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9월 5일 전북지방회 월례회 설교 – 황의찬 목사
《 무에서 유의 창조 》
(creatio ex nihilo / creation from nothingness)
창 1:1~5
<opening>
반갑습니다. 저희 온고을 교회를 방문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여러 목사님, 사모님 앞에서 설교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오늘 설교 본문으로 창세기 1장 1절로 5절을 선택했습니다.
이 본문으로 “무에서 유의 창조”를 주제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함께 은혜 누릴 수 있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이런 말 들어보셨지요? “큰 교회 목사는 00을 잘 쪼개고, 작은교회 목사는 00을 잘 쪼갠다!”
이 땡땡에 들어갈 단어가 무엇인지 아시지요?
“큰 교회 목사는 시간을 잘 쪼개고, 작은 교회 목사는 말씀을 잘 쪼갠다!”
온고을 교회 창립 예배를 2008년 6월에 했으니 올해로 15주년을 넘겼습니다.
지난 15년 동안 저는 시간을 쪼개는 일보다는 말씀을 쪼개는 일에 더 치중할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 저는 태생적으로 성경 말씀을 파고드는 달란트를 가진 것 같습니다.
신대원 시절이나 박사원 시절에 함께 공부하는 목사님들로부터 들은 말은,
“황의찬 목사는 독특하다. 우리가 생각하지 않는 것을 생각한다. 어찌 그런 생각을 하느냐?”
제가 생각해도 저는 다른 분들은 생각하지 않는 것을 많이 생각하고 묵상합니다.
오늘 본문 말씀도 그렇습니다.
창세기는 하나님의 천지 창조 이야기입니다.
지금 제가 만일 여러분들에게 “첫째날 하나님이 무엇을 창조하셨습니까?”라고 질문하면요?
목사님, 사모님들께서는 대부분 “첫째날에는 빛을 창조하셨습니다!”라고 대답하실 겁니다.
그렇게 하고 넘어가면 좋을 것을 저는 남들이 생각 안하는 부분에 집중합니다.
창 1:2에 보면, 땅, 혼돈, 공허, 흑암, 깊음, 수면, 6가지가 이미 있다고 나옵니다.
그러면 땅, 혼돈, 공허, 흑암, 깊음, 수면… 이것들은 누가 창조했습니까?
제가 이렇게 질문할 때면, 스스로도 ‘혹시 내가 발명왕 에디슨은 아닐까?’ 착각도 합니다.
☞ 목사님들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땅, 혼돈, 공허, 흑암, 깊음, 수면은 누가 창조했습니?
<간단 간증>
저는 수원중앙침례교회 출신입니다.
그곳에서 집사일 때 김장환 목사님 설교 녹취 편집 사역을 했습니다.
2년 남짓 했습니다. 그 문서사역을 하다가, 나도 신학하고 싶다. “하나님 어떻게 할까요?”
“할테면 해 봐!” 응답 받고 우리 나이 쉰에 침신대 신대원 야간 2004학번으로 입학했습니다.
2006년 12월에 한국도로공사에 사표 던지고 이곳에서 개척을 시작했습니다.
달랑 신대원 3년 공부로 목회하기는 버거웠습니다. 더 공부해야 했습니다.
2010학번으로 침신대 목회대학원 박사원에 등록했습니다.
3년동안 매주 월요일 전주에서 대전으로 신나게 달렸습니다. 그때 참 행복했습니다.
3년 코스웤을 마치고 너무 좋아서 1년을 더 청강했습니다.
수료로 마칠까 하다가 2017년 2월에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성서적 기름부음의 신학적 재고와 현대 목회적 적용”
<책쓰는 목사가 되다>
이 논문을 책으로 내고싶다는 생각이 불쑥 들었습니다. 여러 출판사 문을 두드렸습니다.
기독교문서선교회(CLC)에서 ① 하나님의 기름부음이라는 제목으로 출간했습니다.
생애 처음으로 책을 펴냈는데, 가슴이 벅찼습니다. 가슴만 벅찬 것이 아니었습니다.
책을 한 권 내고보니, 제 안에서 책으로 나오고싶은 컨텐츠들이 일제히 꿈틀거렸습니다.
‘어, 이것도 책으로 내야겠는데? 어, 저것도 책으로 내야겠는데?’
하나님께 기도했습니다. ‘하나님, 제가 책 쓰는 목사가 되어야겠습니까?’
그리고 2017년 그 해에 ② 침묵하지 않는 하나님을 출간했습니다.
책을 쓰는 목사가 되려면 독자 앞에 솔직하고 정직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책을 쓰는 황의찬 목사가 누구인지 한 권의 책으로 밝혀야 했습니다.
결혼하여 두 자녀를 두었는 모두 청각장애인이었습니다. 두 남매를 키운 이야기,
그리고 2011년에 둘째 아들이 먼저 하늘나라로 가서 장례를 치른 이야기,
솔직하게 드러냈습니다.
농아교회 목사님 이야기로는 한국에서 농아 자녀를 키운 부모가 쓴 책으로는 처음이랍니다.
그 해 2017년에 세 번째 책 ③ 붕어빵을 출간했습니다.
신정론을 다룬 책입니다.
하나님은 전능하시고, 선하신 분인데, 하나님이 창조한 이 세상에는 악과 고통이 있습니다.
이것을 트릴레마라고 합니다. 하나님의 전능, 하나님의 선, 피조세상의 악과 고통,
이 세 가지를 조화시켜서 설명해 내는 분야를 신정론이라고 합니다.
중세 비 기독교인 철학자들이 교회에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하나님이 전능하시다면, 하나님은 자기도 들지 못하는 바위를 만들 수 있느냐?”
기독교 진영은 이 질문에 아직까지도 속시원한 대답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제가 감히 답변을 시도했습니다. 겁도 없지요? 그래서 나온 책이 ③ 붕어빵입니다.
③ 붕어빵을 출간하고 ‘크리스천 투데이’와 인터뷰를 했습니다. 그때 제가 말하기를,
“앞으로 제가 쓰는 모든 책은 어쩌면 붕어빵의 각주가 될 것입니다.”
이런 차원에서 ③ 붕어빵 속에 저의 신학이 응축되어 들어가 있습니다.
저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네 번째 책은 이듬해인 2018년에 출간한 ④ 밧세바의 미투입니다.
2018년에 미투 열풍이 전 세계를 휩쓸었습니다. 그때 한국의 서지원 검사가 가세했습니다.
책쓰는 목사로서 여기에 한마디 하고 싶었습니다. 질문하고 싶었습니다.
“밧세바가 현대를 살았다면 다윗의 성폭행을 미투 했을까?”
“밧세바가 다윗의 왕비가 아니라, 우리야의 아내로 살았으면 어땠을까?”
2018년에는 이 한 권을 출간했습니다.
이듬해 2019년! 저의 다섯 번째 책이 나왔습니다. ⑤ 아담은 빅뱅을 알고 있었다
이 책은 제목 때문에 오해를 많이 받는 책입니다. 책은 읽지도 않고 제목만 보고,
저자가 마치 빅뱅을 지지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진화론에 찬성한다고 여깁니다.
책을 읽어보시면 알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근본주의’ 그 이상입니다.
아담과 하와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창세기 전편을 배경으로, 대하드라마가 펼쳐집니다.
창세기가 신화가 아니라는 것을 문학형식을 통하여 드러내고자 했습니다.
아직은 독자들이 저의 뜻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움이 큰 책입니다.
2019년 벽두에 이 책을 냈는데, 그해 저의 신변에 많은 일들이 일어났습니다.
제주도로 시집을 가서 두 아이를 낳고 사는 딸이 보따리를 싸서 되돌아왔습니다.
2014년에 농인끼리 결혼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농인 사위를 보았는데, 5년 만에 이혼!!!
그해 2019년 여름에 여름 감기를 다섯 번이나 걸리면서 병원문턱이 닳도록 드나들었습니다.
심신이 피폐해져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겨우 목회만 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손에 잡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이 무렵 제 눈에 띤 것이 삼성창업가 이병철씨가 작고하기 전에 남긴 질문이었습니다.
호암 이병철이 하나님에 대해 질문을 남겼다는 것은 참 흥미로운 일입니다.
24가지 질문을 기독교계에 던지고, 대답을 듣지 못하고 한 달만에 사망했습니다.
‘아,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해 보자!’ 그거라면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딸 아이 이혼하고, 두 손주를 품에 안았습니다. 그리고 2020년에 집필을 시작했습니다.
24가지 질문 중 17번째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중에 제 몸에 이상이 왔습니다.
2020년 9월, 전립선암 4기 진단을 받았습니다.
호암 이병철이 폐암으로 사망했는데, 책을 쓰는 저도 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투병 중에 탈고하여, 2021년 5월에 책을 냈습니다.
⑥ 삼성창업가 이병철의 하나님
제가 쓴 책 중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입니다. 지금도 꾸준히 팔려나가고 있습니다.
이 책이 나왔을 때, 통합측 목사님 한 분이 책을 50권을 주문했습니다.
알고보니, 이 책으로 새 신자 교육용 교재로 쓰겠다는 겁니다.
그리고, 24가지 주제로서 24주간 설교를 하겠다는 것입니다.
‘이 책이 이렇게도 쓰여지겠구나’ 출판사와 협의하여 대량 구매 시 할인해주었습니다.
제가 책쓰는 목사가 된 것을 눈여겨 본 분이 계셨습니다.
제가 영생고등학교를 졸업했는데, 학교 때 교목으로 계셨던 정 모 목사님이십니다.
저에게 은사님이시지요, 한신대를 졸업하고 기장 목사님으로 계시다가 은퇴하셨습니다.
그 목사님이 저를 찾아오셨습니다. 제 손을 꼭 잡으시면서, “황 목사가 써야 할 책이 있어!”
전주 영생고등학교, 비전대학교, 전주대학교, 전주사대부고, 4개 학교의 설립자 강홍모 목사!
그분에 대한 책을 쓰라고 하셨습니다.
강홍모 목사님은 제가 고등학교 때 월요일 채플 설교를 하셔서 설교를 많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작년 3월에 너 알아? 전주대학교 – 설립자 강홍모 행전이 출판되었습니다.
일곱 번째 책입니다. 이어서 전주영생고 졸업자들의 설립자 회고문집을 편집 출간했습니다.
모두 합해서 여덟 권을 펴냈습니다.
저쪽에 각각 10권씩 80권을 쌓아두었습니다.
저희 온고을교회를 찾아주신 귀하신 목사님, 사모님들께 드리고싶습니다.
읽고싶은 책을 골라서 마음껏 가져가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저자가 드리는 선물입니다.
이렇게 책을 펴낼 수 있었던 조건을 생각해 봤습니다.
제가 만일 시간을 쪼개기 바쁜 목사였다면 불가능한 이야깁니다.
하나님은 저를 시간보다는 말씀을 쪼개는 목사로 쓰셨습니다.
오늘 설교를 마무리해야겠지요? “무로부터의 창조, 크레아티오 엑스 니힐로”
<크레아티오 엑스 니힐로>
우리가 흔히 창조 첫째날에 ‘빛’을 창조했다고 알고 그렇게 말합니다.
그러나 창세기 1장 2절에 보면, 여섯가지가 이미 있었습니다.
땅, 혼돈, 공허, 흑암, 깊음, 수면(물)입니다.
이 여섯가지는 하나님의 창조에 속하지 않는 것일까요?
“땅이 혼돈하고… 하나님의 영은 수면 위에 운행하시니라” 땅과 물은 대표적 ‘물질’입니다.
공허, 흑암, 깊음… 이는 공간입니다.
하나님이 빛을 창조하시기 전에 ‘물질’과 ‘공간’이 이미 있었습니다.
여기에 또 한 가지가 더 있습니다. 흐르는 시간입니다.
‘물질’ ‘공간’ ‘시간’ 이 세 가지는 하나님의 천지 창조 때에 이미 있었을까요?
만일 그렇다면 하나님의 천지창조는 ‘무에서 유’의 창조가 아니라 ‘유에서 유’의 창조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꼭 거론하고싶은 인물이 있습니다. 주후 5세기 어거스틴입니다.
어거스틴은 마니교에서 기독교로 개종했습니다.
그러자 마니교 측에서 어거스틴에게 두 가지를 질문했습니다.
첫째, 왜 하나님은 태초라는 시점에 갑자기 생각난 듯이 천지를 창조했느냐?
둘째, 왜 하나님은 무한한 공간 중에 하필 이 자리에 지구와 태양을 창조했느냐?
첫 번째 질문은 시간에 대한 질문이고 두 번째 질문은 공간에 대한 질문입니다.
아쉽게 물질에 대한 질문이 빠져있습니다.
어거스틴은 시간과 공간에 대한 질문을 받고 매우 뛰어난 대답을 합니다.
어거스틴의 대답이 지금까지 기독교의 정통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어거스틴은 대답하기를,
“시간은 하나님의 피조물이다. 공간도 하나님의 피조물이다”라고 대답했습니다.
마니교의 질문과 어거스틴의 대답을 해설하려면 일주일은 걸립니다.
여기에 ‘물질’의 문제가 있습니다.
창조 첫날 하나님이 빛을 창조하셨을 때, 그 빛은 공간과 물질에 비춰졌습니다.
빛이 비춘다는 말은 또한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태양 빛이 지구에 도달하는데 8분이 걸립니다.
우리는 지금 8분 전에 태양에서 출발한 빛을 보고 있는 중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기독교 진영 뿐 아니라 세계의 모든 종교와 철학에서
시간, 공간, 물질은 이미 있는 것으로 단정합니다.
유에서 유의 창조 범위를 못 벗어났습니다.
철학과 사상과 종교 모두 ‘무에서 유의 창조’를 말하지 않습니다. ‘유에서 유의 창조’입니다.
<첫번째 무에서 유의 창조 문서>
인류 역사에서 첫 번째 ‘무에서 유의 창조’문서가 뭔지 아십니까?
놀랍게도 서기 325년 니케아 종교회의에서 발표한 니케아 신경입니다.
삼위일체 하나님 선포가 바로 ‘무에서 유의 창조 선언 최초의 문서’입니다.
삼위일체 논쟁에서 “예수님이 성부 하나님으로부터 나신 분이다.”
이 문구를 ‘유에서 유’로 해석하느냐, ‘무에서 유’로 해석하느냐가 삼위일체 논란입니다.
니케아 신경은 예수님을 ‘유에서 유’가 아닌 ‘무에서 유’로 계신다는 선언입니다.
짧은 시간에 다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바로 이 주제, 유에서 유의 창조냐, 무에서 유의 창조냐?
이것이 요즘 제가 붙들고 있는 주제입니다.
아마 이 주제로 저의 아홉 번째 책이 나올 것입니다.
작년부터 집필을 시작했습니다. 이번 집필은 ‘뱁티스트’지에 연재되고 있습니다.
2022년 1~2월호부터 싣기 시작하여 지금까지 10번 연재되었습니다.
그래서 뱁티스트를 저기에 제 책과 함께 쌓아놨습니다.
마무리하면서 중요한 결론 하나를 말씀드리자면,
하나님의 창조 엿새 중에서 첫째날 창조하신 것은 빛 뿐만이 아닙니다.
땅, 혼돈, 공허, 흑암, 깊음, 수면, 여기에 시간까지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이 창조하신 첫째 날의 피조물이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해석할 때 진정한 ‘무에서 유’의 창조가 됩니다.
하나님의 창조는 당연히 무에서 유의 창조입니다.
이렇게 해석할 때 하나님께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습니다.
아직까지도 많은 신학자들이 창 1:2을 첫째 날의 사역에 포함하고 있지 않습니다.
부족하지만, 제가 열심히 말씀으로 쪼개어보고 있는 중입니다.
이것을 증명하는 것을 현재 저의 최대 과제로 삼고 집필 중입니다.
격려해 주시고, 기도해 주시면 진심으로 감사하겠습니다.
할렐루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