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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i. 각성(覺醒)
유니버스력 737년 10월 20일
“엔진 온, 슬러스터 체크, 시스템 올 그린. 카시오 폰 모제르 발진준비 완료, 언제든지 출격명령을 내리시기 바랍니다.”
단단한 금속을 녹여 만들어낸 좁은 관 안에서 쓸쓸하게 앉아있는 젊은 병사로부터 함교로 전송된 말이었다. 그러자 함교의 정 가운데에 위치한 의자, 즉 함장의 자리에 앉아있는, 오랜 세월을 보내며 얻은 지혜로 노련하게 보이며 인간이 할 수 있는 묘사로는 정확하게 표현하기 힘든 매력을 발산하는 남성이 12월의 거리에 내려진 눈송이처럼 하얀 수염을 어루만지며 남은 한손으로 그의 뒤쪽에 앉아있는 오퍼레이터를 향해 모국어처럼 익숙한 사인을 보냈다. 함장의 손짓을 정확하게 읽어낸 오퍼레이터는 방금 전 들어온 통신의 주인공의 전투기에 답신을 보냈다.
“모제르 대위, 현재는 발진하기위한 조건이 충분하지 않으니 아군기가 출구부분을 클리어 하는 즉시 발진하십시오. 카시오, 여기까지 와서 혼자서 좋은 곳으로 떠나가는 것은 그러하지 못한 자를 놀려먹으며 지지 못할 짐을 쥐여 주는 거야.”
“당연하지, 날 위해 언제나 앵두 같은 입술을 저항 없이 내어주는 사랑스러운 여신과 해어진다는 것은 내 취향이 아니거든. 설령 발할라의 가장 높은 자리를 내어준다고 할지라도 비교할 수 없어.”
그때 두 연인의 달콤한 애정이 거슬렸는지 그들 이외의 인물이 빈정대는 말투로 갑작스럽게 끼어들며 훼방을 놓기 시작했다.
“참 못 봐주겠군. 어이 카시오 대위님, 계급이 높아지면 전투태세 중 연애를 제멋대로 할 수 있다는 특권은 제가 루나리온 공화국과 계약한 문서에는 두 눈을 씻고 현미경까지 동원해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죠? 이럴 줄 알았으면 저도 3년 전에 입대하는 건데 말이에요. 아니, 혹시나 특수한 안경을 이용해야 보이는 걸지도.......”
“트리스탄, 돌아와서 보자. 어쨌든 카시오 폰 모제르, 발진한다!”
카시오의 전투기 뒤의 노즐에 성난 불이 붙여지자 사나운 독수리는 웅장한 날개를 펼치며 힘껏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먹이를 위해 기다리는 새끼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두 번 다시 둥지로 돌아오지 않았다.
유니버스력 734년 6월 3일, 오랜 세월의 정적을 잊게 만드는 불쾌한 굉음이 귀를 자극하기 시작했다. 이유인즉 평화롭게 바다를 누비며 항해하는 상선을 힘으로 위협해 소중한 물건들을 강탈하는 우주해적의 횡포에 대항하기 위한, 루나리온 공화국뿐만이 아니라 유니버스력 역사상 가장 커다란 비극의 시작점이 고속절차를 밟고 있었다.
“평화와 자유를 존중하는 자랑스러운 루나리온 공화국의 국민들이어! 모두 고개를 들어 저 하늘을 바라보아라. 무엇이 보이는가? 무한한 숫자의 별을 포옹하고 있는 넓고 넓은 끝없는 우주이다. 하지만 저 넓은 곳에서 안전한 곳은 단 한군데도 없다. 그 이유를 아는가? 약탈과 폭력을 마음대로 행하는 악독한 우주해적 때문이다. 우리는 더 이상 우주해적들을 일개 범죄조직이라고 부를 수 없다. 수백, 수천의 소중한 생명과 수억이 필요로 하는 생명줄을 잘라버리는 우주의 쓰레기들을 가만히 놔두는 것은 우리의 숙제를 자녀들에게 떠맡기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지구연방? 그 한심한 지하의 굼벵이들은 그 많은 손과 발을 놀리고 있음에도 우리의 상황을 알려고 하지 않는다. 그저 등잔 밑의 풍년에 눈이 멀어 내년의 흉년을 생각하지도 못하는 어리석은 자들에게 언제까지 기대를 걸어야 하는가? 자, 다 같이 힘을 모아 해충 따위는 우리 스스로도 단숨에 짓밟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자. 루나리온 공화국 만세! 타도해적!”
국민들의 원성을 마그마가 넘쳐흐르는 화산의 분화구처럼 순식간에 터뜨리는데 성공한 루나리온 공화국은 시민들의 끝없는 군사지원행렬로 그렇게도 부족하다고 느꼈던 군사수를 5배, 약 5,000,000명 가까이 늘리는데 성공했다. 그런데 한 가지 걸림돌이 불쑥 튀어나왔다, 순식간에 늘어난 군사수를 유지할만한 보급을 루나리온은 보유하지 않았다. 루나리온 공화국의 경제력은 대표적인 타 국가인 지구연방, 유니버스 가이아연방, 뉴 어스연맹과 비교하자면 심각하게 뒤쳐져있었다. 이러다가는 한 번도 싸우지 못한 체 스스로 파산해버릴 지경이었지만 이때까지 그들이 존재할 수 있었던 이유인 뛰어난 외교 실력으로 유니버스 가이아연방의 수뇌부를 설득하는데 성공, 그들로부터 물자의 지원을 얻어내는데 성공한다. 이유는 간단했다, 유니버스 가이아연방 또한 우주해적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이 군사가 없던 것은 아니었지만 언제나 게릴라수법으로 사방을 공격하는 해적들을 반격하는데 지쳐버리거나 피해를 많이 입었기 때문에 이참에 루나리온 공화국을 이용해 자신들의 인명피해 없이 해적들을 깡그리 몰살시킬 작정이었던 것이다. 물론 루나리온 공화국이 이런 이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었으나 상황이 상황인 만큼 억지를 부릴 수 없었다. 어쨌든 그 결과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수백만의 군사와 수백의 군함을 무리 없이 보유할 수 있는 강국으로 변신하게 되었다.
그리고 운명의 유니버스력 735년 4월 2일, 유니버스력 역사상 최초로 10만 이상의 병력이 참가한 전쟁, Pirate Subdual Campaign의 포화가 울려 퍼졌다.
“살인과 약탈을 밥 먹듯이 하는 우주의 기생충들을 남김없이 녹여버려라! 한 놈을 없애버림으로 수십 명의 시민들을 구제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라! 전함 급을 격추시키는 자에게는 1계급 특진과 동시에 3주의 휴가를 지급해주겠다!”
“이때까지 저 따위 나라들에게 눌려 살던 우리들이다. 다시금 기억해라! 궁핍, 가난, 그리고 고난을! 썩어빠진 정치가들에게 본때를 보여주자! 자신의 자유를 위해 싸워라!”
양측 사령관들의 말 맺음과 동시에 뜨거운 포화가 터져 나왔다. 시간이 흐를수록 하나둘씩 한줄기의 빛을 뿜으며 새로운 역사를 창조하며 군사들은 거품과 같이 허무한 명예를 위해 피와 내장을 흘리며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새기기 시작했다.
이 전투는 지겹게도 3일 동안 지속되었다. 막바지에 다다를 때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예상치 못한 결과. 전문가들의 믿을만한 자료에 따르면 조직적이며 압도적인 숫자의 군사력을 보유한 루나리온 공화국이 명백한 완승을 거두리라고 쓰여 있었지만 어째서인지 도리어 우주해적들이 짙은 붉은색을 띄는 포도주가 담긴 술잔을 기울이게 되었다. 뜻밖의 소문으로는 루나리온 공화국의 힘이 빠른 속도로 팽창한 것을 두려워한 지구연방이 아무도 몰래 해적들을 도와주었다는 말도 있었다. 너무도 거대한, 허구성이 짖은 말 같기에 많은 사람들은 이 소문을 믿지 않았지만 신빈성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첫 번째 이유, 원래 해적들은 많아봐야 10척 정도로 게릴라전을 주로 하던 단체였지만 대군을 상대로 대담하게 정면 전투를 벌였다. 두 번째 이유, 각각 행동을 해오던 여러 해적단들이 어떻게 해서 한 자리에 모여 단결해 싸울 생각을 했을지. 세 번째 이유, 설령 그렇다고 처도 짧은 기간 안에 정규군 못지않은 비단같이 부드러운 함대운영. 네 번째 이유, 예상했던 것보다 더욱 많은 실제 전력. 정말 지구연방이 해적들을 지원했는지는 모르지만 지구연방에 대한 반감은 더욱 높아졌다.
패배에도 불구하고 루나리온 공화국의 입지는 단호했다. 전 국민이 살육을 원하는 광란의 파티를 열고 있다고 해도 믿으리라. 인간이라는 존재가 원래부터 전쟁과 승리의 영광만을 위해 존재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렇다면 735년이라는 평화로운 기간은 사실 735년의 감금생활이 아니었을까? 심지어 순진의 대상이라고 여겨져 왔던 어린아이들도 타도해적을 외치는 것을 보면 지금 이 전쟁이야말로 후손에게 물려줄 불행임이 틀림없다.
그리고 약 1년 후, 전쟁은 끝을 향해 질주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루나리온 공화국이 항로의 패권을 쥐고 있는 지금 작전을 종료해도 상관이 없으리라고 보인다. 하지만 정부는 잡초란 것은 뿌리를 뽑지 않으면 다시 자란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에 종전협상은커녕 끊임없이 군사를 강화시키고 있었다. 사실 우주해적은 공인된 국가가 아니기에 항복문서 같은 것이 있을 리 없어 어떻게 보면 전쟁의 시작도 불투명하다. 그런즉 누가 보기에도 루나리온 공화국은 그것을 역이용해 군대의 힘을 늘리려는 것이 아닐까라는 의심을 품을 것이다.
유니버스력 736년 2월 9일
“이봐 도크1의 녀석들, 흑태자의 행차시다. 슬러스터에 휘말려 바비큐가 되어 식단에 올라가기 싫으면 케이블을 이용해 몸을 묶고 안전한 곳에 밀착하도록. 반복한다, 착함을 하니 모두들 주의하기 바란다. 저거에 다치면 나에게 와서 항의할 기회도 사라진다고!”
우주복에 내장된 스피커에서 인상을 찌푸리게 만들 정도의 큰 목소리가 흘러나옴과 함께 우주의 티끌에도 못 미치는 한 공간, 태양계의 4번째 행성을 영원히 받드는 달을 보좌하는, 인간이 만든 건축물 치고는 아름답지는 않지만 거대한 항구에 태양이 발하는 강렬한 열기마저도 완전히 빨아들일 것 같은 검정색으로 전신이 도장되어있는 크디큰 전함이 조심스럽게 착륙을 시도했다.
“굶주리던 흑표가 살코기를 뜯어먹고 온 건가?”
물건 나르기를 잠시 멈추고 안전을 위해 몸을 케이블로 묶고 있는 병사에게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온 감탄사였다. 이 병사뿐만이 아니라 누구라도 마찬가지이라. 루나, 이름마저도 루나리온을 상징하는 이 괴물은 실제전투에 돌입하기 전 외형만으로도 적을 압제할 수 있는 1km에 가까운 자태를 뽐내며 고슴도치처럼 위협적인 무장들을 빽빽이 두르고 있다.
“자, 착함이 완료되었다. 작업 서둘러! 식량, 탄환, 장갑재료 등등 집어넣을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나도 빠짐없이 배 속으로 넣어 버려라!”
이렇게 누군가가 말해주어서야 루나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군사들이 드디어 케이블을 풀고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때 이루어진 끝없는 보급은 꼭 개미들이 여왕에게 미련 없이 먹이를 바치거나 철새들이 뭉쳐 이주하는 것과 같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외부와 마찬가지로 내부도 삼킨 음식물을 소화하느라 정신이 없다. 수많은 인원들이 동시에 이래라저래라 소리를 고래고래 질러대니 식도는 메아리로 가득 차게 되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어지러운 곳은 다름 아닌 모든 장기들을 관찰하는, 두 노장들의 지긋지긋한 말싸움으로 시끄러운 뇌였다.
“예상한 것 보다 리스트에 올려진 파일럿의 수가 부족합니다. 20명 정도를 보충해달라고 2주 전부터 부탁했는데 지금 와서 8명밖에 없다니요? 어떻게 해서라도 보충해주시길 바랍니다. 저희는 밀려있는 스케줄 때문에 곧 출발해야한다는 것을 명심해 주시길-”
“불가능하네! 빌어먹을 해적 놈들은 전술을 바꾸어 여기저기에서 출현하는, 특히 암초구역에서의 게릴라 행동으로 전투구역이 넓게 펼쳐진 지금 한명의 파일럿도 휴가를 못줄 정도로 한가하지 않는다는 것을 자네도 잘 알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20명은 2개 순양함에 필요한 파일럿의 숫자인데 자낸 우주군의 수비구역을 줄여버리자 라고 말하는 겐가? 특히 뉴 어스로 이어진 회랑은 너무나도 길어, 관찰하기 힘들다는 뜻이네. 무적의 루나도 그 몇 명 때문에 전투에 나가지 못한다는 것이 말이 되기나 하나!"
“사자도 이빨과 발톱 없이는 사냥을 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러니 다른 배에서, 적어도 현재로서는 출전명령이 없는, 아니 패전하고 돌아와 활동불능이 되어버린 배들의 파일럿이 있다면 그것으로 보충하면 되잖습니까. 똑같은 처지라도 누가 사용 하냐에 따라서 전과는 달라지는 것이니까요.”
함장의 부탁에 화면안의 항구 책임자는 답변을 않은 채 그저 오른손에 들고 있는 팬을 돌리며 조용히 자신만의 공상에 빠져들었다. 한 10번 정도 돌렸을까, 책임자는 결심했다는 듯이 헛기침을 한 뒤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개나 고양이와는 다르게 사자는 이빨과 발톱을 드러내지 않아도 그 용맹함을 알릴 수 있지. 뭐 어쨌든 마침 수일 전의 전투에서 대파 된 순양함이 있어. 운 좋게도 때맞추어 등장한 왕자님 덕에 간신히 귀환한 것이네. 한 달 내로 정비를 끝낸 후 다시 근무할 예정이지만 어때, 저 배의 파일럿이라도 좋은가? 그 숫자와 8을 더하면 20보다는 못하지만 충분하지 않나. 난 더 이상의 파일럿을 보충해줄 수 없단 말이야. 설령 루나라고 해도 말이지.”
조건이 마음에 들은 것인지 더 이상 말해보았자 무의미라고 생각한 것인지 함장이외의 인물들은 알 수 없으나 그는 이것으로 이따위 논쟁은 끝내자는 말투였다.
“좋습니다. 부상당한 파일럿들이 다시 활동할 수 있다면 20이라는 숫자는 메워지겠죠. 그때까지 부족한 몫을 때우기 위해 고생을 많이 하겠지만 아예 보충이 없는 것 보다는 좋을 겁니다. 그럼 조속하게 일을 처리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함장에게는 제가 직접 연락을 취하겠으니 제독님은 서류만 꾸며주시면 됩니다.”
“알았네. 그럼 이 말싸움은 여기서 끝내도록 하지. 함교에는 자네 말고도 다른 녀석들도 있는데 쪽팔리게 이게 뭔가?”
“그럼 무운을, 재먼 제독님.”
“무운을, 알론 준장.”
루나의 함장 알론 준장은 재먼 제독과의 연락이 끊기자마자 한숨을 내쉬며 의자를 이용해 만들 수 있는 가장 편안한 자세를 취한 후 베레모를 벗은 뒤 부채처럼 사용했다. 두 노인의 열기가 사라진 함교는 어느 곳보다도 조용했다. 그래, 다들 이런 침묵을 위해 루나리온 공화국이 싸우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는 듯이 한 오퍼레이터가 갑작스럽게 큰 목소리로 외쳤다.
“정말 그 늙은이는 밖의 사정 같은 것은 몰라요. 어휴, 루나의 주둥이에 줄로 묶어놓고 한 바퀴 놀다오면 말이 달라질걸요?”
그때 갑판에 있으리라 생각되었던 루나의 전투기파일럿대장 제르뮌 소령이 그 오퍼레이터의 뒤로 슬그머니 다가가 근육으로 뭉친 쇠파이프처럼 굵고 단단한 팔을 이용해 목을 조르며 아까전의 말을 되받아쳤다.
“파일럿들의 사정을 모르는 함교에 처박힌 자칭 최고의 정보원 트리스탄 소위님이야 말로 줄로 묶어놔야 한다니까. 아 글쎄 네놈의 쓸데없는 정보 때문에 파일럿들이 집중을 못해 전투기를 제대로 조종할 수 있어야지.”
목이 막혀 숨을 쉬기 힘들어진 트리스탄이 항복이라고 외치자 제르뮌은 트리스탄을 풀어주었다. 그러자 엄숙하던 함교는 트리스탄이 원한대로 웃음이 가득하게 되었다.
“함장님, 예정되었던 파일럿들은 어떻게 되었죠?”
이것이 바로 제르뮌이 함교에 올라온 목적이었다. 그는 언제나 새로 편입될 파일럿들에 관심이 많았다. 물론 자신이 루나의 파일럿대장이기 때문이라는 이유도있지만 사관학교에서 갓 졸업한 생도들을 꺼려하는 타입이었다. 대부분의 베테랑들이 생도들을 싫어하는 것은 드물지 않았다, 그런데 루나에 배치되는 성적 1위에서 5위로 졸업한 실력파가 그들의 휘하에 들어오는 경우라면 다를 것이다. 하지만 제르뮌은 여전히 그들을 싫어하지는 않았지만 좋아하는 것 또한 아니었다. 그 점이 그가 다른 사람들과의 차이점이며 대단한 파일럿대장인 이유 중 하나이다.
“자네의 예상과는 달리 이번에 들어올 파일럿의 반 정도는 적어도 여러 번의 실전을 치룬 녀석들이 들어올 예정이네. 하지만 문제는 그 반수가 루나의 파일럿들과 시스템에 잘 어울릴 수 있냐다.”
“그 문제는 새로 들어온 생도들에게 군기를 넣어주며 교육시키는 것 보다는 쉬운 것이죠. 한명의 베테랑이 10명의 생도들보다 능력치가 높은 겁니다. 그런데 그 녀석들은 원래 어디 소속이었죠?”
“트리스탄 소위, 자네의 그 잘난 정보 실력을 보여줄 때가 왔네.”
다른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것을 싫어하는 트리스탄은 이미 알론이 말하기 전부터 새롭게 들어올 파일럿들의 정보를 정리하기 시작해 지금은 마무리를 짓고 있었다. 자칭 정보원인 만큼 그는 눈치가 매우 빨랐다. 거기에 날카롭게 생긴 그의 용모는 그의 특성을 더해주는 느낌을 주었다. 동료들은 트리스탄 특유의 비꼬는 말투를 좋아하지 않았으나 그의 긍정적이면서 말에 담겨있는 이중적인 의미나 풍자성 단어들은 모두들 새겨둘 정도로 대단한 것이었다.
“그런 시시한 주문은 안 받아요, 공짜로 해드리죠.”
트리스탄은 그의 정보를 주 모니터에 띄웠고 그것을 바라본 함장과 파일럿대장은 참담했다. 적어도 10명 중 살아남은 사람이 6명은 되겠지 라고 생각했지만 3명이라니. 그런데 트리스탄만이 유일하게 배 안에서 그것을 좋은 면으로 생각했다.
“파일럿이 7명이나 사망한 전투는 분명 그리 좋은 상황은 아니었을 터인데 그러니 거기서 살아남은 3명은 아마 초인 또는 외계인이 아닐까 합니다. 게다가 3명 중 한명은 일명 무선상의 아리아라고 불리는 카시오 폰 모제르 소위, 아니 중위라고요.”
“자네의 말대로라면 루나는 최강의 멤버로 가득하게 되지. 그런데 어떻게 보면 사냥감이 없어 서로 다투어야할지도 모르겠군.”
“제르뮌 소령의 강적이 나타났어요, 강적이. 한 치라도 마음을 놓으셨다가는 바로 선두자리를 빼앗기시겠습니다. 저야 이게 제 일이니 그런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되지만요. 원하신다면 카시오 중위가 조종을 하지 못하게끔 제가 무선을 열어놓도록 하죠.”
“그렇군. 아참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함장님, 이만 실례합니다.”
제르뮌은 함장에게 경례를 한 후 함교에서 물러났다. 그는 갑판으로 이동하며 복도와 갑판을 막아둔 투명 배리어를 통해 심히 부셔진 전투기들을 수리하는 침착한 공병들과 그들의 옆에서 일을 거드는 자신의 전투기에 대한 애착을 가진 혈기왕성한 파일럿들을 바라보며 자신이 처음 전투기를 다룰 때를 생각했다. 곧 그의 입에선 그답지 않은 자그마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혼잣말을 하기 시작했다.
“강적이라는 단어는 이미 식어버린 나의 피를 또다시 들끓게 하는구나. 두 번째 태양이 떠오르길 원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야. 1막보다 흥미진진한 2막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지. 술은 마시기 위해 존재하듯 기록은 깨기 위해 존재한다. 기록을 달성한 자는 기록을 깨려는 자에게 추격당하게 되고 그 냉철함을 잃어버리기 마련, 결국 패자의 권위를 내어줘. 나마저도 그런 한심한 녀석이 되어버리는 건가? 그것만은 원하지 않아. 차라리 죽음이 나를 뫼비우스의 띠에서 낚아 올려주는 것이 더욱 낫다고 보는군.”
그로부터 30분 후의 도크 187, 마치 성격이 더러운 태풍이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것처럼 보이는 기다란 공간 여기저기에는 방에서 튀어나온 수많은 물건들이 전세라도 냈다는 듯 뻔뻔하게도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또한 불안정한 날씨 덕분인지 1초 간격으로 낮과 밤이 끊임없이 교차해 아마 수백 년이 순식간에 지나간 샘이 된다. 하지만 이런 환경을 신난다는 듯이 헤집고 다니는 한 모험가가 있었다.
“공항에는 청소부도 없나보지? 수일이 지나도 이 꼴이니 원.”
짧은 문장이지만 그를 포함해 이 배에 탑승한 선원들의 불만을 한꺼번에 표연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심지어 선원들 사이에서는 사람차별을 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을 품기도 했다. 아무리 항구가 밀려들어오는 배들로 인해 정신없을 정도로 바쁘다고 하더라도 한명의 수리병도 다가와 불꽃을 튀기지 않으니 누구라도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죠. 게다가 지금은 도크1에 정박되어있는 루나에게 낚여있으니 말이에요. 그런데 며칠 전에 사놓은 좋은 포도주가 있는데 한잔 하실래요?”
그러자 모험가는 정글 안에는 이미 자신보다 먼저 보물을 찾아낸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목소리의 주인공에게 다가갔다.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희미한 알코올냄새와 상대방의 목소리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는 정확히 방을 찾아내었다.
“대낮부터 술인가? 미안하지만 지금은 마시고 싶은 생각이 없어. 게다가 취했다가는 숲에서 길을 잃어버릴 것 같거든.”
“이런 좋은 것을 포기 하시다니 중위도 늙은이가 다 되셨군요.”
원래는 2개의 잔을 꺼내놓았지만 손님이 뜻밖에도 거절하니 포도주가 가득히 따라진 잔은 책상위에 그대로 놓고 상대방을 위한 듯했던 빈 잔은 치울 수밖에 없었다.
“흥, 그나저나 이런 폐차장 같은 곳에 처박혀있는 것은 내 성격에 맞지 않아. 하루만 더 이곳에 있다가는 자살이라도 해볼까 생각했는데 다행히도 오늘에서야 외출허가가 나왔다고. 자네도 지금은 술을 자제하고 나와 함께 그 빌어먹을 루나인지 솔인지 구경이나 하자고.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 신세대 감각이 떨어진다면 큰일이잖나.”
보통 어떠한 제의를 하는 쪽은 주인장이거늘 오히려 손님이 주인을 밖으로 끌어내기 위한 듯이 보였다. 그러자 술잔을 입에 갖다 대던 주인장의 붉은 눈썹이 한가운데로 모이고 곰곰이 생각하는 표정을 짓더니 제의를 이기지 못하고 따라나서기로 결정했다.
“저는 이런 날 술이나 마시는 것을 좋아하는데 말입니다. 뭐 상관들에겐 아직 저에게는 없는 노하우가 있을법하니 따라다니면서 배우는 것도 좋겠군요. 173이라는 숫자가 인생 공부에도 적용되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이미 색깔이 바랜 꽃들을 감상하는 것도 내 성격에 맞지 않는군. 뭐 그런 생각으로 날 따라온다면 후회할지도 몰라, 예스페르센 소위.”
그러자 예스페르센은 큰 목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꼭 수년간 묶였던 웃음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고 할 정도로 통쾌한 웃음이었다. 간신이 그 자신을 진정시킨 예스페르센은 딸꾹질을 하며 상대방에게 빈정대는 투로 말하기 시작했다.
“세상사람 다 알아주는 위대한 애늙은이 서생 카시오 폰 모제르 중위님이 그런 청순파인지는 몰랐습니다. 어쨌든 중위의 말씀을 들어 해가 된 적은 없었죠. 자, 걱정 마시고 소인을 지혜의 샘물로 인도해 주십지요.”
두 동업자가 동의한 순간 더 이상 그곳에 머물러있을 이유 따위는 없었다. 카시오와 예스페르센은 그 즉시 모함에서 뛰쳐나와 방금 감옥에서 탈출에 성공한 죄수들처럼 항구를 거닐기 시작했다. 1년하고도 반년 전, 그들이 순양함 블릿저에 처음 탑승할 때 빼고는 이곳에 들린 적이 없기 때문인지 희미하지만 전과는 달라진 모습들을 찍어낼 수 있었다.
“우와, 저 죽이는 몸매에다 천사 같은 얼굴!”
그들의 옆으로 스쳐간 여군들의 뒷모습을 단순하게 묘사한, 예스페르센의 욕망으로 뭉쳐진 문장이 카시오의 귀에 흘러들어왔다. 카시오도 남자이기에 어쩔 수 없었을까, 그의 고개는 의지와는 상관없이 지나친 그녀들을 자연스럽게 향했고 예스페르센의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우연이었을까, 그녀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180도 회전하더니 카시오와 예스페르센을 향해 다가왔다. 그녀들이 한걸음, 한걸음 다가올 때마다 ‘뭘 잘못했을까?’ 등등의 생각으로 뭉친 카시오의 가슴은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혹시 카시오 폰 모제르 중위님 아니신가요?”
“이름하고 계급은 맞아.”
보통 사람이라면 카시오의 건성적인 답변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기색을 보였을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한 치의 변화도 없는 그녀의 환한 미소가 그를 더욱 당황하게 만들었다. 카시오는 주위를 둘러보는척하더니 예스페르센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 빌어먹을 자식은 이런 때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꼭 이런 상황을 즐기는 것처럼.
“저번에 구해주신 것은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언제? 내가?”
“물론 기억이 안 나실 거예요. 상당한 난전이었죠. 적의 전투기가 제가 탑승했던 배의 함교에 직격타를 날리기 바로 전 어딘가에서 나타나셔서는 물리쳐 주셨어요.”
그녀의 말에 카시오는 어떻게 해서라도 기억하려는 듯 팔짱을 끼운 체 위를 쳐다보았지만 끝없이 펼쳐진 도크들과 정박되어있는 군함들이 그의 기억을 되살리는데 도움이 될 리가 없었다. 결국 그는 포기할 수밖에 없었고 혹시나 기분을 상하게 만들까봐 조마조마하며 입을 열었다.
“난 전혀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이런 것을 보고 세상은 우연이라고 말하지. 그래, 무사해서 다행이야. 전투기 파일럿이 살인 말고도 생명을 구할 수 있다니 이거 놀랍군. 그럼 이만 가야하기 때문에 실례하겠어. 아름다운 숙녀 분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들으니 기분이 좋아. 다음에 만나게 되면 내가 저녁식사라도 대접하겠어. 물론 자네 뒤에 서있는 여성분들도 원한다면 모두 초대해주지.”
그리고 카시오는 이 자리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상관이 하관에게 경례를 하는 보기 드문 일을 하곤 미녀들을 바라보느라 정신이 반쯤나간 예스페르센을 억지로 끌고나갔다. 겨우 세이렌의 달콤한 유혹에서 빠져나온 그들은 원래의 목적지를 향해 노를 젓기 시작했다.
“카시오 중위도 서투르시군요.”
“말했잖아. 취미가 아니야.”
카시오의 음성이 미동하는 것을 감지한 예스페르센은 그가 거짓말을 하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지만 여기서는 카시오의 속마음을 넌지시 떠보는 등의 일을 하지 않는 것이 약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저를 생각해서라도 그런 말씀을 하시면 안 되죠. 아까전의 귀염둥이들은 일류급이라고요, 저절로 굴러들어온 복을 차시다니. 어떠한 바보라도 절대 거절할리 없는 행운을 무시한 카시오 중위는 인류가 발견한 최고의 멍텅구리가 틀림없어요.”
“그럼 왜 도와주지 않은 건데?”
“전투기를 조종하는 것은 사관학교에서 가르쳐주지만 적을 많이 격추시키는 방법은 자습해야하죠. 그러니 로맨스는 누군가가 가르쳐줘도 여자를 격추시키는 것은 직접 터득해야한다는 뜻이에요. 아참, 이름도 묻지 않았군요.”
카시오는 발걸음을 멈추고 뒤에서 따라오는 예스페르센을 바라보았다. 그에게는 전에는 없던 미련이 남아있기 때문이라.
“다시 되돌아가서 물어볼까?”
“아뇨, 그 운명이라는 것을 시험해보는 것도 재미있겠군요. 하지만, 전쟁보다 무서운 것은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여인이라는 것을 명심하는 것이 좋을 거예요. 사랑보다 중독성이 강한 독약은 존재하지 않죠. 사랑을 한번이라도 자각한 순간 오직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꼭두각시로 변해버리게 되요. 그리고 한번 버림받아 끈이 잘리는 순간, 두 번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게 되어버리니까요.”
유니버스력 2월 9일, 루나리온 공화국군의 강습대 훈련소
“중령님, 실례하겠습니다.”
한 점의 빛도 없는 달의 반대편처럼 깜깜한 방의 문이 열리며 빛줄기와 함께 청년이 안으로 들어왔다. 짧은 갈색의 머리카락, 푸른 눈, 190cm가 넘어 보이는 커다란 키와 옷에 가려졌음에도 선명하게 보이는 근육선, 입대하지만 않았다면 루나리온 공화국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연예인이 되었을지도 모를 정도이다. 타 군인들이 그를 처음 볼 때 엄한 규칙아래에 있는 군함의 오퍼레이터 정도 되겠지 라고들 말한다. 하지만 그가 총검을 휘두르는 백병전의 주 무대를 장식하는 강습대의 일원이자 대대를 이끄는 장교라는 것을 듣는다면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짓는데 그 결정적인 이유는 아마 한 치도 흐트러지지 않고 단정하게 차려입은 군복에서 엿볼 수 있는 깔끔한 성격의 소유자이기 때문이다.
그는 그가 동반한 빛을 안내자 삼아 희미하게 보이는 중앙의 책상에 다가갔다. 책상 위에는 높게 쌓여있는 서류들이 자리를 가득히 메우고 있었고 그나마 남아있던 공간마저도 검정색의 군화를 신은 두 발의 소유가 되어버렸다.
“중령님, 상부에서 발퀴레연대의 소속을 현재의 여단에서 루나 여단으로 바꾼다고 합니다. 그러니 이 종이에 사인을 해주십시오.”
그는 들고 있던 서류를 쌓여있는 서류들의 가장 높은 곳에 올려놓았다. 그러자 숨소리도 들리지 않던 곳에서 인기척이 들리며 오른손이 등장했다. 그 오른손은 책상위의 램프를 향해 움직였고 딸깍하는 소리와 함께 방은 점점 밝아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의자에 앉아있는 중령의 모습이 뚜렷이 드러났다, 상대방과 비슷한 몸집인데 밝은 초록색의 머리카락과 눈, 그리고 헝클어진 상의는 완전 상반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상부라면 뒤에 장을 달고 있는 분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소꿉놀이를 하는 곳인데, 내가 여기에 사인을 하든지 안하든지 달라지는 것은 없지 않은가?”
중령의 굵은 목소리는 약간의 불평을 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주었다. 무언가에 비교하자면 울고 있는 아이를 쓰다듬으며 위로해주는 든든한 아버지 같은 느낌이랄까. 하긴, 하나의 연대의 대장이라고 하면 이 정도의 매력은 필수다. 그렇지 않으면 누가 상관에게 충성을 바치겠는가.
“베르트 아나레 슈메테젠.”
중령은 그의 이름을 조용히 말하며 사인을 한 뒤 앞에 요동도 없이 기둥처럼 서있는 대대장에게 서류를 넘겨주었다. 그러자 대대장은 중령에게 경례를 하고 방에서 빠져나왔다. 방의 문은 다시 굳게 닫히었고 베르트는 램프를 끈 후 자신만의 생각에 빠져들었다.
‘이제 와서 출격이라니. 그런데 왜 루나 여단으로 소속이 된 이유는 뭐지? 루나라면 새로 만들어진 초대형, 요새 공격용 강습전함 아닌가. 우주에서도 강습대가 필요하다니, 참 놀라울 일이군. 아니, 대대적인 상륙이라도 하겠다는 건가? 어디에? 해적 놈들의 본거지라도 찾았나? 아니면, 유니버스 가이아에? 이것도 아니면 뉴 어스? 설마, 지구? 루나리온 공화국을 파멸로 몰아넣으려고 하는 건가, 상부 놈들은? 전쟁에 중독이라도 되어버린 건가? 아니, 베르트 아나레 슈메테젠!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네놈은 그냥 상관의 명령을 따르는 일개 장교다. 네가 처음에 보이던 충성심은 어디로 간 게냐? 전장에서 인의 따위는 잊어버린 지가 오래되지 않았나. 이유 따위도 잊어버려! 모든 일에 이유를 달게 된다면 나에게 죽은 녀석들은 날 비난하고, 난 그들을 죽이도록 명령한 상관을 비난하고, 상관은 날 소속시킨 국가를 비난하고, 국가는 싸움을 일으킨 적들을 비난하겠지. 결국 남은 것은 하나도 없이 뫼비우스의 띠 위에서 각각 앞에서 달리고 있는 비난의 상대를 잡기위해 한명이 지쳐 쓰러질 때 까지 계속 뛰는 것이 아닌가.’
베르트는 드디어 의자에서 일어났다, 마치 누워있던 사자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내듯이. 그는 어둠에 익숙해진 눈을 이용해 방문으로 유유히 다가갔고 문을 활짝 열었다. 그가 문을 열자마자 그를 맞이한 것은 오랜 시간을 어둠 속에서 지낸 사람에게는 무엇보다도 고통스러운 밝은 빛, 미래, 그리고 운명.
p.s. 이게 제 1장입니다. 원래 4개로 나누어서 올려야 하지만 귀찮아서 한꺼번에 올립니다...
휴, 이걸 10개 써야지 우수회원으로 등업이 가능하군요 !!
첫댓글 음? 편수가 10개 되면 되는 겁니다. (삐질)
너무 잘쓰신다. 부러워요 ㅠ
왜 sf는... 이름이 전부 외우기 까다로운지에 의문이...
으... sf는 어려워요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