열 : (항의한다) 전지훈련 때까진 죽어도 못 바꾼다며?
김태한 : 노래방 사건이 잊혀질려면 그 정도 시간이 걸릴 거라고 예상했습니다.
제 예상이 빗나갔습니다. 중간에 박무열 선수 사건사고가 워낙 많아서요. 이제 노래방 사건은 아무도 기억 못할 겁니다.
박무열 : 그렇다고 막 바꿔? 나한텐 물어보지도 않고?
김태한 : 경호원을 교체하면 안되는 이유라도 있습니까?
박무열 : 이유야... (딱히 없다)...
4. 복도 (낮)
박무열과 케빈장이 걸어온다.
박무열 : 돈내는건 난데 지들 맘대로야...
케빈장 : ..
박무열 : 꼴통은 뭐래요?
케빈장 : 예?
박무열 : 경호원 교체한다니까 '만세' 그래요?
케빈장 : (눈치를 본다) 뭐 그런 건 아닌데...
5. 케빈장의 오두막 사무실 (밤 - 어젯밤)
잠옷차림의 케빈장이 머리 흐트러짐 방지 망을 쓰고 간이침대에 앉아있다. 막 누우려다가 깨난 모습이다.
그 앞에는 유은재가 열중쉬엇 자세로 서 있다.
유은재 : (심각한 얼굴로) 죄송합니다. 대표님!!
케빈장 : 무슨 일 있었어?
유은재 : ...
케빈장 : 갑자기 왜 그래?
유은재 : 더는 못하겠습니다.
케빈장 : 왜 이러는지 이유라도 알아야...
유은재 : 안된다고 하시면 저 사표 쓰겠습니다.
케빈장 : (이 정도였나)...
6. 엘레베이터앞 (낮)
케빈장 : (내려감 버튼을 누르고 슬쩍 묻는다) 최근에 유은재하고 무슨 일 있었습니까?
박무열 : (엘레베이터 안으로 들어간다) 아녀.
케빈장 : (괜한걸 물어봐 실례했다는듯 목례하고 따라탄다)
7. 파란 갈매기 (낮)
장사 시작 전이다. 은재아빠는 야채를 닦고, 유창호는 의자를 올려놓고 청소중이다.
유은재는 한쪽 구석 자리에 오도카니 앉아 무의미한 한 지점을 보고 있다. 누가봐도 우울한 모양새다.
유창호가 유은재를 흘깃 본다. 이상하다.
은재아빠 역시 설거지를 하며 은재 쪽을 흘깃 본다. 이상하다.
아빠가 창호를 손짓한다.
은재아빠 : (창호 다가오자 작은 소리로) 니 누나 뭔가 고민 있어 뵌다.
유창호 : (곧바로 작은 소리로) 아빠딸 사채쓴 거 아니예요?
은재아빠 : 좀 물어봐. 니 누나잖어.
유창호 : 물어봤는데 진짜 고민 털어놓으면 어떡해? 못들은 척 할 수도 없고.
은재아빠 : (어떡하나) 하긴... 가족끼린 심각한 얘기 하는 거 아닌데...
유창호 : 그냥 모르는 척 할까...?
유은재 : (부른다) 아빠!
유창호 : (재빨리 쓰레기 버리는 척 밖으로 나간다)...
은재아빠 : (창호 잡으려고 하지만 늦었다) ...응.
유은재 : (불쑥) 아빠 연애는 잘돼?
은재아빠 : (뜻밖의 공격에 수도꼭지를 잡는 바람에 물이 사방으로 튄다. 얼른 수도 잠근다) 하하하...연애는...
유은재 : 좋아?
은재아빠 : (문밖 창호를 향해 ‘저놈의 조동아리’ 입모양으로만 그런다) ...좋기는 뭘...
유은재 : (담담하게) 난 그 연애 반대야.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까진 안돼.
은재아빠 : 어....?
유은재 : (씨익 웃는다) 농담이야.
은재아빠 : (애매하게 웃는다)...
(인서트)
문밖 - 창호가 벽에 붙어 대화를 엿듣는다.
유은재 : 뭐하는 아줌마야?
은재아빠 : (눈치 본다) 작은 가게 하는데...
유은재 : 나나 창호나 계모 구박에 징징거릴 나이는 지났고... 대충 탐색 끝났으면 진도 나가. 언제 소개 시켜줄거야?
은재아빠 : (우물쭈물 눈치를 본다) 소개시켜주는거야 뭐 아무때나......
유은재 : (아빠를 물끄러미 본다. 묻고 싶은 게 많다)...
은재아빠 : (걱정된다) 왜에?
유은재 : 그냥 우리아빠 대견해서...
은재아빠 : 뭐?
유은재 : (아무 일 없다는 듯 낄낄대며 나간다)
8. 파란 갈매기 앞 (낮)
문소리에 엉거주춤 물러서는 유창호, 은재가 창호 엉덩이를 철썩 때리고 낄낄대며 걸어간다.
그러나 창호의 시선에서 벗어났을 때 웃음이 허물어진다.
9. 진동수의 집 작은방 (낮)
진동수의 야구 물건들, 각종 트로피(학창시절에 받은것들 많다) 스크랩북(역시 많다) 운동복, 각종 상장등을 치우는 중이다.
박스에 담을 건 담고, 버릴 건 버린다. 박무열이 대충 도와준다.
진동수 : 넌 왜 열 받았는데...?
박무열 : (트로피 내용을 읽다가 상자에 넣으며) 나하고 상의도 없이 바꿨다니까.
진동수 : 경호원 바꿔달라고 난리를 쳤잖아.
박무열 : 야구는 멘탈 스포츤데...주변이 막 바뀌면 집중이 돼?
진동수 : 멘탈이 뭔 뜻인지는 알고 쓰냐?
박무열 : (발로 툭 차서 제재한 다음) 꼴통 그것도 그래. 지랑 나랑 쌓아온 정이 있지. 그렇게 뚝 끊냐?
진동수 : (그건 그렇다. 상자에 테잎을 바른다) 근데 왜 바꿨대?
박무열 : 몰라. 주기적으로 로테이션을 해야 한대나 어쩐대나... (어린이용 글러브를 박스에 넣는다)
진동수 : 그건 이리 줘.
박무열 : (꺼내며) 우영이 거야?
진동수 : 응. (부른다) 우영아!
열린 문 너머, 거실에서 그림을 그리던 진우영이 달려온다.
진동수 : 이거 끼워봐.
진우영 : (시키는대로 한다. 아직 크다)...
박무열 : 언제 샀어? 옛날 건데...
진동수 : 우영이 태어나자마자... 모든 아빠들의 꿈이잖냐? 아들이랑 캐치볼하는거.
박무열 : (진동수를 본다. 캐치볼에 얽힌 사연을 알고 있다)...
진동수 : (우영이에게) 봄 되면 아빠랑 캐치볼하자?
진우영 : 안 해. 싫어. 무서워.
박무열 : (장난스럽게 윽박지른다) 무서워도 해. 그게 남자야!!
진우영 : (아빠 눈치를 본다)...
진동수 : 가서 그림 그려.
진우영 : (박무열에게 메롱하고 재빨리 글러브를 벗고 그림그리기로 돌아간다)...
진동수 : (우영이를 보며) 여덟살은 되야겠지. 나도 그때 처음 했으니까... (어린이용 글러브를 따로 빼 놓는다)...
박무열 : 나는 언제 아들 낳아서 캐치볼을 하나.
진동수 : (다시 짐싸기로 돌아간다) 종희하고는 어떻게 됐냐?
박무열 : 뭐가?
진동수 : (거실 우영이를 신경쓰며) 진도 어디까지 뽑았냐구?
박무열 : 아. 저어질!!
진동수 : 박무열 스피드를 내가 모르냐? 처음만나 밀당하는 사이도 아니고..
박무열 : ...
진동수 : 너무 좋아서 꿈지럭대는 거야?
박무열 : 그건 아니구...지난번에 위험할 뻔 했는데.
10. 강종희의 집 거실 (밤 - 지난밤)
고양이가 한곳을 보고 있다. 강종희가 소파에 누워 있고, 박무열이 그 위로 다가간다.
박무열 손이 강종희 윗도리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고양이가 날카롭게 운다.
박무열과 강종희가 돌아본다.
고양이가 박무열을 향해 등을 둥그렇게 말아올리며 다시 날카롭게 화를 낸다
11. 진동수의 집 베란다 (낮)
진동수가 베란다 창고에 박스를 쌓는다.
박무열 : (박스를 건네며) 내가 종희를 공격하는 줄 알았나봐.
진동수 : 그게 끝이야?
박무열 : 고양이가 막 울부짖었다니까. 호랑이처럼.
진동수 : 그런다고 멈출 박무열이 아닌데...
박무열 : (한숨 쉰다) ...
진동수 : 무슨 문제 있냐?
박무열 : 난 종희가 진짜 좋거든. 만나면 재밌고. 안보면 보고 싶고...그렇긴 한데...
진동수 : 근데?
박무열 : 만나면 옛날 얘기만 하게 돼.
진동수 : ...?
박무열 : 옛날에 했던 일. 옛날에 갔던 곳. 옛날 기분. 그런 얘기 막 해. 그럼 되게 재밌어. 그때가 그립기도 하고.
막 웃다가 잠깐 마가 뜨잖아. 그럼 되게 쓸쓸해. 그 기분 알어?
진동수 : ...
박무열 : 지금보다 떨어져 있을 때 더 절실했던 거 같기도 하고...
진동수 : 몇년이나 떨어져 있었으니까 그렇지. 다시만나 이것저것 하다보면 또 할 얘기 생기고 그럴 거야.
박무열 : 아. 모르겠다. (베란다에서 나간다)
12. 강종희의 집 거실 (낮)
오수영은 반찬을 만들어왔다. 쇼핑백에서 반찬통을 꺼낸다.
강종희 : (오수영을 등 뒤에서 끌어안으며 어깨를 문다) 오수영. 사랑해.
오수영 : 밥 안해먹지?
강종희 : 라면은 끓여먹어.
오수영 : (반찬통을 열어 보인다) 고양이만 아니면 우리집에 있으면 좋은데...
강종희가 반찬을 손가락으로 집어먹는다.
오수영이 강종희 손을 잡는다. 반지가 보인다.
오수영 : 이거 뭐야?
강종희 : 그냥 반지야. 악세서리.
오수영 : 옛날 커플링이 어떻게 그냥 악세사리가 돼?
강종희 : 반지는 그냥 반지지 뭐?
오수영 : (안 믿는다) 진짜?
강종희 : (대답없이 헤헤 웃는다)...
오수영 : (반찬통 냉장고에 넣으며) 엄마가 너 좀 보재.
강종희 : 선생님이? 나 온건 어떻게 알았대? 아무한테도 말 안했는데...
오수영 : 우영이가... (피식 웃는다) 너 그림 관뒀다니까 우리엄마 충격 받더라.
강종희 : (아무렇지도 않게) 내가 오수영처럼 산다고 하면 더 놀라겠지?
오수영 : (강종희를 본다)...
강종희 : (오수영이 보는 줄도 모르고 반찬을 고양이에게 준다)...
13. 차안 (저녁)
오수영이 운전 중이다. 언제나와 같은 표정이다.
주차한다. 문득 한숨을 쉬며 밖으로 나간다.
14. 진동수의 집 거실 (저녁)
오수영이 들어온다.
진우영 : (엄마를 맞는다) 엄마!!
오수영 : 아빠는?
진동수 : (작은방에서 나온다) 왔어.
오수영 : 뭐해요?
진동수: 수영아. 이리와봐.
15. 작은방 (저녁)
진동수의 방이 화실로 변해있다.
오수영이 진동수를 본다. 어떻게 된 일이냐는 듯.
진동수 : 이제 내 방 필요없잖아. 네 방 해. 너 그림도 그리고...
오수영 : (조금 답답하다) 나 오빠 때문에 그림 관둔 거 아니라니까... 내가 관두고 싶어서 관둔거야.
진동수 : 알아. 그래도 아깝잖아. 기껏 배웠는데...취미로래두 그려.
오수영 : (진동수의 선의를 알기에 더 이상은 말하지 않는다)...
진동수 : (나가며) 쓰레기 버리고 올게.
오수영이 방을 둘러본다. 이젤과 물감. 그림책등이 놓여있다. 복잡한 심정이다.
16. 벨르 에포크 (밤)
서윤이가 들어온다. 손님을 접대중인 마담에게 눈인사하고, 주방의 김동아에게도 인사하고 안으로 들어간다.
17. 벨르 에포크 쪽방 (밤)
서윤이가 옷을 갈아입는다. 잠깐 생각하다가 벽에 걸린 김동아의 주머니를 뒤져본다. 지갑이 나온다.
지갑을 열어본다. 주민등록증이 달랑 하나 들어있을 뿐. 신용카드한장없다. 주소를 확인하고 다시 넣어놓는다.
18. 벨르 에포크 (밤)
서윤이가 나온다. 김동아는 사과를 깎는데 전심전력을 다하고 있다. 여전히 서툴다.
서윤이 : 이리 줘봐요.
김동아 : (칼과 사과를 준다) ...
서윤이 : (사과를 깎으며) 이게 그렇게 안돼요.
김동아 : (서윤이를 물끄러미 보며) 아름다운 청년은 뭘 해도 아름답구나.
서윤이 : 너무 대놓고 그러면 놀리는 거 같애요.
김동아 : 진심인데...
서윤이 : (지나가는 말처럼) 동아씨는 왜 여기서 일해요? 돈 때문은 아닌 것 같구...
김동아 : (좋아라) 내가 그렇게 부티나 보여요?
서윤이 : (간단한 게) 그런 건 아닌데...
김동아 : 쳇...
서윤이 : (웃는다) 동아씨한테는 돈이 없는 사람의 절박함 같은 게 없어요.
김동아 : 뭐...돈이 없어서 곤란하진 않으니까.
서윤이 : 좋겠다. 부모님이 부잔가봐요? (슬쩍 보면서) 뭐하시는 분들이예요?
김동아 : 아빠는 회사원. 엄마는 간호사...였었죠.
서윤이 : (본다)...
김동아 : 돌아가셨어요. 교통사고...상대방이 완전 부자라서 보험금말고도 보상금왕창.
덕분에 나는 절박함이 없는 고아가 됐죠. (씨익 웃는다) ...고1때니까 고아라고 하기도 뭣하긴 하다..
김동아는 씨익 웃었지만 분위기는 다운됐다. 잠깐 침묵...
서윤이 : (사과 다 깎아놓고 일어서며) 죽은 부모가 나아요. 버린 부모보단.
김동아 : (사과한쪽을 먹으며 서윤이의 뒷모습을 본다)...
19. 커피숍 (밤)
김태한이 노트북으로 일을 하고 있다. 시계를 본다.
문소리가 들린다. 돌아본다.
남녀 두 명이 들어와 김태한 자리를 지나간다. 대화가 얼핏 들린다.
여 : 그 여자 죽었을까?
남 : 여잔 많이 안 다쳤어. 오토바이 탄 애가 더 다쳤지...
김태한 : (고개를 든다)...
여 : 나 사고 나는 거 처음 봤어.
남 : 여자가 워낙 맹하더라.
김태한이 벌떡 일어난다. 그 순간 김동아가 들어온다.
김태한. 자기도 모르게 안도한다.
김동아 : 미안. 좀 늦었죠?
김태한 : (놀란 거 숨기며) 동아씨는 왜 핸드폰을 안 갖고 다닙니까?
김동아 : 내가 늦으면 김실장님이 걱정하라구요. (농담해놓고 웃는다. 종업원에게) 주스요.
김태한 : (노트북을 접는다) 뭣 좀 알아냈습니까?
김동아 : 아뇨.
김태한 : 그럼 그만 철수하죠. 범인이 가게로 오진 않는 모양입니다.
김동아 : 저한테 기가 막힌 생각이 떠올랐어요.
김태한 : ...?
김동아 : 왜 아직까지 이 생각을 못했나 몰라.
김태한 : ...?
김동아 : 미인계를 쓰는 거예요.
김태한 : (커피를 마신다)..
김동아 : 오늘 서윤이가 나한테 그러다구요. 쉬는 날 뭐하냐고?
김태한 : (왜? 자세를 뒤로 물리며 김동아를 본다) ...
김동아 : 나한테 관심이 생긴 거죠.
김태한 : (당혹스럽다) 왜 갑자기...
김동아 : 내 불행에 마음이 열렸나봐요.
김태한 : 불행이라면?
김동아 : 부모님 얘기가 나왔거든요.
김태한 : (기분 나쁘다) 왜 그런 얘기가 나왔는데요?
김동아 : (왜이래) 그냥 어쩌다가...지금 중요한건 그게 아니거든요.
쉬는 날 만나 데이트하고, 그날 내 매력을 모두 발산해서 서윤이 마음을 사로 잡으면
집이고 학교고 맘 놓고 드나들 수 있는거죠. (뿌듯하다) 어때요? 미인계!!
김태한 : (단호하다) 절대 안됩니다.
김동아 : 왜요?
김태한 : (움찔했다가) 김동아씨는 미인이 아니잖습니까?
김동아 : (빨대로 주스를 빨아들이다가 그대로 놓친다) ....!!!
김태한 : (이건 아닌데 싶다)...
20. 김태한의 차 (밤)
김태한이 김동아를 데려다주는 길이다.
김동아는 말이 없다. 김태한은 좀 전의 일도 있고 해서 김동아의 눈치를 본다.
김태한 : 화났습니까?
김동아 : 예? 아뇨. 왜요?
김태한 : (슬쩍 본다. 진짜로 화난 것 같지는 않다)...
21. 유은재의 집 앞 (밤)
김태한의 차가 멈춰 선다.
22. 김태한의 차 (밤)
김동아 : (안전벨트를 풀며) 고맙습니다. (내리려는데)...
김태한 : (안전벨트 푸르며) 차 한 잔 주시겠습니까?
김동아 : 예? 우리집에 차 없는데...
김태한 : (이런) ...커피도 좋습니다.
김동아 : 전 커피 안 마셔요. 잠을 못자서...
김태한 : (이거 원)...
김동아 : (어쩌나...생각났다) 유자차는 있어요!! 유자차 괜찮으세요?
김태한 : 아무거나 좋습니다.
23. 김동아의 집 거실 (밤)
김동아가 물을 끓인다. 김태한이 거실에 책들을 정리하고 앉을 자리를 마련한다.
김동아가 차 두 잔을 타서 온다.
김태한이 왠지 긴장해서 차를 마신다. 김동아가 지나치게 유심히 쳐다본다.
김태한 : 왜 그러십니까?
김동아 : (조심스럽다) 괜찮으세요?
김태한 : 예. 맛있습니다.
김동아 : 아후, 다행이다. 유통기한이 3개월이나 지났더라구요. 헤헤..
김동아가 헤벌쭉 웃으며 차를 마신다.
김태한이 찻잔을 내려놓고 김동아를 똑바로 바라본다.
김동아 : (눈치 보며) 왜요? 속 안 좋아요?
김태한 : 아닙니다.
김동아 : 근데 왜... 안드세요?
김태한 : (결심한다) 저는 차 마시러 들어온 게 아닙니다.
김동아 : (말똥말똥하다) 그럼 뭐요?
김태한 : 동아씨 꼬시러 온겁니다.
김동아 : (농담을 들었다는 듯 깔깔 웃다가...김태한이 진지하자 웃음 끝이 애매해진다. 땀이 삐질난다)...
김태한 : (진지하다) 저랑 사귀지 않겠습니까?
김동아 : (어찌해야 좋을지 몰라 좌우 쳐다보다가 무안해진다)...
김태한 : 대답은요?
김동아 : (고개까지 꾸벅하며) 고맙습니다.
김태한 : (역시 고개를 숙여 인사를 받는다) 별말씀을요.
두 사람 뻘쭘하게 유차자만 들입다 마셔댄다.
24. 유은재의 집 거실 (아침)
유은재가 욕실에서 나온다.
욕실 깔판에 발을 문지르려다가 ‘환하게 웃고 있는 박무열’을 보고 차마 그러지를 못한다. 가장자리에 문지른다.
김동아가 들어온다.
김동아 : (날라간다) 은재야!! 친구야!! 뭐하니?
유은재 : (소파에 앉으며) 밥 없다.
김동아 : 인간은 밥으로 사는 게 아니야.
유은재 : (본다)...
김동아 : 오늘 밤에 고기자 만날 건데 너도 와라.
유은재 : (쯧) 나 고기자 포기했다. 그러니까 너도 신경꺼.
김동아 : 해보지도 않고 왜 포기부터 해?
유은재 : 할 만큼 했어.
김동아 : 이 꾸질꾸질한 청춘.
유은재 : 냅둬. 내 청춘이야.
김동아 : 종족보전의 욕구는 인간의 가장 강력한 본능인데 넌 그 본능을 이기는구나. 놀라운 인간. 너 그러다 시조새 된다.
유은재 : 그게 뭔데?
김동아 : 자연도태된다고. 공룡처럼.
유은재 : 뭐 지는, 진화하고 있는 것처럼.
김동아 : 헤헤헤.
유은재 : (쳐다본다)...
김동아 : (다시 한 번) 헤헤헤.
유은재 : 뭐냐 그 기분 나쁜 웃음은?
25. 양재천 주차장 (낮)
김태한의 차가 도착한다. 차에서 내린다.
안장훈을 비롯한 홍보실 직원 두 명과 기자들, 그리고 박무열 팬 카페 ‘그럼에도 박무열’회원 대여섯명이 나와있다.
(유은재) : (경악했다) 진짜!!
김태한이 소리를 들은 것처럼 시선을 돌린다.
26. 유은재의 집 거실 (낮)
김동아 : 헤헤헤...
유은재 : (충격이다. 눈만 꿈벅인다) ...
김동아 : 이제부터 난 문란하게 살 거야. 그동안 책으로만 봤던 숱한 어른들의 장난들. 이것저것 다 할거야.
27. 양재천 주차장 (낮)
김태한이 안장훈의 보고를 듣다가 갑자기 한기를 느낀다. 으스스떤다.
안장훈 : 왜 그러십니까?
김태한 : 아닙니다. 기자들은 누가 불렀습니까?
안장훈 : 부른게 아니구요. 그냥...
김태한 : 최대한 조용히 치룹시다.
안장훈 : 예...
박무열 차가 도착한다. 박무열과 케빈장이 내린다.
박무열 : (김태한과 안장훈에게 인사한다) 언제왔어?
안장훈이 쓰레기봉투와 집게를 갖다 준다.
박무열이 나타나자 팬카페 회원들-그럼에도 박무열이라는 어깨띠를 두르고 있다-이 환호한다.
박무열이 조용히 하라고 손가락을 입술에 댄다. 케빈장은 선글라스를 끼고 있다.
박무열 : (팬들 옆으로 간다) 왜 왔어? 쪽팔리게...
여고생팬 : 오빠 옆엔 항상 우리가 있어야죠.
(유은재) : 열녀 나셨네.
박무열 : (갑자기 들리는 환청에 홱 돌아본다)...
케빈장 : (왜요? 라는 듯 쳐다본다)...
박무열 : (쓰레기를 줍는다)...
남자팬 : 전지훈련 언제가요?
(유은재) : 알아서 뭐하게.
박무열 : (유은재가 있다면 분명히 그렇게 말했을 거다. 픽웃는다) 1월말.
아줌마팬 : 전지훈련 가기 전에 보약한채 해주고 싶은데...
(유은재) : 남편부터 챙기세여.
박무열 : (다시 돌아본다) ....
케빈장 : (자꾸 보자 의아해한다. 조용히 다가온다) 무슨 일 있습니까? ...?
박무열 : (귀를 파면서) 아니예여.
28. 또 다른 양재천 (낮)
휴식시간이다. 팬이 따듯한 커피를 건네주고 간다. 케빈장도 한잔 얻어 마신다.
박무열이 ‘꼴통’에게 전화한다.
29. 유은재의 집 거실 (낮)
유은재가 낮잠 자다가 핸드폰 벨소리에 깬다. ‘색골양아치’다.
받을까? 말까? 유은재 핸드폰을 쳐다볼 뿐 차마 받지 않는다.
30. 또 다른 양재천 (낮)
박무열 : (전화를 받을 수 없다는 기계음) 씹냐?
(소리) : 자. 휴식끝!! 다시 갑니다.
박무열이 다시 휴지 줍기에 나선다.
31. 유은재의 집 거실 (낮)
핸드폰벨소리가 꺼진다. ‘부재중 전화 1통’
유은재가 핸드폰을 바라본다. 액정화면이 스르륵 꺼진다. 은재가 욕실앞 깔판을 본다.
32. 욕실 (낮)
유은재가 ‘박무열 깔판’을 손빨래한다. 벅벅 문지른다.
33. 유은재네 마당 (낮)
유은재가 ‘박무열 깔판’을 넌다. 핸드폰을 본다. ‘부재중전화1통’
연락처를 찾는다. ‘색골 양아치’를 찾아내 번호를 삭제하려 한다.
삭제버튼!!! 차마 누르지 못한다.
34. 꽃집앞 (낮)
평범한 꽃집...유은재가 멀리서 꽃집을 바라보다가 그 쪽으로 향한다.
35. 꽃집안 (낮)
평범한 아줌마가 분갈이하다가 문소리에 돌아본다.
은재가 들어온다. 꽃집 아줌마는 지난번 은재아빠와 만났던 그 아줌마다.
꽃집 아줌마 : (마지막 손길 서두르며) 어서 오세요.
유은재 : (문을 닫고 스윽 훑어본다)...
꽃집 아줌마 : (은재의 포스가 남다른 걸까? 긴장한다) 뭘 드릴까요?
유은재 : (아줌마를 똑바로 본채) 국화요.
꽃집 아줌마 : (국화꽃 쪽으로 가며) 종류가 많은데요. 어떤걸루...
유은재 : 하얀 국화요. 사람 죽으면 놓는 거.
꽃집아줌마 : (점점 긴장한다) 얼마나..
유은재 : 한다발에 얼만데요?
꽃집아줌마 : 3만원입니다.
유은재 : 주세요.
꽃집아줌마 : 포장은...
유은재 : 좋을 대로 하세요.
꽃집아줌마가 포장하는 걸 유은재가 똑바로 쳐다본다. 별일 아닌데도 긴장이 감돈다.
꽃집 아줌마 : (포장을 하면서) 은재냐?
유은재 : (코웃음을 친다) ...
꽃집아줌마 : (은재를 본다. 안정을 찾았다) 어떻게 알고 왔어?
유은재 : 찾을려고 맘먹으면 왜 못찾어? 그쪽도 마찬가질걸, 찾을려고 맘먹으면 얼마든지 찾을 수 있어.
은재엄마 : 그래?....그럼 왜 왔니?
유은재 : (스윽 둘러본다) 어떻게 살고 있나 궁금해서... (생각났다) 아. 우리 아빠 연애한대.
은재엄마 : (멈칫한다)...
유은재 : 왜? 기분나뻐? 자기는 버렸더라도 남이 주워가면 싫은가부지?
은재엄마 : (포장을 끝내고 은재를 본다) 하고 싶은 얘기가 뭐야?
유은재 : (엄마를 본다. 눈이 조금 부드러워진다) 내내 엄마를 이해할 수가 없었어. 죽을 때까지 이해 못할 줄 알았어.
은재엄마 : (포장을 끝내고 은재를 본다)...
유은재는 어쩐지 슬퍼 보인다. 엄마가 한걸음 다가오려하자...
유은재 : (엄마의 접근을 막듯 서둘러 지갑에서 3만원을 꺼내 테이블에 올려놓는다) 그래도 난 여기까지야. 더 이상은 안 해.
은재엄마 : 너...무슨 일 있니?
유은재 : (말하고 싶은 것들이 많다)....
은재엄마 : 네가 어떤 상황인지 모르겠지만 날 네 변명으로 삼지 마.
유은재 : (돌아선다)...
은재엄마 : (꽃다발 내밀며) 이거 가져가.
유은재 : 가져요.
은재엄마 : ...
유은재 : 내 안에서 엄마는 오래전에 죽었는데...이제서야 간신히 슬퍼할 마음이 생겼으니까.. (나간다)...
36. 꽃집앞 (낮)
유은재가 나온다. 박무열 번호를 불러낸다. 그리고 삭제한다.
유은재가 계속 걸어간다. 뒤에서 은재엄마가 은재를 바라본다.
은재엄마 : (어딘가에 전화를 건다) 저예요. 지난번 얘기 없던 걸로 해요.
37. 파란 갈매기 (낮)
은재아빠 : (아직도 웃음끝이 다물어지지 않은 상태로) 그게 무슨...
(은재엄마) : 미안해요.
은재아빠 : 저기...
통화 종료음이 들린다. 은재아빠가 다시 전화를 해보지만 받지 않는다.
숟가락 통에 숟가락을 채우던 유창호가 아빠를 흘깃 본다.
은재 아빠 등이 축 처진다. 절망의 등이 있다면 저럴까?
38. 케빈장의 오두막 사무실 (아침)
케빈장이 출근준비를 한다. 넥타이를 맨다.
유은재가 들어온다.
유은재 : 안녕하세요.
케빈장 : 아픈 건 좀 어떠냐?
유은재 : 에? 아...예 뭐 괜찮아요.
케빈장 : 너 솔직히 말해. 꾀병이지?
유은재 : 아니예여. 진짜로 아팠어여.
케빈장 : (의심스럽지만)....
유은재 : 전 오늘 어디가여?
케빈장 : 책상에 나뒀어..
유은재 : (새로운 의뢰인의 인적사항을 읽는다) ...
케빈장 : 이혼소송중인데 남편이 부인을 협박하나봐.
유은재 : 법원판결때까지만 하면 돼요?
케빈장 : 어... 그 사람들도 한때는 죽고 못살았을텐데... (거울로 확인한다. 완벽하다)...
유은재 : (슬쩍 눈치 보다가) 박무열 요새 어때요?
케빈장 : 잘 있어. 스토커도 조용하고...
유은재 : 조용하다가 한방 터트리고 그러니까 조심해야돼여.
케빈장 : 알어.
유은재 : 어젯밤에 텔레비전 나오던데...
케빈장 : 누구? 박무열?
유은재 : 예...좀 말랐대요.
케빈장 : (모르겠다) 그래?
유은재 : 운동선수주제에 입은 짧아갔고...
케빈장 : (유은재를 물끄러미 본다)...
유은재 : (이런...꾸벅 인사하며) 다녀오세요.
케빈장 : (선글라스 끼고 돌아선다)...
39. 박무열의 차안 (낮)
선글라스를 낀 케빈장 조수석에 앉아있다.
박무열 : (운전하면서) 아팠다구요?
케빈장 : 예. 오늘부터 출근했습니다.
박무열 : 소도 때려잡게 생겨서 아프기는... (관심없는척하다가) 어디가 아팠대요?
케빈장 : 몸살감기요.
박무열 : 아... 대표님은 언제부터 알게 됐어요?
케빈장 : 유은재하구요?
박무열 : 예?
케빈장 : 중학교 때, 제가 유도를 가르쳤습니다.
박무열 : 아...그때도 꼴통이었어요?
케빈장 : (풀어졌다) 말도 못했죠. 지금은 사람된거구요.
박무열 : (흥미진진하다) 그래요? 어땠는데...?
케빈장 : (수다모드) 은재가 중1때....지네 반 축구부애하고 싸웠는데...
40. 아파트앞 주차장 (낮)
유은재가 30대 초반의 여자를 경호해 나온다. 유은재가 사방을 경계하며 여자를 차에 태운다.
(케빈장) : 축구부 애가 엄마가 뭐 어쨌다고 먼저 시비를 걸었대요.
힘으로 안되니까 팔을 물어뜯어갖고...결국 축구부 애가 울어갔구요.
(박무열) : 진짜 꼴통...
유은재 : (얘기를 들은것처럼 둘러본 다음 차에 탄다)...
(케빈장) : 유은재는 늑골에 금가서 입원하고..
41. 차안 (낮)
유은재가 운전 중이다. 조수석에는 30대 초반의 이혼소송중인 여자가 불안한 얼굴로 앉아있다.
(케빈장) : 그때 이놈이다 생각했죠. 이놈 성질이면 올림픽 금메달도 가능하다.
근데 하필 김은진이랑 같은 체급 같은 학년이라....김은진이라고 알죠?
42. 박무열의 차안 (낮)
박무열 : 미녀 선수 김은진?
케빈장 : 올림픽 2관왕!! 내가 볼 때 실력은 거기서 거긴데 우리 은재가 머리가 좀 딸려서...
매번 무식하게 공격만하다가 되치기를 당하는데..
박무열 : (눈에 보이는 것 같다. 웃는다)...
43. 유도장 (과거)
유은재가 상대에게 공격하다가 되치기를 당해 조르기에 들어간다.
케빈장이 ‘빠져나오라’고 고함을 지른다. 그러나 빠져나오지 못한다. 한판이 선언된다.
(케빈장) : 김은진한테 열 번 내리 지고...그게 고2 전국체전때였는데... 유도장에서부터 엉엉 울면서 내려와 갖고...
유은재가 누운채로 엉엉운다. 심판이 그만 일어나라고 툭툭 친다.
케빈장이 올라가 일으킨다. 케빈장을 따라 내려오면서도 유은재가 엉엉 소리 내 운다.
44. 박무열의 차안 (낮)
박무열은 그날의 유은재가 보이는 것 같다. ‘꼴통의 과거는 그렇구나’ 왠지 미소짓게 된다.
케빈장 : 그러더니 몇일후에 유도 관두겠다고 그러다구요.
박무열 : (그렇구나) ....남녀공학이었다면서요. 꼴통 좋아하는 놈도 있었어요?
케빈장 : 있었죠. 같이 유도하는 놈 중에 윤성식이라고...
박무열 : (집중해 듣는다)...
케빈장 : (이사람이 왜 이래 의심스럽다) 한 학년...위의 놈이 있긴 있었는데...
박무열 : (앗차싶다)...
45. 가정법원 (낮)
유은재와 의뢰인이 들어온다. 30대 후반의 안경쓴 엘리트느낌의 남자와 문앞에서 마주친다.
의뢰인이 유은재 뒤로 숨듯이 한다. 유은재가 남자를 똑바로 본다.
남자가 먼저 법원 안으로 들어간다.
유은재가 여자를 달래 안으로 들여보낸 다음 문 앞에 선다.
46. 타격연습실 (낮)
선수들이 타격연습중이다. 진동수가 물끄러미 보고 있다.
47. 락커룸 복도 (낮)
송현진. 조현우를 비롯한 선수들이 연습을 마치고 들어온다.
진동수가 좀 전에 ‘타석’에 섰던 선수에게 다가간다.
진동수 : 종일아!
윤종일 : 에?
진동수 : 너 왼쪽 팔목 괜찮냐?
윤종일 : 왜여...?
진동수 : 너 그렇게 스윙하면 손목 나가. 그거 고쳐야 돼.
윤종일 : (대충) 에...
락커로 들어간다.
48. 락커룸 (낮)
윤종일이 글러브를 툭 던진다.
윤종일 : 웃기고 있네. 실력도 없는 게 어디서 충고질이야.
조현우 : (못마땅하다. 흘깃 본다)...
49. 락커룸앞 (낮)
진동수가 안으로 들어가려다가 멈칫한다.
(윤종일) : 아직도 지가 선밴줄 알어. 야구 못해서 짤린주제에... 나 같으면 구걸을 하고 말지. 쪽팔려서 여기 못있겠다.
진동수가 주먹을 움켜쥔다. 눈이 무서워진다.
(박무열) : 형!!
진동수 : (심호흡한다. 박무열을 향해 돌아섰을 땐 평소 모습이다) 어...왔냐?
박무열 : (다가온다) 왜 내가 인성교육가야돼?
진동수 : (박무열이 락커에 못오게 한쪽으로 데려가며) 벌점 초과잖아.
박무열 : (눈치 못채고 따라간다) 에? 뭐야? 그런게 어딨어?
50. 벨르 에포크앞 (밤)
간판 불이 꺼진다. 서윤이와 김동아가 나온다. 둘이 인사하고 각자의 길로 간다.
서윤이가 김동아쪽을 돌아본다.
51. 골목 (밤)
김동아가 갓길주차되어이는 김태한의 차에 오른다. 차가 출발한다.
52. 유은재의 집 앞 (밤)
김태한의 차가 도착한다.
53. 김태한의 차안 (밤)
김태한이 뭔가를 읽고 있다.
김태한 : (한숨을 쉰다)
김동아 : 왜요? 무슨 문제 있어요?
김태한 : 17번말입니다. 핸드폰에서는 전자파가 나옵니다. 밤새 통화하면 건강에 안좋을 겁니다.
김동아 : 그럼 그건 빼죠.
김태한 : 21번 애칭 부르기. 이것도...
김동아 : 그건 절대 못빼요. 서로만 알아듣는 애칭은 연인간의 친밀감을 상승시킨다고 주디가 그랬어요.
김태한 : 주디가 누굽니까?
김동아 : 21세기 연애의 모든 것의 저자.
김태한 : (한숨을 쉰다)...
54. 유은재 집 앞 (밤)
김동아가 차에서 내려 가로등 밑에 선다. 잔뜩 기대하고 서있다.
그 앞에 김태한이 다가온다.
김태한 : 어느 쪽 하시겠습니까?
김동아 : 왼 쪽요.
김태한 : 그럼 제가 오른쪽하겠습니다.
두 사람은 계획서대로 가로등 밑에서 키스하기를 시도한다. 그러나 두 사람 고개가 한쪽으로 움직인다. 실패!!
김태한 : 왼쪽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김동아 : 내 쪽에서 왼쪽.
김태한 : 아...
두 사람 다시 시도한다. 근데 둘 다 너무 공격적이다. 세게 부딪친다.
김동아 : (아프다) 오늘은 여기까지 할까요?
김태한 : 예....
55. 유은재의 집 마당 (밤)
김동아가 들어온다.
김동아 : (부딪친 입술이 아프다. 시를 읊듯) 나의 첫 키스...피맛이 나는구나. (계단을 올라간다)...
56. 유은재의 집 앞 (밤)
김태한의 차가 출발한다.
담벽 뒤에서 그림자가 먼저 나온다. 서윤이가 ‘이것봐라’라는 얼굴로 웃고 있다.
57. 로비 (낮)
여학생들이 실물 크기의 선수들 판넬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다. 어떤 여학생이 박무열 사진에 뽀뽀를 한다.
엘리베이터에서 나오던 박무열, 그 모습을 본다.
박무열 : 어쩐지 꿈자리가 뒤숭숭하더라. (시선은 여학생들에게 둔 채로 뒤를 향해) 너도 송동율 사진 끌어안고.. (뒤를 본다)...
케빈장 : (이야기를 듣고 있다) 예?
박무열 : 아니예여...
박무열. 주차장 쪽으로 간다.
여학생들이 뒤늦게 박무열을 발견하고 달려온다. 케빈장이 막아선다.
58. 박무열 차안 (낮)
박무열 : (시동 걸며) 꼴통 요새 바빠요?
케빈장 : 몇일 바빴는데 오늘 끝납니다.
박무열 : 지금 어딨는데요? (출발한다)...
59. 가정법원 복도 (낮)
법원앞. 유은재가 서있다.
잠시 후 30대 여자가 나온다. 30대여자는 서둘러 복도를 빠져나간다.
유은재가 그 뒤를 따라간다.
60. 법원앞 주차장 (낮)
유은재와 30대 여자가 나온다. 30대 여자가 차옆까지 오자 그제서야 안도한다.
유은재가 차문을 열어준다.
30대여자 : (차에 타기 전에) 고마워요.
유은재 : (목례한다)...
유은재가 차문을 닫아준다.
출발하던 차가 끽하고 멈춘다. 법원에서 봤던 30대 남자가 차앞을 막아선 거다.
30대 여자가 비명을 지른다.
30대남 : 야 이년아! 너 내려!!
유은재가 30대 남자를 떼어 내려 하지만 안 된다. 유은재가 남자팔을 비틀어 겨우 차에서 떼어 낸다.
그사이 여자가 차를 출발시킨다.
30대남이 반항하지만 소용없다. 차가 무사히 나가자 유은재가 손을 놔준다.
30대남. 비틀거리다가 쓰러진다.
30대남 : (유은재에게 달려들며) 이런 개같은게... 이게 사람을 쳐. 너 고소할거야. 이**년아.
유은재 : 에. 고소하세여. 일단 진단서부터 끊어야 되는데 진단서가 나올까 모르겠네.
30대남 : 이런**&&게...너 뭐야? 네가 뭔데 부부사이에 끼어들어. ****년아. 너 내 마누라랑 무슨 사이야? 이 ***운 년아.
유은재 : (어이없다) 의처증이라더니...이제 여자까지 의심해여?
30대남 : (때릴 것처럼 팔을 치켜든다) 지랄발광...&^*하고 있네.**&^%게..죽어볼래.
유은재 : (그냥 한대 맞고 말랜다)...
그때 누군가 30대 남의 목덜미를 홱 잡아챈다.
(박무열) : (버럭) 어따 대고 욕이야?
30대남 : (깜짝 놀라 돌아본다. 키 큰 박무열을 보고 쫀다) 뭐야? 넌...
박무열 : 넌 뭐야? 이 손으로 뭐할라고 했어?
유은재 : (갑자기 나타난 박무열을 본다)...
30대남 : 그게...저년이 먼저..
박무열 : 년? 네가 뭔데 쟤한테 욕해. 너 죽어볼래?
30대남 : (움찔거린다) 그게 아니라...
박무열 : (얼굴 바짝 들이대며) 나 욕잘하거든. 한번 들으면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하는 욕도 몇 개 알거든. 해줄까?
30대남 : (쫄아든다) 아뇨. 저기...
박무열 : 한번만 더 쟤한테 욕해. 아주 그냥 (손놔준다)...
30대 남, 슬금슬금 뒷걸음질 친다.
30대남 : (안전거리 확보하자) 야이 미친...
박무열이 쫓아가려는 시늉하자 후다닥 도망간다. 도망가다가 넘어지기까지 한다.
박무열 : 그지 같은 게 어따 대고 욕이야. (유은재에게 화낸다) 넌 왜 욕 듣고 가만히 있냐? 나한텐 바락 바락 대들더니...
유은재 : (꿍시렁댄다) 그러는 지는 뭐... 꼴통을 입에 달고 살았으면서...
박무열 : (버럭) 내가 욕하는거하고 딴 놈이 하는거하고 같애!!
유은재 : (궁시렁댄다) 다른 건 또 뭔데...
박무열 : 어쨌든 나만 구박할거야. 딴 놈한테 구박받지 마. 기분 나쁘니까..
유은재 : ....
박무열 : (유은재 머리를 흐트러트린다) 이 꼴통 아주 그냥.
유은재 : (피한다) 하지 마여.
박무열 : (헤드락을 걸고 마구 마구 흐트러트린다) 싫어. 할거야.
유은재 : (겨우 잊어 가는데)....
박무열 : (낄낄 웃으며 놔준다) 너 왜 전화 씹어?
유은재 : (뒤따라온 케빈장에게 목례하며) 씹긴 뭘 씹었다고...
박무열 : 너 오늘 일 끝났지?
유은재 : 예?
박무열 : (케빈장에게) 얘. 일 끝났죠?
케빈장 : 그렇습니다.
박무열 : (앞서며) 밥이나 먹으러 가자.
유은재 : (따라가지 못한다)....
박무열 : (뒤돌아본다) 너 좋아하는 고기 사줄게 유은재.
케빈장을 슬쩍 보고 할 수 없이 따라간다.
61. 고기집 (저녁)
박무열과 유은재 케빈장이 들어온다.
박무열이 자리에 앉는데 유은재와 케빈장은 박무열 뒤쪽 경호원 자리에 나란히 선다.
3인분의 물잔을 가져온 종업원이 두 사람과 박무열을 본다.
박무열 : (돌아보며 유은재에게) 야. 너 왜 거기 있어? 일루와!
유은재 : (케빈장을 흘깃 본다)...
박무열 : 넌 오늘 내 손님이야.
케빈장 : 가봐.
유은재 : (박무열 앞에 앉는다)...
박무열 : (유은재에게) 등심 먹을 거지? (종업원에게) 한우등심 3인분. (종업원 간다. 유은재에게) 아팠다며?
유은재 : (케빈장 의식하며) 예 조금...
박무열 : (물 따라주며 얼굴 스윽 본다) 진짜 아팠나보네...
62. 박무열의 집 오피스텔 로비 (밤)
강종희가 편의점 봉투를 들고 서 있다.
엘리베이터가 열린다. 아줌마가 내리다가 타려는 강종희와 마주친다.
강종희 : (아줌마에게 인사한다) 퇴근하시는 거예요?
아줌마 : (강종희에게 인사한다) 응...
강종희 : (문이 닫히지 않도록 누르고 있다. 손가락에 반지가 보인다) 박무열 집에 있어요?
아줌마 : 아직 안왔는데.
강종희 : (엘레베이터에 타며) 저녁이나 얻어먹을려고 했는데... (아직 엘리베이터밖에 서있는 아줌마에게) 들어가세요.
엘리베이터 문이 닫힌다.
63. 고기집 (밤)
고기가 구워진다.
박무열 : (고기 구워서 유은재에게 준다) 많이 먹어. 먹고 좀 아프지 마라.
유은재 : (먹는다)...
박무열 : (생각하니 기분 나쁘다) 난 저를 이렇게 생각하는데. 넌 내 생각 쥐똥만큼도 안했지?
유은재 : (먹으려다가 내려놓으며) 근데 왜 왔어여?
박무열 : (고기를 뒤집으며 본다) 너 볼려구.
유은재 : 우리가 뭐 특별히 보고 말고 할 사인가...
박무열 : 그렇다고 인사도 없이 헤어질 사이냐?
유은재 : 경호원이랑 의뢰인이랑 뭐 그럼 그렇지...
박무열 : 이유나 들어보자.
유은재 : ...
박무열 : 너 왜 갑자기 나한테 쎄한거냐?
유은재 : 내가 뭘여?
64. 강종희 집 거실 (밤)
강종희가 편의점 봉투를 들고 들어온다. 방이 지저분하다. 대청소를 결심한다.
창문을 열고, 청소기를 꺼내온다. 청소기를 켜자, 고양이가 신경질을 낸다.
강종희가 청소기를 끄고, 고양이를 안고 밖으로 나간다.
강종희 : (고양이를 복도에 내놓으며) 복도에서만 놀아. 멀리가면 안 돼.
65. 복도 (밤)
고양이가 복도 끝으로 달려간다. 창가에서 밖을 내다본다.
고양이가 그 자리에 멈춰있자 강종희가 안으로 들어간다. 문은 비껴놓은 채.
잠시 후, 청소기 돌아가는 소리가 다시 시작된다.
66. 고기집 (밤)
박무열 뒤의 테이블, 케빈장이 혼자 고기를 구워 먹는다. 맛있게 먹는다.
박무열 : 우리가 뭐 아기자기한 사이는 아니었더라도 그동안 쌓인 전우애가 있는데... 아니냐?
유은재 : ...
박무열 : 너 좀 이상해졌어.
유은재 : (힘없이) 뭐가여?
박무열 : 지금도 그래. 핏기만 가시면 주워 먹던 애가 왜 안먹냐?
유은재 : 먹고 있어여...
67. 강종희 집 거실 (밤)
강종희가 마른 걸레로 테이블을 닦는다. 깔끔해졌다. 만족스럽다.
둘러보다가 그제서야 고양이 생각이 난다.
68. 복도 (밤)
소리가 선행한다.
강종희 : 쇼트!!
강종희가 나온다. 좀 전에 고양이가 앉았던 자리를 본다. 없다.
강종희 : (복도를 따라가며 부른다) 숏트!!
강종희가 비상계단 쪽으로 향한다. ‘숏트’를 부르는 소리 멀어진다.
69. 고기집 (밤)
박무열 : 보통 경호원이 의뢰인 찾을려고 산속을 헤매구 그러냐?
유은재 : ...
박무열 : 우리 서로 통한거 맞잖아. 솔직히 말해. 너 나 좋아했지?
유은재 : (박무열을 본다. 어떻게..)...
박무열 : 나도 너 좋아하거든.
유은재 : (이건 뭐지).....
70. 계단 - 로비 (밤)
강종희가 비상계단에서 나온다.
강종희 : (경비에게) 혹시 고양이 못봤어요?
경비 : 고양이요?
강종희 :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예. 털이 하얗고 (크기 손으로 가늠해보이면서) 이만한 고양이.
경비 : 잠깐만요... (무전기에 대고) b동 로빕니다. 고양이를 찾고 있습니다.
71. 고기집 (밤)
유은재가 숨을 멈춘 채 박무열을 본다.
유은재 : 진짜에여?
박무열 : (고기 구우며) 그래. 처음에는 뭐 이런 애가 있나 싶었는데...가만 보니까 귀여운데도 있고....
지금은 너 같은 동생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도 했어.
유은재 : (뭐야 이거)...
박무열 : 그러니까 솔직히 말해봐, 너 나한테 삐진거 있지?
유은재 : (또다시 기대했던 내가 바보다)...
박무열 : 오빠라고 생각하고, 다 말해봐.
유은재 : (울컥. 버럭) 난 댁같은 오빠 싫어여.
박무열 : (기껏) 뭐?
케빈장. 고기 먹다가 목에 걸린다.
유은재 : 댁이 내 오빠인거 싫다구여.
박무열 : (기껏 말했더니) 내가 뭐 어때서?
유은재 : 댁같이 제멋대로에 성질 드러운 오빠는 됐어여. 툭하면 주먹 쓰고, 무식하고 저만 알고...
박무열 : 야!!
유은재 : 그 주제에 미련은 왜 그렇게 많아. 한번 끝났으면 끝난 거지... 눈치는 드럽게 없으면서...오빠는 무슨...
박무열 : 야. 됐다. 나도 싫어. 아까 한말 취소다. 너 같은 동생 트럭으로 갖다줘도 싫어.
사람이 좋게 좋게 얘기하니까 물로 보고 있어. 그만 먹어. 일어나.
케빈장. 막 쌈을 싸서 한입 집어넣었다.
박무열은 먼저 일어나 계산대로 향한다. 유은재도 일어난다.
케빈장, 고기가 잔뜩 남았는데. 할 수 없다. 우물대며 따라간다.
72. 오피스텔 근처 (밤)
강종희가 핸드폰 불빛을 이용해서 나무밑. 화단뒤 등을 찾는다. ‘숏트’를 부른다.
반대쪽 경비 두 명도 손전등을 들고 고양이를 찾는다.
어둠속에 숨어있던 고양이가 경계하며 후다닥 나온다. 고양이를 쫓아 강종희가 그쪽으로 달려간다.
경계하며 도망가는 고양이는 전혀 다른 고양이다. 강종희는 당황하기 시작한다.
멀리서 누군가의 시선이 강종희를 보고 있다.
73. 술집 앞 (밤)
박무열. 유은재. 케빈장이 나온다.
박무열 : (생각할수록 열 받는다) 사람이 말이야. 진정을 갖고 얘기하면 좀 들어야지. 네가 괜히 꼴통이냐?
유은재 : 예. 댁도 괜히 개차반이겠어여.
케빈장 : (단호히) 유은재!!
유은재 : 저게 먼저 긁잖아여. 암것도 모르는게...
박무열 : 저게? 너 지금 저게라고 그랬냐?
유은재 : 그러게 왜 찾아와서 시비예여? 겨우겨우 마음 다스리고 있구만.
박무열 : (부글부글한다)...
케빈장 : (단호히) 유은재!!
유은재 : 뭐여? 이제 의뢰인도 아닌데...
74. 엘리베이터앞 - 복도 (밤)
엘리베이터가 열린다. 강종희가 내린다. 혹시 돌아온 건 아닐까? 복도를 살핀다.
강종희 : 숏트!!
고양이는 보이지 않는다. 강종희 목소리 빈 복도에 울릴 뿐이다. 불길하다.
그런데 문 앞에 작은 상자가 놓여있다.
뭐지? 강종희가 상자를 향해 다가간다.
75. 술집앞 주차장 (밤)
박무열 : (차있는 쪽으로 온다) 그래. 이제 경호원도 뭣도 아니다. 우린 남이야. 완전 남.
유은재 : 그럼 뭔 줄 알았어여. 남이지...
박무열 : 남도 아냐. 남보다 못한 사이지. 다신 만나지 말자.
유은재 : (지지 않는다) 에. 죽을 때까지...
박무열 : (홱 돌아서는데 핸드폰이 울린다. 강종희다) 어 종희야.
유은재 : (종희라는 말에 울컥한다. 돌아선다)...
박무열 : (심각해진다) 강종희? (다급하다) 왜 그래? 종희야. 무슨 일이야?
유은재 : (멈춰서 돌아본다)...
박무열 : 종희야 말해!!
76. 강종희 집 앞 (밤)
강종희의 시선은 한지점에 못박혀있다. 집앞에 놓인 상자...
강종희는 숨을 헐떡인다. 주루륵 벽을 타고 미끄러지듯 주저앉는다. 핸드폰을 움켜쥐고 있을 뿐 말을 할 수가 없다.
77. 주차장 (밤)
박무열 : (운전석에 타려한다) 종희야. 강종희 정신차려!!
케빈장 : 제가 운전하겠습니다. (차키를 받아 운전석에 탄다)...
유은재 : 왜여? 무슨 일인데여?
박무열 : (유은재에게 대꾸할 겨를이 없다) (조수석쪽으로가며) 종희야. 내말 들어. 숨 쉬어.
들이마시고. 내쉬고.... 들이마시고 내쉬고...
유은재 : (심각한 상황이다. 일단 차에 탄다)...
78. 복도 (밤)
강종희가 전화기를 움켜쥔 채 바닥에 주저앉아 한지점을 본다. 너무 무섭지만 눈을 뗄 수도 없다.
박무열이 시키는 대로 크게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가 내쉬기를 두어번 반복한다. 그러나 견딜 수가 없다. 비명이 터져 나온다.
79. 차안 (밤)
핸드폰에서 들리는 강종희의 비명소리가 유은재에게까지 들린다.
박무열 : 종희야!! 강종희!!
유은재 : (긴장한다)...
케빈장이 계속해서 앞차를 추월한다.
80. 복도 (밤)
강종희는 정신을 잃을 것 같아 비명을 지른다. 문이 열리며 사람들이 내다본다. 뭐야? 웅성거린다.
강종희가 정신을 잃지 않기 위해 손등을 깨문다.
옆집 남자가 쭈삣대며 다가온다. ‘무슨일인데요?’‘괜찮아요’ 강종희가 눈을 떼지 못하는 박스를 본다.
남자는 처음에 박스안의 것이 무엇인지 알아보지 못한다. 이게 뭘까? 박스안에 피묻은 하얀 솜뭉치가 들어있다.
옆집 남자가 솜뭉치에 손을 댔다가 흠칫 놀란다. 죽은 고양이는 솜뭉치같다.
81. 누군가의 방 (밤)
박무열 사진으로 도배된 방. 누군가가 들어온다. 거친 숨소리가 한참동안 계속된다.
쓰레기통에 뭔가 툭 떨어진다. 피묻은 커터칼이다.
82. 복도 (밤)
경비가 달려온다. 사람들이 빙 둘러서 있다.
그 안에 강종희가 정신을 잃지 않기 위해 손등을 물어뜯으며 버틴다.
경비 : 괜찮아요?
경비의 손이 닿자, 강종희가 발작하듯 몸부림을 친다. 그 바람에 핸드폰이 날라간다.
강종희가 쓰러진다.
경비가 강종희의 몸에 손을 대려한다.
(박무열) : 손 대지마!!!!
박무열이 구경중인 사람들을 제치고 들어와 기절한 강종희를 끌어안는다.
케빈장과 유은재가 바로 도착한다.
박무열 : 종희야!!
강종희 : (박무열을 본다. 고통스런 심정을 말로 다할 수가 없다.)....
박무열 : (종희를 끌어안는다) 괜찮아. 괜찮아. 숨 쉬어...다 괜찮아. 나 여깄어. 종희야. 괜찮아.
유은재가 주변을 둘러본다. 박무열이 강종희를 안고 일어선다.
사람들이 둘러선 채 웅성거린다. ‘뭐야?’‘왜저래?’‘죽었어?’
박무열 : (구경꾼들을 향해 소리친다) 구경났어. ...팔!!
구경꾼들이 길을 튼다. 케빈장이 문을 열어준다.
83. 강종희의 방 (밤)
박무열이 강종희를 침대에 누인다.
강종희가 다시 자기 손을 깨물려 한다. 자기 고통을 표현할 방법이 없다.
박무열이 강종희 손을 움켜쥔다. 꼼짝 못하도록 강종희를 자기 가슴에 안는다. 강종희가 몸부림친다.
84. 복도 (밤)
케빈장이 볼펜 끝으로 박스뚜껑을 활짝 연다. 내용물이 끔찍하다.
케빈장이 심각한 얼굴로 유은재를 본다.
유은재가 강종희의 핸드폰을 발견한다. 유은재가 핸드폰을 집어 든다.
경비를 따라 경찰이 들어온다.
유은재가 집안으로 들어간다.
85. 종희의 집 거실 (밤)
유은재가 들어온다. 침실 문이 열려있다.
박무열이 강종희 두 손을 잡은 채 온몸으로 강종희를 끌어안고 있다. 강종희는 아직도 발작적으로 꿈틀댄다.
박무열 : (주문을 걸 듯 계속 속삭인다) 괜찮아. 종희야. 괜찮아.
강종희가 몸부림치다가 여의치 않자 자기 손을 잡고 있는 박무열 손등을 깨문다.
박무열은 개의치 않는다. 얼굴을 찌푸리지도 않는다. 아무일없다는 듯 계속해서 ‘괜찮아’를 반복한다.
유은재가 그 모습을 보다가 조용히 문을 닫는다.
문 앞에 잠깐 섰다가 강종희 핸드폰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돌아선다.
86. 복도 (밤)
케빈장과 경비가 경찰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유은재가 안에서 나온다. 조용히 복도를 빠져나간다.
87. 강종희의 침실 (밤)
강종희의 발작이 서서히 잦아든다. 박무열 손등에서 입을 뗀다. 얼마나 쎄게 깨물었는지 이빨자국이 선명하다.
그런데도 박무열은 계속 강종희 귀에 대고 ‘괜찮다’고 속삭인다.
강종희가 크세 숨을 몰아쉬더니 눈을 감는다.
박무열은 계속 부드럽고 조용하게 속삭인다. ‘괜찮아’...그러나 눈은 한지점을 노려본다. 범인에 대한 분노다.
88. 유은재네 집 식당 (밤)
유은재가 식탁 의자에 앉아 캔맥주를 마신다. 이미 많이 마신 뒤다. 늦은 시간이다. 조용하고 어둡다.
유창호가 방에서 나온다. 화장실에 가려다가 깼나보다. 잠결에 은재를 보고 흠칫 놀란다.
유창호 : 뭐해? 안자고?
유은재 : ...질투하고 있다.
유창호 : 뭐?
유은재 : (한숨 쉰다) 불행을 당한 여자를 질투하고 있다구.
유창호 : (못알아듣고 화장실로 들어간다) 뭐래는 거야?
유은재 : (스스로를 비웃는다) 최악이구나 유은재. (얼굴을 감싼다)...
89. 유은재의 방 (밤)
유은재가 누워있다. 그러며 안된다는걸 알면서도 자꾸 눈물이 나온다.
돌아눕는다. 등이 흔들린다. 은재가 울고 있다.
90. 강종희의 방 (밤)
강종희가 박무열에게 안겨 잠들어 있다. 박무열은 계속해서 어둠을 노려보고 있다.
91. 보안실 (아침)
김태한과 경비가 사건 발생 시간의 cc카메라를 확인하고 있다. 엘리베이터 상황이다.
경비 : 고양이를 내놓은게 저녁 9시경이라고 했습니다. 그 시간에 엘리베이터에 탄 사람 중에 수상한 사람은 없습니다.
김태한 : 복도에 cc카메라가 없습니까?
경비 : 입주민들이 사생활을 이유로 설치를 반대해서요.
92. 강종희의 집 거실 (아침)
오수영과 진동수가 앉아있다. 김태한이 들어온다.
진동수 : 어떻게 됐어?
김태한 : 범인은 복도와 계단에 cc카메라가 없다는걸 알고 움직인거 같습니다.
고양이 사체나 박스에서는 지문이 나오지 않았답니다.
진동수 : 경찰은 뭐래?
김태한 : 순찰을 강화한다는 말뿐입니다. 고양이가 죽은 정도로는 움직이지 않을겁니다. 박무열선수는요?
진동수가 오수영을 본다. 오수영이 침실 문을 노크한다.
오수영 : 무열씨!!
93. 강종희의 집 침실 (아침)
강종희가 박무열의 품에 안겨 잠들어 있다. 박무열은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오수영이 문을 열고 본다.
박무열 : (오수영에게 입모양만으로) 잠깐만...
오수영이 문을 닫고 나간다.
박무열이 조용히 침대에서 빠져나온다. 강종희가 꿈틀대자 잠깐 멈췄다가 다시 움직인다.
94. 강종희의 집 거실 (아침)
박무열이 나온다. 밤새 불편한 자세로 있어서 뻐근하다.
오수영 : 종희는요?
박무열 : 밤새 자다 깨다 했어. (김태한에게) 오늘 스케줄 취소할 수 없어?
김태한 : ...불가능합니다.
박무열 : (낮게 중얼거린다) 젠장할...
95. 유은재의 집 침실 (낮)
밤새 울다 잠든 유은재가 누워 있다.
초인종이 울린다. 유은재. 꿈틀댈 뿐 깨어나지 못한다.
핸드폰 벨이 울린다. 발신자이름이 없다.
유은재 : (겨우 받는다) 여보세요?
(박무열) : 꼴통 할 얘기가 있어.
유은재 : (벌떡 일어난다)...
96. 유은재네 집 앞 (낮)
박무열이 서있다.
박무열 : 너네 집앞이야. 문 좀 열어봐.
97. 유은재의 집 침실 (낮)
은재가 거울을 본다. 세수도 안하고, 밤새 울어서 팅팅 불은데다가 위아래 짝 안 맞는 체육복을 입었다.
유은재 : (핸드폰에 대고) 잠깐만요. 잠깐만 기다려여.
유은재. 밖으로 뛰어 나간다.
98. 화장실 (낮)
유은재 바쁘다. 정신없이 세수한다.
(인서트 - 문앞) 박무열 시계를 본다.
99. 유은재 방 (낮)
휙 날라온 윗도리가 카메라를 덮는다. 윗도리가 미끄러져 다시 화면이 열렸을때 유은재는 옷을 갈아입은 뒤다.
나가려다가 거울을 본다. 눈이 뚱뚱 부어있다. 이런....
(인서트-문앞)
박무열 : (폴짝 폴짝 뛰며 안을 본다) 뭐하는 거야?
100. 유은재네 집 거실 (낮)
유은재가 냉동칸을 연다. 얼음이 없다. 이런... 있는거라곤 한우 셋트뿐이다.
유은재가 양지머리 두개를 꺼내 눈에 갖다 댄다.
초인종소리 다시 들린다.
유은재 : (소리 지른다) 기다려여!!
101. 유은재네 집 마당 (낮)
양지머리 두개를 눈에 대고 부비며 유은재가 나온다.
유은재 : 나가여. 나가...
유은재, 문을 열기전 고기를 어디다 둘까 하다가 빈 화분속에 넣고, 다른 화분으로 뚜껑을 덮는다. 문을 연다.
박무열 : (들어오며) 뭐하느라고... 문전박대냐?
유은재 : 문 열었잖아여.
박무열 : 얼굴은 팅팅 불어갖고.
유은재 : (얼굴 가린다) 남의 얼굴 얘기하러 왔어여.
박무열 : 여기 서서 얘기해?
유은재 : (비껴서며) 들어오든가...
박무열 : (들어온다)...
102. 유은재네 집 거실 (낮)
유은재를 따라 박무열이 들어온다. 박무열이 실내를 휘익 둘러본다. 블루, 블루, 블루 시걸즈 소품들,
유은재가 문득 화장실 앞 깔판을 본다. 발로 반을 접어놓는다.
박무열 뭐하나 쳐다본다.
유은재 : (소파 쪽으로 등 떠밀며) 뭘 그렇게 유심히 봐여. 예의없게. 앉아여.
박무열 : (밀려 소파 쪽으로 와 앉는다) 너네 아빠 동생은 없지?
유은재 : 있으면 댁이 여길 어떻게 들어와여.
박무열 : (소파에 앉는다)...
유은재 : 마실 거 뭐...
박무열 : 됐고...
유은재 : (조심스럽다) 종희씬... 어때여?
박무열 : 어떻긴...가뜩이나 예민한 앤데...조마조마해 죽겠다.
유은재 : (힘없이) ...왜 왔어여. 다신 보지 말자며?
박무열 : 지금 그런 소리 할 때가 아니야.
유은재 : ...
박무열 : 너 종희 경호 좀 해야겠다.
유은재가 박무열을 본다.
화장실 앞 둥그렇게 말려있던 깔판이 풀썩 원래대로 펼쳐진다. 깔판속 박무열은 환하게 웃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