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파 유난히 적은 한국 스마트폰, 왜?]
전자파에 민감한 소비자 위해 국내업체들 많은 시간·돈 투자
美국토 면적 넓은 애플은 통화품질 유지하려면 전자파 출력 높일 수밖에
8월부터 전자파 등급제 시행
스마트폰 보급률(74.3%·2013년 기준)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한국은 소비자들이 스마트폰 전자파에도 유달리 민감한 편이다. 그런 점에서 국내 제조업체들은 스마트폰의 전자파 인체흡수율(SAR)을 낮추기 위해 역량을 집중해왔고 성과도 거두었다.
국립전파연구원이 지난 2년 동안 국내에서 출시된 스마트폰을 조사한 결과, 미국 애플이 내놓은 아이폰 세 가지 모델의 SAR은 평균 1.04였던 반면, 같은 기간 44가지의 모델을 출시한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SAR은 평균 0.523으로 애플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에 나온 'G플렉스'와 'G2' 등 LG전자 스마트폰 제품군(群)의 평균 SAR은 0.655, '베가 시크릿노트'나 '베가 시크릿업' 등 팬택 제품의 평균 SAR은 0.64로 역시 낮게 나타났다.
- ※국내 시판된 주요 스마트폰 120여종의 전자파 인체 흡수율은 프리미엄조선(premium.chosun.com)에 공개.
휴대전화에서 나오는 전자파는 통화 품질(品質)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통화 품질을 높이려면 전파 신호의 세기를 높여야 하는데, 이는 전파 신호가 강할수록 무선 기지국과 연결이 원활하기 때문이다. 휴대전화의 신호가 강할수록 전자파 방출도 늘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휴대전화마다 SAR값이 차이가 나는 이유는 전파를 쏘는 안테나와 얼굴 사이의 거리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스마트폰에 비해 피처폰의 SAR값이 낮은 이유도 그 때문이다. 피처폰은 대부분 안테나가 뒤쪽에 있다.
국내 업체들은 그동안 휴대전화의 전자파 방출량을 줄이면서도 통화 품질을 높이는 소위 '최적화 설계' 기술 개발에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해 왔다. 2011년 4월 출시된 삼성전자 '갤럭시S2'만 해도 SAR이 0.769였지만, 2012년 갤럭시S3(LTE)로 넘어오면서 SAR이 0.536으로 낮아졌고, 작년 4월 출시된 '갤럭시S4(LTE)'는 0.447로 더 낮아졌다.
LG전자도 작년 2월 출시된 'G프로'의 SAR은 0.52였지만, 올해 나온 'G프로2'는 0.425로 0.1가량 SAR 수치가 낮아졌다.
미국이 주력 시장인 애플의 경우 국토 면적이 넓어 일정한 통화 품질을 유지하려면 스마트폰의 전자파 출력을 높게 유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애플은 2009년 11월 출시한 '아이폰3G'의 전자파 인체흡수율 1.18을 2010년 9월 '아이폰4'에서 0.875까지 낮췄지만 '아이폰4S'는 1.05, '아이폰5' 1.07로 SAR값이 다시 상승했다.
스마트폰의 전자파 인체흡수율은 가입한 통신사에 따라서도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갤럭시S4'의 SAR 수치는 LG유플러스용 제품이 0.353으로 가장 낮고, KT 0.438, SK텔레콤 0.55 등으로 다르게 나타났다.
같은 기종의 스마트폰이라도 사용하는 주파수 대역이 다르기 때문에 안테나와 부품 등이 모두 바뀌기 때문이다.
오는 8월 '전자파 등급제' 시행을 앞두고 외국 업체들도 전자파 인체흡수율을 낮추는 추세다. 일본 소니는 지난 1월 국내 출시한 '엑스페리아Z1'의 SAR을 0.658까지 낮췄다. 이는 국내에는 출시하지 않았던 '엑스페리아P'(1.28)나 '엑스페리아S'(1.44)의 절반 수준이다. 소니코리아 이도영 부장은 "한국 소비자들의 스마트폰 선택 기준으로 전자파 등급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최형도 전파기술연구부장은 "미국 등 해외 소비자들은 전자파 인체흡수율에 그다지 민감하지 않기 때문에 제조업체도 둔감한 편인 반면, 우리나라는 좀 과도하게 신경을 쓰는 편"이라고 말했다.
☞전자파 인체 흡수율(SAR·Specific Absorption Rate)
휴대전화·컴퓨터·전자레인지 등의 전자 기기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전자파가 발생한다. 전자파는 사람이나 동물의 몸에 흡수될 수 있는데 이를 숫자로 나타낸 값이 전자파 인체 흡수율(SAR)이다. SAR은 단위 시간당 인체의 단위 질량(1㎏ 또는 1g)에 흡수되는 전자파 에너지(와트·W)의 양을 말한다. 단위는 W/㎏, 또는 mW/g를 쓴다.