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국토연구원이 발표한 2018년 월별 초미세먼지 국토공간 분포 현황에 따르면 11월부터 3월까지 미세먼지 농도가 짙게 나타난다. 봄철과 겨울철에는 편서풍을 타고 들어오는 중국의 오염물질을 비롯해 대기 정체로 미세먼지가 해소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국내 미세먼지 배출량 자체를 감축하려는 대책들이 마련되고 있다. 하지만 배출량 감축은 단기간에 이루기가 어려워 효과가 쉽게 나타나지 않는다. 직접 생활 속에서 체감할 수 있는 미세먼지 대책은 없을까.
최근 산림청이 주목하고 있는 미세먼지 해법은 바로 ‘바람길’ 이다. 바람길이란 도시 외곽 산림에서 부는 바람을 도심 속 숲으로 끌어들이는 바람 통로를 말한다. 이는 대기 순환을 촉진하고 미세먼지를 조기에 분산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바람이 통과하는 지역을 표시한 슈투트가르트 지도 © 슈투트가르트 시 사례연구 보고서
실제 독일 남부의 대표적인 산업 도시인 슈투트가르트 시에서도 바람길을 조성해 대기 오염을 크게 개선한 사례가 있다. 이 도시는 높은 협곡에 위치한 분지 지형에 위치하며, 평균 풍속마저 2m/s 로 낮아 오염 물질이 대기 중에 쉽게 쌓이는 환경을 지녔다.
슈투트가르트 도시 기후학 및 환경 보호국이 발행한 ‘슈투트가르트 녹색 환기 통로를 통해 열섬 효과와 열악한 대기 오염 방지(2014)’ 사례연구를 통해 구체적인 바람길 조성 방안을 살펴볼 수 있다.
사례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바람길을 조성하는 기본 지침에는 숲이 대상지를 둘러싸는 형태로 배치되고, 도시 중심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내부에도 큰 녹지를 만들도록 하고 있다. 또한 바람을 전달하는 통로 역할을 하는 계곡과 산비탈, 안장 모양의 지형은 개발을 금지하고, 높이 1m, 몸통 길이 80cm 이상의 나무들은 보호하도록 하고 있다.
바람길이 통하기 위한 기본 조건인 ‘녹지 연결’을 위해 5000헥타르가량의 숲을 조성하고, 공원에는 10만 그루의 가로수와 30만m2 의 옥상 녹화를 시행했고, 그 결과 슈투트가르트 지역의 60%를 녹지로 바꿨다.
또한 바람이 지나가는 길목의 건축물의 층수 및 건물 간격을 제한하고, 신규 건축을 막는 구체적인 규제를 시행함으로써 현재 슈투트가르트 대기질 지수(Air Quality Index)는 연간 평균 35로 보통의 공기질을 유지하고 있다.
연결된 녹지를 통해 공기 순환이 촉진돼 미세먼지를 줄이는 효과도 있지만, 연결되지 않은 녹지 자체만으로도 대기 오염을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은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식물벽에 따라 오염 농도의 개략적인 그래프 © ‘Using green infrastructure to improve urban air quality’ 논문
한편 올해 2월, 국제학술지 엠바이오(Ambio)에 실린 논문 ‘녹지 인프라를 통한 도시 대기질 개선’의 주 저자 닉 휴아트 박사는 도심 내 오염 물질을 흡수할 수 있는 효과적인 녹색 인프라(Green Infrastructure/GI)의 모델을 제시한 바 있다.
휴아트 박사는 녹지의 높이, 간격, 배치에 따라 그 효과가 다르다고 설명하며 이에 따라 오염 물질의 농도가 어떻게 변하는지 계산했다.
그 결과, 식물로 둘러싸인 벤치와 같은 공간 구조 또는 양옆이 식물벽으로 막힌 통행로와 같은 구조가 가장 효과적이었다. 도로를 예로 들면, 보행자와 자동차 사이에 식물 장벽을 세우는 것이 오염 물질을 희석, 분산시키는 데 가장 효과적이었다.
물론 미세먼지를 해결하는 가장 근본적인 대책은 1차적으로 오염 물질 배출을 줄이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생하는 오염 물질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녹지를 조성하고 연결해 바람길을 만들어 줌으로써 일부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오염 배출원과 사람 사이의 물리적 거리를 연장하고 오염의 농도를 최대한 희석시키는 것이 대기질 개선의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