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밥바라기
박형준
노인은 먹은 것이 없다고 혼잣말을 하다
고개만 돌린 채 창문을 바라본다.
개밥바라기, 오래전에 빠져버린 어금니처럼 반짝인다.
노인은 시골집에 혼자 버려두고 온 개를 생각한다.
툇마루 밑의 흙을 파내다
배고픔 뉘일 구덩이에 몸을 웅크린 채
앞다리를 모으고 있을 개. 저녁밥 때가 되어도 집은 조용하다
매일 누워 운신을 못하는 노인의 침대는
가운데가 푹 꺼져 있다.
초저녁 창문에 먼 데 낑낑대는 소리,
노인은 툇마루 속 구덩이에서 귀를 쫑긋대며
자신의 발자국 소리를 기다리는
배고픈 개의 밥바라기 별을 올려다본다.
까실한 개의 혓바닥이 금이 간 허리에 느껴진다.
깨진 토기 같은 피부
초저녁 맑은 허기가 핥고 지나간다.
―『창작과비평』2007년 겨울호
* 개밥바라기는 두 가지 뜻을 갖고 있다. 하나는 개밥을 담는 입 넓은 그릇이라는 뜻을 갖고 있고, 다른 하나는 저녁 무렵 서쪽 하늘에 보이는 별(金星)’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이 별은 저녁하늘에 비치면 개밥바라기(長庚星, 太白星)이 되고, 새벽하늘에 비치면 샛별(啓明星)이 된다. 개밥바라기는 배고픈 개가 저녁밥을 바랄 무렵 서쪽 하늘에서 뜬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해바라기 등의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개밥바라기는 개가 밥을 바랄 때의 별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이 시는 개밥바라기가 뜰 무렵 “먹은 것이 없다고 혼잣말을 하”는 노인을 중심대상으로 그려내고 있는 인물형상의 시이다. 노인은 “오래전에 빠져버린 어금니처럼 반짝”이는 서쪽 하늘의 개밥바라기를 바라보며 “시골집에 혼자 버려두고 온 개를 생각한다.” “가운데가 푹 꺼져 있”는 침대에 누워 있는 노인의 서울 집은 “저녁밥 때가 되어도” “조용하”기만 하다. “툇마루 속 구덩이에서 귀를 쫑긋대며/자신의 발자국 소리를 기다리는/배고픈 개의 밥바라기 별을 올려다”고 있는 노인의 모습이 안쓰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