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이제 막 중학생이 되어 어색한 교복을 입고 학교에 가는 날, 우리 앞에는 어떤 세계가 펼쳐질까? 『중1의 세계』는 네 명의 작가가 중학교 신입생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앤솔로지 작품집이다. 이른 등교에 적응 못하는 늦잠꾸러기 오동찬은 버스 정류장으로 뛰는 아침마다 같은 학교 1학년 여학생을 마주치는데, 이 여학생은 대체 왜 이렇게 느긋한 거지?(고이 「새끼의 탄생」), 중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친구들에게 미련곰탱이라고 놀림받는 김민기는 보건실 청소 담당이 되면서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다. 민기는 중학교 3년을 무사히 보낼 수 있을까?(김성운 「마법 보건실 청소 담당 김민기 외 2인」), 남자 친구를 사귀고 싶어서 고백에 나선 단짝 친구를 따라나선 길, 내 친구 시유가 갑자기 벚꽃 가지를 꺾은 이유는? 국어 시간에 배우는 조선 시대 시조가 중학교 1학년의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이야기.(안미란 「딸기 오빠의 본심」), 중학교 1학년에게 학교 운동장은 위험한 곳이니 조심해야 한다! 그러나 숨죽이며 지내려는 삼총사에게 닥친 뜻밖의 위기와 알 수 없는 미래.(은영 「어느 날 우리는」)
목차
새끼의 탄생-고이
마법 보건실 청소 담당 김민기 외 2인-김성운
딸기 오빠의 본심-안미란
어느 날 우리는-은영
책 속으로
나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핸드폰을 열었다. 핸드폰 화면 가득 알람만 열두어 개. 5분 간격으로 다시 울림까지 세팅 완료했건만 하나도 듣지 못했다. 맙소사.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다. 7시 40분. 지각, 지각이로소이다!
--- 「새끼의 탄생」 중에서
“그런데 나한테 친구가 많다는 거, 진짜야?” “응, 진짜야.” “혹시 나 살 빠졌어?” 윤보라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지금이랑 비슷해.” 김민기가 또 한 번 침울해했다. “그럼 말을 잘해?” “딱히?” “그런데 어떻게 인기가 있어?” “으이구!” 윤보라가 김민기의 어깨를 콩콩 두드렸다. “네가 좋은 사람이니까 그렇지. 좋은 사람인 거랑 외모, 말재주 그딴 건 아무런 상관없어. 애들은 네가 친절하고 다정해서 좋다고 하더라.0
”--- 「마법 보건실 청소 담당 김민기 외 2인」 중에서
“저기, 휘준아. 아니, 오빠야. 시유랑 사귈 마음이 언제부터 든 거야? 왜?” 휘준이는 짧게 대답했다. “진심을 무시하는 게 예의는 아닌 것 같아서.” 진심? 시유가 늘 진심이었던 것은 맞다. 첫 번째 고백도 진심이었고, 두 번째 고백도 진심이었고, 다섯 번째도 그랬을 것이다. 진심의 순간이 단지 짧았을 뿐이다.
--- 「딸기 오빠의 본심」 중에서
“운동장은 위험해.” 기동룡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하준은 무척이나 침착한 목소리로 사촌 형에게 들은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네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 중학교는 초등학교와는 달라.” 중3인 하준이네 사촌 형은 양손을 바지 주머니에 푹 찌른 채 짝다리를 하고는 이렇게 말했다고 했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잘 들어. 초등학교가 동물원이라면 중학교는 정글이야, 정글. 정글이 뭔지 알아?
--- 「어느 날 우리는」 중에서
출판사 리뷰
매일 아침 지각대장이 되거나 나 홀로 보건실 청소 담당이 되거나
중학생이 된다는 건 과연 만만한 일이 아니다!
매해 3월이 되면 아이들은 새 학년에 올라간다. 뿌듯하지만 두렵고 설레지만 걱정도 많은 시기, 특히 상급 학교에 진학하는 신입생이라면 더더욱 불안할 수밖에 없다. 그중에서도 중학교 1학년은 명실상부 청소년기로 진입하는 첫해를 맞는다. 넉넉한 사이즈로 맞춘 교복을 입고 잔뜩 긴장한 채 학교에 가는 중학교 1학년에게는 변화가 더 극적으로 느껴질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어린이가 아니지만 아직은 여러 모로 미숙한 이 아이들 앞에는 과연 어떤 세계가 펼쳐질까? 『중1의 세계』는 바로 이런 중학교 1학년들의 학교생활을 그려 낸다. 네 명의 작가가 각기 다른 네 편의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네 편의 단편 모두 같은 중학교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하나의 이야기로 읽어도 무방하다.
고이의 「새끼의 탄생」은 집에서 멀리 떨어진 마음중학교에 입학하게 된 오동찬에게 닥친 시련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제 중학생이 되었으니 등교 시간에 맞춰 깨워 주지 않겠다는 엄마의 선언. 아침잠이 많은 동찬이에게는 청천벽력이 아닐 수 없다. 아니나 다를까, 매일 아침 허둥지둥 달려 나가지만 매번 똑같은 버스를 놓치고 똑같이 지각을 한다. 그리고 동찬이 앞에 ‘차오’라는 여학생이 나타난다. 동찬이가 지각할 아침마다 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아주머니와 말싸움을 벌이는 이상한 아이. 알고 보니 차오는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느라 지각과 싸움을 불사하는 중이다. 이제 막 새로운 세계에 뛰어든 중1에게 가여운 어린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김성운의 「마법 보건실 청소 담당 김민기 외 2인」은 중학교에 입학해 새삼스럽게 외톨이가 되어 버린 김민기의 왕따 탈출기를 그린다. 커다란 덩치에 느릿느릿한 언행 때문에 ‘미곰(미련곰탱이)’이라고 놀림받는 민기. 아이들은 순하고 착한 민기에게 당연하다는 듯 함부로 대하고 심지어는 앞에서 흉보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의기소침하게 지내던 어느 날, 아무도 맡지 않으려 하는 보건실 청소 담당이 된 민기 앞에 좋은 일이 생긴다. 조금 이상한 여자애 윤보라가 민기 주위를 알짱거리는가 싶더니 또다른 청소 당번 박성배하고도 스스럼없이 어울리게 된 것. 함께 버스를 기다리고 편의점에 들르고 실없는 농담을 주고받는 친구가 있다는 것은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그리고 조금씩 학교생활에 적응하는 민기에게 보라가 깜짝 놀랄 만한 사연을 털어놓는다. 새롭고 낯선 세계에 적응하느라 고군분투하는 중1 아이들을 힘차게 응원하는 이야기다.
우리 앞에 펼쳐진 가능성으로 충만한 세계
세상의 모든 중1들을 힘차게 응원하는 이야기
안미란의 「딸기 오빠의 본심」은 벚꽃이 활짝 핀 봄날 중학교 1학년들에게 생긴 ‘러브 스토리’를 들려 준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과 누군가를 사귀고 싶은 마음은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과 인간에 대한 예의는 어떻게 다를까? 국어 시간에는 ‘묏버들 가려 꺽어 보내노라’ 하는 조선 시대의 신분 초월 로맨스를 배우지만 사방에는 무례한 말과 행동이 함부로 돌아다니는 중학교 교실. 이성 친구를 사귀고 싶다면 벚꽃 가지를 꺾어 들고 다른 반 교실로 들이닥칠 정도의 호연지기를 기를 것, 인간에 대한 예의를 지킬 것. 좌충우돌 중1의 연애 이야기가 펼쳐진다.
은영의 「어느 날 우리는」은 소꿉친구 고은재보다 키가 작아서 분한 이현우, 스스로 재능이 너무나 많다고 믿는 기동룡, 중학교가 위험한 곳이라며 전전긍긍하는 이하준 삼총사의 우당탕탕 신입생 시절을 이야기한다. 현우는 우연히 보게 된 은재의 쓸쓸한 모습이 자꾸만 신경 쓰이고, 동룡이는 축구부와 댄스 동아리, 연극부에 차례차례 도전하며 자신의 재능을 찾아 나서고, 하준이는 뜻밖의 실수를 수습하기 위해 용기를 낸다. 오해와 실수, 헛발질이 난무하는 동안 아이들은 차츰 진짜 자신을 발견한다. 이 아이들을 기다리는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세상에는 수많은 열네 살들이 있고, 그들이 맞는 중학교 1학년 봄은 저마다 다른 모습일 것이다. 아직은 어색한 교복, 어딘가 추워 보이는 학교 건물과 잔뜩 얼어붙게 되는 선생님과 선배들. 지금은 무엇을 해야 좋을지 아리송하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지 어리둥절하지만 시간이 가면 자연스럽게 학교에 적응하고 어엿한 중학생이 될 것이다.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다른 사람의 선한 모습을 발견하는 동안 낯설고 두려운 세계가 이윽고 친숙해질 테니까. 그 안에서 점차 자라고 마음이 넓어지고 시야가 트일 테니까. 네 편의 이야기들은 중1의 세계를 다정하고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면서 그들의 시작을 응원한다. 이 봄, 두근두근하는 마음으로 학교에 등교하는 세상의 모든 중1들에게 가닿으면 좋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