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흑백 TV로 보던 권투 장면들이 떠오른다.
지금이야 스포츠 하면 축구나 야구가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있지만,
1970년대에 어린 시절을 보낸 나에게는
단연 권투와 레슬링이 인기 종목이었을 뿐 아니라 스포츠 스타들도
4전 5기로 유명한 홍수환뿐 아니라 파마 머리 장정구, 김태수 등의 권투 선수와 김일 아저씨였다.
이젠 시대가 변해 몸의로 싸우는 스포츠들은 사양길로 접어들었다.
서울 변두리에서 사회에 나가 큰소리 내지 못하며 살아가는 소시민들로 겨우 명맥만 이어가는 '이기동 체육관'처럼...
연극은 재미있었다.
극본도 탄탄하고, 배우들의 진심어린 연기도 빛났다.
진짜 권투 선수가 아니었을까 생각하게 만드는 연희역의 여배우의 몸놀림과
체육관 식구들의 현란한 줄넘기를 보면 공연을 위해 오랫동안 준비하고 노력한 결과가 보이는 듯했다.
나의 어린 시절의 추억과 체육관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에피소드들이 오버랩되면서
함께 웃고 눈물도 흘리며 감동적으로 보았다.
다만, 연출에 의한 것인지 혹은 현장에서 있는 사소한 실수인지는 모르겠지만
극의 흐름이 중간중간 살짝 끊기는 듯한 장면들이 많았는데, 그것으로 인해 극의 전개가 다소 느슨해지는 부분이 있어
스토리에 몰입하는데 방해 요인이 되는 것 같아 아쉬웠다.
그래도 배우들의 땀과 혼이 향수를 자극하는 권투 장면에 녹아들면서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묻는 진정성 있는 연극 한 편을 본 것이 1월의 추위를 녹여주는 듯해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