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설] 업무개시명령은 불가피, 파업 장기화는 막아야
중앙일보
입력 2022.11.30 00:10
화물연대 파업 엿새째인 29일 경기도 화성시의 한 레미콘 업체에 레미콘 차량이 멈춰 서있다.[연합뉴스]
정부 그동안 어떤 노력 기울여왔나도 성찰해야
불법과 불법 아닌 것 잘 따져 법과 원칙 세우길
화물연대 파업 엿새째인 어제 정부가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시멘트 분야의 운송 거부자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상 업무개시명령 발동은 관련 법이 시행된 2004년 이후 18년 만에 처음이다. 명령을 송달받으면 다음 날 24시까지 집단 운송 거부를 철회하고 업무에 복귀해야 한다. 정당한 사유 없이 운송 업무에 복귀하지 않을 경우 운행·자격 정지뿐 아니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까지 처벌받을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경제는 한번 멈추면 돌이키기 어렵고 다시 궤도에 올리는 데는 많은 희생과 비용이 따른다”며 “민생과 국가 경제에 초래될 더 심각한 위기를 막기 위한 부득이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국무회의 직후 관련 부처 합동 브리핑을 열고 불법 집단행동의 악순환을 끊겠다면서 법과 원칙에 따른 엄정 대응을 강조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불법 집단행동에 대해 엄정히 대응하지 않고 민생, 물류, 산업의 어려움을 방치한다면 경제위기 극복이 불가능하고 대한민국의 미래도 없다”고 말했다.
정부의 이번 업무개시명령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정부는 화물연대 파업 이후 시멘트 출고량이 평소보다 90∼95% 감소했고, 시멘트 운송 차질과 레미콘 생산 중단으로 전국 대부분의 건설 현장에서 공사가 중단될 것으로 우려했다. 가뜩이나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어 있는데 파업으로 공기가 지연되면 건설원가와 금융비용이 늘어나 건설업 위기를 부를 수 있다.
그러나 정부의 위기 대응 능력 부재는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화물연대가 연간 두 차례나 파업하고 업무개시명령이라는 초유의 조치가 나올 때까지 정부는 그동안 무엇을 했나. ‘물류를 멈춰 세상을 바꾸자’는 화물연대의 파업은 연례행사처럼 반복되는데 정부는 그간 어떤 대책을 마련했는가. 매번 화주(貨主) 대신 협상 테이블에 앉으면 그걸로 정부 역할을 다한 것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태원 참사에 보이지 않던 정부는 화물연대 파업에도 잘 보이지 않았다.
화물연대를 비롯한 노동계와 야권은 강력히 반발했다. 화물연대는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을 계엄령에 견주면서 반(反)헌법적 명령에 응하지 않을 것이며 강력한 투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와 노동계가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가면서 파업 사태가 장기화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정부가 대화 창구를 열어두는 등 상황을 잘 관리해야 한다. 정부는 화물연대의 화물차 출입로 봉쇄나 비조합원 운송 방해 행위, 업무개시명령 불이행 같은 불법은 엄단하되, 파업 자체를 불법으로만 몰아가는 무리수는 피해야 한다. 노조원에게 운송 거부를 강요하거나 다른 사업자의 운송을 방해하는 행위가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없는지를 비롯해 정부는 법 위반 행위를 엄밀히 골라내 원칙대로 대응하길 바란다. 그게 이 정부가 강조하는 법과 원칙에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