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국립국어원에 들어가서 '잘생기다', 못생기다'를 검색하니 아랫처럼 떴다.
잘-생기다 〔-생기어[--어/--여](-생겨), -생기니〕
「동사」
「1」사람의 얼굴이나 풍채가 훤하여 보기에 썩 좋게 생기다.
「2」물건의 모양이 미끈하여 보기에 좋게 생기다.
못-생기다[몯ː쌩--] 〔-생기어[--어/--여](-생겨), -생기니〕
「동사」
생김새가 보통에 미치지 못하다.
2.
'생기다' , '잘생기다', '못생기다'는 있지만 '안생기다'는 없다.
3.
'잘생기다', '못생기다'는 2017. 12. 3.까지는 형용사였고,
이들은 2017년 12월 4일부터는 '표준국어대사전'에 표제어로 개정하여 등록되었다.
앞으로는 '형용사'가 아닌 '동사'이다.
그런데 나는 자꾸만 의문이 생긴다.
동사에는 자동사, 타동사가 있는데 위 동사들은 무슨 동사일까?
자동사는 스스로 움직이는 것이고, 타동사는 남의 힘에 의해서 움직이는 것이다.
예컨대
'세월이 흐른다'는 자동사이다. 사람이 세월을 흘러가게 하기에는 거의 불가능하다.
'밥을 먹다'는 타동사이다. 사람이나 동물이 밥을 먹거나 또는 다른 사람'동물이 먹게끔 한다.
자동사, 타동사는 모두 어떤 동작을 취한다.
그런데
윗에서 '잘생기다'는 어떻게 움직이는 것일까?/ 자동사, 타동사로...
'보기에 썩 좋게 생기다'는 어떻게 움직이는 것일까?'/ 자동사, 타동사로...
또 명령, 지시, 청유인 경우이다.
형용사가 아닌 동사로 문장을 만들어 보자.
'저 아이를 잘 키워서 썩 잘생기어라!' /명령, 지시 ?
'저 아이를 잘 키워서 썩 잘생기자!' /청유 ?
'저 아이를 지금 잘 키우니 썩 잘생기고 있다.' /현재진행형 ?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이여?
'이 사람은 몰골이 꾀죄죄하고 인품 성품도 개떡같어. 그러니 자네가 재주껏 이 사람을 잘생기여'
위와 같은 문장이 성립할까?
정말로 이상하다.
'잘생기다'는 형용사일 때에는수많은 문장을 만들 수 있지만
동사(자동사, 타동사)일 때에는 과거형, 과거진행형, 현재형, 현지진행형, 미래형, 미래진행형 등으로 문장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나? 난감하다.
예다.
'그 청년은 잘생겼어'라고 말할 때 '형용사'는 뜻이 유사한 여러 개의 영어 용어가 있지만
'동사'는 어떤 영어 용어가 있을까?
4.동사, 부사, 형용사에는 긍정과 부정의 용어가 있다.
예컨대 '하다'의 반대말은 '안하다', '못하다'이다. 동작으로 가능하다.
'되다'는 '안되다','못되다'가 있다. 이때 '못되다'는 다른 뜻으로 변한다. 성질 상태 등이 나쁘다는 뜻이지 '안되다'의 동작이 아니다.
따라서 '생기다'의 부정은 '안 생기다'이다. 어떤 것이 생기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런데 '잘 + 생기다'는 '생기는 것이 잘 된다' 뜻이 아니고 전혀 새로운 뜻으로 바뀐다.
따라서 '못 + 생기다'도 '생기는 것이 잘 안 된다' 뜻이 아니고 전혀 새로운 뜻으로 바뀐다.
'잘생기다'는 인품 성격 품위 등이 긍정으로 표현하는 것이고
'못생기다'는 인품 성격 품위 등이 부정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생기다(begin)'를 긍정, 부정으로 수식하는 것이 아니다.
5.
'... 당시 국립국어원은 "형용사의 어간에 '-었-'이 결합하면 과거의 의미가 드러나는데, 이 단어들은 '현재 상태'를 드러내기 때문에 품사를 동사로 수정한다"고 설명했다. 즉 '잘생겼다'가 과거가 아닌 현재를 의미하므로 동사라는 것이다....'
인터넷에서 퍼 왔다.
위에서 '... 잘생겼다'가 과거가 아닌 현재를 의미하므로 동사라는 것이다...' 를 의미해 보자.
'잘생겼다'는 것이 현재를 의미한다고?
이런 문장을 가정해 보자.
아흔 살 먹은 극노인네가 내 조부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자네 조부는 인물 훤하고, 글 잘하고, 사람됨됨이 아주 훌륭했지. 사람이 아주 잘생겼다'라고 말씀을 때 '잘생겼다'가 형용사라면 이해되지만 이게 동사라면 사뭇 어색하다.
내 조부는 60여 년 전에 돌아가신 과거의 사람이다.
나는 어떻게 내 조부가 '잘생겼다'를 과거형태로 말하지?
'잘생겼다'가 현재를 의미한다는데 이를 현재가 아닌 과거형태는 어떻게 표현하지?
'잘생겼다'를 과거형태로는 '잘생겼겼다'고 '겼'을 거듭 쓰냐? 위처럼 -ㅆ-를 써서?
반대로 생각해 보자.
내 손자는 이제 24개월짜리다. 인물이 제 아비를 닮아서 성깔이 무던해서 늘 웃는다.
사람들이 '손자 잘생겼다'라고 말한다. 이럴 경우에 '잘생겼다'는 의미가 무엇일까?
나는 내 손자를 보고는 '앞으로도 잘생기고 있을 거여'하고 미래진행형으로 말하나?
손자가 풍채 좋고, 인물 훤하게끔, 골격 등이 썩 좋게 동작하라고 내가 지시하는 거여? 시방?
형용사는 지금 보이는 상태, 모양을 나타내므로 연속성이 있따.
동사는 진행형을 쓰나 형용사는 쓸 수가 없다.
형용사는 변화를 전제로 한 명령, 청유를 할 수 없다.
그렇다면 '잘생기다'가 형용사가 아닌 동사로 어떻게 진행형, 명령형, 청유형으로 문장을 만드는지 예시해 보라.
6.
내 시골 텃밭에는 나무들이 많다.
이따금 전정가위, 톱으로 잔 가지를 잘라주면 나무 모양새가 그럴 듯하다.
다듬은 나무를 보고는 '잘 생겼다' 라고 말한다. 이런 때에는 형용사이다.
다듬은 나무가 성장하는 동작을 보고는 '잘생겼다'라고 말하는가?
동사형으로? 시력이 초능력으로 좋은가 보다.
207. 12.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