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관련 영화를 만들때마다 제작자들이 고민하는게 있다고 합니다. 어떤 극적인 요소를
넣어도 실제 스포츠 상에서만큼 멋지고 반전에 반전을 더하는 묘미와 감동이 영화로써는 실제
상황에 절반도 못미칠만큼 미미하다는 것이 그 이유지요. '우생순' 영화가 물론 이 시점에 나와서
상당한 화젯거리를 낳고 핸드볼 주목하게 한 공로는 대단하지만 이미 핸드볼 경기 10경기만
넘게봐도 그 영화에서 전달되는 느낌은 그저 예전에 본 경기 재방송 보는 듯한 느낌일 것입니다.
극적인 요소를 넣으려고 가상주인공을 엄청나게 힘든 인물로 제시했어도.. 현실속에서 임오경 감독
님이 울먹이며 중계멘트 한마디 던지는 것이 더 엄청난 감동의 파장을 몰고 오지요.
어찌되었든... 감동을 가져다 준 이 경기 조금은 냉철하게 분석해보고 싶습니다.
우선 평균나이가 믿기지 않았던 분투.. 실로 놀랍습니다. 특히 공격과 수비 양면에서 거의 벤치에 앉지
못하고 계속 풀타임 뛰었던 허순영 선수.. PV입지때문에도 그랬겠지만 이번 올림픽에선 같은 포지션
김차연 선수가 상대적으로 활약이 적게 느껴질만큼 허순영 선수가 상당히 많은 몫을 해냈습니다. 개인적
으로 김차연 선수때문에 핸볼팬이 되었는데 준결승전에 우는 모습만 크게 잡혀서 거품물고 벽에 헤딩을 할뻔..--
그리고 2004년에 허영숙 선수와 김현옥 선수가 있었다면 2008년엔 오성옥과 홍정호 선수가 있었습니다.
오성옥 선수는 2004년에도 봤으니 그렇다쳐도 홍정호 선수 경우는 플레이를 많이 못봤었기에 기용자체를
반신반의 했지만 발목부상이 겹으로 쌓여있음에도 끝까지 뛰는 모습에 인정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특히
간간이 상대방 패스 범실을 유도하여 재빠르게 윙에게 전달하던 모습은 뒤에서 완급조절 하는 백 선수의
역할이 어떤지에 관한 교과서 적인 플레이였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야구에서 포수가, 농구에서는 센터가
공 배급 역할을 뒤에서 차분히 해주듯이 홍정호 선수는 이 부분에 대해서 굉장히 차분히 잘 해준 면이 있었
다고 평하고 싶습니다. 오성옥 선수도 조금 쉬엄쉬엄 하길 바랬는데 본인이 거의 혼자 다 하시더군요..
이번 올림픽 경기 내내 가장 많은 샷을 받으시지 않았나 싶습니다^^
신진 김온아의 활약.. 역시 김온아 선수가 인정받은 부분은 문필희 선수처럼 뒤에서 백 위치에 있다가도 언제든
최전방으로 빠른 속공을 이뤄낼 수 있을만큼 기량이 있는 선수였다는 점이리라 생각됩니다. 어린 선수라고는
믿기 힘들만큼 능숙하게 경기를 잘 풀어나갔는데 2004년의 이상은 선수를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덩치는 다른데
플레이가 비슷하다면 김온아 선수가 더 발전 가능성이 큰 건가요?
철인 문필희... 우리가 항상 익숙해 있는 것이 부재하면 그 부재의 공허함이 얼마나 큰지 비로소 깨닫게 됩니다.
문필희 선수 말고도 엔트리 내 모든 선수들이 이번 동메달 쾌거를 일궈낸 히로인들이지만, 문필희 선수 없는
여자 핸드볼은 상상이 안갈 정도입니다. 허순영 선수와 더불어 벤치에 가장 못앉은 선수였는데 경기끝나도
지친 내색 한번 하는걸 못봤습니다. 국내 경기도 그랬구요. 이해가 안갈정도로 완벽한 선수라 평하고 싶습니다.
조금 아쉬웠던 점은 앞에서 피벗 플레이하는 허순영 선수 혼자 차징을 붙어 고군분투 하는데 오성옥, 홍정호 선수와
더불어 몸싸움 보다는 뒤에서 꽂는 중거리 슛에 치중한 면이 없잖아 있었던 점..물론 간간이 멋지게 들어가서
통쾌하기도 했지만 한두점 싸움에서 가끔 범실이 날때는 많이 안타까웠습니다. 덩치가 더 큰 선수들 상대로
좀 더 지리한 몸싸움을 하더라도 끝까지 차징을 붙어보는게 그 선수들을 질리게 하는 길이 아니었을까..하고 생각해
봅니다.
합쳐서 30골은 막아준 오영란, 이민희 선수.. 특히 노르웨이 전 이민희 선수의 그 바운딩 슛을 바로 기다렸다는
듯이 막았던 이민희 선수 모습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예전 문경하 선수 플레이에 비해 좀 미약하다는 의심을
하고 있었는데 덕분에 큰 반성을 하고 볼 수 있게 됐습니다. 동메달 이후 전부 눈물쏟을때 눈이 크셔서 그런지
눈물이 최고 많이 흐르시는 것 같더군요..^^;
마지막.. 윙어의 상대적인 부재감.. 왼쪽에는 2004년 장소희 선수와 이공주 선수가 맡았었던 역할을 안정화
선수가 해냈고, 오른쪽은 박정희 선수가 했었지만 두 선수가 이 역할을 다 도맡아 하고 백업 요원이 너무도
부족했던 느낌입니다. 물론 김남선 선수와 배민희 선수.. 몸상태가 그닥 좋지 않았던 점과 경험이 부족한
면은 이해하지만 일이 여기까지 온건 우선희 선수의 예기치 못한 부상 공백의 후속조처가 미미했음을
느낍니다. 조처할만한 시간도 없었겠지만 안정화 선수나 박정희 선수 연령을 봐서라도 차세대 윙어를 빨리
키워내는게 급선무 입니다. 당장 급한 몇몇 국제대회 성적에만 치중할게 아니라, 2~3년 길게잡고 투자한다는
생각으로 배민희 선수와 더불어 주니어급에서 성장중인 그런 선수들을 키워줘야 차후 윙어 공격의 매서움이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봅니다. 윙어가 살아야 문필희 선수같은 백 선수들의 공격도 살아납니다. 2004년 덴마크
팀을 가장 괴롭혔던 공격은 우선희 선수가 뛰어들어와서 슛하는 척~ 하다가 문필희 선수에게 토스해서 꽂는
스카이슛... 무한도전 정형돈과 임오경 감독님이 해설했던 그 유명한 스카이 슛이었습니다.
엔트리에 PV와 백 선수들이 윙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부분은 잦은 몸싸움 때문에 그랬다 하여
이해가는 부분이지만 차후 윙과 윙백을 어떻게 연결해서 빠른 속공과 연결지을 수 있을것인지에
관한 연구도 다분히 필요하다 여겨집니다. 길고 긴 시간을 투자해야 겠지요.
여자핸드볼이 강한 이유는 임오경 감독님 말씀따나 오뚝이 정신이 아닐까 합니다. 이제는 오뚝이가
아니라 더 강한.. 그런 별명이 붙을 수 있기를 바라면서~ 우리나라와 경기가 배정된 팀들이 전부
경기 포기하거나 최상 전력으로 붙을것을 걱정하는게 자랑스러움을 느끼면서~~ 오늘도 여자
핸드볼 팀의 전설은 계속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첫댓글 촌평이라고 하기엔 너무 수준 높은 평인걸요? ^^ 핸드볼을 처음 접하는 분들에게도 큰 도움이 되는 훌륭한 평 감사드립니다.
우와!!!! 정말 이 글을 읽고 감탄을 금치못했다는... 촌평이라뇨!!!!!!!!!!!! 정말 근래 본 핸드볼 관람평중에선 최고^^
평균나이가 믿기지 않았던 분투--------->미래 를 본다면 이게 가장 걱정되는거 아닐까요...?그들이 빠져도 아무 상관 없을 만큼 의 선수 층 이 아쉽죠..
포스트 오성옥 =송해림 ..인줄로 알았는데,김온아의 등장 이 반갑듯이,다른 포지션 도 세대교체가 시급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