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도 좋은 토요일, 신촌 금호아트홀 스티븐 허프 공연에 다녀왔습니다
오늘 공연을 간략히 요약하면
" 풀코스 프랑스 요리를 만끽한 것 같은 공연"
" 한마리 야생마를 숨겨 둔 젠틀맨 스티븐 허프"
" 프로그램의 승리!!! - 정공법과 회유가 적절히 가미된 명품기획"
이라고 요약하고 싶습니다
일단 오늘 프로그램만 보아도 의도가 엿보입니다
제대로 붙어보자 하지만 먼저 밑작업 충분히 !!!
<1부>
세실 샤미나드 Cécile Chaminade
Automne, Concert Etude for Piano, Op.35/2
(피아노를 위한 콘서트 에튀드, 가을, Op.35/2)
Autrefois for Piano, Op.87/4
(피아노를 위한 이전에, Op.87/4)
프란츠 리스트 Franz Liszt
Piano Sonata in b minor, S.178 (피아노 소나타 b단조, S.178)
I N T E R M I S S I O N
<2부>
세실 샤미나드 Cécile Chaminade
Thème varié for Piano in A Major, Op.89
(피아노를 위한 주제와 변주 A장조, Op.89)
Les Sylvains for Piano, Op.60
(피아노를 위한 숲의 요정, Op.60)
프레데릭 쇼팽 Frédéric Chopin
Piano Sonata No.3 in b minor, Op.58, CT.203
(피아노 소나타 제3번 b단조, Op.58, CT.203)
1부에 먼저 샤미나드의 아름다운 소품곡을 에피타이저로 시작합니다
근데 에피타이저치고는 쎕니다 제가 예습으로 듣고 간 것보다 훨씬 더 임팩트있고 아름다왔어요
샤미나드로 관객의 마음을 준비시키고
이제 리스트 소나타 B단조로 바로 메인디쉬 들어갑니다
리스트의 유일한 피아노 소나타이자 피아노 소나타계에서 극강의 난이도인 이곡을 선택한 이유를 알겠습니다
단일악장 소나타로 30여분 내내 진행되는 어마어마한 스케일을 스티븐 허프는 때로는 숨겨둔 야생마를 풀어놓고 또 때로는 젠틀한 바이브로 곡을 들었다 놓았다 합니다
2부 끝에 쇼팽 피아노 소나타 3번을 둔 것도 매우 수긍이 갔습니다
리스트 피아노 소나타가 부드러운 종결인데 비해
쇼팽 소나타는 임팩트있는 클로징이다보니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하기엔 더없이 적절하죠
스티븐 허프는 김은선 시향과의 라피협에서도 이미 보여주었듯이 속도감있는 전개를 택하는데요
역시 오늘도 그의 스피디한 몰아부침은 쇼팽 피아노 소나타 4악장에서 여실히 보여주었고 성공했습니다
4악장 피날레가 끝나고 전달된 감동의 크기가 어마어마했으니까요
이런 영리한 프로그래밍이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2시간 가까운 피아노 리사이틀을 내내 집중하게 해 준 것 같습니다
스티븐 허프가 직접 관객에게 훌륭한 청중이라고 할 만큼 오늘 관객들은 무척 수준이 높은 관객의 매너를 보여주었는데요 그 흔한 기침 한번 없이 열중하는 관객과 함께 한 연주자 스티븐 허프도 무척 행복했으리라 짐작이 됩니다
공연이 다 끝나고 관객의 환호가 오래 지속되어 3곡의 앵콜이 이어졌습니다
첫번째곡은 크리스티안 신딩의 <봄의 속삭임> op. 32, No. 3 이었는데 앵콜곡이라기 보다는 연주곡에 가까운 느낌, 연주자의 기량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는 곡이었고
두번째곡은 청중에게 팬서비스 차원으로 스윗하고 익숙한 쇼팽 녹턴 2번을 아름답게 연주해 주었습니다
세번째곡이 낯선데 묘하게 매력적인 곡이었는데요 페드리코 몸포우의 <어린 시절의 장면들>에서 5번 정원의 소녀들 이라는 곡인데 색다르면서도 인상적인, 마지막 디저트까지 이채로운 공연이었습니다
금호아트홀이 서있는 공간이 대학교 교정이라 그런지 괜시리 젊은 시절 생각도 나고 캠퍼스에 삼삼오오 다니는 젊은 학생들도 아름답고 더없이 추억과 음악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여름밤이 된 것 같았습니다
0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