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10시쯤 휴대폰이 올린다.
고등학교 4년 선배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을까 말까 잠시 망설이게 된다. 그 이유는 연천에 있는 시골집으로 놀러 오라는 말을
듣게 될 것이고, 거절할 핑계거리가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다. 몇 차례 거절한 바 있기에
가겠다란 생각을 굳히고서야 내가 전화를
건다. 택시 타고 연신내역 쪽으로 도착하면
그곳에 2년 선배와 1년 후배가 기다리고
있을 거라 한다. 후다다닥 준비를 마치자 마자
잰걸음으로 집을 나선다. 약 16km의 거리를
거의 50여 분이 흐른 뒤에서야 약속된 장소에
도착하게 되고 한 번도 만나 본 적 없는 선배
와 후배에게 늦어져서 미안하다란 인사를
하고선 차에 오른다. 출발 전 차 안에서 서로의 이름을 묻고 답한다. 뒷자리에 앉았지만
약간의 어색함을 느끼게 되고, 남자 셋을 호출한 4년 선배가 이 더운 날 무슨 재미를 안겨
주려고 하는지에 대해 잠시 생각에 잠긴다.
차창 밖으로 펼쳐져 보이는 북한산의 능선
과 그 위에 뜬 흰구름에 시선이 자주 간다.
선배와 후배가 나누는 대화를 들으며 두
사람은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온 가까운 사이
임을 알게 된다. 어느새 의정부를 지나서 양주시로 접어들고 3번 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달리는 내내 다행히 차량 막힘은 없다.
동두천시에서 37번 도로를 따라 연천군 미산
면으로 향하고 있을 때 시간을 확인하니
11:40분이다. 대략 10여 분 후면 목적지에
도착할 것이다. 내가 군복무 했던 곳이 연천
이지만 이곳은 낯선 곳이라 이리저리 주변을
살펴보던 중에 차가 선다. 선배의 무덤덤한
표정을 보노라니 괜히 왔나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누구를 만나건 표정에 큰 변화 없었
음을 알기에 방문자 세 명이 선제적으로
웃으며 반가움을 표시한다. 도로가에 있는
집이라 별로 볼품이 없어 보이건만 이 집에
대한 애착이 남다른 듯한 선배의 성향이
독특하다. 집 내부로 먼저 들어섰던 두 사람이
곧장 밖으로 나오며 하는 말이 우습다. 아이구
찌든 냄새~~ㅎㅎ 담배 피워 누리끼리한 내
골방의 모습을 떠올리며 난 창문으로만 시골
집 내부를 잠시 들여다본다. 어울리지 않게
피아노가 놓여 있고 커다랗게 생긴 오디오
에선 팝송이 흐르고 있다. 가까이에 임진강
이 있지만 여기선 잘 보이질 않는다. 이곳
으로 옮기기 전의 옛집이 더 좋았는데 왜
이곳으로 왔는지에 대해선 이유를 굳이 묻지 않는다. 점심을 먹기 위해 삼화낚시터
쪽으로 이동하여 차에서 내린다.
그야말로 불볕이 내리쬐고 있다. 작은 파라솔 그늘에 축 늘어진 채 졸고 있던 큰 누렁이가
오랜만에 찾아온 식당 손님에게 환영의 표시라도 하고픈 듯 꼬리를 흔들지만 도무지
활기를 찾아 볼 수 없다. 낚시터를 배경으로 나란히 선 네 명을 향하여 사진을 찍는 식당
바깥 주인은 거의 무표정에 가깝다. 이런 날
손님이 온들 뭐 그리 반가우랴~ 점심이 준비
되었으니 식당 안으로 들어오라는 소리가
들린다. 오징어볶음과 된장찌개가 먹음직
스러워 보인다. 여타의 반찬도 꽤 맛있다.
막걸리 두 병을 주문하여 낮술로써 위하여를
두어 차례 외치고선 2시쯤 식당을 나선다...
여기서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는 감악산
으로 가서 출렁다리를 건너 보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임진강 건너편에 있는 '숭의전'으로
향하게 된다. 숭의전이란 고려시대의 왕과
공신들의 위패를 모시고 제사를 지냈던 곳
이라 한다. 입구에 도착하니 몇 사람이 모여
채소와 과일을 팔고 있다. 나는 아무런 관심도
없기에 주변을 안내하는 입간판지도를 보고
있는 사이에 일행 중 두 사람은 오이와 참외를
사서 들고와 차에 넣는다. 그늘진 길을 따라
산책하듯이 10분 여 걸어 오르니 수령이 550년
되었다는 느티나무 보호수가 무성한 나뭇잎을
드리운 채 우뚝 서 있다. 오랜 세월의 흔적을 검은
색 나뭇기둥에서 찾을 수 있겠냐 만은 흘러간 세월
속에서 사람들이 오고가며 속삭인 비밀스런 이야기
들을 마치 들려줄 것 같도 같다. 나뭇가지 위에 손을
올려보니 와 닿는 촉감이 좋다.
그 옛날의 숭의전은 아니건만 적당한 공간을 차지
하고 화려함 없이 지어진 건축미가 주변 자연과
조화를 잘 이루고 있음을 알게 된다. 숭의전 옆쪽
으로 난 길을 조금 오르니 무성한 나뭇잎 사이로
임진강이 길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여건이 허락
된다면 평화누리길 11코스로 이어진 길을 어느
가을날 길게 걷고자 하는 맘을 갖게 된다.
30여 분 머물다가 내려와서 차가 향하는 곳은
백학저수지다. 가던 중에 4년 선배는 차를 민가가
몇 곳 보이는 곳으로 돌리라고 한다. 어느 집앞에
주차하라 하고선, 그 집 현관을 두드리니 문이 반쯤
열리고 무슨 말인지를 주고받더니 얼마 후에 냉커피
를 들고 나온다. 뒤따라온 주인은 이곳에서 거의
40년 정도 살고 있으며 아내는 병원엘 갔노라고
말한다. 순박하게 보이는 일흔 후반의 남자다.
선배랑 가끔 만나고 안부를 물으며 친하게 지내고
있다란 말씀을 들으며 냉커피를 다 마신 후 저수지로
향한다. 건너편 상황은 잘 모르겠지만 저수지 주변
엔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 도로 옆쪽 그늘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다음 행선지를 정하려
할 때에 운전대를 잡은 2년 선배는 한 달 전에 샀던
오이가 맛있었다며 그쪽으로 먼저 가자고 한다.
도착한 곳에 주인은 있었지만 팔 수 있는 오이는
없다고 한다. 노지 오이는 끝물이라 내년을 기약
하란 말을 반신반의하며 다른 몇 곳을 들렀지만
사려고 하는 울퉁불퉁하고 휜 오이는 결국 살 수
없었다. 물론 난 관심이 시들하였기에 별다른
생각은 없었건만, 그 선배는 와이프에게 전화를
걸어서 오이 못 샀음에 대한 자초지종을 말 한
후 전화를 끊는다. 여기 옴을 쉽게 허락한 주된
이유가 오이 사서 오겠다란 약속 때문이었다니
나도 조금은 아쉬움 섞인 위로의 말을 간략히
전하게 된다. ㅎㅎ 뭔 오이 였길래 맛이 그토록
좋았당가~~
벌써 4시가 넘었지만 우리를 초청한 선배는 갈
곳이 뚜렷하지 않다. 남자 넷이서 드라이브한들
뭔 재미 있으랴 만은 주변 곳곳을 차량으로
배회하는 것도 나쁘진 않다. 시골 도로 위를 달리는
차량도 뜸하니 서행으로 일관한다. 동이대교 위를
지나며 여기서 추억사진 한 장 찍을래 하는 말에
아무도 동조하지 않는다. 또다른 제안을 하는
초청자 선배는 그럼 다리 아래로 가서 물놀이라도
할까며 눈치를 살피고 있다. 우리 셋은 얼른 서울로
올라가 당구나 치다가 술이라도 마시자는 역제안을
한다. 후배들아 여기서 1박이라도 하자는 다부진
생각을 접은 선배는 시골집으로 차를 몰아라고 한다.
가져갈 것 없어 보이는 시골집을 잠금장치한 선배가
서울로 향하며 마누라님께 여보 자기 보고 싶어서
오늘 올라갈 거라며 애교 섞인 목소리를 점점 키운다.
우리 모두 웃으며 서울로의 접근전에 돌입한다.
양주시 어느 한적한 식당에 들어가서 빈대떡과 두부
를 주문하여 동동주를 마신 후 시간을 확인한다.
여섯 시에 가까우니 송추와 장흥 유원지가 있는 곳을
빠져나가려면 한 시간 후인 일곱 시쯤에 당구를
치게 되리라~ ㅎ ㅣ휴대폰으로 글을 쓰자니 독수리
타법이라 시간 소요가 심하당~ ㅣ글을 이어서
작성하다 보니 글이 중구난방으로 흩어져 있다.
수정 불가요~~ㅣ쥐띠 벗님들 건강 잘 챙기시기
바랍니다용^!!^
첫댓글 우와
오랜만에
회자정리 친구의 글을 보게 되네그려
잘 놀다와
그리고
쥐방의 글은 여러명이 올려야
봄비랑 그리미 힘이 된다..알았지?
어제! 놀다가 왔음이요~~ㅎㅎ
아무튼 알겠시요. 가끔 엉뚱한 글이라도
올리도록 하겠음이요^
그리미 친구야 여름의 절정은 지나간 거지.
휴일 밤 잘 보내고 잘 주무시요^
가끔은 서울시내를 떠나
새로운 곳에 가서 힐링하고 오는것도
좋은 방법인것 같다
답답하던 마음이 새로운 풍경을
보면서 정화도 되고
선.후배가 만나 회포도 풀고오면
새로운 각오도 생기고....
신나게
즐겁게
안전하게 즐기다 오셩
어제!
서울 7시에 도착 했는데 당구 치고
술 마시고 또 마시다 보니 오늘 새벽이
밝았으라~ ㅎ 완전히 농땡이 치고선
보낸 하루가 길고도 짧더라굽쎵~~
당구 잘 치진 못 하건만 수십 년이 흐른
후에도 실력이 녹슬지 않아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한 번도 안 졌음이오~
봄비사랑 벗님아 오늘 하루도 잘 마무리
합시다용^^
가끔은 이런 만남도 때로는 좋치..
긴 문장 잘 읽었다오
이번주도 행복하게 건강하게 즐겁게 보내자~~^&^
노후화된 인물사진 내리고 ㅎ
수령 550년 느티나무로 대체 했음이요~
정포도 벗님. 오늘도 기분 좋은 날 되셔라^^
사진 멋지네~정기 듬뿍 담은거 같애..^&^
말씀 매우 고맙소~~
정기 받으면 머리카락도 무성하게 다시
난다는 풍문도 있던뎅 ㅎㅎ
회자정리님 ~~
남자 네분의 하루 모습을
마치 본 듯 한
섬세한 글 잘 읽었습니다 ~~
땡볕 여름 추억만들기로
하루가
가득하셨군요~~
오늘 만나서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