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처럼 열이 가라앉지 않아 한자 올립니다.
토요일 저녁식사를 마치고 너무 화가나서 바로 시식평 쓰려다 객관적이지 못한 언사가 나갈까봐 참고참고 하다 오늘 글을 쓰는것입니다.
결혼하고 두번째로 갖는 시댁식구들과 친정식구들의 모임이었습니다.
이번엔 친정인 우리집에서 자리를 먼저 갖자고 해서 시댁부모님께 흠잡히지 않으려고 인터넷을 다 뒤져서 드뎌 알아낸 대평갈비집을 친정엄마께 말씀드리고 거기로 결정을 해서 자리를 했었습니다.
시댁과 친정의 가운데에 위치하고 음식점도 깨끗하고 분위기도 괜찮아서 현명한 선택이었다 쉽어 기분좋게 식사를 시작했습니다.
서빙보는 언니도 서비스는 괜찮았습니다.
그런데 고기맛은 비싼 가격에 비해 동네 왠만한 갈비집과 다른점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룸의 분위기와 서비스를 생각해서 그리고 시아버님과 우리 아버지의 이야기꽃으로 그런건 생각도 않고 즐거운 식사시간을 가졌습니다.
고기를 다 먹고 밥과 된장찌개가 개개인이 따로따로 나오더군요. 전 물냉면을 먹었는데 맛은 정말 꽝이었습니다. 냉면은 영 아니구나 하면서 먹는데, 친정 막내동생이 갑자기 얼굴이 시뻘개 지면서 절 부르는것입니다. 그러면서 숟가락위를 가리키는데
세 상 에...
담배꽁추가 거기서 나오는 것입니다.
순간 정말 어떻게 해야할줄을 모르겠더라구요.
동생의 목소리가 커지려고 할 찰라에 제가 동생보고 "쉿!" 했습니다. 조용히해. 라구요.
정말 아무소리 못하고 성격 급한 남동생 둘은 참지 못하겠단 표정을 애써 숨기며 그냥 자리를 지켰습니다.
"누나가 이따가 나가서 얘기할께..." 옆에 있던 신랑도 다행이 눈치를 못채게...
서빙보는 언니가 오길래 동생이 숟가락을 들어서 눈치를 줬더니 당황해 하며 그 뚝배기를 미안하다면서 내가려 하더군요. 우린 그냥 놔두라고 했고, 한참뒤에 새 된장찌개를 끓여 내왔더라구요.
동생이 안먹는다구 가져가라고 했더니 어른들이 웃으시면서 너 잘먹는다고 하나 더 가져다 줬나부다 하시면서 웃으시는거에요. 정말 이런 상황 안되보면 모릅니다.
누가 어디서 바퀴벌레가 나왔다더라 머리카락이 나왔다더라....등등 전 다 남 얘기 아니면 조금은 과장된 얘기들이라 생각했는데, 그런식당에서 담배꽁추가 왠말입니까?
제가 예약하면서 가보진 못하고 인터넷으로 보고 예약하는건데 분위기가 어떠냐고 물었더니 전화받으시는 분이 그러더군요. 와보시면 압니다. 저희 분위기 정말 좋습니다. 아주 자부심에 차있는 목소리였습니다.
음식점이 분위기가 좋으면 뭣합니까?
음식은 형편없고, 먹다남은 된장모아서 다시 끓여 내놓는 그런 더러운 음식점이 과연 겉포장으로만 포장되어 몇년이나 장사해먹을지 의심스럽습니다.
아빠가 동생한테 계산하라고 조용히 시키시더라구요.
계산을 마치고 온 동생이 들어왔길래 물어봤죠.
말했냐구요. 그랬더니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누나 5%로 할인해주더라 미안하다구.
이러더군요. 순간 더 화가났답니다.
여기 보니까 5% 쿠폰도 발행이 되던데, 그건 어느누가 가도 할인해주는 서비스인거 같은데,
그따위 사후처리로 눈가리고 아웅하려는 그 갈비집 정말 한심스럽더군요.
전 식당을 나오는데 누구하나 붙잡고 죄송하다고 적어도 지배인은 나와서 말을 할줄 알았으나, 문앞에서 어떤 남자직원이 하는말,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찾아주십시요."이러고 말더군요.
정말 시댁 어른들만 안계셨어도 그집 장사 그날 못하는거였는데, 운 좋았습니다.
제가 성격 아주 못된 여자거든요.
정말 너무 어이가 없고 동생한테도 미안하고, 그리고 너무너무 걱정되는건 혹 우리 시댁어른들 누구의 된장찌개 안에 담배꽁추가 또 들어있던건 아닌가. 우리집 식구들 무안할까봐 말도 못하고 그냥 드신건 아닌가 하는 걱정이었습니다.
시댁어른 모시고 사는 저는 식사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서 아무말도 못하고 그냥 내심 걱정만 하며 돌아왔는데, 정말 너무너무 억울해서 이틀내내 잠도 못이뤘습니다.
뭐 그만한 일로 이렇게 호들갑니냐 하시는분들도 계시겠지만, 그만큼 메뉴판닷컴을 신뢰하고 찾아본 네티즌으로써 실망감이 너무 컷기에 이렇게 몇자 적는것입니다.
그집 분위기 좋습니다. 하지만 먹다남은 음식 모아 다시 내오는 그런집이었습니다.
전 이글을 쓰면서도 대평갈비집에서 뭐라고 리플을 달지 너무너무 궁금합니다.
뭐라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을지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