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씨네 심청은 나
조봉 초등학교
4-2 나 나
나는 직장에 다니시지만 엄마보다 덜 바쁘신 아빠와, 너무나 바쁘셔서 얼굴 보기 힘든 엄마와 산다. 나씨네 장남의 하나밖에 없는 딸이다. 아빠 혼자 대부분 집안일을 하시므로 나는 아기였을 때부터 그때마다 도와드렸다. 아니, 놀았다. 빨래통에 빨래 넣기, 설거지통까지 그릇 나르기, 청소할 때 물건 먼저 치우기, 밥 차리실 때 수저 젓가락 놓기 등이 어릴 때부터 해온 집안 일이다. 지금도 아빠는 집안일로 바쁘시다. 특히 빨래를 많이 하신다. 수건과 옷 등을 따로 빨아야 하기 때문에 날마다 빨래를 하는 것 같다. 아빠가 빨래를 돌리고 세탁기가 다 빨았으면 아빠와 내가 널고 다 마르면 함께 갠다. 친구들이 알면 집안일 하는 게 뭐가 좋냐고 말하겠지만 나는 기분이 좋아진다.
10월 3일 오늘도 빨래를 한다. 개천절이라 친구들은 영화를 보러 가거나 곡성에서 레일 기차를 타거나 함평에 나비 보러 가는 친구도 있지만 대부분은 음식을 먹기 위해 담양이나 화순으로 드라이브를 간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빨래를 한다. 쉬는 날 집안일을 내가 돕지 않으면 아빠가 혼자서 다 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나는 아빠를 도와 빨래를 널고 개고 옷장에 가져다 넣는 일을 도우면서 누군가와 같이 협동해서 하면 힘든 일도 쉬워지고, 지루한 반복도 재미있어진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안 도와주면 아무리 착한 아빠도 힘들어하실 거다. 아빠의 푸념처럼 ‘해도 해도 티도 안 나는 집안일’이기 때문이다. 만약 무서운 아빠를 돕는 일이라면 명령이라 숨이 막힐 거고, 깍쟁이 친구가 자기는 하지 않으면서 내게 다 하라는 부탁이라면 기분이 몹시 나빠 화가 날 것이다. 이 일은 아빠를 돕고 엄마를 집에서 조금이라도 더 쉬게 하는 일이라 즐겁다.
덕분에 나는 빨래박사가 되어가고 있다. 빨래는 탈탈 털어서 널어야 하고, 양말은 짝을 맞춰 널어야 갤 때 편하고, 속옷이나 겉옷은 뒤집어 널어야 속에 붙어있는 먼지도 털고 햇볕에 소독도 된다. 이 노하우는 아빠께서 시범으로 직접 보여주셔서 안다. 그대로 따라서 다하고 나면 잘했다고 아빠가 안아주면 마음이 뿌듯하고 매일 집안일을 하고 싶다. 아빠 품이 너무나 따뜻하고 정말 좋아하시기 때문이다.
바쁜 엄마와는 집안일을 함께 하기보다는 내가 무언가를 해드린 적이 많다. 한번은 밥을 차려준 적이 있다. 엄마와 통화를 하는데 엄마께서 힘이 빠진 목소리였고 그때는 아빠도 없으셔서 나는 집에서 뒹굴거리다 벌떡 일어나 냉장고에 있는 반찬을 꺼내고 햇반을 전자렌지에 데워 밥을 준비했다. 엄마께서는 내 예상대로 일을 하고 오셔서 씻지도 못하시고 침대에 풀썩 누우셨고 나는 내가 차린 밥상을 거실로 들고나와 엄마께서 좋아하시는 텔레비전 프로를 틀었다. 파김치처럼 누워계시던 엄마께서는 갑자기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엄청 좋아하셨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최고로 행복한 저녁 식사를 했다.
난 그 후부터 엄마께서 모임 갈 때 빼고 엄마와 항상 같이 밥을 먹었다. 왜냐하면 혼자 먹으면 밥이 맛이 없고 엄마의 행복한 미소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엄마와 함께하는 식사는 언제나 맛있다. 내가 어리광을 부리거나 바쁜 엄마께 이것 해달라 저거 해달라 떼쓰지 않고, 엄마의 기분을 살피고 미리 준비하는 모습은 아빠가 내게 해주신 그대로를 잘 배워 두었다가 엄마께 해드리는 것이다. 그것도 모르는 엄마께서는 아빠께 종종 이렇게 말씀하신다.
“우리 ‘나’가 당신을 닮아 정말 배려가 많아요. 이런 심청이는 아마 없을 거 예요, 그죠, 여보?”
나는 이 말을 들을 때마다 오글오글거리지만 아빠께 배운 것을 엄마께 해드릴 수 있어서 뿌듯하다. 아빠께 더 많은 집안일을 배워서 아빠도 돕고, 엄마께는 엄마가 자주 보시는 프로그램에 나오는 ‘금쪽이’들과 다른 성장한 모습을 보여드릴 것이다. 내가 잘하게 된 비결은 비밀로 하고 싶다. 엄마께서 모르셔야 더 큰 기쁨을 느끼실 것 같기 때문이다. 나는 환하게 웃으시는 엄마를 보면 행복하니까.
3학년 때 나는 부모님이 집에 없으셨을 때 할머니께서 편찮으셔서 할머니를 모시고 병원에 가서 접수도 하고 진료도 받았다. 처음 해보는 일이라 긴장했지만 마치 내가 할머니의 보호자가 된 듯해서 우쭐하기도 했다. 집에 왔는데 아프신 할머니께서 설거지를 못 하셔서 할머니 대신 뽀득뽀득 재미있는 설거지를 했다. 뽀득뽀득 소리는 그릇이 깨끗해지는 소리이다. 그 소리를 들으면 그릇이 말을 거는 것 같아 설거지는 해도 해도 재미있다. 할머니께서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하나밖에 없는 손녀가 설거지를 다 한다고 말리셨지만 나는 이미 선수다. 나는 마지막 뽀드득 소리를 듣고 접시는 접시대로, 대접은 대접대로, 컵은 컵걸이에, 수저와 젓가락을 서로 다른 방향으로 모아 넣었다. 이렇게 해놓으면 할머니께서 헷갈리지 않고 잘 찾으실 거다. 아 참! 집으로 걸어갈 때 신호가 걸렸는데 할머니께서 고맙다며 칭찬을 해주셨다. 그때 할머니가 꽉 잡은 손과 미소는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아직은 내가 어리지만 나중에 어른이 돼서 할머니, 엄마, 아빠의 소원처럼 키도 크고 효도도 지금보다 100배 많이 할 것이다. 지금은 비록 어리지만 부모님이 늙더라도 아빠와 장난치며 빨래도 하고. 엄마와 행복하게 밥도 먹고. 할머니가 편찮으시면 걱정하며 병원에 가야겠다. 같이 보내고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 되도록 난 언제나 노력하고 준비할 것이다. 우리는 누구보다 사랑하는 가족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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