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글과 인연을 만나다. 107
[내가 음식 먹는 방식]
이제 이번 2박 3일 간의 신안 지역 여행에 관한 이야기를 맺으려고 하면서 이 글을 쓰고자 하는
것은 3회에 걸쳐 음식에 관한 이야기를 썼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럴 때에 내가 음식을 먹는 방
식을 드러냄으로서 어떤 분에게는 작은 도움이 되거나 공감하게 하고자 하는 마음도 있고, 더불
어 이런 부분은 함께 생각해 보자는 의도도 있음을 밝히면서, 그러나 음식을 대하는 분들의 개인
적인 습관이나 취향의 다양함을 부정하지 않는 다는 말씀을 드린다.
1 주어진 반찬으로 먹는다.
우선 어느 식당에 들어가든지 시킨 음식에 따라 제공되는 반찬으로 식사를 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이 말은 어느 식당의 반찬이든지 몇 가지가 나오면 그 중 한두 가지는 내가 원하지 않
는 반찬도 나오기 때문인데, 그 반찬도 먹으면 내게 제공되는 식사를 하는데 부족하지 않기 때문
이다. 그렇게 반찬을 다 먹은 후 모자라면 그 때 추가 반찬을 요구하고 있다. 어떤 분들은 입에 맞
는 반찬으로 식사를 하면서 그 반찬이 떨어지면 추가로 그 반찬을 요구하기도 한다. 그것은 그 손
님의 권리이니 무엇이라 할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나는 다만 내 앞의 반찬들이 남겨지거나 손을
대지 않음으로 그 반찬이 버려지거나 재사용 되는 것을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버리지는 반찬의 양이 얼마나 될까?
2 휴지는 한 장만 쓴다.
음식을 먹고 나면 입을 닦는데 쓰는 휴지(또는 네프킨이라고 하는)는 한 장 쓰는 것이 습관화 되어
있다. 조금 얍살 맞게 보일지 모르지만 나는 그 한 장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사용하는가
하면, 그 한 장으로 처음 입술을 닦는다. 그리고 물을 한 모금 마시고 입술을 혀로 훔친 후 그 휴지를
반으로 접어 한 번 더 닦는다. 그 후에 조금 미진하다 싶으면 다시 그 휴지를 반(1/4)로 접어서 사용
하는 것이다. 아주 오래 전 휴지를 만드는 나무조차 수입한다는 말을 들은 후 그렇게 하기 시작했는
데, 지금은 참 편하게 하고 있다. 때로 손에 잡히는 대로 마구 잡이로 빼서 쓰는 분들을 보면 그것도
그 분이 내는 요금에 따른 권리이겠지만, 혹 자신의 집에서도 저렇게 할까? 싶은 생각도 들고, 내 것
이나 네 것이나 우리의 것이기는 매 한가지인데 말이다.
3 소리를 내지 않고 먹는다.
어릴 적, 형님께 혼이 난 적이 있다. 음식을 먹으면서 쩝쩝하고 먹거나 음식물을 입에 가득 물고 말을
하므로 상대편에서 내 입 안의 음식을 보게 하는 것은 실례이다, 라는 꾸중이었는데, 그 꾸중이 내게
는 큰 꾸지람이 되었던 것이다. 나는 아직까지 살아오는 동안에 형님에게 꾸지람을 들은 것은 그 한
번이었다. 두 살 많은 형님이지만 그만큼 인격이 있으신 분이시기 때문인데, 처음에는 조금 불편하더
니 이제는 전혀, 오히려 그렇게 먹는 것이 옳다고 인정하고 있다.
4 여럿이 먹을 때 골라 먹지 않는다.
오래 전 단체로 음식점에 가서 해물 찜을 시킨 적이 있다. 그 때 내 앞에 앉았던 회원(그가 남자인지
여자인지는 말하지 않겠다)이 젓가락을 입으로 쭉 빤 후 그 젓가락으로 찜을 휘휘 젓더니 그 안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부위를 찾아 먹는 것을 보고, 그 때부터 나는 찜을 먹지 않았고, 그 후의 모임에서는
그 회원이 자리를 잡은 것을 확인 한 후에 다른 자리에 앉아 먹곤 했다. 지금은 개인접시가 제공되지
만 말이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부위가 눈에 보이면 나도 그것을 집어 먹는다. 그러나 보이지 않으면
가장 위에 있는 것을 집어 먹는 것이 함께 먹는 식사를 즐겁게 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자, 이제 신안 여행의 기록을 정리하겠다. 읽어주신 분들이 공감하시는 부분이 있기를 기대하고, 또는
그렇지 않더라도 고정현시인은 이렇게 여행을, 이렇게 식사를, 이런 풍경을 보면서 이런 생각과 글을
쓰는구나, 하는 정도로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다.
*여행은 1. 시간 있을 때 떠나라. 2. 가용 가능한 돈으로만 하라. 3. 가장 싸고 느리게 하라. 그러면
만 원으로도 가능하고, 어제 갔던 곳에서도 또 다른 글을 만날 수 있다.
첫댓글 잘 읽었습니다.
같이 여행을 한 느낌입니다. ㅎ
고맙습니다. 가을 비가 내린다는 오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