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현장 "어울리는 것 자체가 효과적" 공동수업·참여… 최근 5년여간 학교·유치원서 벽허물기 노력…

[아줌마]

"어울리는 것 자체가 효과적" 공동수업·참여… 최근 5년여간 학교·유치원서 벽허물기 노력…

'장애와 비장애'.

이 편견의 벽을 허물려는 노력이 유치원과 각급 학교에서 시도되고 있다. 최근 5~6년 동안 '통합교육'으로 불리는 이러한 노력이 인천지역에서 시도되면서 신선한 바람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통합교육은 장애아와 일반 아이들이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장애아들에게는 사회 적응력을 높여주고, 자연스러운 또래 집단과의 상호작용을 도모할 수 있다. 일반 아이들에게는 장애학생을 이해하고 함께 어울리는 것 자체가 효과적인 인성교육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 자유유치원생들이 쌓기공간에서 협력놀이를 하고 있다.

지난 13일 지적장애학생들이 공부하는 인천 연수구 인천연일학교(교장·주창섭)를 찾았다. 마침 인천시교육청이 주최한 '나, 너, 우리가 함께 하는 과학놀이 한마당' 행사가 한창이었다. 운동장은 학생들로 북적였다. 이번 한마당 행사는 평소 경험하기 어려우면서도, 쉽고 재미있는 과학원리를 장애학생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은광학교(지체장애)와 성동학교(청각장애), 인혜학교(정신지체) 등 인천지역 공·사립 특수학교에 재학하고 있는 장애아 3천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설치된 25개의 과학부스는 장애·비장애 학생이 함께 어울려 운영하도록 했다.

시 교육청 여윤경 과학교육 담당 장학사는 "올해로 두 번째를 맞은 행사가 장애·비장애 학생들에게 인기가 좋고, 통합교육의 참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내년에는 행사 규모를 확대, 활성화시킬 것"이라고 했다.

같은 날 인천 중구 자유공원에 자리잡은 자유유치원. 만 4세 반인 '빨간 장미반'의 점심시간, 10여 명의 아이들이 있었다. 상철(4)군은 식판에 밥과 반찬을 받아 놓고 있었지만 도무지 밥먹기에는 관심이 없어 보였다.

상철이는 선택활동시간에 가지고 놀았던 자동차 장난감에만 온통 관심이 쏠린 듯했다. 상철이의 자동차는 옆에 앉아서 밥을 먹고 있던 가윤(4)양의 식판에 자주 가서 부딪쳤다. 화를 낼 만도 한 가윤이는 웃으며 상철이에게 숟가락을 손에 쥐어 주었다. 밥을 먹으라는 것이다. 상철이는 여전히 장난감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면서도 그제서야 밥을 떠 입에 넣었다. 상철이는 정서장애를 앓고 있다. 수업시간에는 집중을 할 수 없어 교실을 산만하게 돌아다닌다. 손등으로 턱을 치며 분노를 표출하기도 하고, 짝꿍인 가윤이를 물기도 했단다. 상철이는 작년까지는 집 근처 어린이집을 다녔다. 어린이집 원장 방에서 혼자 장난감을 가지고 놀았던 상철이와 함께 하는 친구는 아무도 없었다.

자유유치원 윤석가 원장은 "상철이는 어린이집을 다녔지만 대부분의 수업시간을 '소외'와 '열외'로 보냈다"며 "상철이는 이제 '나 혼자 놀거야'라고 말할 정도로 사회적 의사소통이 가능해졌고, 언젠가는 장난감을 친구들과 나눌 것"이라고 했다.

▲ 인천시교육청은 지난 13일 인천연일학교에서 장애·비장애 학생들이 함께 과학의 원리를 공부하는 '나, 너, 우리가 함께 하는 과학놀이 한마당' 행사를 열었다. /윤상순기자 youn@kyeongin.com

'하얀 백합반'의 소연(4)양은 뇌변병장애 1급으로 몸을 움직이기조차 힘겹다. 소연이의 같은반 친구들은 신체놀이실에서 달리기를 할 때도 소연이를 꼭 데리고 간다. 달리기놀이에서 소연이의 역할은 '반환점'이 돼 앉아있는 것이다. 박진이 원감은 "일반 유아들은 장애로 몸이 불편한 소연이를 놀이에서 배제시키지 않는다"며 "장애·비장애의 편견을 모르는 자유유치원의 아이들은 나와 다른 사람들에 대한 배려를 자연스럽게 배운다"고 했다.

지난 2002년 개원, 올해로 개원 7년을 맞은 자유유치원은 국내 처음으로 장애유아와 일반유아가 함께 수업하는 완전통합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공립인 이 자유유치원에는 현재 전체 189명의 만 3~5세의 원생 중 20% 가량이 정서장애와 지체부자유의 장애유아들이다. 장애유아들의 수업료는 전액 무료다. 일반 유아들은 현장체험학습의 입장료만을 실비로 납부한다.

지난 2007년 제정된 특수교육법에서는 특수교육대상이 되는 장애의 영역을 시각장애, 청각장애, 정신지체, 지체장애, 정서·행동장애, 의사소통장애, 학습장애, 건강장애, 자폐성장애, 발달지체, 그 밖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특수교육대상자로 명시하고 있다. 인천시교육청은 2007년도에 809억원 가량을 특수교육 예산으로 지출했다. 시 교육청의 작년도 전체 살림살이 규모 1조8천524억원 중 4.4% 가량을 차지하는 셈이다. 인천의 특수교육 예산이 전체 재정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서울 3.4%를 비롯 부산 2.7%, 대구 3.2%, 광주 3.2%, 대전 3.2%, 울산 3.1%, 경기 3.4% 등이다. 3월 현재 유치원을 포함 초·중·고교생 전체 46만8천974명 중 0.8%에 해당하는 3천553명이 특수교육을 받고 있다. 특수교육 대상 학생수는 2005년 대비 70.1% 증가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달 26일 특수교육진흥법을 폐지하고, '장애인등에대한특수교육법'과 시행령을 제정·공포했다. 이 법은 특수교육 대상자의 부모가 장애아이의 취학을 유예하거나 면제할 때 교육감의 심의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장애아는 오는 2010년부터 만5세 이상 유치원 과정부터 고등학교까지 의무교육을 하도록 했다.

시 교육청 이행자 유아·특수교육 담당 장학관은 "특수·통합교육의 궁극적인 목적은 장애를 가진 아이가 사회에서 일반인과 더불어 살아가도록 교육하는 것"이라며 "학생을 포함, 일반인들이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장애를 하나의 개성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성숙된 의식이 필요하다"고 했다.

■ 장애아를 둔 부모가 알아야 할 자녀 교육 지침

- 자녀 스스로 해야 할 일과 도와주어야 할 일을 구별하도록 교육한다.

- 자녀가 관심을 보이는 활동이나 요구에 적극적인 반응을 보인다.

- 자녀의 발달을 장기적으로 지켜본다.

- 자녀를 다른 아동(일반아동, 또래의 장애아동)과 비교하지 않는다.

- 이웃에게 자녀의 문제를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필요시 도움을 청한다.

- 지역사회에 있는 시설을 적절히 이용할 수 있게 지도한다.

- 자녀가 할 수 있는 지역사회 교육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시킨다.

- 장애인을 위한 일에 적극 참여한다.

- 출 처 - 경인일보 <2008-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