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팀 골문 앞에서 슛하기 전에 상대 골키퍼의 행동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하면, 상대 골키퍼는 역으로 내가 어디로 찰 것인지를 생각하기 마련이다. 때문에 골문 앞에서 나는 생각 없이 빠르게 슛을 때린다."
로이 마카이가 밝히는 성공적인 골 사냥 비결이다. 그는 골문 앞에서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다. 상대팀 골키퍼가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 혹은 어떻게 차야 상대 골키퍼가 꼼짝 못할 것인지 등 복잡한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저 슛을 하는 순간만큼은 모든 정신을 모아 슛하는 것 하나에만 집중할 뿐이다. 이것이 바로 그의 득점 비법이다.
로이 마카이. 지난 시즌을 앞두고 바이에른 뮌헨 역사상 최고액인 1,750만 유로의 이적료를 기록하며 뮌헨에 입성한 그는 지난 03~04 시즌 바이에른이 챔피언스리그에서 기록한 7골 중 6골을 터뜨렸으며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도 팀이 기록한 5골 중 4골을 기록하며 절정의 골 감각을 자랑하고 있다. 리가에서도 그의 활약은 변함 없이 이어져 지난 시즌 23골을 기록해 아일톤에 이어 득점 2위를 차지했을 뿐 아니라 올시즌 7경기에서도 4골을 기록하고 있다. 득점 기계라는 애칭이 아깝지 않은 대활약임에 분명하다.
마카이는 네덜란드 선수 중에는 흔치 않게 독일을 좋아하는 선수다. 뮌헨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이후 뮌헨에서의 선수 생활과 삶이 마음에 들어 독일에 대해서도 좋은 감정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마카이는 "아직 2년 반 정도의 계약 기간이 남아있다. 계약 기간이 종료되는 2007년이면 나는 32살이 된다. 하지만 이후에도 충분히 선수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를 포함해 가족들은 이곳에서의 삶을 매우 만족스러워하고 있다."며 바이에른과의 관계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바이에른 역시 마카이의 뮌헨 생활에 대해 만족스러워 하고 있다. 바이에른 클럽대표 칼-하인츠 루메니게는 마카이에 대해 매우 좋은 느낌을 가지고 있는 많은 사람들 중 하나다. 이는 바이에른과 마카이의 전 소속팀 데포르티보 라 코루냐간 이적협상이 지지부진할 때, 마카이가 1백만 유로의 이적료를 스스로 지불하는 용단을 내렸기 때문. 바이에른으로부터 제시받은 4년간의 연봉 총액에서 1백만 유로를 과감히 삭감, 데포르티보 측에 전달함으로써 마카이의 독일행은 비로서 성사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마카이의 이적료 및 연봉 총액은 외형상 1,875만 유로지만 실질적으로는 서두에서 밝힌 1,750만 유로로 결정된 것이다. 당시 렌도이로 데포르티보 사장은 첼시로부터 2,100백만 유로의 이적료를 제시받았음을 주장하며, 바이에른에게 이적료 상향을 요구했지만 마카이의 독일클럽 이적 욕구가 확실했던 탓에 더 이상의 줄다리기를 할 수 없었다. 이러한 비하인트 스토리의 중심에 서 있던 바이에른의 대표 루메니게였던 만큼 마카이에 대한 사랑이 애틋함은 말할 것도 없다. 루메니게는 "마카이의 이적은 팀 전력 상승이라는 측면에서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그의 인간적인 됨됨이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 그는 축구와 축구 외적인 면에서 최고의 선수다."라고 말했다.
고향인 네덜란드와 현재 살고 있는 독일 사이에서 마카이는 생활상의 별반 차이를 못 느낀다. 스페인 생활 당시에는 두 아이들이 아침 10시가 되어서야 유치원에 갔던데 반해 독일에서는 본인의 트레이닝 시간과 동일한 아침 8시까지 유치원에 가기 때문에 가족과 함께 아침을 맞을 수 있게 되었고 대도시인 뮌헨에서 큰 빌라를 얻어 생활함으로써 아내와 아이들을 제외한 다른 가족들이나 친척들도 자주 왕래할 수 있게 됐다. 네덜란드와 지리적으로 가까운데다 교통편 역시 편리한 덕분이다. 현재는 얼마 전까지 소유하고 있던 라 코루냐 소재의 별장을 팔고 안달루시아 쪽에 새로운 별장을 마련하기도 했다.
지난 시즌 바이에른은 우승을 위한 집념으로 마카이를 영입하는 강수를 띄웠지만 무관의 제왕에 머무른 바 있다.
결국 우승 제조기인 히츠펠트 감독이 물러나고 올 시즌 펠릭스 마가트 감독이 새로 부임하는 변화를 맞기에 이르렀다. 새로운 마가트 감독과의 첫 만남부터 사실 마카이가 기분이 좋았던 것은 아니다. 비록 리가가 정식으로 시작되기 직전 열린 포칼에서 우승을 차지했지만 리가 개막전 함부르크로의 원정길에서 전반만 출장한 채 교체 아웃되는 이해하기 힘든 사태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이변이 없는 한 풀타임 내지는 후반 거의 종료 직전까지 뛰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시되던 마카이였기에 충격이 컸다.
하지만 당시 이를 이해하지 못하던 마카이는 마가트 감독의 그에 대한 해명을 경기 후에 듣고 나서 충분히 수긍하며 고마워 했다고 말하고 있다. 당시 마가트 감독은 유로2004 등의 여파로 뒤늦게 훈련에 합류해 단지 2주만의 팀 적응 훈련을 가진 마카이의 체력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전반 45분만 가동했다고 밝혔다. 특히 함부르크의 홈구장인 AOL 아레나는 열성적인 서포터들의 영향으로 원정팀 선수들에겐 큰 부담이 되는 곳이기에 더욱 마카이를 배려한 처사였다고 밝힌 바 있다.
마카이는 세계적인 공격수의 산실인 네덜란드 출신이라는 이유로 놀라운 득점력과 타고난 골 결정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대표팀 내에서의 입지는 매우 좁은 상황이다. 딕 아드보카트 감독에 이어 네덜란드 감독직을 수행하고 있는 반 바스텐은 현역 시절 아약스에서 133경기에 출장해 128골을 기록하며 경기당 0.96골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운 스트라이커의 표본이다. 본인 자신이 시대를 풍미했던 공격수였던 탓에 공격수를 고르는 눈은 그 어떤 포지션보다 까다로울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 바이에른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이후 치른 총 55번의 경기(리가,챔피언스리그,포칼 등)에서 40골을 기록하며 경기당 0.75골을 기록중인 마카이의 골 퍼레이드는 물론 반 바스텐의 그것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아약스 전에서의 3골로 마카이는 반 바스텐에게 커다란 고민거리를 하나 더 안겨준 셈이다.
전설의 골잡이라는 독일의 게르트 뮐러가 현역 시절 총 365골을 뽑아내며 총 득점은 물론 경기당 0.85골로 경기당 득점력에서도 최강(리가 경기 34경기 이상 출장자들 중)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독일에서 마카이는 경기당 0.69골(리가 경기만 계산)로 역대 3위에 올라있다. 분데스리가 통산 경기당 평균 득점 10걸에서 마카이는 유일하게 2000년대 이후의 선수 중 상위를 지키고 있는 것이다. 3위에 올라있는 마카이를 제외하면 다른 9명은 모두 6~70년대에 활약했던 선수들이 대부분으로 그나마 가장 최근의 선수는 86년까지 뛴 호르스트 흐루베쉬(경기당 0.61골, 역대 5위)와 디터 뮐러(경기당 0.58골, 역대 9위)가 고작이다. 세월이 지날수록 평균 득점이 꾸준히 감소해 왔음을 감안하면 대단한 기록이 아닐 수 없다.
"Phantom" - 이는 독일 언론에서 마카이를 지칭하는 수식어다. 한마디로 유령이라는 뜻이다. 어디선가 나타나 홀연히 골을 성공시키는 그를 빗댄 말이다. 경기 내내 볼을 몇 번 잡지 못하다가도 경기 막판 마치 농구의 버져비터와 같이 골을 성공시키며 승부를 결정 내버리는 그에게 어쩌면 딱 들어맞는 별명인지도 모른다. 지난 5라운드 도르트문트와의 원정 경기에서 후반 인저리 타임에 극적인 2-2 동점골을 성공시킨 것이나 오스나브뤽과의 포칼(FA컵) 경기에서 역시 후반 인저리 타임에 3-2의 역전골을 성공시킨 것 등은 그의 귀신같은 골 결정력을 잘 증명해주고 있다.
하지만 마카이는 정작 득점왕이나 득점수에 대해 그다지 큰 미련을 갖지 않는다. 다만 팀이 승리하고 우승 타이틀을 더 많이 차지하는 데에만 관심을 쏟을 뿐이다. "리가 포칼이라는 타이틀을 이제 하나 건졌을 뿐이다. 물론 리가 포칼도 훌륭한 타이틀이지만 상대적으로 그 가치가 적은 것은 사실이다. 이것을 시작으로 리가 우승은 물론 챔피언스리그와 포칼 우승도 모두 차지하고 싶고 언젠가는 꼭 그 뜻을 이룰 것이다. 득점왕이나 몇 골을 넣느냐는 내겐 중요하지 않다. 난 단지 챔피언이고 싶다." 이는 마카이의 우승에 대한 집념이 잘 반영된 말이다.
과연 마카이가 바이에른과 함께 몇 개의 우승 타이틀을 차지할 수 있을지, 또 본인은 큰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고 말했지만 득점왕 타이틀을 건질 수 있을지 관심을 끈다. 더불어 그의 쉬지 않는 득점 행진이 계속 이어질 수 있을지도 축구팬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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